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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피엔 마약이 흐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도모지
작품등록일 :
2020.08.21 00:57
최근연재일 :
2021.01.08 13:51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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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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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화-홍등가의 어린 소년

DUMMY

홍등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붉은 등이 붙은 건물이 곳곳에 즐비한 마카오의 한 사창가.


마카오에서 가장 큰 뱀파이어 클랜인 도원향의 관리 하에 놓인 이곳은 건물 내뿐만 아니라 골목에서도 성교를 일삼는 이가 수두룩한 성욕의 호수이자, 대마 정도는 우스울 정도의 마약이 가을철의 낙엽처럼 널려있는 탐욕의 성지이기도 하다.


수많은 인간들과 흡혈귀들의 성욕과 욕망이 범람하는 이곳에서도 유독 사람이 많이 모여드는 곳이 있다.


홍등가 중앙에 위치한 큰 길의 끝에 굳건히 서있는 거대한 탑. 남성의 성기를 연상케 하는 기괴한 디자인의 창관.


성각(性覺)이라 불리는 이곳은 만약 매춘부들의 외모가 창관의 가치를 결정한다면, 그야말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의 창관일 것이다.


홍등가 내 최고의 고급 창관이자 입이 벌어지게 하는 미남미녀가 즐비한 이곳에서도 오로지 VIP만이 출입할 수 있는 최상층부의 가장 안쪽 방. 침대 위에 앉아 샤워 중인 손님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소년이 한 명 있었다.


채 성장이 끝나지 않은 작은 신체와 성별을 가늠키 어려울 정도로 얼굴의 선이 무척이나 얇았으며,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몸과는 달리 부스스하지만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 생기를 잃어서 검게 물든 눈동자는 마치 소년이 하나의 아름다운 인형이라 착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몸을 팔기에는 너무나도 어리고 약해 보이는 이 12살의 어린 소년이 현재 성각, 아니 이 홍등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창 중 한 명이다.


당연하다시피, 소년은 자신이 원해서 몸을 팔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소년이 도원향에 납치된 건 불과 3달 전. 클랜의 로드가 그의 외모가 썩혀두기는 아깝다는 이유로 강제로 남창 일을 시킨 것이다.


여타의 12살 아이들이었다면 당연히 싫다며 울고불고 떼를 썼겠지만, 소년은 그것을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자신의 피가 특이하단 이유로 5살 때 부모님이 살해당하고, 흡혈귀들에게 납치된 이후로 살해당하는 것 외의 모든 짓은 다 당했다.


애완동물처럼 사육당하거나, 재미삼아 고문당하거나, 하루 종일 강간당하거나,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강제로 살해하게 만들거나, 인육을 먹거나 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는데, 남창 정도면 소년에게 있어선 괜찮은 편이었다.


또, 저항했다가 얻어터져서 손님이 끊기면 잠은 물론 밥도 못 먹는다.


더군다나, 인생에서 가장 많이 당한 것이 납치, 두 번째가 강간인데다가, 몸을 파는 것이 처음도 아니다.


저항 같은 걸 할 생각이 남아있을 리가 있나······.


소년이 멍하니 붉은 벽지를 바라보기가 어느 새 20분 째, 샤워실의 문이 열리고 오늘의 손님이 가운을 두른 채 나왔다.


흉물스러운 지방이 가운 밖으로도 출렁거리고, 전신에는 털이 흘러넘치는 전형적인 졸부에 딱 어울리는 이미지의 남성이었다.


남성은 가운을 입은 그대로 오래된 연인이라도 만난 듯이 소년에게 달려가서 그를 격하게 껴안았다.



"진! 많이 기다렸지? 헤헤. 미안해. 오랜만에 만나서 땀을 좀 많이 흘리는 바람에, 이해해 줄 거지?"


"....."



소년은 말이 없었다. 저항의 말도 애원의 말도 그 무엇도 소용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소년은 몇 년 전에 입을 다물어버렸다.



"오늘은 꼭. 그 입에서 헐떡이는 신음소리가 나오게 해줄게. 재밌는 장난감도 많이 가져왔거든? 기대해도 좋아. 크후후후후후."



남성은 가져온 짐에서 물건을 꺼내며 징그럽게 웃을 때마다 입가에서는 침이 흘러내렸다.


눈앞의 아름다운 소년이 비명을 지르며 자신에게 매달릴 그 순간이 너무나도 기대돼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소년이 고통에 얼마나 익숙한지.


남성의 왼손에 들린 전기 충격기는 도미넌트라는 클랜에서 몸에 화상이 남을 정도로 지겹도록 당한 전기 고문에 비하면 가소로울 정도였다.


오른손에 채찍은 사보나롤라라는 클랜에서 시련을 준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얻어맞았던 가죽 채찍에 비하면 깃털처럼 가벼워 보였다.


도원향에서 소년의 상처를 고치기 전까지는 그의 몸은 눈뜨고 봐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상처가 가득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비명을 지르느라 목이 쉬었던 그 지옥에 비하면 침을 흘리는 저 돼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소년의 머릿속엔 고통은 아무래도 좋으니, 빨리 끝내고 한숨 자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런 소년의 마음은 전혀 모르는 자칭 애인은 침을 질질 흘리며 소년에게 다가갔다.



"자, 재밌게 놀자!!!"



남성이 소년의 상의의 단추를 풀지 않고 다급하게 뜯어낸 그 순간.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소년과 남성이 있던 방의 문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뭐, 뭐야! 젠장. 한창 좋을 때에."



남성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서 하나의 인영이 나타났다.



"이익······. 헉...!"



절세미녀라는 말로는 미모를 묘사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미인이 부서진 문 위에 서있는 것을 보자, 남성은 저도 모르게 숨을 삼기고 말았다.


남자에게 있어서 최고의 무기는 미녀라고 하지 않던가. 그녀를 보자마자 고대하던 순간을 망쳐서 분기탱천한 남성의 얼굴이 삽시간에 사그라졌다.


그리고는 자신이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헛기침을 한 번하고 한껏 목소리 톤을 낮추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최대한 고상해 보이도록, 이런저런 손짓을 섞어서.



"숙녀 분? 여긴 어쩐 일로. 오늘 이곳은 제가······."


"비켜. 돼지 새끼."


"....."



자신의 말을 자르고 다짜고짜 욕부터 퍼붓는 여성에게 남성은 얼굴을 있는 대로 일그러트리며 지금까지 겨우겨우 억눌렀던 화를 폭발시켰다.



"이 년이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이봐!!! 밖에!!! 당장 이년 끌어 내!!"



인간인 남성은 뱀파이어 클랜이 관리하는 이곳에 오면서 아무 대비도 없이 온 것이 아니다. 인간보다 신체 능력이 훨씬 뛰어난 흡혈귀들을 경호원으로 고용한 것이다.


게다가, 소년은 홍등가뿐만 아니라 도원향에서도 손꼽히도록 중요한 재원이었다. 그래서 이 방뿐만 아니라, 복도 전역에는 소년을 지키기 위한 도원향 소속의 흡혈귀들도 쫙 깔려 있었다.


그들이 있음에도 왜 여성이 이곳에 있는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남성은 소리를 지르며 경호원들을 불렀다.



"이봐!!!! 뭐하······."



남성은 있는 힘껏 소리치던 중, 문이 있던 곳을 통해 어떤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경호원들이 하나 같이 바닥이나 벽에 처박혀 있는 것이다.


그 광경을 보고 나서야 사태가 파악된 남성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이내 뒤로 한 걸음 씩 천천히 물러서며 다가오는 침입자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너, 뭐야. 대체 뭐하는 년이냐고!!!!"


"알 거 없고. 비키라고, 돼지 새끼야. 흡혈귀면 몰라도 인간한테까지 손 댈 생각은 없어."


"인간? 설마 너, 흡혈귀냐?"


"그래, 흡혈귀다. 그러니까, 빨리 비켜라. 마지막 경고다."



여성은 이게 마지막 경고라는 것을 은색의 눈동자를 머리카락과 같은 핏빛으로 물들임으로써 남성에게 각인시켰다.



"히익······."



그게 흡혈귀가 힘을 발현할 때에 나타나는 현상임을 알아챈 남성은 겁을 먹고 그 자리에서 벌벌 떨며 그대로 굳어버렸다.


죽을 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인 탓인가. 불쌍한 피식자는 포식자가 요구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잊어버린 모양이다.



"비키기 싫어? 그럼 비키지 마. 내가 치울 테니까."



어느 샌가, 그의 앞까지 다가온 여성은 남성의 머리를 부여잡더니, 그대로 휙 하고 가볍게 벽에 던져버렸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던진다는 느낌의 가벼운 힘이겠지만, 쓰레기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단순히 옆으로 던져졌을 뿐인데, 마치 건물에서 추락했다는 착각을 절로 한 것이다.



"끼아아아야야야야았!!"



전신에 가해진 풍압에 심장에 무리가 와서 기절해버린 남성은 아랑곳 않고, 여성은 원래 목적이던 소년에게 다가갔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탁한 눈으로 전부 본 소년은 여성을 빤히 바라보면서도 공포는 물론, 일체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고 단순히 날아갔을 뿐이다. 짧은 12년 일생동안 사람이 죽는 걸 수없이 봐온 소년의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들기에는 이 상황은 자극이 너무 부족했다.


소년의 사고방식은 간단했다. 납치는 소년이 일생에서 가장 많이 당한 일이다.


이번에는 이 여성이 자신을 납치할 모양이다. 그리 생각한 소년은 그저 잠만 누워서 잘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사소한 희망만을 품을 뿐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자신을 데려갈 거라 생각한 여성은 소년의 예상과는 다른 행동을 취했다.


여성은 얇고 아름다운 소년의 몸 상태를 살피더니, 이내 한 곳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소년의 목에 걸린 태엽형태의 목걸이.


낯익은 물건을 발견한 여성이 토끼눈으로 그것에 손을 대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아, 안 돼!!!"



지금까지 입을 꾹 다물며 잠잠하던 소년이 여성의 손을 피해서 목걸이를 품에 안은 채, 구석으로 도망친 것이다. 강간을 당하기 직전에도, 눈앞에서 사람이 날아가는 광경을 보고도 무감각하게 있던 소년이 말이다.


느닷없는 행동에도 여성은 화내지 않고, 오히려 소년이 놀랄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


조금 전 흡혈귀 경호원들과 남성을 한순간에 처리해버린 강하고 드센 그 여성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태엽 형태를 띠고 있는 목걸이가 소년의 어머니의 유품을 알아 본 여성은 소년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천천히 소년에게 다가가서 다치지 않게 그를 아주 부드럽게 껴안았다.


이 영문을 모르는 상황에 아무리 무감각한 소년이라도 조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아. 이모 기억하니? 가끔씩 집에 와서 놀기도 했잖니."



소년과는 구면인 것 같은 여성은 소년의 감정 없는 눈과는 대조되는 습기가 가득 어린 눈으로 소년을 바라봤다.


여성을 바라보며 소년은 과거의 기억을 더듬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지금보다 더 어릴 때 여성의 집에 간 적이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 뿐. 딱히 구원받았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부모님의 친구라며 소년을 속인 흡혈귀들이나 인간도 많았다. 거기다, 어차피 여성이 흡혈귀인 이상 자신이 당할 일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다.


아무리 잘 대해준다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 거기까지였다.


그 속마음을 알아챈 걸까?



"미안해. 흑흑. 이모가 정말 미안해."



여성은 오열을 하며 소년을 껴안았다. 그 와중에도 소년이 불편하지 않게 아주 약하게 그를 품에 안았다.



"너무 늦어서 미안해. 많이 힘들었지? 이젠 다 괜찮아. 앞으론 이모랑 가족들이 지켜줄게."



진심을 담은 말에도 반응이 없는 소년을 여성은 전혀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향한 측은함만이 더 깊어진 여성은 여전히 촉촉한 눈으로 소년을 안아 올린 채, 방문을 나섰다.



"끄으으으윽······."



방과 복도의 경계에 발을 딛는 순간, 아까 날려버린 쓰레기가 정신을 차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성은 그를 무시하고 나가려 했지만, 쓰레기는 얼굴을 붉힌 채로 그녈 향해 힐난의 말을 쏟아냈다.



"네 년. 여기가 어딘지 몰라? 도원향의 영역이라고. 어디 클랜 소속인 줄은 모르겠지만, 도원향을 건들인 이상 너희 클랜은 이제······."


"관심 없어."



그러면서 여성은 발밑에 놓인 문의 파편을 걷어차서 남성의 머리에 박아버렸다. 또다시 기절해버린 남성을 뒤로 한 채, 소년을 안아들고 복도로 나서는 여성.


복도로 나오자, 소년은 아까보다 조금 더 놀라고 말았다. 천장, 벽, 바닥 할 것 없이 복도 여기저기에 장식처럼 처박혀 있는 흡혈귀들.


그 중에는 원숭이의 골격 같은 마스크를 쓴 이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바로 홍등가의 관리인인 도원향의 클랜원들이다.


여성이 소년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면서 자신을 막는 이들, 고객들의 경호원이나 도원향 소속의 흡혈귀들을 날려버린 것이다.


소년은 어쩌면 자신을 안고 있는 여성이 지금까지 봐온 흡혈귀 중에서도 강한 축에 속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품으려던 찰나, 여성의 걸음이 멈췄다.


동시에 등가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서늘한 기운이 들어서 뒤를 돌아 본 소년의 눈에 원숭이 마스크를 뒤집어 쓴 남자가 한 명 눈에 들어왔다.


벽에 박혀 있는 이들의 것과는 달리 유독 화려한 장식이 덧대어져있는 마스크를 쓴 것으로 알 수 있었다.


그가 바로 도원향의 클랜 로드. 피마온이다.


도원향을 마카오 최대이자 최강의 클랜이 된 데에는 많은 경쟁자를 그 손으로 묻은 피마온의 강함과 잔인함이 한몫을 했다.


마카오 암흑가의 공포의 상징이자, 폭군이라 불리는 그가 살기를 숨기지 않고 내뿜으며 여성을 응시했다.



"어디에서 굴러먹던 개뼈다귀인지는 모르겠다만, 이런 짓을 하고 그냥 돌아갈 생각은 아니었겠지?"


"당연히 그냥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너희가 나한테 덤비지만 않았다면 나도 굳이 손은 안 썼을 거라고."



피마온은 당당하기 짝이 없는 여성을 향해 어이가 없어졌다. 감히 누구 앞에서 저딴 태도란 말인가.



"너······. 내가 누군지는 알고 그러는 거냐?"


"도원향의 로드잖아. 피마온이라는 이름이었나?"


"그렇군. 알고도 그랬단 말이지."



그러자, 피마온이 뒤집어 쓴 원숭이 마스크의 눈 쪽에서 붉은색 안광이 새어나왔다. 또, 그의 상징인 손톱이 하나하나 단검처럼 날카로워졌다.



"그렇담. 무슨 꼴을 당해도 불평하지는 않겠지?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지만 외모가 아까워. 여기서 평생 동안 일하게 만들어주마."


"하아······. 이봐. 난 딱히 전쟁을 하러 온 게 아니야. 이 애만 데리러 왔을 뿐이라고. 그러니 순순히 비켜줬으면 좋겠는데?"


"감히 내 물건을 멋대로 가져가면서 뭐가 어째? 좋아, 네 년은 팔, 다리만 자른 후 사지가 없는 게 취향인 고객들에게 던져줘야겠다."


"진짜 안 비킬 거야?"



피마온은 이 이상의 문답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괴성과 함께 여성에게 달려드는 것으로 대신했다.


여성을 찢기 위한 목적만으로 똘똘 뭉친 미친 짐승과도 같은 피마온의 기세에 소년은 지금까지 잊고 있던 공포라는 감정이 스멀스멀 새어나왔다. 몸이 반사적으로 여성의 옷깃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뭐."



여성의 짧은 한탄과 함께 한순간 얼굴에 가해진 풍압과 중력에 소년은 의식을 잃을 뻔했다.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고 흐릿해진 시야가 다시 선명해진 소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싫음 말고."



여성의 손에 들린, 조금 전까지 여성을 위협하던 말을 뱉어내던 원숭이 마스크를 쓴 머리통이었다.


그 다음으로 본 것은 머리를 잃어버린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광경이었다.


소년의 인형 같았던 눈에 약간의 감정이라는 빛이 들어왔다. 그는 진심으로 여성이 무서웠다.


이곳에 지내면서 피마온의 악명에 대해선 질리도록 들어왔다. 그렇기에 그가 얼마나 강하고 또 위험한 남자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런 그를 자신을 안고 있는 여성은 너무나도 가볍게 그의 머리와 목숨을 앗아갔다. 마카오 암흑가의 폭군이라 불린 피마온의 머리가 쓰레기 봉지처럼 복도 구석에 나뒹굴었다.


압도적인 폭력. 거기에 더해 얼굴과 손에 피칠갑을 한 채로 아무렇지 않게 자신에게 안심하라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여성이 소년은 너무나도 무서웠다.



“무서웠어? 미안해.”



저 웃음이 진심으로 보이기에 더더욱. 소년은 그 순간 확신했다. 이 여성은 자신이 봐온 흡혈귀들 중에서 틀림없는 최강이라고.


여성은 몸에 묻은 피를 닦아낸 후, 휴대폰을 꺼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 후 한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 나에요. 정보가 맞았어요. 진이는 무사히 구했으니까, 바로 출발하게 준비 좀 해줘요. 아, 할멈이랑 할아범한테 목욕 준비랑 남자애 옷 좀 준비해 놓으라고도 하고요."



여성은 남편의 알았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 소년의 등을 따스하게 토닥였다.


그러자, 소년의 몸에서 기어 나오던 공포라는 감정에 다른 감정이 더 섞였다. 이제는 얼굴도 잘 기억 안 나는 어머니가 자신을 안아주던, 그립기 짝이 없는 그 때가 떠오른 것이다.


공포를 집어삼킨 그리움에 휩싸인 소년의 눈에서는 여성과 같이 물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오랜만에 속에 갇혀있던 여러 가지 감정을 소모한 소년은 여성의 그 따스한 손길에 참아왔던 졸음이 몰려왔다.


부디, 다음에 눈을 뜨는 곳이 빛이 없는 칙칙한 감옥 만은 아니기 만을.


12살의 소년의 소망치고는 너무나도 비참한 소망을 품으며 소년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



눈을 뜨자 바로 보인 것은 빛 하나 없이 어둡고 곰팡이가 자란 칙칙하기 짝이 없는 천장. 고개를 들자 차디찬 철로 된 을씨년스러운 철창이었다.



“하아아아아아······.”



눈뜨자마자 처음 본 게 이런 광경이니 소년의 입에선 절로 한숨이 튀어나왔다.


소년은. 아니 이제는 어엿하고 멋진 청년으로 성장한 22살의 진은 차고 딱딱한 바닥에 누워서 뻐근해진 목을 풀었다.


키는 많이 컸지만 여전히 성별을 가늠키 어려운 중성적인 얼굴을 가진 진은 다른 사람이 못 들을 아주 작은 소리로 조용히 읊조렸다.



"....납치는 10년 만이네."



안 그래도 10년 전 꿈을 꾼 참이라서 기분도 안 좋은데 말이다.



“우연 한 번 뒤지게 지랄 맞네.”



10년 전과는 달리 제법 감정이 풍부해진 진이었다.


작가의말

으어어어어. 비정기입니다.


개학하기 전에 열심히 써봐야겠네요. 개학 해도 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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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화-블러드문 20.12.20 5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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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화-빌드 업 20.12.09 42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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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화-선발대 20.12.02 140 3 16쪽
46 46화-영혈교 20.12.01 47 2 17쪽
45 45화-수상한 남자 20.11.30 49 3 18쪽
44 44화-첫 출근 20.11.26 46 2 15쪽
43 43화-최종 합격자들 20.11.25 54 3 16쪽
42 42화-막고라 20.11.23 62 3 15쪽
41 41화-도망자VS추격자 20.11.22 51 4 15쪽
40 40화-탈출 계획 20.11.20 52 4 17쪽
39 39화-한밤 중의 대치 20.11.18 44 3 16쪽
38 38화-첫째날 20.11.17 52 3 19쪽
37 37화-전초전 20.11.15 46 5 19쪽
36 36화-새로운 시작 20.11.13 48 2 16쪽
35 35화-결단 20.11.11 51 2 18쪽
34 34화-마지막 인사 20.11.09 50 4 19쪽
33 33화-입단식 20.11.05 51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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