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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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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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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96,506

작성
2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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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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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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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57화 힘들면 메시지 남겨

DUMMY

까드득! 까드득!


거대한 몸뚱이를 한강 속에 푹 담그고 머리만 쏙 내민 채 맛있게 컵라면을 먹는 리스. 아르피아 대륙에서 처음 컵라면을 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종이 재질 컵라면 용기는 새빨간 국물이 스며 들어간 맛좋은 건더기라 리스의 입안에서 잘게 씹혀졌다.


“아이구, 맛있다! 아르피아 대륙에서는 진짜 짬뽕밖에 없어서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는데, 역시 신제품은 뭐가 달라고 확실히 다르구나!”

“······.”


리스의 심부름으로 저 멀리 떨어진 편의점을 다녀온 소녀는 한 젓가락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그저 리스의 모습에 넋이 나갔다.


‘컵라면을 통째로 씹어 먹는 용··· 아니, 히드라라니! 저 입가에서 뚝뚝 떨어지는 국물은 어떻게 해?’


뜨거운 물이 부어져 잘 익은 컵라면을 용기째 씹어먹었으니 입가가 온통 새빨간 국물로 범벅이 되는 건 당연한 일. 그런데 맛있다며 씩 웃고 있는 저 표정은 어떻게 봐야 할까? 비록 무섭게 생긴 괴물이라도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우리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잖아?”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소녀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리스가 급히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나는 히드라, 너는 인간. 서로 어떤 종족인지는 확인했으니 이제 이름이 뭔지 알아야겠지? 내 이름은 리스라고 한다.”

‘리스? 히드라 리스? 히드라 리스크?’


1997년에 대한민국에 처음 상륙하여 적지 않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전략 시뮬레이션 스타크래프트. 리스의 이름을 듣자마자 소녀의 머릿속에서 저그 유닛 중 하나인 히드라 리스크가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어이?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잠깐 현실로 돌아와서 이름 좀 알려주면 안 될까?”

“미, 미안. 내 이름은 세미야. 이세미. 열일곱 살이고, 한성 고등학교 1학년이고······.”

“이세미, 이름이 제법 예쁜 것 같고, 나이가 열일곱 살이면 나보다 이백사십일 년 아래구나.”

“으응.”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되고,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거, 안 먹을 거야? 뱃속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제법 큰 게 배가 많이 고픈 것 같았는데?”

“아, 아니야. 먹을게.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어서 배가 많이 고팠어.”


리스의 재촉에 그제야 본격적으로 젓가락질을 하는 세미. 마침 시간이 흘러 알맞게 식었겠다, 젓가락질이 점점 빨라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국물까지 싹 사라졌다.


“저기, 괜찮다면 내 것도 줄 테니까 먹어. 누가 보면 하루 종일이 아니라 사나흘은 굶은 줄 알겠어.”

“그, 그래도 돼?”


컵라면 세 개 중 두 개는 당연히 거대한 체격의 리스 몫이었을 텐데, 정말 먹어도 되는지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


“먹어. 난 나중에 집에 가서 몇 개 더 끓여 먹어도 돼.”

“집? 리스한테 돌아갈 집이 있어? 어디에?”


저런 거대한 괴물에게 집이라면 깊은 산속이나 동굴, 아니면 물속이 퍼뜩 떠오르는데, 안타깝게도 세미의 판단은 완전히 빗나갔다.


“나도 세미 너처럼 동족들에게 왕따 당하면서 길거리에서 노숙하고 어휴! 밖에서 새우잠 자는 건 딱 질색이라 집을 마련했지. 내 명의로 된 집은 아니고, 서울에 있는 아파트 정도로만 설명해두지.”

“그, 그렇구나. 아파트······.”

“설마 또, 그 집이라는 게 인간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착각한 건 아니지?”

“아, 아니야. 그럴 리가.”


어쩐지 추궁을 하는 분위기가 되어 다시 어색한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리스는 조심스럽게 두 번째 컵라면에 젓가락질을 하는 세미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분위기도 전환할 겸 입을 여는데.


“흑······.”

“왜, 왜 그래?”


갑자기 비 오듯 눈물을 쏟아내는 세미의 모습에 리스는 당혹감을 감추기 어려웠다. 혹시 자신의 추궁 같은 말에 속이 상해 울화가 치민 걸까?


“컵라면이지만, 이렇게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한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 너무 맛있고, 배가 부르니 기분도 좋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어.”


세미는 컵라면을 내려놓고 리스에게 거의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였다.


“나에게 이렇게 따뜻한 친절을 베풀어줘서, 정말 고마워.”

‘끄응! 이럴 줄 알았으면 컵라면 따위가 아니라 어디 고깃집에라도 데려갈 걸 그랬나? 포만감을 마음껏 느끼는 식사시간에도 그토록 불편했다면, 대체 지금까지 무슨 일을 겪은 거야?’


******


흔히 몸에 좋지 않다는 인스턴트 식품이지만 충분한 포만감과 함께 저녁식사가 끝나고, 기쁨의 눈물로 범벅이 되었던 얼굴도 깨끗하게 닦은 뒤 그동안 세미가 겪었던 고통이 리스의 귀에 똑똑히 들어왔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중학생, 지금 고등학생이 되어서까지 왕따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고? 도대체 왜?”


지금은 전설의 히드라로 그 어떤 동족도 감히 자신과 눈도 못 마주칠 정도지만, 과거에는 머리 세 개 밖에 달려 있지 않아 흔히 기형아로 불리며 처절하게 괴롭힘을 당했던 리스. 자신 못지않게 심각한 괴롭힘을 당해온 세미의 이야기에 당장 게거품을 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늘 생각해봤어. 난 어쩌다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을까? 왜 왕따를 당하는 걸까? 부모님이 이혼하고 집 나가고, 할머니 밑에서 자라서? 동전 하나 없어 알사탕조차 사 먹지 못하는 가난뱅이라서? 생긴 것 자체가 재수 없게 생겨서? 정말 모르겠어.”

“모르는 게 당연하지. 누군가 괴롭히는데 이유가 있어야 해? 아니, 애초에 그런 일은 벌어져서는 안 될 아주 못된 상황이라고!”


리스의 두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너무 힘들어서 선생님께 말씀드려도 아무 소용 없었고, 오직 나만 바라보시는 할머니한테는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 쭉 숨기고 있었어. 학교를 졸업하면 분명 달라지겠지 기대하며 하루하루 버텼지만······.”

‘하아, 왕따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어떤 의미에서는 내가 철저히 방해한 꼴이 되어버렸군. 원망이나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야.’


죽고 싶었던 자신을 왜 구해줬냐며 리스에게 마구 원망을 퍼부었던 세미.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벌인 행동에 대해 후회 같은 건 없었다.


“이거 받아.”


리스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지퍼백에서 스마트폰을 공중에 띄우더니 세미의 손 위에 사뿐히 내려놓았다.


“리스, 이걸 왜 나에게? 혹시 팔아서 필요한데 쓰라는 거야?”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어 정말 진지하게 물어본 거였는데.


“뭐?! 미쳤냐?! 갤럭시 노트 일레븐이 얼마짜리인데 공짜로 가져갈 생각을 하는 거지?!”

“그, 그럼?”

“전화번호 교환하자는 거지. 오늘처럼 목숨을 끊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 때, 그런 못된 생각 다신 꿈도 꾸지 말고 나한테 메시지를 남기라고.”

“으응.”


세미와의 번호 교환이 끝나고, 리스는 스마트폰을 지퍼백에 담아 옆구리 살을 째고 쑥 밀어 넣었다.


“이걸로 택시 타고 얼른 집에 가.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날 괴롭혔던 녀석들 남겨두고 혼자 죽어 자빠지는 것만큼 한심한 짓거리도 없으니 명심해.”

“······.”


리스가 쥐어 준 택시비와 그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는 세미. 추상같은 꾸지람 같은 말에 동의는 하지만, 자신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주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엿보인다.


“날 봐. 과거에 개망나니처럼 살다 때로는 자살도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번듯한 집에 가족, 친구도 생기고, 이렇게 값비싼 스마트폰도 개통해서 쓰고 있잖아? 마음 강하게 먹고 참고 견디면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정말,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

“그럼! 여기 너처럼 지독하게 왕따를 겪었던 당사자가 거짓말을 하겠어? 나를 믿고 힘들면 꼭 메시지를 남기도록 해.”

“그래, 알았어.”


반신반의하며 일단 고개를 끄덕이는 세미. 리스는 그 정도 마음가짐이면 충분하다며 썩 밝게 보이진 않지만 빙긋 미소를 지어 보인 뒤 그렇게 헤어졌다.


******


거대한 히드라에서 조그만 능구렁이로 변신해 다시 그 먼 길을 돌아온 리스는, 파이프를 타고 베란다를 통해 집 안으로 무사히 들어갔다.

휘수는 물론 알카디우스, 샤키라, 세나 모두 잠이 들었는지 거실 형광등이 환히 켜져 있는 집안에서 적막감이 느껴졌다.


“······.”


소파에 앉아 팔짱을 끼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잠들어 있는 휘수. 눈이 퉁퉁 부어 있는 모습이 가엾은 알카디우스를 보며 너무나 많은 눈물을 흘린 것 같다.


“휴우······.”


휘수와 알카디우스는 친구 관계를 넘어선 연인 관계. 자신이 형님으로 모시는 분의 슬픔이 선명하게 느껴져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


‘다른 친구들은······.’


마침 안방 문이 살짝 열려있어 조심스럽게 들어가 보니, 먼저 술에 잔뜩 취했던 알카디우스가 침대에 누워 죽은 듯이 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뒤에서 그녀를 힘껏 끌어안은 채 자고 있는 세나의 모습까지.

알카디우스는 자신이 처한 악몽 같은 상황 때문에, 세나는 친언니 같은 알카디우스가 이토록 절망에 빠진 모습이 너무나 슬퍼 두 아가씨 모두 눈가에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상태였다.


‘샤키라 녀석이, 고생 좀 했겠군.’


샤키라는 혹시나 모를 돌발상황에 대비하여 안방에 쭉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저 거대한 웨어울프 체격에 조그만 화장대 의자에 앉아 새우잠을 자다니, 게다가 저 녀석 눈가도 왜 이렇게 촉촉하게 젖어 있는 건지.


‘휴우, 일단 눈 좀 붙이고 대책을 마련해보도록 하자. 어떻게든 알카디우스가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리스, 이제 들어온 거야?“

”혀, 형님?“


조용히 안방에서 나오자마자 언제 일어났는지 벌떡 일어서 있는 휘수와 눈이 마주쳤다.


”녀석, 샤키라가 아무리 미운 소리 했어도 그렇지. 아무 말도 없이 밖으로 나가서 연락 한 통도 안 주고, 걱정했잖아?“

”죄, 죄송합니다, 형님. 그땐 제 속마음도 몰라주고, 너무 속상해서 앞뒤 가릴 틈도 없었어요.“

”하아, 네 마음 이해해. 말이 좀 서툴 뿐이지, 다 알카디우스를 위해서였잖아?“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저야 감사할 따름이죠, 헤헤.“


그래도 나한테는 형님밖에 없구나! 엷지만 그래도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래. 명색이 히드라의 인간 형님인데, 동생 마음 몰라주면 안 되겠지?“


휘수도 리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 냉장고를 열어 병째로 냉수를 한 모금 마셨다. 깜박 잠이 들었다가 심한 갈증이 나 잠깐 깨어난 것 같다.


”형님, 조금 멀리 바람 쐬러 나갔다 왔더니 피곤해서, 그만 쉬겠습니다.“

”리스.“


휘수가 소파로 가서 똬리를 틀고 잠을 청하려던 리스를 불러세웠다.


”괜찮다면, 형이랑 소주나 한 잔 할래?“

”형님······.“

”갈증 나서 잠깐 깬 줄 알았는데, 잠이 싹 달아나 버려서 말이야. 아무래도 알코올의 힘을 좀 빌려야 할 것 같아서 하하······.“


술은 혼자 혼술하는 것보다 한 명이라도 같이 마시는 게 훨씬 맛이 좋지! 리스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휘수는 벌써 소주 한 병과 종이컵 두 개를 꺼내 간절히 애원의 눈빛을 보냈다,


”그렇게 하시죠, 형님, 아무래도 저도 술을 좀 마셔야 잠이 올 것 같네요.“

”역시 내 히드라 동생이야. 고맙다.“


순순히 이어진 리스의 동의 덕분에, 텅 비어 있던 식탁에 조촐한 술상이 차려졌다. 소주 두 병과 각자 안주로 먹을 컵라면 두 개가 어서 뱃속으로 들어가기만을 기다렸다.


작가의말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문피아 작가님들, 독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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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제297화 너의 마음은 어때? 20.03.13 73 1 12쪽
296 제296화 언니의 부탁 20.03.08 50 1 12쪽
295 제295화 블루 드래곤의 속셈 20.03.06 33 1 13쪽
294 제294화 아들아, 미안하다 (下) 20.03.04 53 1 13쪽
293 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20.03.02 41 1 12쪽
292 제292화 아들아, 미안하다 (上) 20.02.29 33 1 14쪽
291 제291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20.02.28 39 1 14쪽
290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20.02.26 32 1 12쪽
289 제289화 현휘수, 어디에 있니? +1 20.02.24 43 1 14쪽
288 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20.02.19 40 1 12쪽
287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20.02.17 71 1 12쪽
286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20.02.16 41 1 11쪽
285 제285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1 20.02.14 67 2 13쪽
284 제284화 소리 질러! 20.02.12 37 1 12쪽
283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20.02.10 33 1 12쪽
282 제282화 안전장치 20.02.09 71 1 12쪽
281 제281화 어제의 악몽이 다시? 20.02.08 43 1 12쪽
280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20.02.05 66 1 11쪽
279 제279화 가슴이 아파 20.02.03 75 2 14쪽
278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20.02.02 37 2 11쪽
277 제277화 휘수에게 무슨 일이? 20.02.01 32 2 14쪽
276 제276화 새 친구들과 함께 20.01.31 42 2 14쪽
275 제275화 양아치 해산 20.01.29 49 2 12쪽
274 제274화 찌질한 것들 20.01.26 72 2 14쪽
273 제273화 하늘이 두렵지 않니? 20.01.25 44 2 14쪽
272 제272화 무자비한 폭력 20.01.24 60 2 13쪽
271 제271화 더러운 양아치 20.01.20 36 2 14쪽
270 제270화 대책 회의 20.01.19 41 2 13쪽
269 제269화 장난꾸러기에게 응징을! 20.01.18 7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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