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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황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이화영
작품등록일 :
2023.07.31 18:04
최근연재일 :
2023.12.30 10:43
연재수 :
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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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86
추천수 :
659
글자수 :
649,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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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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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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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변고

DUMMY

이날 혈화문엔 이상하리만치 많은 악재가 터졌다.

아침 일찍 한 통의 서신이 도착했다.

해 장로의 요구사항인 용산장원의 집문서를 얻기 위해 떠났던 금파파, 홍금보, 강군, 두문택으로부터 안타깝지만 임무에 실패했다는 전갈이 도착한 것이다.

육손과 철두는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인원도 인원이거니와 소요된 시간과 자금도 상당했기에 그만큼 실망감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점심 무렵에는 식당에서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능소의 시녀 소희가 시키지도 않은 설거지를 하겠다고 나섰다가 펄펄 끓는 가마솥에 팔을 데었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능소가 얼마나 화를 내던지 만일 육손이 현장에 있지 않았다면 오늘 여럿, 줄초상을 치렀을지도 모른다.


사고를 수습하고 집무실로 복귀하던 육손은 중간에 방문자 보고를 위해 올라오던 이호와 마주쳤다.

이호가 금강상단 증 행수가 얼음 창고 만빙고(萬氷庫)를 가지고 도착했다, 보고했다.

만빙고는 그냥 얼음 창고가 아니었다.

그 안에는 탁 대인의 아들 탁단봉의 시체가 안치돼 있었다.

육손은 철두와 장인 이공을 찾아 함께 장원 대문으로 이동했다.

대문 앞에는 증 행수가 기다리고 있었고 그 뒤로 소 열 마리가 끄는 거대한 수레가 보였다.

수레 위에는 나무틀로 야무지게 고정한 얼음 창고가 실려 있었다.

만빙고는 후원 송파정 옆 동산 자락으로 옮겨졌다.

볕이 잘 들지 않고, 바람도 선선해 지상이 떠나기 전 미리 정해놓은 장소였다.

목수들과 무사 수십이 달라붙어 여러 개의 주춧돌 위에 얼음 창고를 내려놓을 무렵 외사촌 오빠의 시신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마심아가 한걸음에 달려왔다.

주춧돌과 창고 사이 틈새를 황토로 메우는 작업이 끝난 뒤 육손과 철두는 마심아와 함께 창고 안으로 들어섰다.

얼음으로 된 관 속에 심장을 잃은 탁단봉이 양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누워있었다.

하얀 서리로 뒤덮인 사촌 오빠의 시신 앞에서 마심아가 끝내 통곡을 터뜨렸다.

왕정정이 두꺼운 옷가지를 가지고 들어와 차가운 한기로부터 심아를 보호했다.

육손과 철두는 상시 관의 뚜껑은 닫아 놓되 시신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증 행수를 데리고 창고를 나섰다.

창고를 나온 두 사람은 송파정 앞에서 심각한 얼굴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임하선과 마주쳤다.

육손이 하선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왜? 무슨 일 있나?”


하선이 사람들 눈이 닿지 않는 으슥한 곳으로 철두와 육손을 이끈 후 나지막한 목소리로 고했다.


“오늘··· 황도에 변고가 터졌습니다.”

“변고?”

“네, 천자께서 궁내에서 암살을 당할 뻔하셨습니다.”


하선의 말에 철두와 육손은 말문이 막혀 입을 떼지 못했다.


“다행히 하늘이 도우셔서 암살 시도는 천자께서 약간의 찰과상을 입으신 선에서 끝났습니다. 한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황건명 대인이 급히 혈화문 대표와 만나기를 원하십니다.”


육손이 당황해하며 물었다.


“아니, 사건 처리만으로도 바쁘실 텐데 굳이 우릴 보자고 하셨다고?”

“네.”

“무슨 사정인지까지는 모르고?”

“네. 서신엔 그것까진 적혀 있지 않았고 무조건 오늘 저녁 만나기를 원한다고만 적혀 있었습니다.”


육손이 동갑내기 철두를 돌아보며 물었다.


“자네가 저녁에 하선이랑 다녀오겠나? 장원은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

“괜찮겠어? 오늘 희한하리만치 사건 사고가 많이 터져서 왠지 마음이 편치 않은데···.”

“뭐, 능소님도 계신 데 별일이야 있겠어?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게.”


철두가 수긍하며 육손의 어깨를 두드렸다.


“···알았네. 금방 다녀오겠네.”


늦은 오후 철두가 하선과 함께 황건명을 만나러 길을 떠났다.

아니나 다를까.

그로부터 한 식경이 지난 뒤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예정에 없던 사람들이 장원에 도착했다.

루앵을 미끼로 세 장로에게서 머리띠 세 개를 챙겨 돌아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떠났던 몽일천과 관지연이었다.

두 사람의 도착 예정일은 내일이었다.

세 장로의 자택이 모두 야야장을 벗어난 곳에 자리해 있어 시간의 경과는 필연적인 것이었다.

한데 어긋난 것은 시간만이 아니었다.

복귀한 두 사람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관지연은 몸 곳곳에 칼과 암기로 인한 상처가 있었고, 몽일천은 아예 의식이 없었다.

몽일천을 진맥한 홍 의원이 그가 장원까지 살아 돌아온 것만도 기적이라 말할 정도였다.

몽일천의 가슴팍엔 선명한 붉은색 손도장이 찍혀 있었는데 무공의 고수로부터 암습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

관지연도 반쯤 정신이 나가 헛소리를 늘어놓는 통에 두 사람이 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아내기가 힘들었다.

다만 그것만은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육손이 관지연에게 냉수를 먹인 뒤 그녀의 어깨를 붙들고 차갑게 캐물었다.


“머리띠는? 머리띠는 받아냈는가?”


관지연이 고개를 정신없이 끄덕이며 상의 안쪽에 숨겨놓은 순백의 머리띠 세 개를 들어 보였다.

육손이 당장 그것을 뺏어내려는 데 관지연이 가슴팍 안으로 그것들을 숨겨 버렸다.


“아니 왜?”

“안돼, 안돼. 절대 머리띠는 내줄 수 없어!”


확실히 그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머리띠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육손은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 하나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육손이 홍 의원에게 물었다.


“몽 고문을 치료할 수 있겠소?”


홍 의원이 몽일천의 벗은 몸 위로 솜이불을 덮으며 차분히 대답했다.


“경맥 일부가 손상되긴 했으나 다행히도 완전히 끊어지진 않았습니다. 상대가 급작스레 주입한 진기로 인해 내상을 입은 것이니 마찬가지로 내공의 고수를 찾아 진기를 주입해 치료하면 생각보다 빨리 상세가 호전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공의 고수라···.”

“일단 며칠 안정을 취하면서 미음을 먹여 원기를 보존한 뒤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 사이 내공의 고수를 찾는 게 시급하고요.”

“알았소,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하리다.”

“네, 하면 몽 고문은 의방으로 모실까요? 아니면 가족들이 있는 중망루로 옮길까요?”

“음, 우선 몽 고문과 관지연 두 사람을 의방으로 모시도록 하시오. 사모님한테는 내가 가서 아뢴 후 조금 있다가 모시고 올 터이니.”

“네,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육손은 그 길로 중망루로 향했다.

몽 고문의 아내 줄리는 중원 말을 알아듣지 못해 부득이 무어인 아이 시아티를 대동해야만 했다.

시아티를 통해 남편의 상태를 알린 뒤 줄리와 그녀의 딸 릴리를 데리고 다시 의방으로 돌아왔다.

한데 홍 의원이 대청으로 뛰어나와 육손에게 물었다.


“책사님, 혹시 오시는 길에 관지연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응, 보지 못했는데 무슨 일이오?”

“방금까지 저쪽 쪽방에서 치료 중이었는데 잠시 세숫물을 받으러 간 사이 그녀가 사라졌습니다.”

“사라져?”

“···네.”


그때였다.

장원 안에서 엄청난 폭음 소리가 들린 것이···.

폭음 뒤엔 시뻘건 불길이 솟구쳐 올랐다.

마심아의 처소가 있는 유향각 방향이었다.

육손이 밤하늘 위로 자신의 폭죽을 터뜨린 뒤 근처에 있던 무사들과 함께 유향각으로 뛰어갔다.

유향각 입구 십여 장 거리에서 전각의 담장을 뛰어넘는 복면인을 발견했다.

복면인의 등에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육손이 황급히 소리를 내질러 주변 무사들에게 상황을 알린 후 그자를 쫓으려는 데 공교롭게도 전각 입구에서 복면인 하나가 더 튀어나왔다.

곧장 도망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들 사이에 치열한 혈투가 벌어졌다.

순간 누군가 유향각 안에서 소리쳤다.


“쌍둥이들이 당했다! 휘 노인도 당했다!”

“거기 조심해! 대들보가 쓰러진다!”


우지끈, 쾅, 쾅쾅――


“아아아악. 다, 다리가!”

“도와줘, 빨리!”

“어이, 거기. 사람을 더 불러와! 물도 필요해! 빨리!!”


유향각 안에서 들려오는 식솔들의 다급한 외침들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변고에 육손이 입술을 사정없이 깨물었다.

그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부하들에게 자리를 맡기고 어딘가를 향해 다급히 뛰어가기 시작했다.

앞서 담장을 넘은 복면인이 사라진 방향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육손은 그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복면인은 육손이 장원에 설치한 함정들을 모조리 꿰고 있었다.

다만 그것들을 피하느라 속도가 늦춰진 것 같았다.

육손으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여기저기 파놓은 구덩이 함정과 밤에는 시야에서 사라지는 특별한 은사(銀絲)로 쳐 놓은 그물 함정을 모두 통과한 녀석이 뒤를 힐끔 돌아봤다.

일순 육손과 침입자의 시선이 마주쳤다.

침입자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육손을 향해 한 무더기의 암기를 쏘아냈다.

육손이 근처 나무 뒤로 급히 몸을 피했다.

그가 다시 머리를 내밀었을 땐 복면인은 북서쪽 남서호와 인접한 담벼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육손이 서둘러 함정을 통과한 뒤 침입자를 계속해서 쫓았다.

한데 그자의 경공술이 너무 뛰어나 육손과 그자 사이의 간격은 점점 더 벌어졌다.

가슴이 터질 정도로 숨이 가빠왔지만, 육손은 포기할 수 없었다.

복면인이 등에 멘 마대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 안엔 사람이 들어있을 것이 분명했고, 지상 문주와 내년에 결혼식이 예정된 마심아 소저일 것도 분명했다.


“앗!”


지친 육손이 돌부리에 걸려 차가운 흙바닥 위로 고꾸라졌다.

그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근처에 있던 돌조각 하나를 집어 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육손이 이제는 너무 멀어져 점으로 변한 적을 향해 돌조각을 힘껏 내던졌다.

닿을 리가 없었다.

허무하게 중도에 떨어져 내리는 돌조각을 보며 비틀비틀 앞으로 걸어나가는 데 갑자기 어디선가 불화살들이 날아와 복면인을 덮쳤다.

한 무리의 흑인 노예들이 담벼락 아래 얕은 습지대로 들어선 복면인을 향해 활을 쏘며 달려오고 있었다.

육손이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문득 든 생각에 육손의 낯빛이 흐려졌다.

그가 흑인 노예들을 향해 소리쳤다.


“안돼! 쏘지 마! 활은 쏘지 마!”


흑인 노예들이 쏘는 활엔 눈이 없었다.

마심아가 활에 맞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흑인 노예들이 머리 위로 양손을 교차하고 펄쩍펄쩍 뛰고 있는 육손을 발견했다.

녀석 중 누군가가 육손의 뜻을 알아차렸다.

흑인들이 활을 내려놓은 후, 칼을 빼 들고 습지대로 뛰어들었다.

좁은 습지대 안에서 복면인과 흑인들 간에 격한 일전이 벌어졌다.

육손도 있는 힘을 다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한데 그가 막 습지대에 도착했을 땐 흑인 노예 모두가 적의 칼에 맞고 쓰러진 직후였다.

적은 일신에 상상 이상의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덜컥 겁이 났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육손은 자신이 죽을 걸 알면서도 적을 뒤쫓았다.

담벼락 밑에 도착한 적이 육손의 추격을 알아차렸다.

그자가 소맷자락에서 아미자 하나를 꺼내 들고 육손을 맹렬히 노려보다가 육손이 막 습지대의 끈적이는 진흙탕에 하체가 모두 잠겼을 때 아미자를 힘껏 내던졌다.

바람을 가르고 날아온 아미자가 육손의 빗장뼈와 어깨뼈 사이를 관통한 뒤 등을 빠져나가다가 휘어진 갈고리 부분이 어깨뼈에 턱, 걸렸다.

어마어마한 충격과 고통에 육손이 비명을 지르며 한쪽으로 몸을 쓰러뜨렸다.

그가 결국 진흙탕에 머리를 꼬라박았다.

복면인은 그제야 안심한 뒤 마대의 상태를 한 차례 점검한 후 높은 담벼락을 발로 차듯 밟고 올랐다.

이 담장만 넘으면 남서호였고, 깊은 호수를 조금만 헤엄쳐가면 지난 밤 미리 물풀 속에 감춰둔 쪽배에 올라탈 수 있었다.

한데···

그가 담장을 완전히 넘어가려던 순간 뭔가가 복면인의 팔을 따끔하게 깨물었다.

윙, 윙 날갯소리가 들리는 게 모기 같았다.

너무 긴장한 탓이었는지, 모기 한 마리에 진기가 흐트러진 복면인이 황급히 담장 위에 내려섰다.

그가 다시 숨을 가다듬고 몸을 움직이려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골반과 이어진 다리 관절 부분이 무척이나 뻑뻑한 게 다리가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당황한 복면인이 문득 고개를 들어 올렸다가 전방 하늘을 뒤덮은 시커먼 무언가와 눈이 마주쳤다.

마치 검은 해골을 연상시키는 그것은 작은 곤충들이 만들어낸 형상이었다.

불안함 속에 복면인이 갑자기 고개를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뒤이어 찾아든 곤충들의 날갯소리 때문이었다.

그 소리가 어찌나 웅장한지 복면인의 귀에서 피가 나올 지경이었다.

순간 검은 해골이 흩어지며 사라지더니 복면인이 미처 방비할 새도 없이 곤충들이 복면인을 덮쳤다.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모기가 아니었다.

작지만 엄연히 전갈의 몸통을 하고 있었고 등에는 없어야 할 기다란 날개가 달려 있었다.

날카로운 독침과 단단한 턱으로 무장한 그것들이 복면인의 옷을 파고들어 닥치는 대로 침을 쏘고 살갗을 턱으로 물어뜯었다.

복면인은 한 발만 더 내디디면 호수에 빠져 그것들을 떼어낼 수 있었지만, 그 한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복면인이 산채로 수천 마리의 벌레들에게 물어뜯겼다.

그가 절규하듯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소리마저 새어 나오지 않았다.

독이 어느새 혀의 신경까지 스며든 것이다.

죽어가던 복면인이 인기척을 느꼈다.

복면인이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눈알을 돌려 담장 위에서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작고 검은 남자를 발견했다.

난쟁이 사내가 옷이든 복면이든 모조리 벌레에게 먹혀 알몸 상태가 되어 버린 침입자를 향해 말했다.


“관지연. 대체 왜 그랬느냐?”


관지연이 능소를 향해 어버버, 뭐라 말을 내뱉었으나 그것은 이미 사람의 음성이 아니었다.

독과 물어뜯긴 상처로 인해 온몸이 검붉은 나무토막처럼 변한 관지연이 끝내 담장 뒤로 쓰러졌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몸뚱이가 장원 안으로 뒤집힌 채 고꾸라졌다.

밑에서 대기 중이던 일단의 무사들이 떨어지던 그녀에게서 마대만 낚아챘다.

관지연이 철퍼덕, 생을 마감했다.

능소가 허리춤에서 그의 호리녹적(狐狸綠笛)을 꺼내 불자 관지연을 뒤덮은 독충들이 담벼락 아래 놓인 철의거 속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짧은 팔로 담벼락을 아슬아슬하게 타고 내려온 능소가 자신의 철의거에 안착하더니 철의거를 몰아 저만치 진흙으로 범벅된 채 들것에 실려 있는 육손에게로 다가갔다.

능소가 오늘 하루 너무 많은 일을 겪어 반쯤 정신이 나가 있는 육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책사 양반, 적을 모두 진압했으니 이만 안심하시게.”

“···그, 그렇습니까? 하면 마심아님은요?”

“구해냈네.”

“아··· 정말 다행입니다.”

“자네가 고생이 많았네.”

“하면 침입한 적은 누구였습니까?”


능소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안타깝지만 이번 사건은 적이 침입한 게 아니라 내부에서 관지연 주도로 일어난 여몽단 여자 무사들의 배신이었네. 이호가 장원 안에서 혼란을 일으키던 십여 명의 무사들을 모조리 제압했고 또 담장을 넘어 도망치려던 자들도 망루에서 쏜 화살에 한 명 예외 없이 맞아 죽었네.”


육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관지연, 그녀가 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그 여자는 이미 죽었으니 그 이유는 붙잡은 자들을 심문해서 알아내면 될 것이야. 한데 내 생각엔··· 음, 아닐세, 지금은 그저 자네 몸 생각만 하시게. 나는 이만···.”


그때 뭔가 생각난 육손이 떠나려던 능소의 팔을 붙들고 물었다.


“머리띠는요? 머리띠는 어찌 됐습니까?”


능소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관지연이 가지고 있던 머리띠는 가짜였네. 독충들이 물어뜯을 때 혹시나하고 유심히 관찰했는데 길이도 달랐고 앞부분만 머리띠와 유사하게 만든 단순한 헝겊 쪼가리였네.”


육손이 탄식한 뒤 질끈 눈을 감았다.

능소가 다가가 육손의 어깨를 살며시 짚더니 육손이 혈화문에 합류한 이후 처음으로 그에게 살갑게 말했다.


“책사 양반, 자네 잘못이 아니야. 자넨 최선을 다했고 언젠가 한 번쯤 일어날 일이었어. 단언컨대 자네가 아니라 누구라도 관지연의 배신을 알아차릴 순 없었을 거야.”


육손이 대답 없이 능소의 손을 마주 잡은 채 어깨를 들썩였다.

그는 알고 있었다.

상춘 쌍둥이들이 죽고 휘 노인까지 당했다는 사실을···.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 또 누가 이번 일에 휘말려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을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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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종말의 혈화문(4) +1 23.12.17 97 3 16쪽
90 종말의 혈화문(3) 23.12.16 95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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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피할 수 없는 전쟁(4) 23.11.15 174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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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여후의 장례식(4) 23.10.29 236 5 15쪽
74 여후의 장례식(3) 23.10.27 230 5 14쪽
73 여후의 장례식(2) 23.10.25 265 5 17쪽
72 여후의 장례식(1) 23.10.24 309 5 17쪽
71 야야장 사람들(5) 23.10.22 272 5 16쪽
70 야야장 사람들(4) 23.10.20 256 6 14쪽
69 야야장 사람들(3) 23.10.19 270 5 19쪽
68 야야장 사람들(2) 23.10.17 276 5 14쪽
67 야야장 사람들(1) 23.10.16 262 4 16쪽
66 중간 결산(2) 23.10.15 253 4 15쪽
65 중간 결산(1) 23.10.13 311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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