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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이화영
작품등록일 :
2023.07.31 18:04
최근연재일 :
2023.12.30 10:43
연재수 :
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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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34
추천수 :
659
글자수 :
649,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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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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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야야장 사람들(5)

DUMMY

다음 날 동틀 무렵.


칠석교 동쪽에서 아주 아주 긴 뿔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무림맹 진영이었다.

적진을 살피고 돌아온 정찰병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젊은 장교가 대장군 막사 안으로 들어섰다.

장교가 아침 점호를 준비 중이던 장군들에게 큰소리로 고했다.


“다리에 방책과 울타리가 쳐지고 있고, 무인들은 하나같이 검은색 장포와 바람막이, 검은색 목토시 등을 착용하고 있으며 진영 내 분위기도 아주 엄숙하고 침울하다 합니다.”


부관에게 도움을 받아 미늘 갑주를 착용하고 있던 남궁연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황건명을 돌아봤다.

백호 가죽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은 황건명은 말없이 염주만 굴려댔다.

화로 곁에서 녹차를 우려내고 있던 공선 대사가 차분한 어조로 대장군에게 말했다.


“누군가 상을 당한 듯합니다.”


황건명이 끄덕이며 장교에게 명했다.


“전군에 알려라. 적의 모습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경계에 만전을 다하라고. 행여 소란을 피우는 자가 있다면 본보기로 참수도 불사하겠다, 일러라.”

“네! 장군님!”


한 시진 뒤 적진에서 사신이 도착했다.

하얀 천을 매단 장대를 오른손에 거머쥔 중년 무인이 황건명을 바라보고 서서 담담히 말했다.


“맹주님께서 아내상을 당하시어 앞으로 삼 일간 장례식을 치르고자 하시니 그 기간만이라도 휴전을 청하러 왔습니다.”


황건명이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맹주님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전해드리고, 혹여 우리 측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사람을 보내라 말씀드리게.”

“네, 감사합니다. 대장군.”


그리하여 황군과 무림맹 간에 삼 일간의 휴전이 성사되었다.

이 소식은 곧 혈화문 장원에도 전해졌다.

황군 파발보다 한발 앞서 장원에 도착한 영야각 임청라에 의해서였다.

이지상은 부하들과 함께 연무장에서 사사키 유이의 취검을 구경하던 중이었다.

지상의 시선을 쫓아 유이의 현란하면서도 때론 질박한 검술을 바라보며 청라가 말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여인이 드디어 하늘로 승천하셨구만.”


지상이 무뚝뚝하게 물었다.


“노환으로 가신 겐가?”

“음······.”

“왜?”


청라가 짧게 한숨을 내쉰 뒤 대답했다.


“다들 입을 싹 닫고 있어서 조사에 어려움이 있긴 한데, 그녀의 죽음에 사천당가 당지위가 개입됐다는 보고가 들어와 있어. 아직 교차확인 중이라 거기까지만 언급할게.”


지상이 기억 속 당지위의 자신만만 해하던 얼굴을 떠올렸다.

문득 하늘에서 엷은 눈송이가 떨어져 내렸다.

지상이 눈꺼풀을 깜빡거리더니 홍금보와 막 비검을 시작한 유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청라가 추운지 개가죽 조끼의 똑딱이를 잠그며 지상에게 물었다.


“지상.”

“응.”

“만일 자네한테도 장례식 초대장이 도착한다면 가볼 텐가?”

“말이 되는 소릴 해. 나한테 초대장이 왜 와.”

“왜? 유력한 차기 천룡회 회장님이신데, 보낼 만도 하지.”

“쓸데없는 소리 작작해.”

“흐흐흐.”


지상이 못마땅한 얼굴로 유이에게 소리 질렀다.


“유이야, 초식을 책이랑 똑같이 구현하려고만 하지 말고 거기에 내포된 의미를 좀 생각하면서 검을 내질러. 몸놀림이 너무 뻣뻣하잖아. 무슨 나무토막이냐?”

“죄송합니다, 문주님!”

“아니, 죄송이 아니라 진짜 취한 사람처럼 검술에 감정을 이입하란 소리야. 안 되겠다. 비검 그만하고 초식을 처음부터 다시 펼쳐봐. 야, 홍금보, 넌 끼지 말고 저리 가 있어.”

“넹!”

“좋아, 그래, 그렇지. 훨씬 낫다.”


그때 육손과 철두가 임청라에게 인사하며 연무장 안으로 들어섰다.

청라가 기지개를 켜며 모두를 향해 말했다.


“그나저나 천룡회 회장 선거는 참 재밌게 됐어. 선거 종료까지 한 달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세 가문이 똑같이 머리띠 세 개씩을 나눠 갖고 있으니 말이야.”


그랬다.

청라의 말처럼 현재 상관세가, 혈화문, 동해파는 각각 머리띠 세 개씩을 획득해 동률을 이루고 있었고, 그 기간은 꽤 오래 지속되고 있었다.


그 내막을 좀 들여다보면.


먼저 상관세가는 여불선이 당지위에게 강탈한 육지, 모용균의 활약으로 획득한 탁단봉의 심장, 용산장원 분쟁 해결을 통해 세 개의 머리띠를 얻었고.

다음 혈화문은 500만 냥을 상납해 받은 머리띠에 악겁웅, 여은 남매를 구해주고 얻은 머리띠 두 개를 더해 총 세 개를 획득했다.

마지막 동해파는 상장로가 몽일천에게서 빼앗은 머리띠 세 개를 거저먹고 두 진영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해서 이제 남은 머리띠는 4개였다.


하지만··· 묘 장로의 요구사항인 아수라대다라니경과 인 장로가 요구한 발타선사의 수정경, 상 장로가 꿈꾸는 천산화는 그야말로 극한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것이었기에.


세 진영은 비교적 획득 방식이 단순한 신 장로의 요구사항에 모든 힘을 쏟아붓고 있었다.


신 장로의 요구사항은 자 장로와 마찬가지로 은자였는데 액수가 딱 정해진 500만 냥이 아니라 상한액 제한이 없는 10냥이었다.

덕분에 세 진영 사이엔 경매가 시작됐고 최초 은자 10냥은 현재 은자 700만 냥으로 변한 상태였다.

육손이 다가와 청라에게 말했다.


“청라님, 오늘 날짜로 입금액을 10만 냥 더 추가하겠습니다.”


육손의 말에 청라가 공수를 들어 올리며 투덜거렸다.


“아니, 육 책사. 그건 나한테 말하지 말고 따로 비둘기 편으로 보내시게. 그것 때문에 내가 요새 골치가 아파 죽겠어. 아니, 왜 그따위 걸 우리가 맡아서 이 고생을 해야 하냐고!”


신 장로는 전쟁의 위험 때문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대신 영야각에 대리 경매를 맡긴 상태였다.

덕분에 하루에도 수차례씩 세 진영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청라만 죽어 나가고 있었다.

육손이 겸연쩍게 웃으며 답했다.


“하하, 알겠습니다.”


지상이 눈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어지간히 답답했던지, 그가 직접 연무장으로 내려가 유이에게 검술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지상과 유이를 바라보며 청라가 육손에게 물었다.


“근데 추문강 고문은 어디 갔나? 어제도 그러더니 오늘도 얼굴 보기가 힘드네?”

“지금 야영지에 있을 겁니다.”

“어, 그래? 거기 일이 바빠?”

“아, 그게 추 고문이 어제부로 야영지 총책임자로 내려가셔서···.”


육손의 말마따나 그 시각 추문강은 피난민 야영지에 마련된 자신의 막사 안에서 사람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있었다.

비교적 화려한 차림의 배불뚝이 중년인들이 추문강에게 목놓아 하소연했다.


“추 고문. 대체 언제까지 우리가 천민들하고 같이 이 차디찬 땅바닥에서 막사 생활을 해야 하는 겁니까? 오늘은 진짜 문주님 좀 뵙게 해주십시오. 애들이랑 첩들이 밤에 춥다고 난립니다.”

“돈은 원하는 만큼 드리겠다고 했지 않았습니까. 제발 장원으로 좀 들여보내 주십시오. 따듯한 침상에 누워서 잠 한번 푹 자보고 싶습니다.”

“추문강 고문님! 우리 얘기 듣고 계십니까?”


누군가의 부르짖음에 책상에 올려놓은 자신의 황금만도를 내려다보고 있던 추문강이 상념에서 겨우 깨어났다.

추문강이 야야장 상인 연합회 출신 부호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아, 혹시 나한테 뭐라고 하셨소?”


부호들의 얼굴이 동시에 찌그러진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그들이 애써 화를 참고 다시 처음부터 얘기를 시작했다.

추문강이 끄덕이며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반 각도 채 되지 않아 그는 다시 어떤 기억 속으로 미끄러지듯 풍덩 빠져들었다.


어젯밤.


추문강은 혈화문 무사들과 함께 피난민 야영지 주변을 순찰하고 있었다.

막사 밀집 지역에서 누군가 조용히 그를 불렀다.


“추문강님.”


돌아보니 정청하가 삼베 옷감으로 감싼 무언가를 양손에 받쳐 들고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강이 무사들과 헤어져 청하에게 다가오자 그녀가 들고 있던 그것을 그에게 건넸다.

삼베 옷감에 싸인 물건은 놀랍게도 추문강이 악인곡에서 잃어버린 그의 칼, 황금만도였다.


“아니, 이걸 어떻게···.”

“여기 오기 전에 악인곡에 다시 돌아갔었어요.”

“아, 혹시 그 괴수들을 처치하러?”

“네, 안 봤으면 모를까, 무림맹 사람으로서 마인들을 못 본 척할 순 없었죠.”

“녀석들을 처리했소?”


추문강의 질문에 정청하가 고개를 저으며 앞서 걷기 시작했다.

추문강이 빠른 걸음으로 그녀를 쫓았다.

청하가 말했다.


“아니요, 괴수들이랑 마인들 흔적도 못 찾았어요.”


한데 그녀의 목소리에 서글픔이 가득 배어 있었다.

추문강 생각에 아마도 악인곡에서 마인으로 변한 이도진과 이불범, 두 명의 사형 때문인 것 같았다.

추문강이 진중한 어조로 청하에게 말했다.


“사형들 일은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하오.”


순간 정청하가 걸음을 멈추더니 젖은 눈망울로 추문강을 돌아봤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응? 무엇을? 아, 사형들 일. 그렇소.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하오.”

“흠··· 저는 여지껏 흑도 분들도 우리를 괴물로 보는 줄 알았어요. 확실히 현실은 이론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괴물?”

“네, 저는 현무관에 입관한 후 쭉 흑도 사람들을 괴물로 봐야 한다고 배웠거든요.”


추문강이 한 가닥 콧김을 뿜어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소. 우리가 범죄를 밥 먹듯 저지르고 다니는 건··· 어찌 됐든 사실이니까. 지상이나 나나 절반은 괴물인 게 맞소.”

“호호, 생각보다 더 솔직하시네요.”

“흐흐흐, 솔직함을 빼면 나 추문강은 시체나 다름없소. 그나저나 당신, 정말 괜찮은 거요?”

“뭐가요?”

“무림맹을 배신한 거 말이오. 난 당신들이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을 때 깜짝 놀랐소.”


청하가 뒷짐을 진 채로 고개를 주억이며 말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린 무림맹을 배신한 건 아니에요.”

“응?”

“우린 여 맹주님을 배신한 거예요. 흑도 사람들을 뿌리까지 찾아내 모두 없애야 한다는 그분의 주장을 빼곤 우린 무림맹 내 다른 규율들은 철저히 존중해요.”

“···그렇군. 하지만 지금 무림맹은 어차피 여불선 개인의 것이잖소.”

“인정해요.”

“하면 앞으로 어찌할 생각이시오?”

“음··· 원래 모용 사형과 저의 계획은 상관금천 대사형을 설득하는 거였어요. 한데 사안이 너무 급해서 혈화문에 먼저 알리고 난 뒤 돌아가서 일을 진행하려고 했었어요.”

“아···.”

“하지만 당신네 문주가 여기에 우리 발을 묶어 버렸죠.”


지상은 반강제로 그들에게 피난민 야영지에 머무르라 명령했다.

그가 황건명을 만나고 온 뒤 바로 보내준다 하였기에 두 사람은 크게 불안해하지 않고 그의 말을 따랐다.

추문강이 턱을 약간 들어 올리고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뒤 다소 엄숙한 어조로 정청하에게 말했다.


“혹시 청하 여대협, 아니, 아니 청하 소저.”

“네?”

“안 가면 안 되오?”

“네? 어딜 요?”

“소중원 말이오. 상관금천한테.”

“왜요?”


추문강이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후······.”

“······.”


그가 정청하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왠지 당신을 다시는 못 볼 것만 같아서 그렇소.”


정청하가 얼빠진 표정으로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엷게 미소하며 추문강에게 물었다.


“혹시 추 고문님.”

“응.”

“저 좋아하세요?”

“그렇소.”

“아니 농담하지 마시고요, 진지하게 대답해주세요.”

“···나 진지하오. 태어나서 지금처럼 진지한 적이 없었소. 청하 소저, 나랑 사귑시다.”

“헐.”

“싫소?”

“아니, 잠깐만요. 추문강님 혹시 나이가?”

“올해 서른다섯이오.”

“이혼하셨어요?”

“아니, 초혼이오.”

“아, 결혼하셨어요?”

“아니, 아니. 당신과 하면 초혼이란 소리요.”

“···혹시 요새 무슨 약 드세요?”

“······.”


그런데 그때였다.

어떤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가 두 사람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했다.

야야장 오문을 지키기로 약속된 하오문 애들이 한 사람의 검객에게 내몰린 채 피난민 야영지까지 뒷걸음질 쳐 온 것이었다.

봉비호가 추문강을 발견하곤 냅다 소리 질렀다.


“야, 문강아. 여기 좀 와 봐.”


추문강과 정청하가 한걸음에 달려갔다.

혈화문 장원에서도 이호와 수호단 무사들이 칼을 들고 쏟아져 나왔다.

소란 통에 잠이 깬 피난민들이 무슨 일이 터졌나 싶어 놀란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때였다.

정청하가 하오문 꼬마들에게 둘러싸인 사내를 향해 목청 높여 외쳤다.


“인하 사형!”


채인하가 정청하를 알아보고 깜짝 놀라 대답했다.


“아니, 청하 네가 여긴 어떻게?”


정청하가 달려가 채인하의 품에 덥석 안겼다.

추문강이 이맛살을 잔뜩 찌푸렸다.

청하에겐 현무관에 입관해 인연을 맺은 현무칠협에 앞서 화산파에서 먼저 인연을 맺은 사형제가 한 명 더 있었다.

그가 바로 매화검수 채인하였다.

인하가 포옹을 풀고 눈을 빠르게 굴려 사매의 상태를 살폈다.

행여 어디 다친 곳은 없나 살피는 것이었다.


“사형, 저 괜찮아요. 다친 데 다 나았어요.”

“다행이다. 저번 날 악인곡 얘기를 들었다만, 내가 너무 바빠 네게 가보지 못했다. 미안하다.”

“아니에요. 한데 사형, 사형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아, 그게···.”


인하가 선뜻 입을 떼지 못했다.

사실 그는 소령의 상태가 너무 궁금해 무리해서라도 그것을 확인하러 온 것인데 뜻밖에도 이곳에서 사매를 만나 무척이나 당황한 상태였다.

그때 추문강이 나서 인하를 구해주었다.


“검수께서 걱정하던 일은 잘 해결되었소.”


추문강이 인하에게 눈을 깜빡였다.

인하가 그의 선의를 눈치챘다.


“그, 그렇소?”


추문강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수호단과 이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있는 이호 단장을 따라가면 찾는 사람을 만나볼 수 있을 거요. 장원 안으로 들어가야 하기에 시야를 차단해야 할 터이니 협조를 부탁하오.”

“···알겠소.”


청하가 궁금해하며 사형에게 물었다.


“사람이라면 누굴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번에도 추문강이 채인하를 대신해 대답했다.


“무림맹 사람인데 야야장 폭동 중에 우리에게 구출되었소. 의방에서 치료 중인데 검수의 심복인 듯싶어서 내가 따로 연락을 드렸던 거요.”

“아! 그럼 저도···.”

“안 되오.”

“왜요?”

“아직 우리 얘기가 안 끝났잖소.”

“무슨 얘기요? 아, 설마··· 아까 그.”

“맞소.”


그사이 채인하는 이호를 따라 장원 안으로 사라졌다.

추문강은 감히 문주의 허락도 없이 매화검수를 장원에 들여보낸 게 살짝 꺼림칙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의 정청하에 대한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추문강은 일단 끝까지 밀어붙이기로 용단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이 마당에 더는 남의 눈치를 보거나 또 이것저것 재고 싶지 않았다.

조금 전부터 멀리서 두 사람을 관찰하고 있던 모용균이 피식 웃으며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정청하가 고운 아미를 둥글게 말아 올리고선 추문강을 향해 입을 열었다.



*



청라가 돌아간 뒤 사사키 유이에게 검술 지도를 마친 지상이 홍금보, 육손, 철두와 함께 식당으로 가던 길이었다.

상춘각 우측에 있는 의방 방향에서 낯선 얼굴의 사내가 걸어왔다.

그들 방향으로 올라오는 것은 아니었고, 장원 입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지상이 황당한 표정으로 육손에게 물었다.


“혹시 저 사람, 매화검수 채인하 아냐?”

“죄송하지만, 문주님. 저는 아직 채인하를 본 적이 없습니다.”


철두가 대신 대답했다.


“맞는 거 같은데요?”


홍금보가 태연히 말했다.


“엥, 아까 아침에 저 사람이랑 어떤 여자분한테 제가 식사 가져다줬는데.”


그 소리를 듣고 지상이 걸음을 멈췄다.

그가 멀리서 채인하를 불렀다.


“채인하!”


이미 지상을 인식하고 있던 채인하가 신법을 펼쳐 장원 입구로 달리기 시작했다.


“헐, 시발. 진짜 채인하 맞잖아?”


지상이 녀석을 뒤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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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종말의 혈화문(6) 23.12.30 86 3 17쪽
92 종말의 혈화문(5) 23.12.20 88 3 16쪽
91 종말의 혈화문(4) +1 23.12.17 85 3 16쪽
90 종말의 혈화문(3) 23.12.16 85 3 15쪽
89 종말의 혈화문(2) 23.12.15 96 3 14쪽
88 종말의 혈화문(1) 23.12.03 137 1 18쪽
87 피할 수 없는 전쟁(8) 23.11.27 148 2 14쪽
86 피할 수 없는 전쟁(7) 23.11.25 143 4 13쪽
85 피할 수 없는 전쟁(6) 23.11.22 143 2 18쪽
84 피할 수 없는 전쟁(5) 23.11.19 158 3 18쪽
83 피할 수 없는 전쟁(4) 23.11.15 163 2 19쪽
82 피할 수 없는 전쟁(3) 23.11.13 171 3 17쪽
81 피할 수 없는 전쟁(2) 23.11.12 184 3 14쪽
80 피할 수 없는 전쟁(1) 23.11.08 212 3 15쪽
79 그날의 기억(2) 23.11.06 208 2 21쪽
78 그날의 기억(1) 23.11.04 192 3 16쪽
77 여후의 장례식(6) 23.11.02 219 3 20쪽
76 여후의 장례식(5) 23.10.31 225 3 19쪽
75 여후의 장례식(4) 23.10.29 223 5 15쪽
74 여후의 장례식(3) 23.10.27 216 5 14쪽
73 여후의 장례식(2) 23.10.25 251 5 17쪽
72 여후의 장례식(1) 23.10.24 290 5 17쪽
» 야야장 사람들(5) 23.10.22 265 5 16쪽
70 야야장 사람들(4) 23.10.20 248 6 14쪽
69 야야장 사람들(3) 23.10.19 259 5 19쪽
68 야야장 사람들(2) 23.10.17 266 5 14쪽
67 야야장 사람들(1) 23.10.16 250 4 16쪽
66 중간 결산(2) 23.10.15 240 4 15쪽
65 중간 결산(1) 23.10.13 302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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