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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이화영
작품등록일 :
2023.07.31 18:04
최근연재일 :
2023.12.30 10:43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44,539
추천수 :
659
글자수 :
649,521

작성
23.11.0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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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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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그날의 기억(1)

DUMMY

지상이 단 위로 올라가 여불선 앞에 정좌하고 앉자, 여불선이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황건명.”


황건명이 황금빛 바람막이를 펄럭이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네, 맹주님.”

“공선 대사를 잠시만 빌려줄 수 있겠나?”


황건명이 콧김을 내뿜으며 공선을 돌아봤다.

대사가 주홍색 가사를 휘날리며 단상 위로 날아올랐다.

여불선이 깃털처럼 가볍게 단 위로 내려선 공선 대사에게 물었다.


“대사의 전음입밀 실력이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들었소만 혹시 동시에 다수에게도 말을 전할 수 있소이까?”


공선 대사가 합장한 채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미천한 재주에 불과하지만, 시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내가 이 아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여기 모인 모두에게 정확히 전달해주시면 좋겠소.”

“그리하겠습니다.”


지상을 돌아보던 여불선이 갑자기 마른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사마랑이 하얀 비단 수건을 건네자, 캑캑거리던 여불선의 입에서 선홍빛 선혈이 한 덩어리 터져 나왔다.

여불선이 충혈된 눈으로 지상을 바라봤다.

사마랑이 수건을 미지근한 물로 적셔 여불선의 입가를 닦았다.

뒤미처 물을 한 모금 떠넘긴 여불선이 지상을 향해 무겁게 입을 열었다.


“30년 전···.”


마침내 여불선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나와 구검 대사형, 둘째 사형 천령화는 사부님의 명을 받들어 무림맹 마교척살단에 합류했다. 순수 정파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마교척살단 백(百)인은 당대 무림에서 최강이라 불릴만한 협객들로 구성되었는데, 그 무리의 우두머리 자리는 소장강(蘇張綱)이라는 청성파의 젊은 장문인이 맡았다.”


여불선의 말은 공선 대사에 의해 대전 안팎에 모인 모든 이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무영전 밖에는 어느덧 수만 명의 무림인이 집결해 있었는데, 그들 모두는 공선 대사가 진기를 주입해 흘려보낸 무성(無聲)의 소리를 통해, 여 맹주의 말을 직접 듣지 않고도 그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무거운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여불선이 계속해서 말했다.


“우리가 묘강밀림 속 십만대산에 도착했을 때는 막 우기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한데 그곳의 우기는 우리가 알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비는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내렸고, 비가 잠잠해 질만 하면 모기가 들끓었다. 모기에 물리면 지독한 열병에 시달렸는데, 하필 단주 소장강이 열병에 걸려 이틀 만에 사망했다. 다음 단주는 연장자순으로 혜명(慧明)이라는 항산파 스님이 맡게 되었다. 혜명 스님은 지략이 아주 탁월해 단 며칠 만에 어느 묘족 마을에서 평범한 농부로 위장하고 있던 마교 일당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우리는 그자들을 심문해 천마와 4대 호법, 나머지 마인들이 숨어있는 곳을 알아냈다. 열병에 걸린 이들을 마을에 남겨두고 우리는 녀석들의 은신처로 향했다. 다음날 우린 처음으로 마인들과 전투를 치를 수 있었다···.”


사마랑이 잠시 숨을 가다듬고 있는 여불선에게 따듯한 탕약을 건넸다.

지상이 혼자서는 탕약조차 마시기 힘든 상태의 여불선을 도와 그의 목구멍에 탕약을 부어 넣었다.

목을 가다듬은 여불선이 덥석 지상의 손을 붙잡았다.

원수의 손길에 다소 거부감이 느껴졌지만, 문득 꺼져가는 불꽃을 지려 밟지 말란 사부의 목소리가 귓전을 맴돌아 잠자코 내버려 두었다.

여불선이 그 상태로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그 첫 번째 전투에서 혜명 스님을 포함한 마교척살단 절반에 가까운 무사들이 비명횡사했다. 막상 맞닥뜨린 천마와 4대 호법의 무공이 워낙 강한 탓도 있었지만, 녀석들의 전투 방식이 우리의 상식을 크게 벗어난 탓이 컸다. 마인들은 낙엽 더미에서 튀어나오기도 했고, 나무 위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검을 맞부딪쳐 싸움에 적응할만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치기 일쑤였다. 어떨 땐 자기 동료의 시체를 전투의 도구로 삼기도 했고 밀림의 맹수와 독충들을 이용하기도 했다.”


여불선이 짧게 탄식한 뒤 말을 이었다.


“한 이틀을 더 그렇게 녀석들에게 시달린 후에야 대사형 구검이 스스로 단주의 자리에 오르셨다. 그는 우리에게 적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적을 상대하게 했다. 일부가 미끼 역할을 하고 적이 미끼를 물면 매복조가 처리하는 방식, 혹은 돌격조가 적들을 매복조가 있는 곳으로 몰아오는 수법···, 효과가 있었다. 얼마 안 가 전투의 양상은 우리 쪽으로 기울었다. 그때부터 연전연승이 이어졌다. 열병을 치료하고 돌아온 무사들까지 합류하자, 우리는 하늘을 찌를 만큼 사기가 치솟았다. 전투를 시작한 지 육 일째 되는 날이었다. 정찰을 나갔던 무사 하나가 4대 호법이 숨어있는 은신처를 발견했다. 습격조가 편성됐다. 구검 사형과 천령화 사형, 나, 그리고 몇 명의 일류 검객이 추가됐다. 우리는 그날 밤 주둔지를 벗어나 4대 호법의 은신처를 습격했다. 4대 호법 중 두 녀석은 이미 몸에 상당한 부상을 입고 있던 터라, 녀석들을 처리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네 놈 중 세 놈을 추살하고 마지막 한 놈만 남았을 때 마침내 그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마 말이다.”


안 그래도 조용했던 좌중이 살얼음처럼 얼어붙었다.


“그때까지 나와 사형들은 천마와 직접 마주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군 검객들을 몇 번의 칼질만으로 손쉽게 처리하는 녀석의 수법을 보고 대번에 그자가 천마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반백의 중년인이었고, 장족처럼 몸집이 작았다. 복면을 쓰고 있어서 이목구비를 확인할 순 없었다. 4대 호법 중 마지막 놈을 처리한 뒤 사형들과 함께 녀석에게 맞섰다. 삼대 일의 결투는 수백 합을 겨루고도 끝날 기미가 없었다. 내 느낌에 천마는 사부 매휴보다 강했다. 달이 구름에 가리더니 다시 폭우가 몰아쳤다. 번쩍이는 뇌우 속에서 우린 천마와 함께 진창을 뒹굴었다. 사형들과 나는 우리가 평생 익힌 모든 검법을 총동원해 천마를 몰아붙였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그 치열한 혈투 속에서 돌연 근처에 있던 나무에 벼락이 내리쳤다.”


여불선이 마치 바로 앞에 그 벼락 맞은 나무가 서 있기라도 한 것마냥 눈을 크게 뜨고 말을 이었다.


“공교롭게도 불붙은 나무가 내 쪽으로 쓰러졌다. 나무를 피하려 몸을 날린 그 찰나의 순간, 천마의 검이 내 허벅지를 관통했다. 불현듯 나는 그 순간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양손에 남은 진기를 모조리 끌어모아 천마가 검을 뽑지 못하게 검날을 맨손으로 붙잡았다. 천마가 비수를 꺼내더니 내 등에 박아 넣으려 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구검 대사형의 쌍검이 천마의 옆구리를 양쪽에서 쑤시고 들어갔다. 하지만 천마의 몸 안에 있던 강력한 방탄진기가 쌍검을 밀어냄과 동시에 구검 대사형까지 멀리 날려 버렸다. 몸의 혈도를 눌러 지혈을 끝마친 천마가 내 다리를 밟고 서서 자신의 검을 뽑아냈다. 그 순간 하늘에서 둘째 사형의 고성이 들려왔다. 그가 우르르, 쾅, 쾅쾅 하늘을 둘로 쪼개는 천둥벼락과 함께 천마를 향해 일검을 날렸다.”


여불선이 지상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지상이 귀는 열어둔 채 가만히 먼 곳을 돌아봤다.


“천마가 검을 들어 막았지만, 천령화 사형의 검이 녀석의 검까지 통째로 베어버렸다. 가슴팍에서부터 좌측 다리까지 사선으로 시뻘건 일직선이 그어졌다. 천마는 두 동강 난 검을 내던진 뒤 몸을 크게 휘청거리다 그대로 진흙탕에 나자빠졌다. 빗물 속에서 달려오는 대사형이 보였다. 둘째 사형 역시 내 곁에 내려선 채 천마를 향해 검을 높이 들어 올렸다. 한데, 그때 천마가 하늘을 향해 부르짖었다. 녀석이 ‘아직, 아직 내겐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다.’라고 외치자, 갑자기 어디선가 잿빛 돌풍이 불어와 천마의 몸을 친친 휘감았다. 대사형이 쌍검을 휘두르며 돌풍 속으로 뛰어들었지만, 바람은 천마를 실은 채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형들은 나와 한 차례 눈을 마주친 뒤 바람을 쫓아 달려갔다. 나 역시 옷가지를 찢어 다리를 묶은 다음 절뚝이며 사형들을 쫓았다. 한데 바람이 사라진 방향이 적연하게도 아군이 있는 우리 주둔지 방향이었다. 주둔지에 도착한 나는 뜻밖에도 아군들의 주검을 수습하고 있는 둘째 사형과 조우했다. 주둔지에 있던 아군 모두가 시체로 변해 있는 그 도무지 믿기 힘든 현실에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천령화 사형에게 물었다.”


“아니 사형,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아군 시체들 속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던 천령화가 여불선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나도 모른다. 천마를 데려간 바람을 쫓아 왔더니 이 꼴이 나 있었다.”

“새, 생존자가 한 사람도 없습니까?”

“아마도··· 그런 것 같다. 후··· 불선이 넌 다리는 좀 어떠냐?”

“괘, 괜찮습니다. ···하면 대사형은요?”

“저기, 저기 보이는 동굴로 들어가셨다.”

“동굴이요?”

“응, 바람이 그 안으로 사라졌다. 대사형이 바로 들어갔다 나온다며 나보고 이곳에서 널 기다리라 명하셨다.”


여불선이 절뚝이며 동굴로 다가갔다.

그간 덤불에 가려 숨겨져 있던 동굴이 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굴 머리에는 수렴동(水簾洞)이라는 글자가 음각돼 있었다,

천령화가 다가와 아우 곁에 섰다.

여불선이 중얼거렸다.


“바로 지척에 적의 은신처를 두고서 엄한 곳을 돌아다녔군요.”


천령화가 대답 없이 한숨만 내쉬었다.

그런데 그때, 아군 시체들이 수북이 쌓여 있던 곳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 살려 주세요, 여기 사람 있어요.”


여불선이 황망히 절뚝이며 그쪽으로 이동하는 사이 천령화가 몸을 날려 시체들 속에서 생존자를 찾아냈다.

마교척살단에 기록원으로 합류한 노진규라는 어린 공자였다.

여불선이 구덩이를 빠져나온 진규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가 녀석에게 물주머니를 건네자 진규가 선혈이 낭자한 손으로 물을 벌컥벌컥 받아마셨다.

두 사람이 묻기도 전에 진규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새벽녘에 바람이, 바람이 불어왔어요.”

“어디서?”

“저 동굴 안에서요. 생전 처음 듣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였어요. 바람이 지나간 뒤 희고 검은 괴수들이 들이닥쳤어요. 녀석들이 잠들어있던 모두를 죽였어요. 항산파 비구니 분들이 저를 깨운 뒤 땅을 파서 그곳에 저를 숨겼어요. 저는 진흙을 뒤집어쓴 채로 비구니 분들이 괴수들에게 산채로 잡아먹히는 소리를 들어야 했어요. 그러다가 결국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됐어요.”


여불선이 멍하니 전방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노진규의 몸을 살폈다.

다행히도 다친 곳은 없었다.

순간 천령화가 인기척을 느끼고 검을 뽑았다.

적이 아니었다.

대사형 구검이 동굴 안에서 걸어 나왔다.

구검이 아우들에게 다가와 말했다.


“동굴이 너무 깊어서 천마를 찾지 못했다. 잠시 쉬었다가 밤이 되면 다 함께 내려가서 천마를 죽이도록 하자.”

“네, 대사형.”


여불선이 구검에게 주둔지를 습격한 괴수들의 존재를 알렸다.

구검이 진규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아우들에게 말했다.


“만일 동굴 안에서 그 괴수들과 마주치더라도 우린 녀석들과 최대한 싸움을 피해야 한다. 우리의 임무는 괴수가 아니라 천마를 죽이는 거다. 우리가 오늘 천마를 죽이지 못한다면 구천에 있는 마교척살단원들이 절대 편히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대사형.”

“응, 한데 불선이 넌,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겠느냐?”

“항산파 사람들이 준 천향단속교(天香斷續膠)가 있으니 저녁까지는 어떻게든 될 겁니다.”

“그래, 다친 너까지 데려가야 한다는 게 무척이나 마음이 아프다만 셋째 너라면 이해하리라 믿는다.”

“당연하지요.”


그 뒤 여불선은 진규의 도움을 받아 다리의 상처를 치료했다.

근육이 찢어진 자리에 천향단속교를 모조리 부어 넣고 적당한 나무를 찾아 부목을 대자 움직이는 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어느덧 다시 밤이 찾아왔고 세 사람은 노진규를 근처 덤불에 숨긴 뒤, 곧장 수렴동 안으로 들어섰다.

동굴 깊숙이 1 마장 정도 이동했을 때 드디어 진규가 말한 괴수들과 마주쳤다.

한데 특이한 일이 벌어졌다.

녀석들이 세 사람을 향해 살기를 드러내지 않았다.

괴수들과 좀비처럼 생긴 흑백 괴물들은 세 사람 주위를 빙빙 맴돌더니 그들을 자꾸 어느 방향으로 몰아가기만 했다.

형제들은 상의 후 곧장 녀석들이 몰아가는 방향으로 발길을 움직였다.

반 마장 정도를 더 들어갔을 때 세 사람 앞에 작은 석굴이 나타났다.

구검이 아우들에게 대기하라 이른 뒤, 먼저 석굴 안으로 들어섰다.

잠시 뒤 구검이 아우들을 향해 들어오라 소리쳤다.

석굴로 들어선 여불선과 천령화의 눈에 엄청난 수의 백골 위에 정자세로 앉아 있는 천마가 보였다.

그에게서 전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구검이 다가가 검끝으로 천마의 어깻죽지를 찔렀다.

천마가 고개를 아래로 푹 수그려 뜨렷다.

그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천령화와 여불선이 안도의 숨을 뱉어내며 석굴 안을 살폈다.

벽에 빼곡히 그려진 고대 문자와 낯선 형태의 기호들이 두 사람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중 하나라도 해석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천령화가 구검에게 말했다.


“대사형, 천마의 목을 잘라서 이만 돌아갑시다.”

“응, 그러자.”


구검이 천마의 목을 베러 천마에게 다가갔을 때였다.

갑자기 낮에 봤던 그 잿빛 돌풍이 석굴 안에 불어닥쳤다.

화들짝 놀란 구검이 아우들 곁으로 물러섰다.

순간 천령화가 들고 있던 횃불이 꺼졌다.

사방이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여불선의 눈에 전방 석벽에서 빛을 뿜어내고 있는 무언가가 들어왔다.


“사형들, 저기, 저기 보세요!”


그것은 뼛가루로 쓰인 글자였다.

밝았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빛이 사라진 뒤 인광(燐光)으로 인해 모두 앞에 자신을 드러낸 것이었다.

구검이 대표로 빛나는 글귀를 읽어 내렸다.


“백 년 전 천계의 왕이 어떠한 이유로 인간계에 대격변을 일으켰다. 그 왕의 이름은 아수라, 지옥을 다스리는 남자였다. 여래께선 즉시 아수라의 무기를 빼앗고 녀석을 지옥 깊숙한 곳에 가뒀다. 한데 아수라의 부하들이 그의 무기를 탈취해 인간계로 도망쳤다. 다행히도 녀석들을 생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수라의 무기를 회수하는 일은 실패했다. 아수라가 잃어버린 무기는 세 가지로 다음과 같다. 첫째는 제룡척골검(帝龍脊骨劍)···.”


순간 구검이 읽는 걸 멈췄다.

그가 제룡척골검이라 언급한 순간 죽은 천마의 몸에서 푸른 섬광이 번쩍였기 때문이다.

천령화가 다가가 천마의 경추 부근에 솟아난 무언가를 잡고 위로 쭉 뽑아냈다.

천마의 척추와 하나가 되어있던 제룡척골검이 그 신비한 자태를 드러냈다.

무언가의 뼈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긴 그것은 말 그대로 뼈로 만들어진 거대한 검이었다.

잠시 뒤 천마 쪽으로 다가선 여불선이 그 다음 글귀를 읽었다.


“두 번째는 용심설혼주(龍心雪魂珠)···.”


그의 예상대로 천마의 가슴팍에 볼록하게 돋아나 있던 구체가 영롱한 푸른빛 광휘에 휩싸였다.

여불선이 옷가지를 젖히고 구슬을 꺼내 자신의 손아귀에 올려놨다.

여불선이 황홀한 눈빛으로 그것을 내려다보는 사이 구검이 마지막 문장을 읽어갔다.


“세 번째 무기는 원걸영(元傑鈴)···.”


순간 천마의 손목이 푹 꺾이더니 그의 손목에 채워 져 있던 두 개의 작은 은방울이 형형한 빛을 번뜩이며 구검을 향해 날아갔다.

구검이 공중에서 방울을 낚아챘다.

그때였다.

이번엔 뒤쪽 석벽에서 빛이 밝아졌다.

천령화가 몸을 돌려 석벽에 적힌 짧은 글귀를 읽어내렸다.


“만일 인간인 자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무기를 모두 획득한 뒤, 한 가지 시험을 통과하기만 하면 그 사람은 신계에 들어설 수 있다. 신이 되면 영생은 물론이고, 차원과 시간을 넘나들 수 있으며 인간들 위에 영원히 군림할 수 있다. 천계에서는 그 신을 따로 절세천마(絶世天魔)라 부르고 여래조차 그의 행동에 간섭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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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종말의 혈화문(6) 23.12.30 86 3 17쪽
92 종말의 혈화문(5) 23.12.20 88 3 16쪽
91 종말의 혈화문(4) +1 23.12.17 86 3 16쪽
90 종말의 혈화문(3) 23.12.16 85 3 15쪽
89 종말의 혈화문(2) 23.12.15 97 3 14쪽
88 종말의 혈화문(1) 23.12.03 138 1 18쪽
87 피할 수 없는 전쟁(8) 23.11.27 148 2 14쪽
86 피할 수 없는 전쟁(7) 23.11.25 143 4 13쪽
85 피할 수 없는 전쟁(6) 23.11.22 143 2 18쪽
84 피할 수 없는 전쟁(5) 23.11.19 158 3 18쪽
83 피할 수 없는 전쟁(4) 23.11.15 163 2 19쪽
82 피할 수 없는 전쟁(3) 23.11.13 171 3 17쪽
81 피할 수 없는 전쟁(2) 23.11.12 184 3 14쪽
80 피할 수 없는 전쟁(1) 23.11.08 212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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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여후의 장례식(5) 23.10.31 225 3 19쪽
75 여후의 장례식(4) 23.10.29 224 5 15쪽
74 여후의 장례식(3) 23.10.27 216 5 14쪽
73 여후의 장례식(2) 23.10.25 251 5 17쪽
72 여후의 장례식(1) 23.10.24 290 5 17쪽
71 야야장 사람들(5) 23.10.22 265 5 16쪽
70 야야장 사람들(4) 23.10.20 248 6 14쪽
69 야야장 사람들(3) 23.10.19 259 5 19쪽
68 야야장 사람들(2) 23.10.17 266 5 14쪽
67 야야장 사람들(1) 23.10.16 250 4 16쪽
66 중간 결산(2) 23.10.15 240 4 15쪽
65 중간 결산(1) 23.10.13 302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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