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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와 고양이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c61
그림/삽화
c61
작품등록일 :
2024.04.12 22:42
최근연재일 :
2024.05.25 21:0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58
추천수 :
1
글자수 :
150,912

작성
24.05.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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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0화

DUMMY

씨발놈들의 승합차는 쇼핑몰 지하주차장으로 직행했다. 전파 때문에 안쪽으로 드론을 보내진 못했다. 쇼핑몰은 겉보기에 조용했다. 예수쟁이 새끼들이 이무기를 신으로 모시나? 그러고도 남을 새끼들이긴 해. 이름만 예수쟁이일 뿐이지, 그냥 광신도 집단이다.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이대로 혼자 들어가서 영웅 놀이를 하면 난 죽는다. 누구도 구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하지만 난 누굴 구하러 가는 게 아니다. 지금 깨달았다. 아버지 좀비를 목검으로 병신 만들었을 때 느꼈던 감정이 이거였어. 의미 있는 죽음을 마주한 기분. 난 지금까지 계속 의미 있는 죽음을 찾고 있었다.


한순간이라도 내 도덕관념을 이기는 것. 그리하여 죽어 마땅한 새끼들을 내 손으로 죽여버리는 것. 그것이 내게 의미 있는 죽음이다. 그러다 내가 죽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뭘 해도 안 되는 인생이었어.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야. 한 가지 결말만이 날 기다리고 있다.


권총 총알은 30발. 기관단총은 120발. 낭비하면 안 된다.


드론이 내 뒤에서 조명을 비추게 설정해놓고 쇼핑몰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위에서······.”



코앞에서 가슴을 쐈다.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무겁다. 죄악감으로 어깨가 온통 무겁다. 도덕관념은 여전히 날 지배하고 있다. 선을 넘었는데도 전혀 약해지지 않는다.


도망치는 다른 사람들도 전부 조준 사격으로 등을 쐈다. 죽지 않은 사람은 머리를 쏴서 확인 사살했다. 눈앞이 어지럽고 몸은 무겁다. 진흙이 다리에 들러붙은 것 같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뒈져야 할 새끼들이 드디어 뒈지기 시작했을 뿐이다. 쇼핑몰 안에 있던 좀비는 다 어디로 갔는지, 이무기는 어떻게 됐는지 잠깐 고민했다. 이 새끼들이 이무기랑 손잡은 게 맞는 것 같다.


예수쟁이들이 반격을 시도했다. 어설프게 급조한 함정으로 날 죽이려 했다. 휘발유? 뻔히 보이는 함정을 쓰는 멍청한 새끼들. 기름통을 쏴서 샤워를 시켜줬다. 누가 불을 들고 있었는지 씨발놈들이 다 불타올랐다. 성화네.


현기증이 돌아.


몸에 이상은 없는데. 연기를 마신 것도 아니고. 이건 정신적인 문제다. 제동이 안 걸리니까 도덕관념이 발광하는 거다. 도덕도 사람이 멀쩡하게 살아갈 때나 의미 있는 거야. 지금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불타는 사람들은 더 타도록 내버려 뒀다. 예수쟁이 새끼들이 머릿수가 많진 않았다. 주차장에 있던 놈들, 함정 깔았던 놈들이 전부였다.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가는 동안 아무것도 만나지 못했다. 마지막 층에선 세바스찬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옥상에 있습니다.”


“뭐가.”


“찾으시는 분들이요.”


“내가 찾는 건 목사야.”


“그 사람도 옥상에 있습니다.”


“안내해.”



세바스찬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옥상엔 이무기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친구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


“도망칠 새끼들은 다 도망쳤구나.”


“예.”


“꺼져.”


“감사합니다.”



이무기는 햇빛에 익는 중이다. 검은 연기 때문에 형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왜 저러고 있나. 날 기다린 이유는 뭐고.



“왔구나.”


“······.”



몇 시간이 아니라 온종일 햇빛 아래 있어도 안 죽을 것 같다. 너무 커서.



“네 안에 씻을 수 없는 부정이 보인다. 함께 이 별에서 사람을 절멸시키자.”


“목사 새끼는 어딨어?”


“대학교.”



아~. DVD 구하러 가볼까 생각했던 거기네?



“인간이 멸종하면 너희도 없어지냐?”


“천천히. 완전히.”


“난 일단 예수쟁이 새끼들부터 죽이고 싶은데.”


“아직 안 된다. 그들은 내 도구다.”



그래······괴물 밑으로 들어간 게 맞아. 그럼 확실히 예수한테 보낼 보람이 있지. 지옥으로 직행할 테니까.



“그 새끼들이 너 숭배하지?”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했다.”


“살려주게?”


“아니. 나중에 죽인다.”


“난 지금 죽이고 싶은데.”


“좋다. 그들은 사람을 죽이지 못하니 너보다 가치가 없다. 원하는 대로 하고 내게 돌아와라. 지하주차장에서 기다리겠다.”



살아서 쇼핑몰을 빠져나왔다. 세바스찬이 있었다.



“뭐냐?”


“살아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화가 나신 이유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오늘 당신 덕분에 제 친구가 살았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계속 살고 싶으면 백화영 데리고 펜션촌으로 가. 저수지 안쪽 계곡. 내가 보냈다고 해.”


“도움 주신 점 잊지 않겠습니다.”



백화영이 죽든지 살든지 이제 알 바 아니다.


군부대로 향했다. 무기고 문을 화물차로 들이박아 열었다. 소총이랑 총알, 수류탄을 쓸어 담았다. 특전 조끼랑 방탄 헬멧도 착용했다. 가득 채운 탄창을 탄입대마다 꽉꽉 쑤셔 넣었다. 산처럼 남아 있는 백린탄도 한 상자 차에 실었다.


난 왜 이러고 있지? 예수쟁이가 그렇게 나쁜가? 다 죽여야 할 만큼? 아무도 안 죽였다잖아.


살인만 나쁜 짓이 아니다. 멀쩡한 사람까지 병신으로 만드는 애미뒤진 광신도 새끼들. 현실이 힘들어지게 만든 원인 중 하나. 당연히 죽어 마땅하다. 난 예전부터 그런 새끼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싹 죽이고 싶었다. 도덕관념이 그러지 못하게 막고 있었을 뿐이지.


나도 이무기랑 다를 거 없는 괴물이다. 마음에 드는 사실이다. 이제는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다.


대학교는 대학교답게 넓었다. 산이었고. 사람이 좀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이렇게 넓은데 흩어져버리면 찾기 힘들잖아. 일단 목사 새끼부터 먼저 따야지. 쇼핑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 새끼들은 모른다. 연락이 안 되니까.



“목사님? 따라오세요.”



목사는 자기 방에서 여자를 끼고 앉아 접대를 받고 있었다. 보자마자 쐈다.



“꺄아악-!!”



여자가 신서윤이었구나.



“언제부터······목사랑 붙어먹으셨어요?”


“아저씨 지금, 사람 죽이셨잖아요!!”


“그래서요?”


“대, 대화로 잘 풀어나가고 있었는데······왜······.”



대화? 젖통 까고 술 따라주는 게 대화야?



“언제부터 목사랑 붙어먹으셨어요?”


“······저번에······이 사람들 펜션촌에 오고 얼마 뒤에······무전기를 받았어요. 같이 힘을 합치자고······그래서 일부러 참았던 거라고요.”


“도시에 괴물이 있는데 이 사람들이 그 괴물이랑 편 먹었어요. 괴물은 인간을 멸종시키는 게 목적이고요.”


“사······살인자 말은 듣기 싫어요!”



신서윤을 쏘진 않았다. 아직 광신도는 아닌 것 같아서.


총소리를 듣고 모여든 사람들에게 수류탄을 던졌다. 출입구랑 가까운 쪽부터. 비명이 채 가시기 전에 전부 쏴 죽였다. 날 말리려고 매달리는 신서윤을 개머리판으로 때려 기절시켰다.


눈에 보이는 건 다 죽였다. 몇 명은 놓쳤을지도 몰라. 팔이랑 다리가 너무 무겁다. 모래주머니를 찬 것 같다.


삼십 분쯤 앉아 있었다. 이제 가야지. 엉덩이가 바닥에 들러붙은 것처럼 잘 떨어지지 않았다. 땀이 식어서 추웠다. 젖은 옷을 갈아입으려고 펜션촌에 잠깐 들렀다. 김은태가 나왔다.



“아저씨! 누나들은요?”


“서윤 씨는 대학교에 있어요. 보라 씨는 못 봤고요.”



내가 쏜 사람 중에는 없었어. 어디 숨어있었겠지.



“누나들 괜찮아요?”


“아뇨. 다치진 않았어요.”



필요한 것만 챙겨 다시 차에 올랐다. 끝내러 가자.



“누나들 데려오시려고요?”


“아뇨.”


“그럼 어디 가세요?”


“도시요.”



가는 길에 차를 세우고 잠깐 쉬었다. 눈이 저절로 감겼다. 이대로 잠들어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하던 생각이었다. 영원히 잠들고 싶다. 다시는 고통받지 않게.


잠깐 잠들었다 일어나 보니 저녁이었다. 얄궂게도 배가 고팠다. 제주도로 바로 떠날 수 있게 차에 실어뒀던 라면이 있다. 하나 부숴 먹었다. 사람 학살하고 나서 먹는 라면도 똑같이 맛있네. 괴물이어야 하는데, 난 아직도 사람이야. 왜지?


그냥 처음부터 괴물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람이었다가 괴물이 되려니 너무 힘들다. 머리도 어지럽고 손목도 아프다. 입술은 계속 바짝 마른다. 왜 선을 넘었는데도 마음이 무너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미쳐버리거나, 뭐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남은 수류탄을 다 꺼냈다. 안전핀에 철사를 걸어 한 번에 당겨 뽑을 수 있게 만들었다. 특전 조끼에 달린 방탄판 주머니에 백린탄도 몇 발 넣었다.


기분 더럽네. 이 좆같은 화물차도 이게 마지막이구나. 처음부터 끝까지 좆같은 인생이었다. 항상 죽음만은 내 뜻대로 하고 싶었다. 시작은 내 의지가 아니었지만, 끝은 내 의지로 내고 싶었다.


도시에 좀비가 없다. 이무기는 좀비를 조종할 줄 아는 거다. 인간적인 괴물이네. 차는 쇼핑몰 건물에서 좀 떨어진 곳에 세워두고, 걸어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돌아왔구나. 죽이고 싶은 인간들은 다 죽였나?”


“어.”


“잘했다.”



평생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이딴 일로 칭찬을 받다니, 병신같다.



“네가 죽여야 할 사람이 아직도 많다.”


“나까지 포함해서.”


“자살은 마지막으로 미뤄둬라. 원한다면 고통 없이 죽여주겠다.”


“그냥 지금 죽여주는 건 어때?”


“마음이 변했나?”


“아니.”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다고. 너희는 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하던데, 넌 어째서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알아서 뭐 하게.”


“그걸 알면 너희를 더 쉽게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쉽게 죽이고 싶으면 핵무기를 써.”


“그게 뭐냐?”


“너 공부 좀 해야겠다.”



공부할 기회가 안 오길 바란다.



“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날 가르쳐라.”



인간 말살이 목적인 놈이 이렇게까지 합리적이어도 되나.



“아니······됐어. 그냥 죽여줘.”


“지금 죽이기에는 네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안 죽이겠다고?”


“지금은 아깝다.”



자기 본능을 억누를 줄도 알고, 장하네.



“내가 보기엔 너도 인간이랑 다를 게 없어.”


“뭐라고?”


“인간이랑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괴물이 할 짓이 아니지.”


“그러면 대화를 거부하고 만나는 즉시 죽여야 한다는 말이냐?”


“어.”


“그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 텐데. 난 핵무기가 뭔지 알고 싶다.”



이 새끼 진짜 왜 이렇게 이성적이야?



“차라리 좀비한테 지성을 줘. 집단으로 사냥할 수 있게.”


“방법을 모른다. 넌 아나?”


“나도 모르지.”


“넌 내가 만난 인간 중에 가장 침착하고 이성적이다. 좋은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네가 가진 부정은 이미 인간이라기엔 지나치다. 날 도와라.”



왜 이렇게까지 날 죽이는 걸 망설이는지 모르겠다. 한국 괴물이라서? 그래서 효율을 따지나? 어차피 다 죽일 건데 천천히 죽이든 빨리 죽이든 무슨 상관이야.



“나 하나도 맘대로 못 죽이면서 인간을 어떻게 멸종시키겠다는 거야.”


“······맞는 말이군.”



이무기가 아가리를 벌렸다. 뱀 아가리. 자동차도 들어갈 것 같다. 철사를 쥔 손에 단단히 힘을 줬다.



“네 부정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하마.”



아가리가 날 덮치는 장면이 느릿느릿 다가온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철사를 잡아당겨 수류탄 안전핀을 뽑았다. 이제야 좀 편해지겠구나. 다시는 아침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겠다.


작가의말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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