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c61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와 고양이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c61
그림/삽화
c61
작품등록일 :
2024.04.12 22:42
최근연재일 :
2024.05.25 21:0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38
추천수 :
1
글자수 :
150,912

작성
24.05.23 22:43
조회
7
추천
0
글자
11쪽

28화

DUMMY

“아저씨······어떡해요? 저 최 도령한테 반한 것 같아요.”



아침부터 진짜 뜬금없네······.



“아저씨랑 잘 지내보려고 했는데 죄송해요.”


“괜찮아요.”



오히려 좋다. 신서윤이 다른 남자한테 가는 게 나한테는 편해. 쓸데없는 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안 잡으세요?”


“네.”


“아니 그래도······아저씨 처음부터 별로 생각 없었어요?”


“연애 안 해봐서요. 생각 없어요.”


“잡아주셨으면 마음 바꿨을 텐데.”



간은 요리할 때만 봐야지 서윤아. 뒤질려고.



“상대가 귀신이라는 건 아시죠?”


“저도 죽으면 되지 않을까요?”



제정신인가.



“아이 농담이에요~. 왜 정색을 하고 그러세요. 그럼 저희 친구로 지내도 괜찮죠?”


“네.”


“말 놓아도 돼요? 오빠라고 해드릴게요.”



띠동갑인데 뭔 얼어 죽을 오빠야?



“안 돼요.”


“아저씨도 그냥 편하게 말 놓으세요! 나이 제일 많으시면서 왜 꼬박꼬박 존댓말 하세요?”


“너무 친해지기 싫어서요.”


“아 진짜! 인프제는 원래 다 이래요?”


“전 이래요.”


“알았어요. 최 도령이 아저씨한테 너무 고집부리지 말랬어요. 그 사람 본명 뭔지 알아요?”


“아뇨.”


“충이래요. 최충.”



그래서 그냥 도령이라고 했구나. 무슨무슨 충이라는 표현 많이 쓰니까. 인터넷이 세상에 병신들을 너무 많이 풀어놨다. 지금은 대부분 죽었지. 좋네.



“아 그리고 최 도령한테 임무 받아왔어요. 영주시 정찰해보래요. 거기 괴물이랑 좀비 정리하자고 그랬잖아요, 무연 씨가.”


“서윤 씨는요?”


“제가 그런 데를 왜 가요? 위험하게.”



위험한 건 남한테 맡기고 이득만 쏙 빼먹으시겠다? 양아치네?



“아니 표정 봐. 저도 할 일은 다 하잖아요! 보라랑 같이 집안일 하거든요? 여기 남자들 집안일 진짜 개못해요! 빨래 섞어놓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오원우 그 새끼 진짜 끝까지 말 안 들어!”



다 원룸 살던 놈들인데 왜 집안일을 못하지?



“인간들이 빨래방만 써봐서 그래요. 다 집어넣고 돌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아. 아저씨는 빨래 어떻게 돌려요?”


“수건만 따로요.”


“그나마 좀 낫네. 흰옷도 따로 돌리시죠?”


“흰옷 안 입어요.”


“빨래망은요?”


“안 써요.”


“안 쓰면 옷 다 늘어나요. 이것도 벌써 늘어났잖아요.”



신서윤이 내 목에 손을 댔다.



“아 손대는 거 싫어하신댔지. 근데 왜 싫어해요?”


“좋은 기억이 없어서요.”


“갑자기 분위기 다운됐는데요.”



어쩌라고······.



“빨래망 쓰세요. 아껴 입는 게 좋잖아요.”


“옷가게 가면 다 공짜예요.”


“마음에 드는 옷 없어요? 스타일 신경 안 쓰시죠? 그러니까 슈렉 소리나 듣는 거예요.”



말이 점점 심해진다?



“가람 오빠 말고는 다 대충 입더라고요. 좀비 사태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제가 옷 골라드릴까요? 그 정도는 해드릴 수 있는데. 다려 입을 줄은 아시죠?”



좀비 사태인데 옷 따위를······.



“또또 쓸데없는 생각 하신다! 최 도령이 다 말해줬어요. 아저씨 그 표정일 때 쓸데없는 생각 한다고요. 자기를 꾸밀 줄 알아야 자존감이 높아지는 거예요. 자존감이 높아서 자기를 꾸미는 게 아니고요. 아저씨 부모님이랑 관계 안 좋아서 자존감 낮게 살았다면서요. 제가 이러는 이유가 있다고요.”


“고마워요.”


“뭐······그렇게 감사받을 일은 아니니까 괜히 신경 쓰지 마시고요. 제가 옷 보는 눈이 있는 걸 어쩌겠어요. 시간 날 때 옷 고르러 가요.”


“오늘 가요 그럼.”


“그럴까요?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차 끌고 오세요!”



옷보다는 새 무기를 구하고 싶다. 특히나 영주시를 정찰하려면 목검 말고 한 손 무기가 꼭 필요하다. 그게 자존감에도 더 좋지 않을까? 기성복이야 어차피 방어력 거기서 거기고 무기를 바꿔야 강해지잖아. 공업단지 언제 가냐. 할 일은 많은데 자꾸 다른 일이 생겨서 뭘 하질 못하네.


작업복이랑 평상복 두 벌만 고를 줄 알았는데, 신서윤은 거기다 곱하기 7을 했다. 어떻게 매일 똑같은 옷을 입냐면서.



“이것도 안 맞아요.”


“하아······맞는 옷이 없네. 몸이 왜 그렇게 커요?”


“적당히 골라요.”


“그럴 거면 같이 안 왔죠! 다른 데도 가봐요.”



옷 고르는 데 하루를 다 써버렸다. 신서윤은 내가 맞는 옷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대신 신발을 12개나 골랐다.



“어차피 아저씨 혼자 사니까 신발장 다 써도 되잖아요.”


“자기 옷은 안 고르셨네요.”


“맘에 드는 게 없어요. 촌동네라 다 그냥 그러네요. 빨리 도시 가서 정리 좀 해봐요. 아저씨 그런 거 잘하신다면서요.”


“목숨 걸어야 하는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시네요.”


“아니······미안해요. 솔직히 여긴 좀비 없어서······말조심할게요.”



양심은 있구나. 최 도령이 안 시켰어도 어차피 할 생각이었다. 아니까 시켰겠지. 시켰다기보단 까먹지 말라는 뜻으로 말해준 게 맞겠다.


옷이랑 신발은 대충 집에다 정리해두고 영주시 지도를 봤다. 혼자 다 돌아보기엔 너무 넓다. 헬리콥터라도 있어야 해. 최소한 드론이라도. 초대형으로. 드론으로 농약 뿌리는 농가 없나? 막무가내로 찾아보기도 좀 그래. 큰 기대 없이 지도에 검색어를 넣어봤다. 드론방제조합? 도시 안에 비슷한 데가 몇 개 있다.


도시 정찰하려고 도시에 들어가야 한다니. 그래도······도시 외곽에 있는 여기는 가볼 만하네. 차로 20분밖에 안 걸려. 가는 길에 병원도 몇 개 있고. 산소통 먼저 찾고 그다음 드론.


혼자 나왔다. 혼자가 편하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중요한 일을 할 때는 더 그렇다. 남한테 신경 쓰면서 하기 싫으니까.


병원은 요양병원이었다. 있는 좀비도 노인이라 뼈까지 약해빠져서 문제 될 게 없었고, 괴물도 안 만났다. 산소통 찾는 건 좀 애먹었는데, 그래도 새것을 몇 개 찾아냈다. 차에 싣고 도시로 이동했다.


대구에서도 그랬듯 영주는 조용했다. 개미 한 마리 없을 듯한 고요함. 낮이라서 그렇다. 밤에는 온 거리가 좀비로 가득 찰 거야. 이제 도시에 먹을 게 없을 텐데, 다른 데로는 안 가나? 다른 데도 마찬가지긴 해. 좀비 생각을 고민해봤자 별로 소용도 없어.


산소통에 이어 드론도 몇 상자 구했다.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다. 포장도 안 뜯은 새 물건이니까 조립만 잘 하면 작동하겠지. 어쨌든 충전이 필요해. 본격적인 정찰은 내일부터다.


드론 가게를 꼼꼼하게 탐색해 드론 수리에 필요할 것 같은 물건을 하나씩 찾아 담았다. 한창 그러고 있는데 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가봤다.



“처음 뵙겠습니다. 세바스찬입니다.”



말하는 페르시아 고양이. 짧게 깎은 하얀 털. 관리해주는 사람이 있다.



“안녕.”


“말하는 고양이는 처음이시겠지만 너무 놀라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별로 안 놀랐어.”



지네보다야······.



“다행이군요. 갑작스럽게 도움을 청하게 되어 송구합니다. 제 친구가 위험에 처했습니다.”


“어떻게 도와줄까?”


“도와주시겠다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친구는 갇혀 있습니다. 좀비를 유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았어.”



세바스찬을 화물차에 태워 친구가 있다는 곳까지 운전했다. 점점 도시 안쪽으로 들어갔다. 위험한데 이거······.



“친구 몇 명이야?”


“한 명입니다.”


“어떻게 살았어?”


“제가 도와줬습니다. 숨기는 제······고양이 특기니까요.”



친구의 위치는 하필 쇼핑몰이었다. 쇼핑몰 최상층. 알았으니까 됐다. 이만 나가자.



“여기서 돌아가신다고요?”


“괴물 나올지도 몰라. 오래 있으면 안 돼.”


“낮에는 밖으로 안 나옵니다.”


“있다는 말이네.”



넌 고양이라서 괜찮을지 몰라도 난 아니야.



“가서 친구한테 알려줘. 좀비는 내가 드론으로 유인해볼게. 전기 들어와?”


“네. 발전기가 있습니다.”


“그럼 이거 가져가서 충전해.”



드론 가게에서 발견한 사제 무전기. 비닐봉지로 세바스찬 몸에 묶어줬다.



“옥상으로 갈 수 있으면 거기서 써.”


“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때아닌 구조작전이다. 좀비를 건물 밖으로 빼내려면 밤에 해야 한다. 무연이 있어야 해.


집에 와서 이것저것 준비했다. 드론 조립, 시험비행. 무전기 충전도 해놨다. 펜션촌에서 영주까지는 차로 30분도 안 걸린다. 오후에 다시 도시로 갔다.



“아아. 들리세요?”


“······드, 들려요.”



젊은 여자다. 고양이 덕분에 잘 숨어서 살아남았다면······싸움은 기대하면 안 되겠지.



“물이랑 식량 얼마 남았어요?”


“별로, 별로 없어요.”


“옥상에서 받을 수 있어요?”


“······네, 지금 올라가요?”


“네. 드론으로 보낼게요.”



전투식량, 고양이 간식, 물. 물은 무거워서 여러 번 왕복했다. 3일 정도 버틸 수 있을 만큼 줬다.



“좀비 유인하려면 제 친구가 와야 하는데 언제 올지 몰라요. 며칠 기다리셔야 할 수도 있어요. 매일 올 테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세요. 무전기 충전 빼먹지 마시고요.”


“아, 네.”



통성명도 안 했다는 걸 돌아오는 길에 깨달았다. 너무 필요한 말만 했네. 별로 문제는 아니다. 늘봄펜션 사람들한테 생존자 소식을 말했다. 다들 구해주려는 의지를 보였다.



“괴물 있대요. 무연 씨 없으면 안 돼요.”


“프제, 괴물은 못 잡아요?”



오원우 너는 서울에서 겪은 게 있으면서 그딴 소리가 나오냐?



“부대에 백린탄 있을 텐데 그거로는 안 되나? 해보실래요?”



김수진 의견은 조금 낫다. 사람 발견하면 햇빛도 무시하고 들이대는 놈들인데 백린탄을 무서워할까? 그래도 써먹을 데가 있을지도 몰라.



“포탄 가져오시는 건 좋은데 집이랑 가까운 곳에 두지 마세요.”


“그래야죠. 내일 가실래요?”


“전 생존자랑 매일 연락하기로 해서요.”


“왜요? 오늘 물이랑 식량 갖다 주셨다면서요.”


“멘탈 깨지면 도망 못 쳐요.”


“아······.”



생존자의 이름은 백화영이었다. 쇼핑몰 미용실에서 일하던 미용사. 세바스찬 털이 짧은 이유가 있었다. 몇 달 만에 사람이랑 얘기하는 거라면서 울먹였다.



“만화책 보세요?”


“만화요······? 아뇨······책 거의 안 봐요.”


“글자는 읽으시죠?”


“다, 당연하죠.”


“심심하실 테니까 만화책 구해드릴게요.”



만화 좋아하는 주도영이 손도 안 대는 여성향 로맨스 만화. 로맨스도 재밌는 건 재밌는데, 나도 책은 잘 안 본다. 소설이든 뭐든······. 집에 책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인터넷 때문일까.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백화영은 만화책을 재밌어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처럼 목소리가 들떴다.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저렇게 즐거워할 수도 있구나. 위험한 건 나도 마찬가지다. 잘 숨어서 연락하고는 있지만, 괴물한테 잘못 걸렸다간 큰일이다.


3일이 지나도 무연은 돌아오지 않았다. 갑옷 수리가 오래 걸린다. 그냥 갑옷이 아니라 속이 기계로 꽉 차서 그렇겠지. 불안해하는 백화영을 달래주느라 시간을 많이 썼다. 그래도 드론 조종 솜씨는 많이 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좀비와 고양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30화 24.05.25 2 0 11쪽
29 29화 24.05.24 4 0 11쪽
» 28화 24.05.23 8 0 11쪽
27 27화 24.05.22 6 0 12쪽
26 26화 24.05.21 5 0 11쪽
25 25화 24.05.19 6 0 11쪽
24 24화 24.05.18 8 0 11쪽
23 23화 24.05.17 7 0 11쪽
22 22화 24.05.16 6 0 11쪽
21 21화 24.05.15 7 0 11쪽
20 20화 24.05.14 5 0 12쪽
19 19화 24.05.13 7 0 11쪽
18 18화 24.05.12 6 0 11쪽
17 17화 24.05.11 7 0 11쪽
16 16화 24.05.10 6 0 11쪽
15 15화 24.05.09 7 0 11쪽
14 14화 24.05.08 7 0 11쪽
13 13화 24.05.07 6 0 12쪽
12 12화 24.05.02 7 0 11쪽
11 11화 24.05.01 7 0 11쪽
10 10화 24.04.30 8 0 11쪽
9 9화 24.04.29 7 0 11쪽
8 8화 24.04.26 9 0 12쪽
7 7화 24.04.25 9 1 11쪽
6 6화 24.04.23 9 0 11쪽
5 5화 24.04.22 10 0 11쪽
4 4화 24.04.19 11 0 11쪽
3 3화 24.04.17 12 0 11쪽
2 2화 24.04.15 11 0 11쪽
1 1화 24.04.12 29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