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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와 고양이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c61
그림/삽화
c61
작품등록일 :
2024.04.12 22:42
최근연재일 :
2024.05.25 21:0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37
추천수 :
1
글자수 :
150,912

작성
24.05.1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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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9화

DUMMY

남자들이 펜션촌을 둘러보겠다고 했다. 세단을 빌려줬다. 다친 주도영만 늘봄펜션에 남았다. 나는 읍내 탐색을 나섰다. 당장 급한 생활용품을 루팅하기 위해서였다. 칫솔이나 비누 같은 것들.


이제 야외에는 좀비가 안 보인다. 이상한데. 안 보여도 쓰러져 있든가 해야지. 안으로 들어갔나?


짐작이 맞았다. 좀비들은 전부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곳에 모여 있었다. 날 봤는데도 나오지 못했다. 근데 상태가 전이랑 달랐다. 뼈에 살 대신 시커먼 덩어리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뭔지 몰라도 안 좋은 변화다. 이것들······빛을 못 받는 대신 움직임이 좋아졌어. 시체가 부정 탄 건가? 아무튼, 무연한테 꼭 말해줘야겠다. 아직은 걷는 좀비지만, 그래도 여기서부터 펜션촌까지 걸어서 한 시간이면 간다. 당장 오늘 밤이 위험해. 지금 대책을 세워야 한다.


불? 근데 이런 식으로 건물 안에 모여 있으면 불 질렀을 때 다 타버리잖아. 올가미로 한 놈씩 햇빛 아래로 끌어낼까? 끌어낸다고 바로 죽나? 일단 시험해보자. 나일론 줄로 올가미를 만들어 한 마리를 잡아 밖으로 끌어냈다. 햇빛이 좀비를 태우기 시작했다.


발목귀신이랑 똑같다. 불빛은 없고 시커먼 연기만 나온다. 갑자기 나한테 달려들어서 큰일 날 뻔했다. 목검으로 있는 힘껏 후려쳐 쓰러뜨렸다. 목이 옆으로 꺾였다. 10분 정도 햇빛에 구워진 좀비는 뼈만 남았다. 움직이지 않는다. 이거······놔두면 밤에 다시 살아날지도 몰라. 게다가 한 마리씩 처리해서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피곤해졌네.


밤에 무연이랑 같이 와서 천장 없는 곳으로 한꺼번에 유인한 다음 가둬버릴까? 그럼 낮에 자연스럽게 정리되잖아. 뼈는 낮에 태우면 되고. 몰아넣을 만한 곳을 찾아 읍내를 돌아다녔다. 초등학교. 읍내 한복판에 초등학교가 있다. 완벽해. 운동장에서 뼈 바로 태우면 되겠다.


생활용품도 빼먹지 않고 챙겨서 집으로 돌아왔다. 무연이 있는 창고로 갔다.



“오늘 읍내 가봤는데 좀비가 강해졌어요. 괴물처럼 변했어요.”


“공격당하셨습니까?”


“네. 아슬아슬했어요. 근데 햇빛 아래로는 못 나와요. 10분 정도 노출되니까 뼈다귀만 남더라고요.”


“제가 밤에 정리하겠습니다.”



아 생각해 보니까 나까지 갈 필요는 없네. 무연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초등학교로 유인하는 계획을 말해주자 동의했다. 확성기랑 건전지를 준비했다.


나는 다시 읍내로 가서 경찰서를 방문했다. 무기고 철문이 뜯겨나가 있었다. 무연의 손길이었다. 덕분에 편하게 방패와 진압봉을 루팅할 수 있었다. 펜션촌 가는 도로에 바리케이드도 놓고 싶었는데 혼자 옮기기엔 너무 무거웠다.


근데 경찰 바리케이드는 빈틈이 너무 많다. 철조망이 낫지 않을까? 결국은 군부대 루팅을 가야만 하는구나. 가는 김에 아예 기관총이라도 가져와? 탱크랑? 탱크는 연비가 너무 나쁘니까 장갑차로 타협하자. 좀비 밀어버리고 탈출하기엔 그 정도면 충분해.


사람들을 불러모아 상황을 설명했다.



“제주도는 안전하다잖아요? 갈 수 있을 때 바로 갑시다! 위험한 거 알면서 여기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오원우 말도 틀린 건 아니다.



“프제는 어떡하실래요?”



그리고 저 프제라는 이름은 오원우 말고 아무도 안 쓴다.



“무연 씨가 정리해주기로 했으니까요, 오늘 밤만 넘기면 돼요.”


“오늘 밤에 다 정리되는 거 확실해요?”


“아뇨. 좀비가 얼마나 있는지 완벽하게 파악한 게 아니라서요.”


“그럼 떠나는 게 맞네. 얼른 차 구해서 갑시다!”



사람들이 내 눈치만 본다. 본인 뜻대로 하면 되는데 눈치를 왜 보지?



“가실 분은 가세요. 전 여기 있을 거예요.”


“아저씨가 저렇게 말씀하시는 근거가 있을 것 같은데요.”



신서윤이 내 대답을 요구하듯이 말했다.



“좀비 사태 때문에 사람이 엄청 많이 죽었잖아요. 그래서 우리나라 전체가 부정을 탔대요. 부정을 타서 괴물이 나오는 거거든요. 어디로 가든 비슷하겠죠. 제주도도 지금 난리일걸요? 무연 씨한테 도움받아서 정리하다 보면 금방 다시 안전해질 거예요.”



구체적인 근거는 없는 말이다. 숫자로 확인된 사실이 아니야. 덮어놓고 믿기는 힘들지. 그래도 나는 최 도령을 믿고, 무연을 믿는다. 이런 일 많이 해본 사람들이잖아.


그리고 경험상 좀비는 사람을 발견해야만 움직이지, 사냥하러 다니지는 않는다. 이것도 어느 순간 깨질지도 모르지만. 걸어서 한 시간밖에 안 된다고는 해도 여기는 산속이라 읍내에서 여기가 눈으로 보이진 않는다. 불 다 켜고 소리 꽥꽥 질러도 모를걸. 우연히 오거나, 누가 끌고 오거나 둘 중 하나지. 아직은.



“저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좀비랑 괴물이랑 달라요?”


“네. 좀비가 왜 나왔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괴물은 부정 때문에 나오는 게 맞고요. 사람이 많을수록 부정도 많아서 인구 많았던 곳은 괴물이 나올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제가 이런 시골로 온 거고요.”


“아 그래서 서울이······.”



다들 이해한 눈치다.



“근데 부정이 뭐예요?”


“나쁜 기운이요.”



좋은 집을 버리고 잘 모르는 곳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위험이 사라질 거라 믿고 이 자리를 지킬 것인가. 어느 쪽도 오답은 아니라고 본다.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만약에······제주도로 갔다가 거기서 잘 안 되면 여기로 다시 와도 되죠?”



민형기가 내 앞에서 처음으로 말했다. 귀신들 귀찮게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려고?



“마음대로 하세요.”



난 그냥 그렇게 대답했다. 마음대로 하라고. 이미 하고 싶은 눈치고, 내 말을 듣진 않을 것 같아서. 아버지를 통해 익힌 대화법이다.



“파란색 화물차 있던데 그거 타고 한번 가볼게요.”



열쇠는 찾아놓고 하는 소린지 모르겠네. 이 동네도 아버지 고향처럼 깔끔하게 대피해서 좀비가 없다. 차 열쇠를 집에 두고 간 사람이 있을까. 중요한 물건이니까 쓸모가 없더라도 일단 가져갔을 것 같은데. 아니 뭐 알아서 하겠지.


저녁밥으로 파채무침이랑 건새우 볶음을 해줬다. 잘 먹어주는 건 고마운데 내가 식사 담당이 되는 건 사절이야. 자기 밥은 자기가 알아서 챙겨 먹었으면 좋겠다. 어린이도 아니고 성인이잖아.


신서윤이 요리 얘기를 한다. 원룸 살던 자취생이라 요리를 자주 해봤다는 소리다. 나랑 비슷하네. 떠들게 놔두고 내 밥을 먹었다.



“근데 아저씨 요리 맛있지 않아요?”


“네, 요리 잘하시는 것 같아요.”


“아저씨! 요리 어디서 배웠어요?”


“배운 적 없는데요.”


“말투 좀만 친근하게 해주시면 안 돼요? 아니 진짜 우리 데려올 때는 이렇게 안 했잖아요.”



그때는 의무감이었다니까······.



“저도 원룸 살았어요.”


“혼자 사셨다는 거죠? 저희 다 그래요. 진짜 우리나라에 1인 가구가 많긴 많았네요.”



1인 가구? 이런 공통점이 있었네. 무연은 모여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변했다고 했었지. 그럼 혼자 있던 사람들은 안 변했다 이건가? 그래서 우리가 살아남은 거고? 이것도 부정이랑 관련이 있나? 잘은 모르겠지만 얘기는 해둬야겠다.


저녁밥 먹고 바로 무연이랑 대화했다. 좀비 처치 계획에 관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좀 떠올라서 그것도 말했다.



“좀비를 불로 태우지 말고 계속 가둬놓자고요?”


“네. 부정이 고인 곳에서 위험한 괴물이 나온다고 그랬잖아요. 근데 지금 괴물은 없고 좀비만 있다는 건 좀비가 부정을 다 빨아먹었다는 뜻이니까 좀비를 가둬놓고 매일 햇빛에 태우면 부정이 없어지지 않을까요?”


“······.”



잠깐 고민한 무연은 최 도령한테 연락했다.



“야 인프제! 오랜만이다. 잘 지낸다고 들었어. 잘 지내지?”



반가운 목소리다.



“네.”


“저번에 갑자기 사람 보낸 거 미안하다. 그땐 진짜 다른 방법이 없었거든. 인생이 참······계획대로 되는 법이 없어.”


“사는 게 다 그렇죠, 뭐.”


“하하. 화 안 내는구나. 죽은 사람들한테도 미안하고······그때 대왕지네 구해준 게 그런 식으로 돌아올 줄을 누가 알았을까. 하늘도 정말 무심하시지. 지나갔으니까 어쩔 수 없네. 무연아, 용건은 뭐냐?”



무연이 내 아이디어를 말했다.



“야 그거 괜찮다. 큰놈 하나보다 작은 놈 여럿이 낫지. 근데 실제로 되는지 확인한 건 아니지?”


“네. 며칠 안에 알 수 있을 겁니다.”


“좋아. 계획대로 해. 계획 있어?”



초등학교 울타리는 좀비를 확실하게 가두기엔 부족하다. 낮이 되면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테니까 발을 꽉 묶어놔야 한다.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유인해놓고 군부대에서 바리케이드랑 윤형 철조망 가져와서 그걸로 둘러싸면 돼요.”


“그 정도면 되겠네. 근데 시간 충분하냐? 무연이 혼자 해야 하잖아.”


“무연 씨, 시간 없을 것 같으면 좀비 그냥 비닐로 말아두세요. 저희가 낮에 마무리할게요.”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좀비를 묶어두면서 괴물도 예방하는 좋은 방법 같지만, 좀비가 밤에 부활하지 않는다면 그냥 삽질이다. 아니지, 어쨌든 좀비는 정리되니까 이득이지.


근데 이런 식이면 초등학교에 고이는 부정만 처리되는 거 아냐? 뭐 그것도 나쁘진 않아. 내가 여기까지 해줬으니까 나머지는 알아서 잘 할 거야. 괴물 많이 나오는 곳에 좀비 무리를 갖다 놓는다든가, 그 정도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잖아.


늘봄펜션 사람들한테도 미리 말해뒀다. 내일 군부대 갈지도 모른다고. 안 그래도 총 찾으러 가려던 사람들이라 찬성했다. 부상자인 주도영과 제주도행을 선택한 민형기는 빠졌다.



“철조망 구해서 좀비를 둘러싸야 한다고요? 위험하잖아요!”



오원우 이놈은 사사건건 목소리를 높인다. 나약한 놈. 그래도 이해는 된다.



“햇빛에 노출되면 불타서 해골로 변해요. 안 위험해요.”


“안 변하면요?”


“그럼 그냥 손 안 대고 철조망이랑 바리케이드만 놔두고 오면 돼요. 무연 씨가 알아서 하실 거예요.”


“그럴 거면 처음부터 놔두고 오기만 하면 되잖아요. 어차피 무연 씨가 알아서 하실 거니까.”



그럴 거면 그냥 지금 뒤지지 그러냐. 어차피 뒤질 건데.



“어려운 일도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좀 도와줍시다. 저희가 아저씨한테 신세 진 게 있잖아요.”



수진이 형······! 그 얼굴로 나한테 아저씨 소리는 그만 하지?



“저는 도와드릴게요.”



게이가 날 보면서 저렇게 말하니까 기분이 이상해. 김은태는 도대체 왜 커밍아웃을 했을까? 나도 이성애자라고 커밍아웃 할까?



“어차피 저희······총도 구해야 하니까 같이 하면 되지 않을까요. 아저씨 혼자서 하시기는 힘들 것 같아요.”



박가람까지, 다들 돕겠다고 하는데도 오원우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죄송한데 저는 철조망은 진짜 만지기 싫어서요.”



아 좀비가 아니라 철조망이 문제였어? 그 무슨 뾰족한 거 공포증이라도 있나 보네. 저렇게 정색할 정도면 그냥 있는 거로 쳐주자.



“그럼 철조망은 저희 넷이서 할게요. 육공 운전해야 하는데 수동차 운전할 줄 아시는 분 있어요?”



없구나. 나도 수동은 장롱면허 수준인데······. 진짜 피곤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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