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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와 고양이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c61
그림/삽화
c61
작품등록일 :
2024.04.12 22:42
최근연재일 :
2024.05.25 21:0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35
추천수 :
1
글자수 :
150,912

작성
24.05.1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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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4화

DUMMY

남자 중에선 그나마 나은 듯했던 김수진이 겉멋만 든 애새끼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저격수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자세를 낮추냐고. 할 거면 제대로 하든가, 탁 트인 데서 걷다가 복도 들어가서 뛰는 건 뭔데?


25살이랬지. 어려서 그래. 군대 다녀와도 남자는 다 애새끼야. 근데 남들이 보기엔 목검만 든 내가 훨씬 병신같겠지? 아 무기 바꾸고 싶다.


중고차 파는 곳이라 당연히 차가 많다. 열쇠도 많겠지. 아마 사무실에 모아놨을 거다. 굳이 금고까지 써서 잠가놓진 않았을 거고. 보안 시스템 다 되어 있는 데다 열쇠를 훔친다 해도 어차피 차가 본체다.


예상대로 사무실에서 열쇠를 발견했다. 투명 플라스틱 서랍에 차곡차곡 정리해놨다. 연식별로 되어 있어서 가장 최신 차를 편하게 찾을 수 있었다. 열쇠마다 차 번호도 붙어 있고.



“생각보다 괜찮네요. 나중에 다른 분들도 데리고 와요.”


“아저씨.”



김수진이 가리킨 쪽에 좀비가 있었다. 사무실 옆방. 문 유리를 통해 우릴 보고 있었다. 거의 다 썩어서 약해 보였다.



“그냥 두세요.”


“다시 올 거면 정리하는 게 낫잖아요.”


“지금 열쇠 다 챙겨요. 사무실까지 안 와도 돼요.”


“아 네.”



서랍째 들고 나왔다. 나도 김수진도 중고차 보는 법은 모른다. 시동이나 잘 걸렸으면 좋겠다. 좀비 사태 터지고 한 달쯤 됐나? 배터리가 방전됐을 수도 있다. 보통 중고차 매장 근처에 주유소나 정비소도 같이 있으니까 찾아보면 될 거야.


인터넷에서 대충 주워들은 수준으로 차를 검사했다. 안전띠 끝까지 뽑아보고, 볼트 새로 조인 적 없는지 살펴본 게 다였다.


총 들었을 땐 애새끼 같긴 해도 김수진은 바보가 아니었다. 짐 싣기 좋은 픽업트럭을 골랐다.



“이거 1억 원짜리예요. 갖고 싶었는데 여기 딱 있네요.”



비싸서 고른 거였군. 확실히 그렇게 생겼다. 연비는 엄청 나쁠 것 같지만 기름값 걱정할 일은 없으니까······. 근데 김수진보단 오히려 내가 타는 게 맞지 않나? 차가 너무 큰데.



“아저씨도 새 차 뽑으실래요? 솔직히 포터는 구리잖아요.”


“막 타도 돼서 편하긴 해요. 짐도 많이 실리고요.”


“포터가 구리긴 한데 그만한 가성비가 또 없긴 해요.”



세단은 진짜 별로니까 그냥 아무한테나 줘버려야겠다. 화물차는······더블캡으로 새로 구해볼까? 그건 그나마 뒷좌석 있으니까 고양이 데리고 다니기엔 지금보다 낫겠지. 매장엔 화물차도 많았지만, 더블캡은 없었다. 은근히 보기 힘들긴 해.


김수진이 자기 차에 시동을 걸었다. 다행히 한 방에 걸렸다. 그때 차 밑에서 시커먼 게 튀어나와 도망갔다. 작은 괴물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 다른 차 밑에 숨은 그것은 괴물이 아니라 검은 고양이였다.



“뭐 있어요?”


“고양이요.”


“차에 고양이 있었어요? 엔진룸 씹창날 뻔했네.”



글러브 박스에 동동이 간식 몇 개 넣어놨었는데. 하나 까서 고양이를 유인해봤다. 배고팠는지 경계하면서도 가까이 와서 막 핥아먹었다. 애가 왜 이렇게 말랐어.



“데려가시게요?”


“네.”



물도 좀 먹여줬다. 잘 받아먹었다. 조수석에 수건으로 고양이 자리를 만들어 앉혔다. 난리 안 쳐서 기특했다.



“기름 없으니까 주유소 먼저 들를게요.”


“네.”



주유소에선 픽업트럭 따위보다 훨씬 대단한 물건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기름이 가득 찬 유조차였다. 휘발유라 내 화물차는 못 쓰지만, 그래도 3만 리터······. 열쇠도 보란 듯이 주유소 벽에 걸렸다. 기름 배달 가려고 했다가 좀비 사태 때문에 대피했나 보다.



“진짜 대박인데요? 이걸 아무도 안 가져가고 그냥 놔뒀네.”


“일정 바꾸죠. 이거 먼저 가져가요.”


“그럽시다!”



유조차를 획득한 우리는 완도행은 나중으로 미루고 펜션촌으로 복귀했다. 아직 환한 오후였다. 전국의 주유소에 가득 저장되어 있을 엄청나게 많은 기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손쉽게 3만 리터나 얻었는데도 벌써 욕심이 난다. 역시 인간은 추해.


계속 우울해 보였던 주도영조차 유조차를 보고 표정이 밝아졌다. 군부대 간 사람들은 아직 안 왔네. 여자들은 검은 고양이를 더 좋아했다.



“꺅 너무 귀엽다~! 이름 지으셨어요?”


“아뇨.”


“그럼 제가 지어도 돼요? 깜식이 어때요?”



흑인한테 깜둥이라고 하는 거랑 뭐가 달라······. 신서윤 이거 아닭이라는 별명도 자기가 지은 거 아냐?



“별로예요? 아저씨가 지으실래요?”


“블랙 팬서요.”


“하하!!”



주도영이 엄청 크게 웃었다. 자기도 놀랐는지 바로 멈췄다. 미안하지만 더 웃어줘야겠다.



“와칸다 포에버!”


“흐흑······!”



그냥 웃으면 되는데, 주도영은 웃음을 참다가 눈물까지 흘렸다.



“도영 씨 도서관 가보셨어요?”


“네······어제 킥보드 갖다 주셔서 편하게 다녀왔어요.”


“팔은 어때요?”


“낫는 것 같아요.”


“고양이 이름 뭐가 좋으세요?”


“고, 고양이요? 어······”



답답해서 그냥 동식이라고 이름 붙였다. 합사를 위해 내 집으로 데려갔다. 고양이 합사는 까다롭다고 들었는데, 동동이는 아직 어린 동식이를 막 핥아줬다. 오히려 동식이가 화를 냈다. 동동이의 얼굴을 때리고 도망치던 동식이는 대왕지네를 본 순간 털을 바짝 세우고 강한 척했다.


지네가 좀······커진 것 같은데.



“어디 갔다 왔어?”



목소리까지 또렷하게 들린다.



“자동차 구하러.”


“이건 고양이야.”


“걔도 찾고 자동차도 찾았어.”


“그랬구나.”



근데 지네도 이름 지어줘야 하나? 계속 강한 척하는 동식이를 들어 올렸다.



“얘는 동식이야. 잡아먹으면 안 돼.”


“알았어.”


“너도······이름 갖고 싶어?”


“지어주려고?”


“응.”


“좋아!”



생긴 게 좀 징그러우니까 이름은 밝은 거로 하자.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는 퀘이사······.



“고민하고 있어?”


“어, 지네 이름은 처음이라 생각이 잘 안 나네.”



동식이는 동동이한테 맡기고 지네랑 같이 소파에 앉았다.



“넌 이름 뭐야?”


“난······.”



본명은 버렸다는 설정이었지. 지네가 그런 걸 이해할까? 인프제보단 그나마 슈렉이 낫다. 짧으니까.



“슈렉.”


“이상한 이름이네.”


“응.”


“누가 지어줬어?”


“친구들.”


“우리 친구잖아. 내 이름도 이상하게 지어줘.”


“동키.”


“이상해서 좋아!”



밝은 이름이기도 하다. 동동, 동식, 동키. 무의식적으로 동자 돌림으로 지어버렸다. 가족 같고 괜찮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할 때쯤 군부대 갔던 사람들이 돌아왔다. 마찬가지로 유조차 소식에 기뻐했다. 중고차 가지러 가자는 말도 아주 환영했다. 오원우 너는 면허도 없는 놈이 왜 좋아하냐?



“근데 형기 씨는 제주도 갔대요?”


“아뇨. 죽었어요.”


“아······좀비로 변했어요?”


“모르겠어요. 중간에 사고 나서 다 부서져 있었어요.”


“완전히 다요······?”


“운전석이 완전히 박살 났어요.”



어제 아침까지 얼굴 보고 지내던 사람이 오늘 죽었다. 친하지는 않았지만 다들 말수가 적어졌다. 친해진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땐 훨씬 힘들겠지. 이런 날에 시끄럽게 떠들기는 뭐해서, 오늘 밤은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난 무연에게 낮에 있었던 일을 전했다.



“가시는 길 괴로움 없었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귀신이 한 말이라 의미심장했다. 난 말을 아꼈다.



“아직 그 주변을 떠돌고 계시겠군요. 죄송하지만 제가 가야겠습니다.”


“네. 다녀오세요.”


“아침까지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민형기는 많이 무서웠을 거다. 좀비가 된다는 사실보다는 혼자 죽어야 한다는 사실이 무서웠겠지. 그렇게 죽은 사람을 무연은 만나러 갔다. 저승사자도 아니면서. 작게나마 존경심이 들었다.


자려고 누웠다. 박가람이 구해다 준 손목시계를 한참 들여다봤다. 군대에서 인기 많은 메이커다. 튼튼하다고 자랑하지만 1년을 넘기기 힘든 메이커. 그래도 가격이 싸서 많이들 사곤 했다. 내 것도 1년 3개월 만에 고장 나서 버렸다. 후임한테 시간 묻고 다니는 선임들······다 이유가 있다.


밖에서 무슨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와 억지로 깼다. 꼭두새벽부터 무슨 지랄이야?



“예수 믿으시고 천국 가세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예수 믿고 회개하면 천국에 가서 영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주 예수 살아계심을 믿는 자들에게 구원 있으라--!!”



아이 씨발.


눈곱도 못 떼고 밖으로 나갔다. 한 명이 아니었다. 아줌마 아저씨 여러 명이 승합차에 스피커를 싣고 와서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전형적인 예수쟁이들. 말이 통할 리가 없다.



“예쑤 믿으쎄요-! 씸판의 날이 왔습니다-! 예쑤 믿으시고 천국 가쎄요-!”



나랑 눈이 마주친 아줌마가 더 강한 발음으로 외쳤다. 번들거리는 눈알 속에 마귀가 들어앉은 듯했다. 주여 저 새끼들을 구원하소서.


스트레스 때문에 현기증이 났다. 대화도 안 돼. 폭력도 안 돼. 그렇다고 예수쟁이 새끼들 말을 듣는 건 죽어도 싫다. 꺼지라고 해도 앞으로 계속 오겠지. 여길 버리고 도망가는 방법밖에 없다. 현실만 아니었으면 그냥 다 죽여버렸을 텐데······.


아줌마가 내 팔을 잡아끌었다. 난 누가 몸 만지는 걸 싫어한다. 눈이 뒤집힐 뻔했다. 최대한 화를 참으면서, 아주 천천히 아줌마 팔을 뜯어냈다. 아줌마는 나한테 잡힌 손목이 아프다고 소리를 꽥 질렀다. 그러자 아저씨들이 폭력 쓰면 천벌 받는다며 개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했다.


이런 새끼들은 인면지네 안 되나? 내가 이 새끼들 죽이면 천벌 받고 이 새끼들은 날 아무리 빡치게 해도 천벌 안 받아? 눈앞이 빨갛게 물드는 느낌이다. 목검으로 한 대씩만 치면 병신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안녕하세요--!!! 전도하러 오셨나 봐요?”



신서윤 목소리다.



“마침 잘 오셨어요 여러분! 안 그래도 말씀 좀 듣고 싶었는데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여기 1층 식당이라서 자리 많거든요! 먼 길 오셨을 텐데 커피라도 한 잔씩 드시고 좋은 말씀 많이 해주고 가세요!”



신서윤은 그렇게 떠들어대면서 아직 나한테 잡혀 있는 아줌마를 잡아끌어 떨어뜨렸다. 아줌마가 벌레 같은 눈깔로 날 꼴아본다. 개 씨발년. 진짜로 죽여버릴까? 일단 한 대만 쳐보자. 뒈지나 안 뒈지나.


숨이 빨라진다. 목검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날 야리는 아저씨들도 다 쳐죽이고 싶다. 좆만한 씹새끼들. 하나같이 나보다 대가리 한 개는 작다. 맨손으로도 아가리 뽑아서 죽여버릴 수 있어.



“진정하세요 아저씨. 저한테 맡겨요.”



예수쟁이들을 식당으로 들여보낸 신서윤이 나한테 말했다.



“저 새끼들은 좆대로 하는데······저는 왜 하면 안 돼요?”


“아저씨, 차 타고 도서관이라도 다녀오세요. 도영 씨 거기 있거든요? 가서 기분 좀 풀고 오세요. 여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신서윤은 힘으로 날 밀어내려 했다. 어림없는 짓이다. 식당 안에서 날 꼴아보는 예수쟁이 새끼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한 다음 화물차를 타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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