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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와 고양이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c61
그림/삽화
c61
작품등록일 :
2024.04.12 22:42
최근연재일 :
2024.05.25 21:0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41
추천수 :
1
글자수 :
150,912

작성
24.05.16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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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2화

DUMMY

“프제······오늘 군부대 안 가세요?”


“도서관 먼저 아니었어요? 어제 저랑 얘기했잖아요.”



전투식량에 욕심을 내는 오원우. 그리고 이 판국에 도서관 데이트를 노리는 듯한 신서윤. 데이트는 그냥 김칫국이겠지? 아 김치 먹고 싶다. 쌀밥에 카레만 먹으니까 물린다.



“군부대는 제 화물차 빌려드릴 테니까 다른 분들이랑 같이 가세요.”


“거, 거기 좀비 아직 있잖아요.”



내가 가면 없어지냐?



“걱정되시면 지하로 통하는 계단 막으세요.”


“계단을 어떻게 막아요?”


“안 쓰는 가구 많잖아요.”



해골 정리하려면 어차피 또 가긴 가야 하는데 농사 책도 급하다. 하루면 될 것 같으니까 오늘 빨리 구해오자. 겁먹은 오원우의 손에 화물차 열쇠를 쥐여줬다.



“총은 웬만하면 쏘지 마시고요. 어차피 머리 쏴도 안 죽어요.”


“저 총 쏠 줄 몰라요.”



아니 그럼 왜 그렇게 총에 집착했어?



“아는 분한테 가르쳐달라고 하세요. 부대 안에 사격장 있을 테니까 거기서 배우시면 돼요.”


“아저씨는 모르세요?”



벌써 21살인 놈이 언제까지 나한테 매달리려고 이러냐.



“수진 씨가 아실 거예요. 빨리 가서 얘기해보세요. 일찍 출발할수록 좋아요.”



오발 사고 나는 거 아냐? 깜짝 놀라서 같은 편을 쏜다거나. 걱정되기 시작하니까 따라가서 봐주고 싶어지잖아. 인생 진짜······. 그래도 그냥 보냈다. 나도 꼴에 남자라고 여자를 선택했다.


점심으로 먹을 감자와 계란을 삶았다. 감자 농사 빨리 지어야 한다. 고구마도. 나갈 준비를 끝낸 다음 세단에 시동을 걸어놓고 신서윤을 기다렸다. 많이 늦네. 버리고 갈까.



“아저씨 죄송해요! 깜박한 게 있어서······.”



아아~. 화장을 깜박했구나? 화장하면 좀비가 안 물어?



“마, 많이 기다리셨죠?”


“네. 타세요.”



세단은 차대가 너무 낮아서 타기 힘들다. 아 머리 또 찧었잖아! 우리나라 평균 신장 계속 올라가는 추세였는데 왜 맨날 설계를 이딴 식으로 해?



“저기······화나신 건 아니죠······?”


“오늘 누구 만나시나 봐요? 예쁘게 꾸미셨네요.”



내 농담에 신서윤이 웃는다.



“네 사실 썸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사람이 있어서요. 제 착각일 수도 있어서 오늘 좀 알아보려고요.”


“되게 급하신 것 같은데 혹시 혼기 놓치셨어요?”


“네? 무슨 소리예요 저 이제 스물셋인데-! 그런 농담은 하지 마요 진짜~!”


“출발할게요.”



읍 안에 학교가 많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다 있다. 일단은 시내 도서관부터 가보고. 작은 도서관이라 우리가 찾는 책은 없을 것 같긴 해. 만약에 허탕 치면 대학교로 가봐야지.


막상 가서 보니 도서관이 생각보다 컸다. 열람실까지 따로 있을 정도였다.



“혼자 다니지 마세요. 화장실 갈 때도요.”


“아저씨 취향······알았어요 진지하게 할게요.”



일반자료실 먼저. 최대한 조용히 움직이면서 좀비가 있는지 수색했다. 그늘에 숨어있던 인면지네 몇 마리가 발소리에 놀라 도망쳤다. 여긴 만화책 선반이 따로 있네. 괜찮은 발견이다. 오 농사 일기다!



“아저씨 이쪽!”



신서윤도 텃밭 가꾸는 법이 적힌 책을 찾아냈다. 심지어 귀농 관련 책도 있었다. 시골이라 이런 책이 많구나. 역시 도서관 오길 잘했어.



“진짜 감사하다······이거 쓰신 분들도 살아계셨으면 좋겠어요.”


“네.”



이게 우리 목숨을 구해줄 거야. 나도 감사해야지.



“나물 책도 있는지 찾아봐요.”


“나물이요? 아 산에서 나는 나물!”



나물에 관한 책은 대부분 요리법이었다. 채집법도 같이 나와 있어서 유용했다. 버섯까지 욕심을 내봤는데, 아쉽게도 버섯 재배법은 없었다. 대신 버섯 도감을 챙겼다. 따먹을 수 있는 버섯을 확실히 알게 됐으니 이득이다. 한 시간도 안 된 것 같네. 데이트 끝! 이제 집에 가자.



“서윤 씨도 사격 배우세요.”


“무, 무서운데······.”


“멧돼지 위험해요.”


“나물 따러 갈 때요? 남자랑 같이 가면 되잖아요.”


“남자가 총으로 협박해서 강간하려고 하면 어쩌시려고요.”


“에이 설마······그런 사람은 없겠죠. 다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던데······.”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언젠가는 본성이 나올 거야. 김은태가 제일 의심돼. 아무리 생각해도 그 새끼 게이 아닐 것 같아.



“당장 아저씨도 힘으로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하실 수 있잖아요.”


“저도 믿지 마세요.”


“아저씨 진짜 왜 그래요······? 남자한테 나쁜 일 많이 당했어요?”



남자가 아니라 인간을 못 믿어서 그래. 당연히 나도 못 믿고. 뭐 강간을 하지는 않겠지만······. 집 밖에서 섹스하는 건 좀비한테 뒤치기하러 오라고 광고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 건물에 좀비가 단 한 마리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도 안심하면 안 돼. 좀비는 거주지 밖에서 자동으로 생성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말하기 싫으시면 안 물어볼게요.”


“저희 모두 만난 지 며칠 안 됐잖아요. 친해지기 전까지는 너무 믿지 마세요.”


“아아······저 아저씨는 믿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너무 빨랐어요?”


“네.”


“그럼 제가 부담되는데도 억지로 같이 와주신 거예요?”


“아뇨.”


“솔직히 아저씨 마음이 어떤지 정말 모르겠어요.”


“INFJ는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남을 잘 못 믿고 실망도 많이 해요.”


“그래서 인프제가 인간관계를 힘들어하는 거네요. 완벽주의에다 욕심도 많아서요.”


“네.”


“대신 한번 믿은 사람한테는 조건 없이 막 퍼준다면서요. 진짜 그래요?”


“연애해본 적 없어서 몰라요.”


“저도 연애는 안 해봤어요. 공부하느라 일부러 안 했어요. 대시는 많이 받아봤어요.”


“대학교 술자리에서요?”


“네! 어떻게 아셨어요?”



술이 들어가면 봐줄 만하다······아니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긴 해. 아무리 술김이어도 가리기는 하니까.



“아저씨도 술자리에서 대시 받아봤어요?”


“아뇨. 한 적도 없어요.”


“주변에 여자가 없었나 보다. 예쁜 여자 있었어요?”


“있었는데 임자도 다 있었어요.”


“하긴······아니 잠깐만 저는 안 예쁘니까 임자가 없었다는 뜻이에요 이거?”


“연애 일부러 안 했다면서요.”


“네 그랬네요 제 입으로. 아 그때 좀 해볼걸. 남자랑 단둘이 있을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건 의도가 뭐지? 지금까지 떠든 건 다른 사람이었나?



“잘 하시는데요.”


“그렇죠? 사실 저 말 잘해요. 별명이 아닭이었어요.”


“아가리······닥치라고요?”


“아뇨 아가리로 싸우는 싸움닭이라서 아닭이요.”



닥이 아니라 닭? 별명 진짜 거지같이 지었네.



“아저씨는 별명 뭐였어요?”


“슈렉이요.”


“파하하하하하!!!”



너무 크게 웃네. 민망하게······.



“와 근데 진짜 듣고 보니까 생긴 것만 그런 게 아니라 성격까지 비슷하신 것 같아요. 슈렉도 혼자 있는 거 좋아하잖아요.”


“슈렉 아세요?”


“네! 또래 중에선 거의 저밖에 몰라요. 그 제작사 영화는 다 좋아해요. 걔들 원래 인지도 없었는데 슈렉으로 흥했잖아요. 혹시 치킨런 아세요? 그것도 명작인데.”


“네. 봤어요. 재밌더라고요.”



영화 얘기를 시작한 신서윤은 입을 다물질 않았다. 집에 가서도 영화 보고 싶다고 계속 칭얼거렸다. 어차피 문화생활도 신경 쓸 생각이었으니까, 시간도 남겠다 오늘 DVD까지 구해보자. 말해주자 서윤이 엄청 좋아했다.


점심은 집에서 먹었다. 안보라, 주도영, 민형기까지 다섯이서. 도서관에서 만화책을 찾았다고 했다.



“거기 멀어요?”



주도영이 관심을 보였다. 아직 정신적으로 상당히 위험한 상태일 텐데, 만화책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면 오히려 반갑지.



“네. 걸어서 가기엔 멀어요.”


“자전거나······비슷한 거 구할 수 있을까요?”



여긴 전기 들어오니까 전기 자전거도 괜찮겠네. 전동킥보드는 위험해서 안 돼. 안장 달린 거라면 몰라도.



“팔은 어떠세요?”


“아직 좀······.”


“이따 DVD 구하는 김에 전기 자전거도 찾아볼게요.”


“······감사합니다.”


“읍내 가실 거면 저도 같이 가면 안 될까요? 신발 같은 거 구하고 싶어서요.”



민형기가 말했다.



“차는 구하셨어요?”


“네. 파란색 화물차요. 집에 열쇠 있었어요.”



아니 운빨 진짜.



“차 끌고 가실래요?”


“네. 어차피 제 짐은 따로 실어야 하니까요.”



설거지는 안보라가 하겠다고 해서 맡겼다. 보람찬 루팅 시간. 민형기는 자기 총을 들었다. 딱 봐도 군필자다. 소총이 무겁고 귀찮아서 나오는 저 표정. 멍청한 짓은 안 하겠지. 제발 하지 마라.


초등학교를 먼저 가봤다. 좀비 무리는 새하얗게 백골화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밤엔 부정이 묻어 살아나고 낮엔 햇빛에 바짝 익는 불쌍한 것들. 덕분에 우리가 안전하다. 얘들이 있는 한 괴물 안 나오겠지? 정말 초등학교 주변만 영향을 줄지도 모르니까 조심해야지.


온 김에 초등학교에서 DVD 플레이어를 찾아봤다. 민형기는 자기한테 필요한 물건 찾으러 따로 행동했다.



“DVD 아직도 쓰는구나~. 요즘 다 컴퓨터로 하는 줄 알았는데. 근데 영화 DVD는 애들 보는 것밖에 없네요.”


“DVD방 가죠.”


“DVD방이 뭐예요?”



어? DVD방 이제 없나?



“PC방 같은 거예요? 근데 그냥 집에서 OTT로 봐도 되는데 DVD만 틀어주는 가게면 장사 진짜 안 되겠다.”



여기서 세대 차이가······. 지도를 훑어봤는데 정말로 DVD방이 없었다. 그럼 DVD는 도서관에서 구해야겠네. 오전에 다 했으면 좋았겠지만 타이밍이 나빴어.



“도서관에 DVD 있을 거예요.”


“아 영화 보고 싶다고 빨리 말할걸! 죄송해요 제가 집에 다 가서 말하는 바람에.”


“귀농했다 치고 느긋하게 살아요.”


“아저씨 자상하시다~.”



일단 전기 자전거부터 얻어볼까. 여기도 길가에 대충 버려져 있다. 저런 건 못 쓰니까 패스. 자전거 가게에선 전동킥보드만 팔았다. 제일 비싼 제품을 선택했다. 주인이 부재중이라 흥정은 하지 않았다. 뜯어서 안장이 들었는지 확인했다. 거의 스쿠터네. 더럽게 크고 무겁다.



“제 것도 실어주시면 안 돼요?”



두 개밖에 없잖아. 내 것도 가져가려고 했는데. 다른 가게에서 더 좋은 거 루팅할거야.


트렁크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대충 쑤셔 넣었다. 민형기 화물차로 실어달라고 해도 될 텐데 이놈은 어디로 간 거야? 이럴 거면 왜 같이 왔어? 초등학교에서 모이기로 했었지. 이동해서 기다렸다. 이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을 때 근처에서 총소리가 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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