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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와 고양이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c61
그림/삽화
c61
작품등록일 :
2024.04.12 22:42
최근연재일 :
2024.05.25 21:0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29
추천수 :
1
글자수 :
150,912

작성
24.05.17 20:35
조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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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3화

DUMMY

“이거 총소리에요?”


“네.”


“어떡해요?”



민형기가 멍청한 짓 했겠지.



“형기 씨 올 때까지 기다려요.”


“찾아봐야 하지 않아요? 그 사람한테 무슨 일 났으면 어떡해요?”



자동차 경적을 세 번 울렸다.



“좀 기다려보고 안 오면 그냥 가요.”


“찾으러 안 가세요?”


“네.”



그놈이 우릴 좀비로 착각하고 쏠 가능성이 있다. 찾으러 가는 건 위험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신서윤이 가보자고 계속 눈치를 준다. 무기도 없고, 싸울 능력도 없고, 도망이나 제대로 칠까 싶은 사람이.



“이 동네 좀비는 무연 씨랑 저희가 정리했으니까 괜찮아요.”


“괴물 나왔으면 어떡해요?”


“그럼 가봤자 저희도 죽어요.”



다시 경적을 세 번 울렸다. 다음이 마지막이다. 시간이 늦었어. 사거리 한복판이라 시야는 좋다. 괴물 보이자마자 도망치면 돼.



“경적은 왜 자꾸 울리세요?”


“소리 듣고 오라고요.”



엔진 소리가 났다. 골목에서 파란 화물차가 나온다. 우리 옆으로 온 민형기는 묻기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털어놨다. 탈의실에서 갑자기 좀비가 나오는 바람에 총을 쐈다고 했다.



“머리 쐈는데 안 죽더라고요. 아저씨 말대로요.”


“좀비 어떻게 하셨어요?”


“그냥······두고 나왔어요. 다른 가게 갔어요.”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좀비가 한 마리 확실하게 존재하게 됐다. 정말 잘됐어. 민형기는 바로 돌아가자고 했다. DVD는 내일 찾아야겠다. 늘봄펜션에 가보니 군부대 갔던 사람들도 돌아와 있었다. 전투식량을 내리는 중이었다.


킥보드부터 내리고 도와줬다. 차에서 어물쩍거리던 민형기는 자기 숙소로 들어갔다. 수상한데. 신서윤이 킥보드 조립 못 한다고 칭얼거려서 도와주느라 시간이 다 갔다. 다행히 주도영은 스스로 했다.


저녁 먹을 때가 됐다. 다 나왔는데 민형기만 안 나왔다. 아직도 숙소에 있었다. 안보라가 밥 먹으러 오라고 불렀는데 갖다 달라고 했다. 얻어먹는 주제에 건방진 놈이. 제주도 갈 준비로 바빠야 할 인간인데 왜 계속 안에 있지? 저 새끼 설마 물렸나?



“형기 씨 내일 제주도 가신대요.”



밥 갖다 주고 온 안보라가 말했다. 내일 갑자기 떠나시겠다. 물린 게 맞나 본데. 좀비는 문을 열 줄 모르지만 오늘 밤에 변하면 피곤해질 수도 있어. 아버지는······. 아버지는 물리고 나서 좀비로 변하기까지 이틀 정도 걸린 것 같다. 편지에 의하면. 창고에 있는 무연에게 말하러 갔다.



“민형기 씨가 좀비한테 물린 것 같다고요. 상처 확인하셨습니까?”


“아뇨.”


“그럼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내일 떠난다니까 그냥 오늘 밤에 감시만 해주세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렸다고 쳐도 지금 죽일 수도 없잖아요. 제가 틀렸기를 바라야죠.”



영화에선 이러다가 다른 사람들까지 하나씩 당하는데 우린 무연이 있으니까 괜찮아. 밤에 무슨 일이 터지지 않을까 기대하며 잠들었는데, 민형기는 새벽에 떠났다. 길만 막히지 않으면 항구까지는 반나절. 챙겨간 식량은 라면 몇 개뿐이었다고 무연이 말했다.



“발목을 물렸습니다.”


“그럼 제주도는 못 가겠네요.”


“네. 변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했습니다.”



머리 쏴서 자살해도 시체는 좀비가 될 텐데.



“두 번은 더 확인했어야 했는데······제 책임입니다.”



죄책감이 느껴지는 어조였다.



“저희도 항상 조심해야죠.”



해골이 됐다가 밤이면 되살아나는 좀비가 바이러스일 리 없다. 근데도 물리면 감염된 것처럼 좀비로 변한다. 부정이 살아있는 사람한테도 옮겨간단 거겠지. 그런데 진짜로 부정이 맞으면 화기로 없앨 수도 있나? 매운 거 먹고, 일광욕하고······.


민형기 그냥 보내지 말고 시도라도 해볼 걸 그랬나.


해가 뜨기 전에 무연은 창고로 들어갔고 나는 나쁜 소식을 전했다. 어딜 가든 절대로 혼자서는 움직이지 말기로 다들 약속했다.



“근데 형기 씨는 어차피 좀비 될 거 알면서 차는 왜 가져갔대요? 그냥 걸어서 갔어도 됐잖아요.”



오원우 이거 솔직하다는 핑계로 개소리 그냥 뱉는 인간이네. 이런 놈들은 다 똑같다. 자기가 남한테 함부로 지껄이는 건 괜찮지만 남이 자기한테 함부로 지껄이는 건 절대 못 참지.



“아까우세요?”


“네. 화물차 우리가 쓰는 게 낫잖아요.”


“그럼 따라가서 받아오세요.”


“차를 제가 어떻게 따라가요?”


“제 차 빌려드릴게요.”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잖아요.”


“고속도로 타고 부산 갔을 테니까 그리로 가보세요.”


“아니······진심이세요?”


“화물차 아깝다면서요.”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제가 어떻게 혼자 가서 그걸 받아와요?”


“제가 원우 씨랑 같이 가보겠습니다.”



속으로 욕하기 직전에 김수진이 손을 들었다.



“화물차 운전할 사람 필요하잖아요. 같이 가서 가져오겠습니다.”



이렇게 되자 오원우도 아무 말 못 했다. 김수진한테 세단 열쇠를 줬다. 타기도 힘들고 양아치 커플 자꾸 생각나서 정이 안 가는 차다.



“기름만 채우고 바로 출발합시다.”


“바, 바로요? 아침도 안 먹었는데요?”


“전투식량 있잖아요.”


“저 면허도 없어요.”


“······.”



김수진이 정색했다. 면허도 없으면서 화물차 아깝다고······. 자동변속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도로에 차도 없을 테니까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 근데 면허도 없는 놈이······.


분위기 참 안 좋네. 기분전환이나 해야겠다.



“그럼 제가 수진 씨랑 갈 테니까 여기 계세요.”


“그렇게 하실래요?”


“대신 화물차는 수진 씨 겁니다.”


“네 그러세요 어차피 저 면허 없으니까······.”



아쉽다는 감정이 얼굴에 다 나온다. 우릴 위해서라도 저 새끼한테는 운전을 가르쳐야겠다.


김수진은 눈치 빠르게 물이랑 먹을 걸 챙겨 내 화물차에 실었다. 내가 직접 가는 이상 세단을 탈 이유가 없지. 박가람이랑 김은태가 군부대를 또 가겠다고 해서 세단은 그쪽에 맡겼다. 가는 김에 손목시계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출발하기 전에, 민형기가 부산으로 간 게 맞는지 무연한테 확인해봤다.



“부산은 위험합니다. 완도로 가라고 했습니다. 저희가 다리를 통제해서 안전지대로 만들었습니다. 쭉 내려가다가 남해고속도로 타고 서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장흥이나 강진에서 남쪽으로 빠지시고요.”



안 물어봤으면 큰일 날 뻔했네.



“형기 씨가 일찍 출발하셨으니 지금쯤 거의 도착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화물차 한 대 때문에 거기까지 가시는 겁니까?”


“얼마나 멀어요?”


“거의 우리나라 남쪽 끝입니다.”



갔다가 바로 와도 저녁이겠네. 거기서 자고 와도 되나?



“완도에 사는 사람 있어요?”


“네. 그쪽도 여기처럼 상황이 좋은 편입니다.”



어? 그럼 수틀리면 완도로 옮겨도 되겠는데? 거기 사람들이 날 환영할지는 별개로 치고.



“한번 보고 올 가치는 있겠네요.”


“그러시다면야······안전운전 하십시오.”



짐칸에 침낭이랑 텐트도 실었다. 오원우 때문에 괜히 가는 거라 좀 짜증 났는데 완도 상황이 좋다고 하니 갑자기 여행 가는 기분으로 바뀌었다. 인간은 참 신기한 생물이야.



“오원우가 눈치가 좀 없는 것 같더라고요. 어제도 계속 저랬어요.”



출발하자마자 김수진이 말했다.



“어려서 그래요.”


“빨리 정신 좀 차려야 하는데······예전이랑 다르잖아요.”



본성은 못 바꾸지. 평생 저럴 거야.



“적당히 거리 두고 지내면 돼요.”


“그러려고요. 박가람이나 김은태는 멀쩡하거든요? 역시 군대를 가야 사람이 된다니까.”



요즘 시대에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이 남아있었네. 진짜 나보다 형 같은데? 김수진이 군대식 상명하복 좋아하는 인간이면 나랑은 상극이다. 절대 안 맞아. 이번에 좀 알아보면 되겠어.


운전은 편했다. 가끔 버려진 차가 보이는 것 말고는 심심할 정도였다. 막혀 있던 곳도 귀신들이 대부분 뚫어놨다. 그래도 과속하지 않게 조심했다.



“좀 더 밟으셔도 되지 않아요? 아무것도 없잖아요.”


“위험해서요.”


“뭐가요? 우리밖에 없는데.”


“과속 자체가 위험해요.”



제동거리부터 엄청나게 달라진다. 게다가 화물차는 뒤에 짐 싣는 걸 전제로 만들어서 짐칸 비었을 때는 앞이 더 무겁다. 심지어 이 화물차는 초장축이라 꼬리가 길다. 과속하다 한번 균형 잃고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영화처럼 데굴데굴 굴러 다 죽는다.



“운전 자신 없으세요?”


“119 없어요.”


“아 그렇긴 하네.”



주절주절 설명하는 것보단 ‘119 없다’ 한 마디가 훨씬 효과적이었다.


민형기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일찍 발견했다. 길가에 처박혀 있었다. 총으로 자살하는 게 무서웠는지, 아니면 운전 중에 변해서 그런 건지······시체가 온전하지 않았다. 즉사했겠네. 시체 파편이 꾸물꾸물 움직였다. 지독하게 선명한 광경 때문에 눈앞이 조금 어지러웠다.



“아~~씨발. 조졌네요. 돌아갑시다! 일찍 찾아서 다행이네.”


“완도 찍고 오실래요?”


“아 그럴까요? 나온 김에?”



부서진 차에서 기름을 빼냈다. 그리고 불을 붙였다. 수습하기도 힘들고 그대로 놔두기도 미안했다. 활활 타는 화물차와 민형기를 룸미러로 보며 엑셀을 밟았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서른다섯이요.”


“아 한참 형이셨네요. 전 스물다섯입니다.”



그 얼굴로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리다고?



“선크림 바르고 다니셔야겠어요.”


“발라서 이 정도예요. 어렸을 땐 더 까맸어요. 무슨 일 하셨어요?”


“백수요.”


“아······요즘 대학 졸업해도 일자리 구하기 힘들다고 그러더라고요. 검도 하셨나 봐요?”



인간들 물어보는 게 다 똑같네.



“아뇨.”


“그럼 목검은 그냥 취미로 하시는 거예요?”


“네.”


“얼마 주고 사셨어요? 이런 건 비쌀 것 같은데.”


“직접 만들었어요.”


“아 진짜요? 와······손재주 좋으시네요.”



김수진은 거기서 말을 멈췄다. 만들어달라고 안 해서 다행이다.



“차는 어떡할까요?”


“차요?”


“수진 씨 차도 하나 구해야죠. 그러려고 나왔잖아요.”


“그럼 좋죠! 근데 차를 어디서 구할까요?”


“중고차 매장이요.”



대구로 들어가기 전에 차를 세우고 중고차 매장을 찾아봤다. 도시 외곽에 있는, 제일 가까운 곳을 골랐다. 외곽이긴 해도 충분히 도박이야. 한두 시간만 찾아보고 바로 가야 한다. 해 떨어지기 전에 완도에 들어가야지.


물만 마시고 계속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멀리서 본 도시는 조용했다. 좀비도 괴물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당연히 있겠지. 총을 들고 내리려는 김수진을 말렸다.



“왜요?”


“괴물이 소리 듣고 오면 우리 다 죽어요.”


“그래도 총이 있어야 안전하잖아요.”



있는 게 위험하다니까······.



“쏘지 마세요.”



내 말을 듣기는 한 건지, 김수진은 소총을 견착하고 특수부대 흉내를 내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병신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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