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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와 고양이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c61
그림/삽화
c61
작품등록일 :
2024.04.12 22:42
최근연재일 :
2024.05.25 21:0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47
추천수 :
1
글자수 :
150,912

작성
24.05.1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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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화

DUMMY

지금까지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 무연이 혼자 철조망 작업까지 깔끔하게 처리했다.


라는 개꿈을 꾸었다. 바리케이드랑 철조망. 그리고 장갑차. 어차피 군부대 루팅은 피할 수 없다. 잠깐만 장갑차도 수동 아닌가? 부대에 장갑차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그때 가서 생각하자.


창고로 돌아온 무연은 좀비를 최대한 많이 묶어두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오히려 그게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고맙다고 해줬다.


저번에 무연이 가져온 트럭은 그냥 놔두고 내 화물차로 이동했다. 가는 길부터 고생하면 안 되니까. 차로 한 시간. 꽤 멀다. 군부대는 지도에 안 나오니까 무연이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못 찾았겠지. 산속에 있는 부대였고······참혹했다. 해골 수백 구가 굴러다녔다.



“욱······!”



박가람이 구역질을 했다. 나머지도 표정이 좋지 않다. 시체 처음 보는 게 아닐 텐데, 그래도 이렇게 많은 해골이 쌓여 있는 건······. 인면지네가 깔끔하게 먹어서인지 냄새는 안 나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부대 안에 있다가 지네한테 파먹히고 부정 타서 햇빛에 정화된 모양새다. 이렇게 많은 좀비가 부정을 탔는데도 괴물이 나왔단 말인가. 무연이 가볍게 얘기한 걸 보면 심각한 괴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발목괴물이었으면 발자국이라도 남았을 텐데 깔끔해.


연병장으로 들어가 차를 세웠다. 트럭은 저기 있는데 장갑차는 안 보이네.



“총부터 찾아봅시다! 저는 어딨는지 모르는데 아시는 분?”



오원우는 미필이구나. 그렇게 생겼어.



“행정반에 있을걸요?”



김수진이 앞장섰다. 행정반 총기 보관함에 총이 있을 거다. 열쇠도 근처에 있겠지. 총알은 어딨는지 모르겠네. 평소엔 안 쓰니까. 그래도 무기고랑 탄약고에는 총이랑 총알 다 있는 게 확실하다. 두꺼운 자물쇠로 잠겨 있어서 내 절단기로는 힘들다. 어쩌면 부대 안에 산소 절단기가 있을지 몰라. 열쇠부터 찾아보고.



“저는 철조망 찾으러 갈게요. 저쪽 창고에 있을 거예요.”



난 이미 사냥총이 있고, 굳이 소총까지 갖고 싶진 않다. 원래 이런 상황에 혼자 행동하는 건 죽기 딱 좋은 짓이지만 창고가 워낙 개방된 곳에 있어서······. 문 여는 순간 괴물 튀어나오는 거 아냐?


창고 문을 두드려봤다. 텅텅 울리기만 하고 아무 일 없었다. 창고 자물쇠는 절단기로 쉽게 잘렸다. 여기가 아니네. 그냥 나머지 창고도 다 따보자.



“아저씨!!”



사람들이 내 쪽으로 허겁지겁 뛰어왔다.



“안에 좀비 있잖아요!!”



당연히 있지. 아예 없을 줄 알고 온 거야? 이 사람들 탐색은 이번이 처음인가? 그럼 모를 수도 있겠구나.



“햇빛 안 들어오는 곳에는 좀비 있어요. 문이랑 창문 다 여세요.”


“아니 안에 좀비 있는데 어떻게 들어가요?”


“그럼 제가 들어갈 테니까 여러분이 철조망 찾으세요.”


“예? 아저씨 미쳤어요?”



방패랑 진압봉까지 다 챙겨줬는데 약해빠진 좀비가 뭐가 무섭다고 이러냐. 절단기를 넘겨주고 막사로 들어갔다.


말만 들었을 때는 복도라도 점령하고 있는 줄 알았건만, 군인 좀비들은 어두운 지하에 몰려 있었다. 저 사람들은 계단 저 밑에 좀비가 있는 걸 보자마자 도망쳤다는 얘기다.



닫혀 있는 문이랑 창문을 전부 열었다. 3층까지 다. 지상층에서 어두운 곳에 있던 좀비는 목검으로 패서 쓰러뜨린 다음 밝은 곳으로 끌어냈다. 움직임이 좋아지긴 했는데 썩은 시체랑 비교해서 그렇다는 거다. 게다가 낮이고.


지하는 숫자가 많아 그냥 놔뒀다. 저쪽 계단으로만 안 가면 볼 일 없어.


사람들이 뭐 하는지 내다봤다. 오, 철조망 찾았네. 트럭은 부대 들어올 때부터 눈에 뻔히 보였으니까 열쇠만 찾으면 되겠고. 열쇠는 당연히 수송대에 있겠지?


여자들한테도 총을 챙겨줘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여섯 자루만 가져가자. 총열을 하나씩 살펴 상태가 그나마 좋은 것으로 골라 1층에 있는 보관함 하나에 모았다. 기관단총도 있네. 간부들 총은 아예 쏘질 않아서 깨끗하다. 하나 가져가자. 총알도 행정반에서 발견했다. 많지는 않았지만 다 모으니까 100발 정도 됐다.


생활관도 뒤졌다. 병장들 관물대에서 A급 장구류를 수거했다. 쓰지도 않을 거면서 A급만 가져가는 한심한 놈들. 이딴 거로 알량한 자존심이나 세우는 놈들이 전쟁 터지면 제대로 싸우긴 할까? 총 안 쏘는 간부랑 똑같다. 이제 전쟁 날 일 없으니까 걱정은 안 된다.


어쨌든 총을 쓰려면 탄입대랑 청소 도구, 탄창 이 세 가지는 기본으로 필요하다. 전투 조끼랑 수통도 있으면 더 좋고. 전부 더플백에 때려 넣었다. 근데 왠지 걱정되네. 저 사람들 총기 분해결합은 할 줄 아나? 걱정이 들어서 총기 교범도 한 권 찾았다. 일일이 가르쳐주기 싫어.


1층에서 보관함을 하나 골라 밀고 내려왔다. 바퀴 달려서 편하다. 다른 사람들은 트럭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열쇠 찾았구나. 군용 트럭은 관리 맨날 하니까 고장 안 났을 거다. 시동 안 걸리는 건 배터리 방전돼서 그렇겠지. 그럴 줄 알고 배터리도 하나 가져왔다.


총을 본 오원우의 표정이 밝아진다. 미필에, 철조망도 못 만지면서 총은 왜 이렇게 좋아할까.



“이것도 실어야 하니까 같이 들어주세요.”


“네!”



철조망 다 실어놨네. 할 일은 하는 사람들이라 다행이다. 바리케이드는 위병소 옆에 늘어서 있는 오뚜기형으로 골랐다. 쇠막대기 세 개 붙여놓은 거. 작아서 내 화물차에도 실을 수 있다. 여기다 철조망 걸고 좀비 둘러싸면 될 거야. 좀비 무리를 묶어둘 만큼 무겁지는 않지만 어디에 적당히 걸려주기만 하면 충분하다. 너무 무거운 건 우리가 옮기지도 못해.


트럭 시동이 계속 안 걸린다. 수동은 클러치도 같이 밟는 거였지? 내가 해봤는데 바로 걸렸다. 운전도 내가 해야 한다. 자신 없는데.


내 화물차 운전대는 수진이 형한테 맡겼다. 박가람이 나랑 같이 탔다. 오원우랑 김은태는 내 화물차.



“아저씨······트럭 운전해보셨어요?”


“아뇨.”


“면허는 뭐 따셨는데요?”


“1종 보통이요.”



좀비 사태 전에는 1종 보통 괜히 땄다고 후회했다. 면허 갱신할 때 2종보다 돈이 더 많이 들어서. 설마 군용 트럭을 운전할 줄은 몰랐지. 근데 요즘은 군용 차량도 자동으로 나오던데.



“근데······좀비는 어떻게 하셨어요?”


“적당히 치웠어요. 지하에는 그대로 남아있고요.”


“위험한데 어떻게요······?”


“목검으로 때리면 쓰러져요.”


“네······?”



목검으로 때리면 쓰러진다니까?



“안전띠 매세요.”



브레이크랑 클러치 밟고, 기어 넣고······이다음 뭐더라. 클러치에서 바로 발 떼도 되나? 미션 터지는 거 아냐? 터지면 다른 차로 하지 뭐. 클러치를 천천히 풀었다. 아무 일 안 나네. 이번엔 브레이크를 놓아주었다. 엔진이 덜덜거린다. 차 자체가 무거워서 그런가. 엑셀을 밟았다. 우와아앙 하면서 앞으로 나간다. 소리 더럽게 크네. 근데 이거 멈출 땐 어떡하지? 브레이크랑 클러치 동시에 밟는 건가?


해봤는데 괜찮았다. 연병장을 한 바퀴 돌아본 다음 도로로 나갔다. 확실히 수동이 재밌긴 재밌어. 이거 한 손 운전을 할 수밖에 없구나. 근데 자동 타는 인간들은 왜 한 손으로 운전해? 그러다가 핸들 털려서 놓치면 사고 난다고 학원에서 그랬는데.


박가람은 아무 생각이 없나 보다. 그냥 창밖을 보고 있다.


빨리 달리기가 겁난다. 기어를 언제 바꿔야 하는지 하나도 모른다. rpm 보고 하는 거라고 주워듣긴 했는데 트럭 rpm은 어떻게 봐? 3단에 놓고 60km로 밟았다. 그럭저럭 문제없이 간다. 근데 과속 방지턱 넘는다고 2단으로 내리는 순간 차가 요동치면서 엔진이 꺼졌다. 왜지? 왜 꺼졌지?



“고장 났어요?”


“아뇨.”



아오 이놈들도 수동 하나도 몰라서 물어볼 사람이 없네. 60으로 가다가 2단으로 내렸는데 시동이 꺼졌어. 2단으로 가기에는 차가 너무 빨랐다는 거지. 그럼 속도를 어떻게 줄여? 3단에서 그냥 브레이크만 밟으라고? 아 브레이크 밟아서 속도를 줄인 다음에 기어 바꾸는 건가? 아까 그렇게 하긴 했는데 기어를 너무 빨리 바꿨나 보다.



“아저씨! 안 가요?”



내 화물차 조수석에서 오원우가 소리쳤다.



“수동은 잘 몰라서요. 천천히 갈게요.”


“그럼 저희도 천천히 갈게요!”



김수진은 반대 차선으로 넘어가 내 옆에서 달렸다. 어차피 우리 말고 아무도 없으니까 상관없겠지.


내친김에 진지하게 연습을 해봤다. 3단에서 브레이크만 밟아 속도를 줄였다. 이번엔 2단으로 바꾸기도 전에 엔진이 꺼져버렸다. 바꾸기 적당한 구간이 있구나. 직접 해보니까 감이 오네. 알고 보니 3단은 60km로 달리기엔 좀 낮았다. 4단으로 올리니까 엔진 소리가 훨씬 부드러워졌다.


역시 기계는 사람이 조작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하다 보면 다 된다 이 말이야. 기어 조작 말고는 특별히 어려울 게 없었다. 초등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3시쯤이었다. 박가람이 손목시계로 알려줬다. 나도 손목시계 하나 구해야겠다. 아 PX에 있을 텐데. 나중에 다시 가야지.


인터넷 없이 시간을 어떻게 맞추지? 나침반은 있으니까 막대기 세워놓고 그림자가 정북쪽 갔을 때 12시로 맞추면 돼. 근데 그냥 박가람 손목시계 보면 되는데. 그래도 시간이 얼마나 어긋났는지 모르니까 그냥 그림자 보고 할래.


초등학교로 왔다. 좀비 무리가 완전히 백골이 되진 않았다. 최소 300마리는 되겠다. 그 정도가 똘똘 뭉쳐 있다 보니 햇빛을 안 받는 부분이 있어서 거기는 불타지 않았다. 그래도 상체는 확실히 해골이었다. 위험도 0. 가까이 가도 공격당할 걱정이 없다. 철조망을 어떻게 놓을지를 두고 의견이 좀 갈렸다. 김수진은 바닥에 기둥을 박자고 했다. 지금 기둥이 없는데 어떻게 박냐. 단단한 운동장에 구멍은 어떻게 뚫고.



“아저씨는 생각 없어요?”


“그냥 철조망이 안 풀어지게만 하면 돼요. 운동장 못 나가게만 만들면 되니까요.”



그래도 김수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놀이기구에 묶어놓자고 말을 바꿨다. 아니 그러니까 그 정도로 안 해도 된다고. 내가 아무 말 안 하니까 내 눈치를 본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혼자 하지 왜 눈치를 봐.



“그······텐트 칠 때 쓰는 뾰족한 못 있잖아요. 그거 박으면 안 될까요?”



박가람이 좋은 의견을 냈다.



“아 그거 아까 창고에서 봤는데 가져올걸!”



지금 바로 다시 갔다 오면 5시네. 이 계절은 6시 넘어야 해 떨어지니까 괜찮겠다. 시내에서 찾아도 되지만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그리고 텐트용 앵커는 너무 약해. 군대에서 쓰는 철근 앵커가 훨씬 믿음직해.



“운전 연습하고 싶으니까 제가 혼자 갔다 올게요.”


“그러면 저희는 철조망 둘러놓고 있겠습니다.”


“아 저는 철조망은 좀······제가 아저씨랑 같이 갈게요!”



그러든가.


철조망과 바리케이드를 내리고, 오원우랑 같이 트럭에 탔다.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난 한마디도 안 했는데 자기 얘기를 막 떠들었다. 가족은 몇이고 지금쯤 어딨을지 모르겠고 보고 싶어서 죽겠고······.



“아저씨 과묵하다는 말 자주 듣죠? 헤헤.”



최 도령이랑 다른 의미로 말이 많아. 솔직히 거북하다. 자기 얘기만 하니까. 이런 인간들은 믿음이 안 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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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화 24.05.14 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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