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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와 고양이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c61
그림/삽화
c61
작품등록일 :
2024.04.12 22:42
최근연재일 :
2024.05.25 21:0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50
추천수 :
1
글자수 :
150,912

작성
24.05.19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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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5화

DUMMY

아······존나 빡치네. 좀비 사태 전에도 세상에 아무 도움 안 되었던 새끼들이다. 예수 믿고 구원받아? 지랄 똥싸고 자빠졌네. 믿은 놈들 지금 다 천국에 있냐?


스트레스 때문에 미칠 것 같다. 중간에 차를 세우고 계곡에 내려가서 세수하고 머리를 감았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로 그러니까 열이 확 내려갔다.


종교가 아니라 광기다. 목사한테 세뇌당해 저지르는 광적인 행동이다. 분명히 저 새끼들을 조종하는 목사가 있을 거다. 그냥 내가 총대 메고 다 죽일까? 그러면 나 혼자만 인면지네 되고 끝이잖아. 목사 새끼가 어디 사는지만 알아내면 된다. 건물에 불 지르고 기어나오는 새끼들 다 쏴버리면 돼.



“후우······.”



열이 덜 식었네.


물에 발을 담갔다. 종아리까지. 발에 밟히는 자갈이 조금 아프다. 차가운 물 때문에 살도 아프다. 계곡물 안에 떠다니는 작은 나뭇가지가 발가락 사이에 감긴다. 간지럽다.


신서윤은 무슨 생각으로 자기한테 맡겨달라고 했을까. 죽이겠다는 건 아닐 거고. 모르겠다. 도서관이나 가자.



“아저씨 안녕하세요!”



주도영이 환하게 웃으면서 날 반겼다. 저렇게 순진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무슨 일 있으세요?”


“펜션에······예수쟁이들 왔어요.”


“예수쟁이요?”


“역 앞에서 맨날 예수천국 불신지옥 떠드는 사람들 있잖아요.”


“아······저도 기독교 집안이긴 한데 그 사람들은 솔직히 보기 싫어요.”



비위 맞춰주려고 하는 말인가.



“아저씨 그 사람들이랑 싸우셨어요?”


“아뇨. 서윤 씨가 식당으로 데리고 들어갔어요.”


“서윤 씨가요? 왜요?”


“모르겠어요. 그냥 자기한테 맡겨달래요.”


“생각이 있으신가 보네요. 아저씨는 DVD 찾으러 오셨어요? 저쪽에 많아요.”



그래, 온 김에 그거나 가져가자. 만화도 좀 보고.


주도영은 생각보다 사교성이 밝은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있었겠지. 내 취향을 묻더니 적당한 만화를 골라주었다. 재밌는 만화였다. 같이 아이스티 타 먹고 라면도 먹으면서 하루종일 만화를 봤다. 일찍 돌아가기 싫었다. 예수쟁이들 때문에. 저녁 되기 직전에 주도영과 함께 돌아왔다.


그 씨발것들은 어디로 갔는지 없었다. 승합차도 없고, 식당 안에도 안 보였다. 신서윤뿐이었다.



“아저씨······계속 도서관 있다 오셨어요? 도영 씨랑?”


“네.”


“아침에 아저씨 표정 진짜 무서웠어요. 그런 사람들 싫어하시죠?”


“네.”



연석으로 대가리 찍어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싫어해.



“이제 안 올 거예요.”


“그래요?”


“그 사람들 한 30분 전까지 있다가 갔거든요? 제가 좋은 말씀 해달라고 계속 말 걸면서 못 가게 붙잡았어요. 그러니까 짜증 내면서 가더라고요. 다음번에 또 오면 이틀 동안 못 가게 할 거예요. 엉엉 울면서 매달려야지.”



아 이게 그건가? 진짜 광기로 가짜 광기를 퇴치하는······. 일단 나는 절대 못 할 짓이다. 때려죽였으면 죽였지.



“잘하셨어요.”


“와 아저씨가 칭찬해줬다!”



만나고 처음으로 신서윤이 귀엽게 느껴진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으로 예수쟁이들을 쫓아냈으니까, 잘한 것도 맞고 귀여운 것도 맞다. 상으로 동동이를 실컷 만지게 해줬다.


근데 그 새끼들은 왜 오는 길에 있는 늘봄펜션에 안 가고 내 집으로 왔을까? 누가 내 얘기 했나? 의문은 저녁 먹을 때 풀렸다. 안보라가 나한테 먼저 가보라고 했다고 자백했다.



“죄송해요 아저씨······.”


“괜찮아요.”


“근데 프제가 갑자기 도서관 가셔가지고 오늘 차 가지러 못 갔어요.”


“저 없어도 갈 수 있잖아요. 원우 씨.”


“위험하잖아요!”



내가 가면 안전해지냐고.



“저번에 갔을 때는 별로 안 위험했어요. 내일 유조차 끌고 갑시다. 가실 분?”



김수진이 제안했다. 면허도 없고 배알도 없는 오원우와 아직 팔이 불편한 주도영이 빠졌다. 나, 김수진, 김은태, 박가람, 그리고 안보라까지 다섯. 신서윤은 나랑 둘이 따로 가고 싶다고 노골적으로 어필했다.



“도영 씨 회복하면 셋이 가요.”


“아저씨 지금 알고 그러시는 거예요?”


“도영 씨는 차 구하는 대로 돌려보내고요, 저희는 완도까지 갔다 와요.”


“오올~. 계획이 다 있으셨네.”



오늘 예수쟁이들을 물리쳐준 덕분에 확실히 호감이 생겼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아버지처럼은 하지 말아야지.


이참에 내 세단을 받을 사람도 고르기로 했다.



“그냥 받기는 좀 그러니까 게임이라도 하죠?”


“원우 씨도 하시려고요?”


“네! 어차피 면허 못 따잖아요? 그냥 배워서 해야죠. 게임 뭐로 할까요?”


“퀴즈대결 어때요?”



오랜만에 김은태가 말소리를 냈다. 커밍아웃 이후로 조용했었는데.



“아 그거 좋네요 퀴즈대결 한번 가죠! 3번 먼저 맞힌 사람이 이기는 거로!”



언제 구했는지 주도영이 퀴즈 책을 가져왔다. 난 사회 맡기 거북해서 오원우 대신 출전하고 오원우가 사회를 봤다.



“신사 숙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1회 늘봄펜션배 퀴즈대회가 지금 막 성대한 막을 올렸습니다. 이번 대회의 상품으로는 무려 승용차 한 대가 걸려있습니다. 요즘은 양아치들도 잘 안 탄다는 차죠? 한물간 양카, K5가 바로 이번 대회의 상품입니다.”



능숙한 진행에 사람들이 즐거워했다.



“와 말씀 잘하신다.”


“원우 씨 인방하셨어요?”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잡소리는 가급적 내지 마시기 바랍니다. 문제를 3번 먼저 빠르게 맞히시는 분에게 차를 드릴 건데요, 정답을 먼저 외치고 말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답을 외치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으니까 주의하시고요.”


“문제 주세요~.”


“네 그럼 첫 번째 문제 나갑니다.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정답.”



이건 너무 쉽네.



“네 프제. 정답은요?”


“닐 암스트롱.”


“몇 번 닐 암스트롱이요?”



시벌놈이?



“3번이요.”


“3번 닐 암스트롱이요. 땡~!”


“정답! 4번 닐 암스트롱!”


“4번 닐 암스트롱. 정답!!”



김수진이 날로 먹었다. 아니 근데 너는 차 골라놨잖아?



“첫 문제라 좀 쉽게 냈는데 이번에는 조금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음 중 괄약근이 없는 것은? 1번 항문, 2번 입술, 3번 모공, 4번 식도.”


“괄약근이 있는 것은을 잘못 말한 거 아니에요?”


“없는 거 맞아요. 괄약근이 없는 거.”


“보기 다시 한 번만 불러주세요.”


“1번 항문, 2번 입술, 3번 모공, 4번 식도.”


“정답.”



이번엔 장난 못 치겠지.



“3번 모공.”


“3번 모공이요? 확실합니까?”


“네.”


“정답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3번 모공.”


“3번 모공······정답!!”



2개까지만 맞추고 오원우 놀려먹어야지.



“아 이거는 진짜 어려운데요. 다음 중 오천원권 지폐에 있는 과일은? 1번 복숭아, 2번 배, 3번 포도, 4번 수박.”



어?



“요즘 현금 안 들고 다녀서 아시는 분이 없을 것 같은데요.”


“정답. 1번 복숭아?”


“안보라 씨 복숭아? 복숭아······틀렸습니다.”


“2번 배!”


“김은태 씨 정답 외치셔야죠.”


“정답! 2번 배!”


“박가람 씨 2번 배라고 하셨는데요. 정답을 바꾸셔도 됩니다. 바꾸시겠습니까?”


“아뇨 2번 배!!”


“땡!!”


“정답 4번 수박!”


“4번 수박 정답!”



김수진이 2개나 맞혔다. 양심 없는 놈.



“이번에는 주관식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이라고 전해지는 이 소설은 무엇일까요?”


“아 이거 배웠는데!”



바로 맞히면 재미없으니까 한번 튕겨야지.



“정답. 콩쥐팥쥐전.”


“아닙니다. 정답은 네 글자입니다.”


“네 글자······? 아 뭐지?”



다들 대학 인서울로 갔을 텐데 이것밖에 안 되나?



“정답. 콩쥐팥쥐.”


“땡.”


“네 글자 맞잖아요.”


“네 땡 맞아요.”


“정답 홍길동전.”


“홍길동전 프제 정답!!”



이어진 세 문제는 박가람이 연속으로 맞췄다. 정식으로 양카와 작별하게 돼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오원우도 잘하는 게 있구나. 진행력이 있어.


사람들은 내일을 기대하며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었다. 생각해 보면 여기 와서 좋은 일이 많았지. 민형기가 죽은 건 엄밀히 따지면 여기서 일어난 일은 아니었고······. 아침에 예수쟁이들 왔을 때는 진짜 눈 뒤집히는 줄 알았었는데, 그것도 신서윤이 잘 해결해줬다.


이런 분위기가 얼마나 갈까. 좋은 예감은 안 든다. 언젠가는 내리막을 타지 않을까? 내 인생이 그랬듯이. 만약 유조차가 터지기라도 하면······. 집에서 먼 곳에 세워둬야겠다. 계곡 위쪽은 안 돼. 물이 오염될 수도 있어. 저 밑에 공터에 세워놓자. 근데 번개 맞으면 어떡하지? 유조차잖아. 산골짜기라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혹시 모르지.


여기서 너무 멀어도 안 되고. 피뢰침보단 차라리 차고를 짓는 게······.



“아저씨! 혼자 무슨 생각해요?”



신서윤은 항상 나한테 관심을 준다.



“차고요.”


“차고요? 집 옆에 차고 만드시게요?”


“아뇨. 유조차 넣어둘 차고요.”


“그냥 적당히 세워두면 되잖아요.”


“번개 맞아서 터지면 우리 다 죽어요.”


“근처에 캠핑장 있던데 거기 나무 아래는 안 돼요?”



그것도 괜찮네. 나무 바로 아래만 아니면 되니까.



“괜찮네요.”


“괜찮죠? 근데 아침에는······왜 그렇게 싫어하셨어요? 나쁜 짓 당한 건 아니었잖아요.”



그런 새끼들은 존재 자체가 나빠.



“누가 몸에 손대는 거 싫어해요.”


“아······확실히 그런 거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 싫어하더라고요.”


“편 갈라서 싸우게 만드는 사람들도 싫어하고요.”


“그건 저도 싫어요. 기독교 자체가 좀 배타적이에요. 다른 종교는 다 이단이니까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잖아요. 저는 종교도 문화의 일부로 보거든요.”


“그렇죠.”


“좋은 문화 나쁜 문화 따로 있는 게 아닌데 왜들 그렇게 싸우는지 모르겠어요. 싫으면 그냥 얼굴 안 보고 살면 되는데.”



그게 안 되는 경우가 있긴 해. 가족이라든가.



“아저씨, 가족이랑은 잘 지냈어요?”


“아뇨.”


“그럼 지금 만나고 싶지는 않으시겠네요?”



죽어서도 다시 보기 싫다.



“네.”


“자주 싸웠어요?”


“아뇨. 그냥 서로 안 맞았어요.”


“성격이요? 힘드셨겠다. INFJ는 뭘 싫어해요?”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이요.”


“그건 누구나 싫어하지 않아요?”


“싫어하면서 자기는 그렇게 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아 내로남불~. 확실히 그런 사람들 있긴 있어요. 저희는······제가 봤을 땐 좋은 사람들 같아요.”


“그래요?”


“네. 아저씨가 그때 그랬잖아요. 귀농에 관심 있고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 오라고요. 무슨 생각 있어서 그러신 거 아니었어요?”


“별로 생각은 없었어요.”



적당히 데려가야겠다고만 생각했지.



“그러셨구나. 무책임한 사람은 농사짓기 힘들잖아요. 고양이도······동물 좋아하는 사람은 대부분 착해요.”



히틀러······.



“끼워 맞추시는 거 아니에요?”


“아하핫! 아저씨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잖아요~.”



모닥불이 다 타간다. 요즘은 밤이 안 춥다. 신서윤이랑 더 얘기하다가 자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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