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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와 고양이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c61
그림/삽화
c61
작품등록일 :
2024.04.12 22:42
최근연재일 :
2024.05.25 21:0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48
추천수 :
1
글자수 :
150,912

작성
24.05.2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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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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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9화

DUMMY

동키는 괜찮다. 커지는 속도는 그대로고. 동동이는 이제 동키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베개로 쓴다. 시원해서 그런 것 같다.


예전 집주인이 안 보이는 곳에 놓아둔 쥐 끈끈이에 동식이가 걸렸다. 끈적해진 털을 가위로 깎았다. 쥐는 동키가 잡을 수 있다고 해서 끈끈이를 다 찾아내 치웠다. 오전이 그렇게 지나갔다. 오후엔 모판을 만들었다. 발아한 볍씨를 판에 올려 흙을 덮어주고 비닐하우스 안에 뒀다. 15cm 정도 자랐을 때 모내기하면 된다. 이앙기로.


이앙기는 사람들끼리 알아서 하게 놔두고 백화영이랑 얘기하러 갔다. 동키도 동행했다. 나 말고 다른······친구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난 얼굴도 모르는 인간이랑 친구하고 싶지 않아.”



아니 그거 말고 인사부터 해야지 동키야.



“누구세요?”


“난 동키야. 슈렉 친구.”


“슈렉이 누군데요?”


“저요.”


“외국 분이세요?”


“아뇨. 별명이에요.”



시시한 잡담을 나눴다. 백화영의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것 같다. 여차할 때 바로 움직일 만큼은 될 거다.



“좀비가 고양이 피하는 거 아세요?”


“네, 근데 제가 보이면 무시하고 그냥 달려와요.”



이제 뛴다고? 괴물 나오는 것도 좆같은데 좀비까지 계속 강해지네.



“가끔 무서운 소리가 들려요. 유리 밟는 소리요. 뭐가 깨지기도 하고요, 찌그러지는 소리도 나요.”


“다른 건요?”


“그리고······그리고 여자 울음소리도 들려요.”



좀비는 목소리를 안 낸다. 괴물이 확실하다. 쇼핑몰 안에 괴물이 있어.



“그런 소리 들린 지 얼마나 됐어요?”


“어······일주일인가? 그렇게 오래는 안 됐어요.”


“좀비가 예전에는 안 뛰었죠?”


“네. 아······그러고 보니까 소리 들리기 시작하고 나서 좀비가 뛰었던 것 같아요.”



뭔지 모르겠는데 진짜 위험하다는 건 알겠다. 여자 울음소리를 내는 괴물. 이무연한테 물어봐야 한다. 왜 이렇게 안 돌아오지? 무슨 일이 생겼으면 최 도령이라도 와서 말해줬을 텐데. 그냥 늦는 거겠지?



“거기 세바스찬 있어요?”


“예,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소리 내는 괴물 어떻게 생겼는지 봤어?”


“저도 가까이 가진 않아서요. 크다는 것밖에 모르겠습니다. 계단을 꽉 채울 만큼 큽니다.”



고양이는 근시라고 알고 있다. 6미터 이내였나.



“그리고 아주 깁니다.”


“뱀처럼?”


“네. 뱀처럼 깁니다.”


“그걸 유인해야 한다는 소리네.”



계단을 꽉 채울 정도로 크고 긴 뱀 같은 괴물. 그렇게 크면 움직임은 빠르지 않겠지······아니다, 일반 상식으로 짐작하면 안 돼.



“제발 부탁드립니다, 슈렉. 저희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



옥상을 통해 다른 건물로 이동하는 건······애매하다. 주변 건물도 다 큼직해서 좀비가 많을 게 뻔하고, 백화영한테 케이블을 설치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접근 가능한 완강기도 없고. 완강기까지만 길을 만들면 탈출할 수 있을 텐데, 백화영은 못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괴물까지 있는 판에 억지로 시키긴 힘들지. 식량을 추가로 보급해주고 돌아왔다.


밤에 드디어 무연이 돌아왔다. 몸이 갑옷에서 완전한 기계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낯선 귀신도 함께였다. 한복 같기도 하고 양복 같기도 한 이상한 옷차림.



“헤, 안녕. 네가 인프제구나. 얼굴만 봐도 알겠다.”



생긴 건 젊은데 행동이 왠지 할머니 같다. 손부터 잡는다든가.



“네. 안녕하세요.”


“난 영주. 대왕지네한테 호흡기 필요하다며. 내가 기술자야. 무연이 몸도 내가 만들었어!”


“동키 데려올게요.”



영주도 왼팔이 의수다. 그거로 동키를 검사하는 걸 보면 다양한 기능이 있는 듯하다.



“으으음······얘는······지네가······아니라고 봐야겠어.”


“그래요?”


“부정을 소화해서 영양분으로 쓰는 새로운 생물이다! 이건 당장 보고해야 해!”



뭘 어쩐다고? 아니 호흡기는?


영주는 내가 말하기도 전에 달려나갔다. 무연도 어이가 없는지 영주가 나간 문만 쳐다봤다.



“무연 씨.”


“네.”


“영주시에 생존자가 한 명 있어요. 쇼핑몰에요.”


“당장 구해야겠군요.”


“그리고 쇼핑몰에 엄청 큰 괴물도 있대요. 뱀처럼 긴 괴물이고 여자 울음소리를 내요.”


“······.”



아는 눈치네.



“뭔지 아세요?”


“말씀하신 대로라면 이무기일 겁니다.”


“잡을 수 있어요?”


“크기에 따라 다릅니다. 어느 정도입니까?”


“계단을 꽉 채울 정도랬어요.”


“어렵겠네요.”



무연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원했다. 나도 그렇고. 위험하겠지만······밤에 정찰을 나가게 됐다. 난 드론으로 간을 보는 역할을 맡았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몰라서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다. 조명이랑 카메라가 달린 드론을 준비했다.


밤이라 영상이 흐리게 나온다. 좀비 무리가 드론 소리를 듣고 뛰어온다. 자기들끼리 부딪치다 넘어지는구나. 영화에선 배우가 다치니까 하기 힘든 연출이지. 아무튼, 저 정도면 유인만 잘 해줘도 백화영 도망치는 건 가능하겠다. 그리고······.


이무기로 추정되는 괴물이 도로로 나왔다. 진짜 큰 뱀이다. 기차 같네.



“콧등에 뭐가 붙어있네요. 더 가까이 갈 수 있습니까?”


“네.”



괴물 콧등에 달린 건 여자 상체였다. 드론을 똑바로 본다. 눈이 시뻘겋게 빛나고 있어. 괴물이 뭐라고 말을 한다. 녹음 안 되는 카메라라 안 들린다. 더 자세히 보려고 했는데 카메라가 갑자기 꺼졌다.



“고장 났습니까?”


“새 거였으니까 고장은 아닐걸요. 저거 잡을 수 있어요?”


“예상보다 큽니다.”



무연이 무거운 어조로 대답했다. 잡아야 하는데 잡지 못한다는 뜻이겠지.



“영주시에서 발생한 괴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기엔 크기가 너무······지성도 있는 것 같고요.”


“보통은 지성 없죠?”


“네. 제가 알기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드론 또 있는데 무전기 달아서 보내볼까요?”


“그렇게 해주십시오.”



두 번째로 보낸 드론이 심각한 영상을 전송했다. 괴물이 해골 좀비를 삼켰다가 뱉었다. 그러자 좀비에 살이 붙고 뛰어다니게 됐다. 시발······가지가지 하네.



“저번에 저희가 초등학교에 모아놓은 좀비······불태워야 합니다. 당장요.”


“괴물이랑 대화 시도만 해볼게요.”


“짧게 해주십시오.”



괴물은 이번에도 드론을 보자 입을 열었다.



“너희가 우릴 만들었다.”



알아듣기 힘들게 갈라지는 목소리였다.



“인간이 괴물을 만들었다고?”


“너희가 없어야 우리도 없다.”


“그게 인간을 공격하는 이유야?”


“뿌린 대로 거두리라.”



괴물이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 드론을 잡아먹었다.



“당장 이동합시다.”


“네.”



인간이 만들어낸 부정이 저런 괴물들을 낳았다 이건가. 인간을 공격해 죽이는 건 괴물의 본능 같고.



“편의상 이무기라고 하겠습니다. 부대에 백린탄이 있다고 들었는데, 준비해주시면 제가 그걸 써서 이무기를 사냥해보겠습니다.”


“저번에 수진 씨가 펜션촌에 갖다 놨어요. 다른 착물갑사는요?”


“제주도와 서울 두 곳만 해도 벅찹니다. 여기가 안전해지는 대로 저도 도우러 갈 예정이었습니다.”


“저희가 제주도로 떠나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준비해두셔야 합니다.”



기껏 자리 잡고 살아보나 했는데, 역시 노력해봤자 다 소용없구나. 당장 오늘 밤에 이무기가 펜션촌으로 쳐들어오면 우린 다 죽겠지. 내가 미끼가 되면 다른 사람들은 살지도 몰라. 이무기가 한 마리라면.


백린탄을 조금 가져와서 초등학교 좀비 무리를 불태웠다. 잘 탄다. 이무기가 이쪽으로 올 이유가 하나 사라졌다.


사람들을 깨워 짐을 싸라고 했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게. 분위기가 안 좋았다. 그래도 한번 살아남아 본 사람들이라 군소리 없이 내 말을 따랐다. 화물차와 세단에 필요한 짐만 채워 두었다. 자는 게 늦었지만, 그래도 내일을 대비해 자리에 누웠다.



“큰일 났어?”



동키.



“도시에 이무기 괴물이 있어.”


“도망쳐야 해?”


“무연 씨가 못 잡으면.”


“구하려던 사람은 어떡해? 친구잖아.”



친구는 아닌데······.



“그 괴물 죽이기 전에는 못 구해.”


“나도 도와주고 싶어.”


“아무것도 못 하고 죽을 거야.”


“나 아무것도 못 해?”


“괴물이 너무 커. 우리도 아무것도 못 해. 무연 씨 아니면 안 돼.”


“기운 내, 친구야.”


“그래. 네가 사람보다 낫다.”



어차피 나도 벌레처럼 살았으니까 이게 맞는 것 같다. 벌레한테 위로받는 게. 안 좋은 생각만 하다 잠이 들었다.



“아저씨······! 아저씨 일어나요! 아저씨!!”



김은태 목소리다. 1층에서 문을 두들기고 있다. 좆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옷만 챙겨입고 내려갔다. 아직 새벽이다.



“왜 그래요?”


“그, 그 기독교 사람들이······서윤 누나랑 보라 누나 잡아갔어요!!”



이런 개 씨발······.


김은태 얼굴이 피멍으로 어지럽다. 맞았구나. 권총이랑 기관단총을 챙겼다. 목검도. 더 참아줄 이유가 없다. 내가 인면지네가 되더라도 이 씨발새끼들은 싸그리 예수 곁으로 보내야겠다.



“어디 가?”


“동키, 예수 믿으라고 떠드는 새끼 있으면 다 물어서 죽여버려.”


“사람 죽이지 말라며.”


“그 새끼들은 사람 아니야. 죽여도 돼.”


“넌 어디 가?”


“사람 아닌 새끼들 죽이러.”


“조심해. 꼭 돌아와.”


“그래.”



김은태는 예수쟁이들이 영주시로 오라는 말을 남겼다고 했다. 미친놈들이 무슨 생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다 죽일 거야. 늘봄펜션 남자들도 김은태처럼 맞아서 뻗어 있었다. 죽지는 않았지만, 같이 갈 상황이 아니었다.


그나마 멀쩡한 김은태한테 상처를 소독하라고 말해주고 화물차에 올랐다. 이게 예수가 가르친 짓이냐, 개새끼들아? 예수 믿고 뒤지면 영생 얻는다고 했지? 이번에 꼭 가서 확인해봐라.


분노 때문에 눈앞이 어두웠다. 그래도 해방감이 느껴졌다. 하면 안 되는 짓을 드디어 하게 됐다는 생각이 날 조금 자유롭게 했다. 아주 조금. 지금까지 이 개 좆도 도움 안 되는 도덕관념 때문에 힘들게만 살았다. 예수쟁이 새끼들, 저번에 왔을 때 다 죽여버렸어야 했어.


그 새끼들은 그때 무기도 없었다. 모기 때려죽이듯 죽였을 텐데. 내가 사이코패스 양아치였다면 인생이 얼마나 편했을까. 때릴 새끼는 때리고, 죽일 새끼는 죽이고. 교도소에 들어갔어도 마음만은 편했겠지.


금방 영주시에 도착했다. 교회 승합차가 날 보더니 꽁무니를 뺐다. 멈춰서 드론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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