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154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08.28 13:05
조회
273
추천
5
글자
11쪽

응급 호출 (2)

DUMMY

즉시 환자들에게 확인하여 공통적으로 마신 물을 찾아냈다. 모든 환자가 유일샘물이라는 생수를 사서 마셨다는 것에서 룩시온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확인이 되었다.


물에 희석된 소량의 룩시온을 섭취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나마 즉사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둔다면 룩시온은 계속해서 체내의 세포를 공격할 것이고 결국엔 사망에 이를 것이다.


아버지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우리 병원 이름으로 기사 내보내야 돼. 지금 원인불명의 위장 천공이 물 때문이야. 유일샘물이라는 제품을 절대 마시면 안 된다고 해줘."


기사를 내기 위해 통화를 하는 것이었다.


"이유는... 아직 모르겠고. 유일샘물 때문인 건 확실한 것 같아. 최대한 빨리 부탁해!"


룩시온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원인은 숨긴 것 같았다. 그래도 앞으로 유일샘물을 마시는 것은 막을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이미 생수를 마신 사람들이다. 물론 방법이 없지는 않다. 하단우가 그랬던 것처럼 룩시온과 결합한 조직을 모두 떼어내고, 다시 재생을 시키는 방법.


하지만 그것은 반신의 요력을 사용한 것이다. 그 방법을 쓰면 내가 반신이오. 하고 세상에 알리는 꼴이 되고, 이 많은 사람들을 전부 치료하기엔 요력이 한정적이다.


다른 반신들에게 도움을 청한다고 해도, 그들이 전부 자신이 반신임을 드러내고 사람들을 치료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반신이라는 것이 들통나면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아가는 게 어려워지고, 인간이 죽든 말든 관심 없는 반신우월주의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 응급실에 있는 환자들만이라도 요력을 사용해서 살려야 할지 하단우가 고민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말했다.


"단우 너는 여기서 할아버지 도와 드려라. 물 마실 때 조심하고."

"아빠는 어디 가는데요?!"

"룩시온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을 만나 봐야겠어."


아버지는 주동화를 만나러 가는 것 같았다. 아버지가 뛰어나가고 나서, 할아버지가 하단우를 당직실로 불렀다.


"유일샘물이라는 물이 어떻게 공급이 되는지 알아봐야겠다. 수출도 했을 수 있어."


할아버지의 말에 하단우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만약 다른 나라에까지 나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


"알아볼게요."


하단우는 유일샘물 제조사에 전화를 해봤지만 먹통이었다. 벌써 정리하고 튀었을 것이었다. 아마 이번 일을 조건으로 노바에서 꽤나 많은 돈을 받아먹었을 것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니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이었다. 수출을 했다는 기록도 없다.


"수출은 안 하는 제품인 것 같아요."

"다행이구나."


내수용임을 확인하자마자, 할아버지가 눈을 감고 치유결계를 발산했다. 분홍빛 광채가 퍼져서 응급실을 채우자마자, 고통에 몸부림치던 사람들의 비명이 가라앉았다.


하단우가 나가서 확인해 보니 환자들의 조직 파괴가 중단되었다. 치유결계가 룩시온에 대항하여 체내 조직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었다. 환자들은 자신들의 몸을 감싼 분홍빛 광채를 신기해하고 있었다.


치유결계는 환자와 보호자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을 감쌌다. 하단우의 몸에도 할아버지가 펼친 결계가 있었다. 하단우는 할아버지가 병원 환자들의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게 요력을 사용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치유결계가 병원 밖으로 나가더니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갔다. 결계를 따라 응급실 밖으로 뛰어나가자 병원 밖의 모든 사람들, 심지어 동물까지 감싸며 펼쳐지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커버하려고 하는 것인지, 끝을 모르고 질주하는 분홍빛 결계를 보며 하단우는 당황했다.


아무리 할아버지가 치유술에 통달한 순혈 반신이라고 해도, 요력은 한정되어 있고 이렇게 넓은 결계를 펼치는 건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 그만 해요!!"


한계 이상의 요력을 쓰면 몸이 버티지 못하게 되고, 잘못하다가 요력 폭주라도 오게 되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었다. 하단우는 사색이 된 채 할아버지를 말리기 위해 당직실로 뛰어갔다.



***



하명호 박사는 틸엘로 찾아가 주동화와 옥소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는 중에도 대표실의 TV 화면에서는 정체불명의 증상에 대한 보도가 계속되었다.


양재홍의 인터뷰 또한 몇 번이나 반복되어 송출되고 있었다. 하명호는 화면의 양재홍을 노려보며 말했다.


"단우가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 룩시온이 원인이라고는 아예 생각을 못 했으니까."

"양재홍... 완전히 미친놈이네."


옥소원이 이마를 짚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사는 룩시온 결합을 중지할 수 있는 방안을 물었다.


"소원아, 주은표 회장이 생전에 남긴 기록이라거나... 그런 거에서 방법을 찾을 수 없을까?"

"없어. 룩시온에 대한 건 전부 지워버렸어."


옥소원은 난처해하며 대답했다.


"제가 방법을 알고 있어요."


주동화의 말에 옥소원과 하명호가 동시에 주동화를 쳐다보았다. 옥소원이 물었다.


"어떻게?"

"저번 폐공장에서 하단우와 싸울 때 썼던 방법인데... 혈청 주사기에서 룩시온 원소만 추출해 냈었거든요."

"주사기는? 룩시온이 빠져나오면서 손상되었니?"


하명호의 물음에 주동화는 바로 대답했다.


"아니요. 룩시온은 주사기의 플라스틱 분자에 변화를 주지 않고 이동했어요."

"세상에."


박사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럼...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고 룩시온을 뽑아낼 수도 있다는 건데."

"하지만 플라스틱 분자가 손상되지 않았다고 해서 인체에도 문제가 없을 거라는 보장은 없어."


옥소원의 말에 하명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주동화는 방법이 하나뿐일 것 같았다.


"그러면 제가 제 몸속의 룩시온으로 시험을 해 볼게요."

"위험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몰라."


주동화는 걱정하는 어머니를 설득했다.


"하다가 안 되면 멈출게. 어차피 내가 컨트롤 하는 거니까 괜찮아."

"그래... 절대로 무리하면 안 돼."


주동화는 고개를 끄덕이고 룩시온 모드로 들어갔다. 몸속에서 느껴지는 룩시온을 피부를 구성하는 분자들의 바깥으로 이동시켰다.


그 과정에서 주동화는 박사가 이야기했던, 몸을 구성하는 분자들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이 분자들의 구조와 위치를 기억해야만 치유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룩시온 원소의 일부를 피부 밖으로 이동시킨 뒤, 주동화는 룩시온 모드를 종료하고 눈을 떴다.


눈앞에는 육안으로 확인이 힘들 정도의 아주 작은 반짝임이 있었다. 이것이 룩시온 원소의 흔적임을 주동화는 알고 있었다.


룩시온은 성공적으로 분리되었고, 주동화의 피부는 어느 곳에도 상처가 없었다.


"성공했어요."


주동화의 말에 옥소원은 안도했고, 하명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쥐었다. 주동화는 분리해 낸 룩시온을 다시 몸 안으로 흡수했다. 역시 문제는 없었다.


"지금 바로 병원으로 가자."


하명호가 주동화의 팔을 붙잡은 그때,


"저, 저것 좀 보세요!"


주동화가 TV 화면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리고 보도되고 있는 화면을 보며 옥소원과 하명호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굳어버렸다.


분노한 시민들이 유일샘물을 폐기하고 있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었다.


뚜껑을 따서 버려진 물은 도로, 싱크대, 길거리, 변기 속으로 들어갔다.


하명호가 모든 것을 잃은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옥소원은 입을 손으로 막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제 흘러나온 물은 하수도를 따라 강으로, 바다로 흘러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식수가 되어 돌아온다. 이제 유일샘물을 먹지 않는다고 룩시온을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룩시온의 체내 침입을 막으려면, 음식을 입으로 넣지 않는 방법뿐이다.


이제 거슬러 담을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엎질러진 물이다.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TV 화면만 쳐다볼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분홍빛 결계가 대표실로 들어와 몸을 감쌌다. 주동화는 이것을 전에 본 적이 있었다. 하단우가 사용했던 분홍빛 결계와 같은 것이다.


"이 결계는... 하단우가 썼었던..."


그러면서 주동화는 박사를 쳐다보았다. 박사는 당황한 표정으로 몸을 둘러싼 결계를 보며 대답했다.


"치유 결계야..."


하명호는 잠시 말없이 결계를 살펴보고서 말했다.


"사람들의 신체 분열을 막는 결계야. 룩시온에 의해 세포가 파괴되지 않도록 잡아주고 있는 거다."


뉴스에서도 분홍빛 결계에 대한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전역을 커버하는 결계였다. 대한민국 영토 내의 모든 생명을 보호하며 뻗어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보도를 통해 결계의 규모를 본 하명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저렇게 큰 결계를..."

"하단우가 쓴 건가요?"

"아니, 이 정도 규모의 결계를 펼 수 있는 건 우리나라에..."


주동화의 물음에 하명호는 대답하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어쨌든, 이건 방패 같은 거야.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가 없어. 시간을 버는 게 전부다."


이 결계는 사람의 몸이 룩시온에 의해 파괴되지 않도록 붙잡고 있는 것일 뿐. 룩시온은 그대로 몸 안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니 결계가 사라지고 나면 다시 룩시온은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할 것이다.


"해결 방법을 빨리 찾아내야 돼. 이 정도 규모의 결계는 오래 버텨봐야 30분이야."


하명호가 초조하게 말했다. 옥소원이 의견을 냈다.


"일단 지금 룩시온을 섭취한 환자들이라도 먼저 치료하는 게 낫지 않을까?"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최선인 것 같았다.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면 서둘러야 했다.


주동화는 화면에서 보여주는 분홍빛 결계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결계는 사람과 동물, 식물을 가리지 않고 감싸며 뻗어 나가고 있었다.


룩시온은 사람의 몸에 들어갈 수도, 동물의 몸으로 들어갈 수도, 식물과 결합할 수도 있었다. 사람을 살린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잠깐만요."


주동화가 말했다.


"지금 이 결계는 생명을 가진 모든 물질이 해체되지 않게 붙잡고 있는 거죠?"

"그렇지."


하명호가 대답했다. 주동화는 직감적으로 이것이, 궁극적인 치유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체에 대한 이해, 동물에 대한 이해, 식물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 깊은 지식을 기반으로 한 완성된 치유술.


얼마나 공부를 해야 저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것인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아니, 노력을 한다고 해서 가능한 영역인지도 모르겠다.


"저는 이런 건 평생을 살아도 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주동화는 인체에 대해서조차 아는 바가 없고, 동물과 식물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하지만, 룩시온을 분리하는 데에는 룩시온 외에 아무 지식도 필요 없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4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완결) 21.10.06 288 6 13쪽
103 살신 21.10.05 201 3 11쪽
102 이대로 끝인가 21.10.04 185 3 13쪽
101 무한한 동력 21.10.03 194 3 12쪽
100 전쟁터 21.10.02 185 4 12쪽
99 문이 열리는 날 21.10.01 186 3 10쪽
98 사탕 한 개 21.09.30 183 4 13쪽
97 옥토 21.09.29 187 3 11쪽
96 51구역 (2) 21.09.28 191 3 13쪽
95 51구역 (1) 21.09.27 185 4 11쪽
94 첫인상 21.09.26 187 3 12쪽
93 작전 계획 21.09.25 198 3 12쪽
92 잠입 (2) 21.09.24 183 3 11쪽
91 잠입 (1) 21.09.23 197 2 12쪽
90 생물공학정보센터 21.09.22 190 3 10쪽
89 미국으로 (2) 21.09.21 206 3 12쪽
88 미국으로 (1) 21.09.20 204 4 12쪽
87 동맹 결렬 21.09.19 204 4 11쪽
86 교역 불가 21.09.18 212 4 13쪽
85 전투가 성립되지 않는 상대 21.09.17 229 4 11쪽
84 개방 21.09.16 226 4 11쪽
83 전세 역전 21.09.15 227 4 12쪽
82 반은 신, 반은 인간 21.09.14 224 4 11쪽
81 눈속임 장막 21.09.13 228 4 10쪽
80 탑 마스터 21.09.12 221 4 10쪽
79 제온 21.09.11 237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20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1 4 12쪽
75 재회 21.09.07 236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