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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132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09.21 13:05
조회
205
추천
3
글자
12쪽

미국으로 (2)

DUMMY

"어후 재수 없어."


소령한테 민간인한테 왜 예절을 갖추지 않냐고 따지고 싶던 걸 참느라 혼났다.


미군이나 국군과 트러블을 일으켜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저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저들의 행동을 감시하는 게 중요했다.


어쨌든 미군은 별다른 의심 없이 주동화가 미국에 가는 것을 받아들였다. 범예가 위험 요소라는 설득이 잘 먹혀들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또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


"왜 네 멋대로 결정하는 거지? 나는 미국에 따라가겠다고 한 적 없어."


범예가 병실 구석에 처박힌 채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고 있었다.


주동화는 범예에게 다가가 일으켜 주려고 손을 내밀었다.


"아까는 미안해. 나도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야."


그러나 범예는 주동화의 손을 잡지 않고 스스로 일어섰다. 주동화는 머쓱해진 손을 거두며 범예에게 말했다.


"어쨌든 미국으로 가긴 가야 돼. 범헌과 최민의가 거기에 있어."


범예는 주동화의 말을 무시하고 협박조로 말했다.


"수작 부리지 마. 지원군만 오면 너도 한국도, 미국이라는 나라도 전부 날려버릴 거야."


범예는 평택 전투에서도 지원군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주동화는 범예에게 물었다.


"지원군이 언제 오는데?"

"그건..."


범예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지원군은, 오려면 벌써 왔어야 했다.


귓불에 장착된 생명 신호 전달 장치는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다.


범예가 범헌과 최민의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천국에서도 똑같이 정보를 얻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민의가 의식불명 상태가 된 지 벌써 이틀째다. 그러면 아무리 늦어도 지금이면 지원군이 도착을 했어야 맞다.


그러나 천국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주동화에게 노출시킬 필요는 없었다. 범예는 말을 돌렸다.


"그것 보다, 헌이와 민의가 미국에 있다는 게 사실이야? 지금 사실로 확인된 게 하나도 없어! 나한테 다들 말로만 떠든다고! 두 사람이 미국에 있다, 협조하면 만나게 해 주겠다, 말로만!!"


범예는 주동화에게 적개심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너희는 적인데, 그 말을 내가 어떻게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겠어!!"


그리고는 불안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니까 한 번이라도 내 눈앞에 두 사람을 보여주면, 그러면 돼. 나는 그걸 원하는 거야."


여기에 대해서 주동화가 할 수 있는 말은 한 가지뿐이었다.


"범헌과 최민의는 어제 미국으로 이동한 게 맞아. 적어도 어제까지는 무사했다는 얘기지."


이 말을 범예가 믿을지 안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주동화는 자신이 아는 사실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오늘 네가 미국으로 이송될 예정이라는 말을 듣고 급하게 날아 온 거야."

"어째서?"

"너를 미국에 빼앗기면 안 되니까."

"그렇다면... 너는 저들과 한패가 아닌 거야?"


범예는 의심스러워하면서도, 주동화에게 질문을 했다.


하지만 미국이 피스메이커를 배신하고 다른 나라 땅을 팔아먹을 궁리를 하고 있으며, 그걸 막아야 한다는 얘기를 범예에게 할 수는 없었다.


"그게... 이야기하자면 길어."


그리고서 주동화는 범예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하지만 이건 약속해. 나는 범헌과 최민의를 찾아내서 구해 올 거야."


물론 범예는 한 번에 주동화를 믿어주지 않았다. 여전히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왜지? 우리를 쓰러뜨리고 붙잡아 넣은 건 너잖아."

"네가 우리를 죽이려 들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 없었어."


대화로 잘 해결하고 싶었는데. 그 정도로 치열한 전투가 될 줄이야.


제 탓을 조금은 인정하는지 입을 다문 범예에게 주동화가 말했다.


"그러니까 이번엔 네가 나한테 협조를 해 줬으면 좋겠어. 나도 최대한 정보를 공유할게."


하지만 범예를 완전히 설득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았다.


사실 범예에게 주동화의 말은 아까 미군들이 했던 이야기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아무런 증거도, 아무런 사실도 보여주지 않고 무조건 자기 말을 들으라고 요구하는 형태이니 말이다.


그때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권채선이다.


"네, 요원님."

‘최민의 위치 나왔어.’


시기적절하게 권채선의 연락이 도착했다. 주동화는 전화기의 스피커폰을 켜서 범예에게 들려주었다.


"네, 말씀하세요. 최민의 지금 어디에 있나요?"

‘시카고 근교.’


권채선의 대답에 범예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주동화가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지금 움직이실 건가요?"

‘응, 바로 출발할 거야.’

"저는 미군하고 같이 갈게요. 미국 어디로 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알았어. 나중에 합류하자.’


이렇게 통화가 종료되었고, 범예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눈동자를 굴리다가 물었다.


"민의가 시카고라는 곳에 있다는 건가?"

"응."

"그 작은 기계를 통해 너와 대화한 사람은 누구지?"

"권채선 요원이야. 그때 네 검에 몇 번을 베이고도 죽지 않았던 사람."

"그 자도 지금 시카고로 가고 있는 거야?"

"맞아. 나는 권 요원과 함께 최민의와 범헌을 찾아낼 거야."

"놀랍구나. 너희는 분명히 적군이었는데."


범예는 무척 혼란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다. 얼마 전까지 목숨을 걸고 싸우던 상대가 동료들을 구해주겠다고 말하고 있으니.


주동화는 범예에게 간단히 계획을 설명했다.


"미국은 워낙 땅이 넓어서... 우리가 어디로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네가 미국에서 머물게 될 곳을 확인하는 대로 시카고로 갈 거야."

"나도 같이 가."


범예의 말에 주동화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안 돼."

"왜??"

"네가 우리랑 같이 움직이면 미국이 모든 병력을 동원해서 쫓아올 거야. 그러면 절대 못 이겨."

"강국인가? 그 미국이라는 나라."

"이 세계 최강의 국가지. 너 잡는 데만 전투기를 백 기는 거뜬히 띄울걸."


주동화의 대답에 범예가 한숨을 내쉬었다. 주동화는 다시 범예를 설득했다.


"그러니까 정면승부보다, 잠입을 해서 구해내는 게 쉬워."


범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처한 상황을 이해한 것 같았다. 표정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었지만.


주동화는 범예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반드시 구해 올 테니까."


그러자 가만히 주동화의 얼굴을 바라보던 범예가, 처음으로 경계를 풀고서 물었다.


"네 이름이 뭐지?"

"주동화."

"주동화, 나는 너를 믿겠다."



***



한편 권채선은 출국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단우가 최민의와 범헌이 미국에 있다는 정보를 알려줘서 수색 범위가 좁혀지자, 피스메이커 정보부에서는 어렵지 않게 최민의의 위치를 찾아냈다.


아직 범헌의 위치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일단 최민의를 구하기 위해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권채선이 통화하는 것을 옆에서 들은 하단우가 물었다.


"천국인이 시카고 근처에 있다고요?"

"응, 너도 같이 갈래?"

"제가 왜요."


하단우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권채선에게 물었다.


"정확히 어디에 있는데요?"

"국립 가속기연구소."

"왜 거기에 천국인을 데려갔죠? 물리학 연구하는 데잖아요."

"사람을 숨기기엔 제격이잖아? 지하 100미터 밑에다가 가둬놓을 수 있지."

"그런 목적이라면 다행이네요."

"당연히 룩시온을 연구하려는 목적도 있겠지."

"부상을 당해서 의식도 없겠다... 최적의 실험체네요."


하단우는 노바에볼루션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하려 했던 일이 떠올라 고개를 가로저었다. 권채선이 말했다.


"이대로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하도록 놔둘 수는 없어."

"천국인을 다시 빼앗아 올 건가요?"

"응, 시카고에 도착하는 대로 가속기연구소로 들어갈 거야."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가요?"

"아직은. 내부 도면을 손에 넣으면 어떻게 움직일지 계획이 서겠지."

"그게 뭐야. 아직 도면도 못 구한 거예요?"

"금방 구할 거야. 우리 직원들은 유능하니까."


권채선은 구체적인 계획 없이 일단 미국으로 향하려는 것이었다. 하단우는 권채선에게 말했다.


"시카고에 제가 아는 사람이 있어요. 뭐... 안다고 하긴 뭣하지만,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서 하단우는 백규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 억지로 저장시켜 놓은 번호가 쓸모가 있게 될 줄이야.


"아저씨, 저 단우예요."

‘그래, 잘 지내니?’

"그럭저럭이요. 아저씨 혹시 시카고 근방에 있는 국립 가속기연구소 아세요?"

‘알지. 왜?’

"제가 거기 볼일이 있는데, 들어갈 수 있을까요?"

‘거긴 아무나 들어가는 데가 아니야.’

"그럼... 내부 도면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그런 걸 구할 수 있으려나?’

"아저씨 그 동네에서 오래 살았다면서요. 주위에 도움받을 만한 사람 없어요?"

‘도움은 필요 없어.’


그리고서 백규빈은 놀라운 말을 했다.


‘내가 거기 다니고 있으니까.’

"뭐라고요?!"


하단우가 소리치자 옆에 있던 권채선이 깜짝 놀랐다. 하단우는 백규빈에게 말했다.


"왜 말을 안 했어요?"

‘니가 안 물어봤잖아.’


하긴. 시카고에서 지내는 내내 백규빈은 출퇴근을 부지런히 했지만, 하단우는 단 한 번도 백규빈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한 적이 없다.


당연하다. 전혀 안 궁금했으니까.


‘가속기연구소에는 왜 들어가려는 거니?’

"어..."


하단우는 잠시 권채선의 눈치를 보았다. 어디까지 사실을 말해도 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그때,


‘혹시 천국인 때문인가?’

"알고 있어요?!"

‘내가 거기 다닌다니까. 어젯밤 늦게 연구소로 들어왔어. 천국인이.’

"그럼 천국인을 직접 만났어요?"

‘만났다고 하기엔 좀 그렇구나. 의식이 없었거든.’


최민의는 현재 의식불명 상태로 이송이 된 것이었다.


백규빈이 천국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이상, 하단우는 더는 숨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미국이 뭔가를 꾸미고 있어요. 한국에 있는 천국인을 죄다 미국으로 빼돌리고 있다고요."

‘그런 것 같구나. 1급 기밀이라고 했으니.’

"1급 기밀인데 저한테 말한 거예요?"

‘넌 이미 알고 있었잖아. 천국인이 연구소에 있는 거.’


그리고서 백규빈은 말을 덧붙였다.


‘이 일에 네가 관련되어 있을 줄 알았지. 여기서 지낼 때 광화문 뉴스만 나오면 시선을 떼지 못했거든.’


하단우는 백규빈에게 행동을 간파당한 것은 불쾌했지만,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앞뒤 잴 것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상황을 이야기하면 된다.


"미국이 인질을 확보하고 천국과의 교섭권을 독점하려 하고 있어요. 그걸 막아야 돼요."


하단우는 백규빈이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내가 뭘 도와주면 되니?"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당하는 동양인들을 염려하는 사람이, 이번 일을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백규빈은 순혈이지만 왜인지 모르게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굳이 네 사정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네?"

‘그냥 도와달라고만 해도 나는 네 편이니까.’

"왜요?"

‘너는 명호 딸이잖아.’


난데없이 감성적인 멘트에 하단우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이런 낯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뭐라고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하단우는 그냥 무시하고 말을 넘겼다.


"일단 제가 지금 그쪽으로 갈게요.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하죠."


이렇게 백규빈과 통화를 마치고 하단우는 권채선에게 말했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해결될 것 같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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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51구역 (1) 21.09.27 18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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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탑 마스터 21.09.12 221 4 10쪽
79 제온 21.09.11 237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20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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