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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144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09.28 13:05
조회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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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51구역 (2)

DUMMY

주동화는 결국 범헌의 말을 듣기로 했다. 단,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범헌만이다.


여기서 주동화의 정체가 발각되면 한국과 미국 간의 외교 문제로 넘어갈 것이다.


주동화는 북악산과 평택에서의 사건 때문에 외신에도 보도되어 다른 나라에도 얼굴이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지금 51구역에서 등장한다는 것은 사실상 미국에 대한 선전포고와 다름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하면 바로 다시 몸을 숨겨야 돼. 알았지?"


주동화는 건물 입구에 서서 범헌에게 다시 한번 주의를 주었고, 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범헌이 나타나자 미군의 폭격이 멈추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 어떤 대응이 들어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시 정적이 흐르고, 주동화는 새로운 적과 마주하게 되었다.


완전무장한 지상군 수십 명이 두 사람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도망쳐!"


주동화가 소리쳤다. 두 사람은 즉시 미군을 피해 반대쪽으로 내달렸다.


도망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은 하늘을 날 수 있으니 저공비행으로 달아나면 지상 병력에게 따라잡힐 리가 없다.


그런데,


속도를 내기 위해 몸을 위로 띄우자 바로 전투기의 견제가 들어왔다.


범헌의 주위로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전투기가 위에 있고, 그들의 사정거리에 들어있는 한 주동화와 범헌에게 승산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전투기가 범헌을 죽일 생각으로 달려들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주동화의 예상대로, 미군은 범헌을 생포하려 하는 듯했다.


만약 사살이 목표였다면 벌써 전투기에서 총공격을 쏟아부었을 테니까.


"그래도 상황이 그렇게 최악은 아니네."


주동화가 중얼거리자 범헌이 물었다.


"근데 계속 이렇게 쫓겨다녀야 되는 거야?"

"우리 전투기로 올라가야 되는데..."


아까 미 전투기에 쫓겨서 먼 곳으로 대피한 피스메이커 전투기로 들어가야 했다.


주동화는 임제온에게 무전을 했다.


"주임님, 지금 어디 계세요?"

‘51구역 상공입니다. 미 전투기 위쪽에 있어요.’

"알겠습니다. 올라가 볼게요."


무전을 종료한 주동화는 범헌에게 말했다.


"저 전투기들 위로 올라가야 돼."

"저걸 뚫고 올라간다고?"


범헌이 경악을 하며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여섯 대도 아니고 수십 대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저것들을 피해서 상공으로 올라가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일단 해 보자."


주동화의 신호와 함께 두 사람은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지상에서 총알이 날아오고, 하늘에서는 폭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마구 날아오는 탄환을 뚫고 상공으로 올라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주동화는 어쩔 수 없이 범헌에게 말했다.


"눈속임을 써!"


범헌이 눈속임 장막을 사용하자, 미군의 총탄은 갈 곳을 잃었다.


지상에서도 사격이 멈추고 전투기도 조용해졌다. 그 틈을 타 주동화와 범헌은 빠른 속도로 하늘을 올랐다.


그런데,


"뭐야!!"


갑자기 전투기에서 무차별 폭격이 쏟아져 내렸다.


모든 전투기가 일제히 총공격을 시작했고, 주동화는 폭탄에 맞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곧 범헌도 공격을 당해 떨어졌다.


땅에 쓰러진 주동화는 전신의 상처를 치료하며 미 전투기를 노려보았다.


"살아서는 못 나간다 이건가..."


범헌의 모습이 보일 때는 견제 정도만 하고 있던 전투기가, 범헌이 모습을 감추자마자 총공격을 시작했다.


날아가던 범헌이 눈속임 장막을 쓰자 미군에서 일련의 작전 변경이 있었을 것이다.


‘생포가 불가능하면 사살하라.’ 같은.


"범헌, 괜찮아?"

"어..."


멀지 않은 곳에 쓰러져 있는 범헌은 목소리만 들릴 뿐 움직이지 않았다.


오른팔도 겨우 붙여놓기만 한 것인데, 그 상태에서 포격을 당했으니 팔이 동강 났을 수도 있다.


"움직일 수 있겠어?"

"아니..."


주동화는 범헌에게 달려가 상태를 확인하려 했지만 여기저기 폭탄이 떨어지고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쉽지가 않았다.


범헌이 모습을 감추지 말았어야 했나. 하지만 미군에게 위치를 노출한 채 피스메이커 전투기까지 올라갈 수가 없었다.


일단 지금은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폭탄을 막는 게 급했다. 주동화는 서둘러 주위의 건물 잔해들을 끌어당겨 떨어지는 폭탄의 방향을 틀었다.


건물 잔해들로 바람을 일으켜 전투기도 공격해 보았지만, 뒤로 밀리기만 할 뿐 파괴하거나 추락시킬 수가 없다.


이대로 막는 데 급급해서는 탈출은커녕 살아남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괜찮으면 내 다리 좀 고쳐줄래...? 일어날 수가 없네."


범헌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주동화가 달려가서 확인해 보니 범헌의 다리가 완전히 바스러져 있었다.


출혈이 너무 많다. 주동화는 서둘러 치료를 시작했다.


"내가... 의술을 못 배워서... 미안..."


범헌은 점점 의식이 흐려지는 것 같았다. 주동화는 눈을 자꾸 감으려고 하는 범헌을 깨웠다.


"정신 똑바로 차려. 자면 안 돼."

"어... 알았어..."

"정신 차려."


범헌을 열심히 깨우며 치유하고 있었지만, 주동화 본인의 상태도 썩 좋지는 않았다.


방금 전 폭격으로 허리와 어깨를 다쳤고, 대충 응급처치만 한 상태로 룩시온 컨트롤을 하고 있었다.


무너진 건물 잔해들을 가져와, 수십 기의 전투기가 쏟아붓는 폭탄을 막는 동시에, 범헌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


당이 떨어지는 기분을 넘어서 눈앞이 팽팽 돌 지경이었다.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이 말은, 범헌이 아닌 주동화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집중력이 떨어지고, 그것과 비례하여 방어력도 약해지기 시작했다.


건물 잔해들을 더 이상 끌어오지 못하게 되자, 두 사람은 다시 미군의 무차별 폭격에 노출되었다.


자신에게 직행하는 폭탄을 보며, 주동화는 이를 악물고 룩시온을 컨트롤해 보았지만 바람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몸으로 막아낼 각오로 범헌을 감싸며 눈을 질끈 감은 순간,


‘퍼엉-!’


날아오던 폭탄이 화염에 불타며 공중분해 되었다.


그리고 고개를 든 주동화는, 하늘을 가득 채우듯 뻗어나간 불꽃의 휘장을 보았다.


하늘을 뒤덮은 미군 전투기들 앞에, 거대한 불새가 날개를 펼친 채 마주하고 있었다.


주동화는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주작..."



***



하단우의 주작이 51구역 상공에 현신한 뒤, 백규빈이 전투기 창밖의 상황을 보며 말했다.


"동화가 아주 위험했구나."

"내가 그럴 줄 알았어요. 쟤는 뭘 제대로 하는 게 없네."


하단우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주동화를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곧 주작은 미 전투기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신수의 등장에 미군은 우왕좌왕하며 대응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백규빈은 하단우에게 물었다.


"그런데 너는 왜 이 일에 개입한 거니? 넌 인간들을 싫어했잖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그렇다고 보기에는 무척이나 적극적인데."


전화로 가속기 연구소의 천국인에 대해 물어보는 거야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직접 미국에 건너와서 범예를 구하는 데도 힘을 보태고, 서울로 돌아가라는 말도 듣지 않고 여기까지 와서 주작을 불러냈다.


사실 처음에 평택 전투에 끼어든 것부터, 마음을 크게 먹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백규빈의 말에 하단우는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대답했다.


"그냥, 주동화 쟤는 가만히 못 놔두겠어요."


거창한 목적의식이나, 어떤 이유를 갖고 동참한 것은 아니었다.


"허접한 주제에 뭐라도 하려고 하니까."


약간 관심이 갔을 뿐이다. 주동화가 하려고 하는 일에.


"저 애는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아요. 자기가 뭘 해야 되는지, 누구랑 싸워야 되는지."


룩시온 임상 실험에 동원된 환자들을 혼자서 구하러 오고,


룩시온을 섭취한 사람들의 몸에서 룩시온을 전부 빼내어 살리고.


"나도 모르는 걸 저 애는 알고 있다고요. 열 받게."


그의 할아버지가 목숨을 바쳐 사람들의 체내 조직 분열을 막았던 것처럼.


주동화는 자신의 힘을 사용해야 할 상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심지어 갈수록 조금씩 덜 허접해지는 게 더 열 받아요."


하단우가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백규빈은 미소를 지었다.


"그새 사춘기가 끝났구나, 단우야."


그리고는 두 손가락을 마주쳐 딱 소리를 내자, 그의 몸에서 새하얀 광채가 나더니 신수 백호가 나타났다.


백호는 미군 전투기 위를 밟고 돌아다니며 번개로 공격했다.


두 신수가 함께 달려드니 미군이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전투기들은 추락하거나 뿔뿔이 흩어지며 후퇴했다.


주작에 이어 백호가 나타나자 이를 지켜보던 범예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도 반신인가?"


백규빈이 고개를 끄덕이자 범예는 씁쓸하게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


"이 땅도 정복은 힘들겠군."


천국 고려성 2황자의 정복 포기 선언과 함께,


주작과 백호는 미 전투기를 51구역 상공에서 전부 몰아내었다.



***



주작은 51구역의 남쪽 상공으로 전투기를 몰아갔고, 백호는 북쪽 방향으로 몰았다.


양치기 개에게 양이 쫓겨가듯 미 전투기가 두 신수에게 쫓겨 멀어지자, 임제온이 탄 피스메이커 전투기는 서서히 고도를 낮추었다.


한편 주동화는 지상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신수들이 하늘의 전투기는 해결해 주었지만, 지상에 깔린 군인들은 범헌과 주동화를 향해 총을 쏘아댔기 때문이다.


범헌이 부상을 당해 의식이 흐려지며 눈속임 장막이 사라져 버린 탓이었다.


주동화는 건물 잔해와 바람을 사용해 소용돌이를 만들어 총알을 튕겨냈다.


그렇게 혼자 수십 명의 지상군을 방어하면서, 주동화는 피스메이커 전투기가 하강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범헌, 저 전투기에 타야 돼."


주동화가 옆에 쓰러져 있는 범헌을 불렀지만, 범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범헌을 들고 전투기까지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지상군의 총탄을 막으면서.


범헌의 몸집이라도 작았으면 좋았을 텐데 키가 180이 넘는 장신이다. 주동화는 이를 악물고 범헌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솟구쳐 올려야 할 하늘을 바라본 순간, 피스메이커 전투기로부터 검은 물체가 떨어져 나왔다.


"주임님?"


임제온이 그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임이섭은 주동화가 만들어낸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직진하여 순식간에 눈앞에 착지했다.


"올라가시죠."


짧게 한 마디를 뱉은 임제온은 범헌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서 의수의 엔진을 켜고 하늘로 직행했다.


주동화는 바로 그 뒤를 따르며 지상군의 총알을 막는 소용돌이와 함께 솟아 올랐다.


휘몰아치는 바람이 세 사람을 보호하며 무사히 전투기에 안착했다.


"휴우..."


주동화는 해치의 문이 닫히자마자 주저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살았다. 아무리 룩시온 모드가 강하다곤 하지만, 능력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유일샘물 사건 때, 전국에 영향력을 뻗어 룩시온을 뽑아낸 뒤 실신해서 20시간이나 잠들어 있지 않았나.


세 기의 전투기에 눈속임 장막을 설치하고 온 데다가, 익숙지 않은 치유술로 범헌의 팔 이어붙이기, 건물 잔해로 전투기 견제에, 범헌의 다리 치유에 더해서 지상군 방어까지.


이번에도 딱 그때 꼴이 날 뻔했는데 정신에너지가 고갈되기 직전에 다행히 임제온이 내려와 주었다.


주저앉아 고개도 들지 못하는 주동화에게 임제온이 말했다.


"괜찮으세요?"

"아... 당이 떨어지네요."


달달한 딸기라떼가 간절한 순간이다. 서울로 돌아가면 바로 카페로 직행할 것이다.


"어서 집으로 돌아갑시다."

"네, 다행이에요. 구조에 성공해서."


그리고서 주동화는 권채선에게 무전을 했다.


"범헌 구조 성공했습니다."

‘그래, 나도 봤다.’

"여기 오셨어요?"


주작을 보고 하단우가 온 것은 눈치를 챘다. 그런데 권채선도 서울에 가지 않고 여기에 와 있었다니.


‘고생 많았어. 고맙다.’


그리고서 권채선은 무전을 종료했다. 상황을 보고한 주동화는 범헌의 다리 상태를 살폈다.


아까 잠깐 치유를 하면서 벌어진 부분만 겨우 봉합해 놓았다. 출혈은 막았지만 여전히 의식은 없고 피부 밑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도 못 했다.


주동화는 근처에 범예나 최민의가 있다면 그들이 범헌을 치료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단우 쪽으로 무전을 하려는 순간,


‘퍼엉-!’


무언가가 전투기를 스치고 지나갔다. 전투기가 갑자기 격렬하게 흔들렸고, 주동화는 조종석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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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완결) 21.10.06 288 6 13쪽
103 살신 21.10.05 201 3 11쪽
102 이대로 끝인가 21.10.04 185 3 13쪽
101 무한한 동력 21.10.03 194 3 12쪽
100 전쟁터 21.10.02 184 4 12쪽
99 문이 열리는 날 21.10.01 186 3 10쪽
98 사탕 한 개 21.09.30 183 4 13쪽
97 옥토 21.09.29 187 3 11쪽
» 51구역 (2) 21.09.28 191 3 13쪽
95 51구역 (1) 21.09.27 185 4 11쪽
94 첫인상 21.09.26 186 3 12쪽
93 작전 계획 21.09.25 198 3 12쪽
92 잠입 (2) 21.09.24 183 3 11쪽
91 잠입 (1) 21.09.23 197 2 12쪽
90 생물공학정보센터 21.09.22 190 3 10쪽
89 미국으로 (2) 21.09.21 206 3 12쪽
88 미국으로 (1) 21.09.20 204 4 12쪽
87 동맹 결렬 21.09.19 204 4 11쪽
86 교역 불가 21.09.18 212 4 13쪽
85 전투가 성립되지 않는 상대 21.09.17 229 4 11쪽
84 개방 21.09.16 226 4 11쪽
83 전세 역전 21.09.15 227 4 12쪽
82 반은 신, 반은 인간 21.09.14 224 4 11쪽
81 눈속임 장막 21.09.13 228 4 10쪽
80 탑 마스터 21.09.12 221 4 10쪽
79 제온 21.09.11 237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20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1 4 12쪽
75 재회 21.09.07 23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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