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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137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09.24 13:05
조회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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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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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잠입 (2)

DUMMY

주동화는 바로 최민의의 복부에 손을 올렸다. 백규빈은 머리에 손을 대었다.


룩시온의 치유술과 반신의 치유술이 중첩하여 작용을 시작하자, 최민의의 몸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갔다.


깊은 상처가 금세 아물고,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신경들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최민의의 머리 위에 손을 대고 치유를 해 나가며 신체 상태를 체크하던 백규빈이 말했다.


"의식이 돌아왔어. 아직 몸은 못 움직이겠지만."

"우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응. 이야기해도 될 것 같은데."


이에 주동화는 눈을 감고 있는 최민의에게 말을 걸었다.


"움직이지 말고 내 이야기를 들어. 나는 너를 구하러 왔어."


그러자 최민의가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며 목소리의 출처를 찾는 듯했다.


하지만 눈속임을 사용하고 있는 주동화가 보일 리 없다. 최민의는 불안을 느꼈는지 눈빛이 흔들렸다.


이어서 최민의는 룩시온 모드로 들어가려고 시도했지만,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낯선 장소와 낯선 목소리, 정체가 보이지 않는 상대, 그리고 온전치 않은 자신의 몸.


이런 상황에서 최민의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단 하나뿐이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손발을 움직이려고 했다.


최민의가 성치 않은 몸을 억지로 일으키려 하자, 주동화는 서둘러 최민의의 어깨를 눌렀다.


"움직이면 안 돼. 너를 여기에 가둔 놈들이 눈치챌 거야."


그러자 최민의가 주동화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모습을 드러내라."


어깨에 닿은 손으로 주동화의 위치를 파악한 것이다. 경계하는 최민의에게 주동화는 상황을 설명했다.


"그럴 수는 없어. 난 여기에 몰래 들어온 거거든."

"너는 누구지?"

"얼마 전에 너와 싸웠던 사람이야. 주동화라고 해."

"기억한다. 활소를 다루는 자."


최민의는 주동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바로 범예와 범헌의 안위를 물었다.


"황녀 전하와 황자 전하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

"범예는 여기서 멀리 떨어진 곳에 붙잡혀 있어. 범헌은 아직 찾지 못했고."

"찾지 못했다니?"

"이 일에 미국이라는 다른 국가가 개입했어. 미국군이 한국에서 치료 중이던 너를 여기로 옮긴 거야."

"그렇다면 여긴 미국인 건가?"

"응, 맞아."


최민의는 혼란스러운 듯 눈을 꽉 감았다. 주동화는 최민의에게 말했다.


"나는 미국군으로부터 너희를 구하려고 해."


이에 최민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너는 우리를 도우려는 거지?"

"미국군이 천국과의 교섭권을 갖게 되는 걸 막아야 되니까."

"국가 간 주도권 경쟁인 모양이군."


최민의가 납득한 듯한 표정으로 상황을 이해했다. 그리고 주동화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나는 너희가 무사히 천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고 싶어."

"우리와 목숨을 걸고 싸운 네가 할 만한 소리는 아닌 듯한데."

"나는 그럴 마음이 없었어. 싸움을 건 것은 너희 쪽이잖아."


주동화의 말에 최민의는 대꾸하지 않았다. 주동화는 최민의에게 당시의 입장을 이야기했다.


"나는 나와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싸웠을 뿐이야."

"그것은 나도 너와 다르지 않다."


최민의 또한 그랬을 것이다.


하단우가 합류하면서 천국인은 열세에 몰렸고, 신과 다름없는 능력을 가진 상대와 거대한 신수를 보고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도망치는 것조차 불가능해진 상황에, 최민의는 범예와 범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했다.


최민의가 마지막에 보여줬던 힘은 실로 굉장했다. 눈이 붉게 변하면서부터 예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하단우와 권채선, 임제온, 주동화를 순식간에 쓰러뜨린 것에 이어서 범예를 공격하기까지 했다.


그때의 최민의는 오직 살생만을 좇는 악귀 같았다.


최민의가 다시 그렇게 변해 버린다면, 주동화는 최민의를 멈출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최민의와 나누는 대화 한 마디 한 마디에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언제 어느 때 갑자기 돌변하여 공격을 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역시 최민의는 주동화를 쉽게 믿지 못했다.


"하지만 네 말만을 듣고 너를 신뢰할 수는 없다."

"내가 네 상처를 치유해서 깨웠는데도?"

"그것조차 네 말에 의한 사실이지. 증거가 될 수는 없어."


최민의의 이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안락한 침실도 아닌 차디찬 수술대에 누워서, 동료들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정신을 차렸더니 목숨 걸고 싸웠던 상대가 모습도 드러내지 않은 채 협조를 요구하고 있지 않나.


차라리 범예를 설득하는 게 더 쉬웠다. 적어도 그때는 눈을 마주 보며 이야기할 수 있었으니까.


주동화는 짧게 한숨을 쉬고서 말했다.


"범예도 이런 상황을 우려하더군. 네가 내 말을 믿지 않을 거라고."

"전하께서?"

"그래. 이걸 너에게 보여주라고 했어."


주동화는 주머니에서 범예의 머리 장식을 꺼내 최민의의 눈앞에 있는 수술용 모니터 앞에 띄워 놓았다.


최민의가 몸을 움직이지 않고서도 범예의 메시지를 읽게 하기 위해서였다.


최민의는 모니터 앞에 둥둥 떠 있는 나비 모양 장식에 적힌 글씨를 신중하게 확인했다.


"전하의 필적이 맞군."

"뭐라고 써있는 거지?"

"네가 못 미덥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믿어 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다."

"아하..."


메시지의 내용은 썩 기분 좋지 않지만, 어쨌든 범예가 준 장식 덕분에 최민의는 마음을 바꾼 것 같았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지?"

"지금 너를 여기서 데리고 나가고 싶지만, 범헌을 아직 찾지 못해서 그건 어려워."

"내가 사라지면 미국군이 두 분 전하께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


최민의는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뛰어난 장군인지라 사리 판단도 빨랐다.


"맞아. 그러니까 범헌을 찾아내는 대로 너를 다시 데리러 올게."

"그러면 내가 해야 하는 건..."

"우리가 다시 올 때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는 일이야."

"간단하군."


최민의는 가볍게 대답했다. 그러나 주동화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님을 명기시켰다.


"그렇다고 갑자기 모습을 숨겨 버리거나 사람들을 공격해서는 안 돼. 무력으로 너를 제압하려 할 거야."

"활소가 없는 인간이 나를 제압할 수는 없어."

"미군을 얕보면 안 돼.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주동화는 최민의를 설득했다.


"최대한 얌전히 여기 사람들한테 협조하는 게 안전해. 너 영어 할 줄 알아?"

"영어?"

"범예는 할 줄 알던데. 서쪽의 연방국가에서 사용하는 말이라고 했어."

"에렙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전부 알고 있다."

"그럼 잘됐네. 대화도 하면서 우호적으로 지내. 여기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게."


그때, 백규빈이 주동화의 말에 우려를 표했다.


"그런데 동화야."


이에 최민의의 눈이 커지며 경계를 했다. 낯선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리라.


"놀랄 것 없어. 나도 네 편이다."


백규빈은 최민의를 안정시키고 나서 주동화에게 말했다.


"내일 오전에 바로 실험이 있을 텐데. 우호적인 상황은 못될 것 같아."


내일 연구원들이 출근하자마자 최민의에 대한 생체 실험이 시작된다.


만약 최민의에게 의식이 남아 있는 것을 알면 당연히 마취제를 투여해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최민의가 실험을 거부하려면 눈속임 장막을 쓰거나, 연구원들과 싸우는 방법뿐이다.


그렇게 되면 우호고 나발이고, 바로 경보가 울리며 군대가 출동한다.


"아, 그거 제가 생각해 봤는데..."


주동화가 백규빈에게 말했다.


"내일 연구원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려고 해요."

"계획을 말해 보렴."

"정전을 시키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주동화의 경험상, 정전 이상으로 업무가 정지되는 상황은 없을 것 같았다.


틸엘 사옥이 노바 그룹의 침입으로 정전됐을 때,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


컴퓨터를 못 하게 되는 것은 물론 엘리베이터조차 움직이지 않고, 시야 확보조차 불가능하다.


당연히 최민의에 대한 실험도 불가능할 것이다.


"국립 가속기 연구소에 정전이라... 뉴스에 날 만한 사건이네."


백규빈이 피식 웃고서 말했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하지. 전력장치를 다 망가뜨려 놓으면 복구하는 데만 하루를 다 쓸 테니까."


백규빈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동화는 바로 두 손을 뻗어 가속기 연구소 전체에 영향력을 펼쳤다.


룩시온 모드에서 감지되는 모든 전력 공급기구를 손상시켰다. 주위에서 빠직, 빠직하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오래 걸리지 않아 가속기 연구소의 모든 전력장치가 먹통이 되었고, 주동화는 최민의에게 말했다.


"범헌을 찾아내는 대로 다시 올게. 이 건물의 구조를 알려줄 테니 기억하고 있어."


최민의가 가속기 연구소의 구조를 알고 있으면, 나중에 도망치기 용이할 것이다.


다급한 상황에서 설명하기보다는 미리 알려주는 편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주동화는 백규빈의 도움을 받아 최민의에게 연구소의 구조를 자세히 설명했다.


출구로 나가는 다양한 루트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해준 뒤, 치유를 마저 끝내고 최민의의 몸을 완전히 회복시켰다.


그리고서 가속기 연구소를 빠져나온 주동화는 권채선에게 전화를 했다.


"요원님, 계획을 변경했어요."


백규빈의 아파트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권채선은 예상치 못한 주동화의 말에 벌떡 일어났다.


"그게 무슨 소리야?"

‘최민의를 연구소에 그대로 두고 왔어요.’

"왜?!"

‘최민의를 데리고 나오면 미군이 경계를 할 것 같아서요. 범헌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안 건드리는 게 나아요.’


주동화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범헌의 수색이 생각보다 늦어지는 바람에 일이 꼬인 셈이다.


하지만 범헌을 찾고 세 명의 위치가 파악되는 대로 구조에 돌입할 것이고, 침입을 시도하게 되면 미군이 무섭게 달려들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의식이 없는 천국인을 짊어지고 나오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중상을 입어 의식이 없는 최민의는 먼저 빼 오려고 계획했던 건데.


"그래서, 들어가서 최민의가 잘 누워있는지 구경만 하고 왔다고?"

‘아니요. 치유술로 의식을 찾아 줬어요. 협조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고요.’


권채선은 갑자기 계획을 변경한 것에 당황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이 되었다.


최민의의 상태가 치유술로 회복이 가능할 만큼 크게 나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 수고 많았어."


권채선은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일을 해결한 주동화의 공을 인정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후, 무전기에 신호가 왔다.


권채선이 응답하자 무전기에서 임제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범헌 위치 파악됐습니다.’

"어디야?"

‘51구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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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탑 마스터 21.09.12 221 4 10쪽
79 제온 21.09.11 237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20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1 4 12쪽
75 재회 21.09.07 23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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