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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115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09.19 13:05
조회
203
추천
4
글자
11쪽

동맹 결렬

DUMMY

최민의가 피스메이커의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주동화는 바로 권채선을 만나 상황을 공유했다. 권채선이 범예에 대해 말했다.


"범예는 아까 오전에 내가 만났어. 지금도 감호소에 있는 것 확인했고."

"범헌은요? 아직 구치소에 있나요?"


권채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범헌도 행방이 묘연하다.


주동화는 이 상황이 납득이 가질 않았다. 천국과의 협상은 피스메이커가 주도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요원님이 모른다는 게 말이 돼요?"

"완전히 피스메이커의 영향권 밖으로 사라졌어. 연락 두절이야."

"그럼 국방부가 단독행동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권채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민국 정부가 피스메이커와 협조하지 않기로 결정한 거지."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죠?"


피스메이커는 범세계적 조직이다.


지구의 주인들이 모여 권력을 틀어쥐고 지구를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는 기관인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갑자기 연락을 끊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권채선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내린 결정이 아닐지도 몰라. 강대국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열어 놔야 해."

"강대국이라면...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그래. 중국이나 영국과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지."

"그러면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들이 연합해서 피스메이커를 등졌다는 뜻인가요?"

"응. 지금 개입 가능성이 있는 국가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야."

"그게 가능해요?"

"불가능할 건 없지. 피스메이커와는 계약서조차 작성한 적 없는 관계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굳건했잖아요. 얼마 전까지 협조를 받았었잖아요."


피스메이커의 계획대로 한국 대통령이 따라준 것, 대통령 대담에 앞서 비공식적으로 피스메이커에게 천국인과 접촉할 시간을 준 것.


이것은 모두 대한민국 정부가 피스메이커에게 협조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각국 정부가 피스메이커에 협조한 이유는 단순해. 목적이 같았기 때문이야."


그리고서 권채선은 미국과 러시아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가 피스메이커와 돈독했는데, 그들이 가장 질서를 원하는 국가였거든. 힘을 쥐고 있는 나라잖아. 권력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을 테지."


미국과 러시아와 피스메이커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었다.


바로 이 세계의 질서. 변수가 없는 현상의 유지.


"두 강대국이 피스메이커와 긴밀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어쩔 수 없이 피스메이커에 협조하는 수밖에 없었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야."


그러나 아까 권채선은 미국과 러시아도 배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토록 긴밀한 관계였다면 왜 갑자기 등을 돌린다는 말인가.


"그런데 왜 갑자기 강대국들이 돌변한다는 거죠?"

"그들의 파워를 공고하게 해 줄 요소가 등장했으니까."

"천국인들이요?"

"정확히는 룩시온."


그리고서 권채선은 말을 이었다.


"룩시온을 손에 넣으면, 진정한 지구의 주인이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


현재 세계의 국력은 미국이 압도적 패권을 쥐고 있고, 러시아와 중국이 그 뒤를 무섭게 뒤쫓고 있다. 영국과 독일 같은 유럽 국가도 여전히 건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나라가 룩시온을 손에 넣든, 확실한 1강 체제가 될 것이다.


"피스메이커와의 동맹을 깨면서까지 독점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보물이 나타난 거야."


피스메이커에게 휘둘릴 필요도 없이, 지구의 주인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여태까진 고분고분 피스메이커의 명령을 들어왔지만 지금은 너무 특수한 상황인 거지. 얌전히 말을 듣기엔 이득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니 피스메이커와 상관없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이득을 얻고 싶다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피스메이커와의 연락을 끊어버린 거군요."


피스메이커는 천국과의 무역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구상의 그 어떤 국가보다 먼저 천국의 황제와 만날 예정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천국의 황제와 만나겠지만, 그것은 피스메이커가 물밑 작업을 마무리한 뒤 보여주기식 퍼포먼스가 될 계획이었다.


이 모든 그림은 피스메이커가 - 정확히는 권채선이 - 짰고, 각국 정부의 연락책에 계획을 전달했다. 그것에 대해 별다른 반대 의견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국가가 피스메이커에 협조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속내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 나라가 주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들이 직접 천국의 황제를 만날 생각일 거야."

"설마 천국을 상대로 전쟁을 하진 않겠죠?"

"그럴 리는 없어. 룩시온을 가진 자들을 상대로 싸우면 패배할 게 뻔하잖아."

"그럼 무역을 추진하겠네요."


이에 권채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무역이 말이지. 쉽지가 않아."

"왜요?"

"천국인들이 원하는 자원이... 거래를 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니야."

"거래를 할 수 없는 품목이라뇨."

"영토 그 자체거든."

"영토라면... 땅이요?"

"그래. 정확히는 옥토. 사정은 자세히 모르겠지만, 천국의 지력이 전부 소모된 것 같아."


범예는 옥토, 즉 지력이 풍부한 땅을 원했다.


지력 소모로 인한 식량난이 문제일 수도 있고, 자연재해로 인해 땅이 유실되었거나, 아니면 에너지의 문제일 수도 있다.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 없어도, 천국인들은 자신들이 뿌리내릴 새로운 땅을 찾고 있었다.


"그럼 무역이 불가능한 거잖아요. 그들이 살 땅을 내어 줘야 한다는 건데. 지구상에 남는 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는 땅?


잠깐.


주동화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만약 특정한 국가가 천국과의 교섭권을 갖는다면..."


권채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나라 땅을 천국에 팔아버릴 수 있다는 얘기야."

"아마 약소국의 땅을 넘기겠죠."

"맞아. 누군지 몰라도 범예한테 옥토를 제공하겠다는 자가 있었어. 남는 땅이 있다고 하면서."


그것은 결코 개인이 벌인 행동은 아니었을 터.


딴마음을 먹은 국가가 사람을 보내 범예에게 접촉하여 협상을 시도한 것이다.


"그 나라에서 만약 무역의 대가로 천국인들에게 룩시온을 받아낸다면..."

"말 그대로 패권국이 되겠지. 그렇게 되면 땅을 빼앗긴 나라는 아무런 저항도 못할 거고."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대로 특정 국가에 교섭권이 넘어가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되었다.


지금 천국이 원하는 영토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다.


만약 천국이 대륙 하나에 해당하는 영토를 요구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교섭권을 가진 국가가 받아들인다면, 대륙 전체가 천국의 식민지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주동화는 문득 원론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범예와 범헌은 지금까지 일관적으로 한국에게 속국이 될 것을 요구해오지 않았나.


그들이 원하는 자원이 영토라면, 무역을 하느니 전쟁을 통해 정복을 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지구를 정복하는 건 룩시온을 가진 그들에겐 일도 아닐 테니 말이다.


상대가 미국이든 러시아든 중국이든, 그건 천국인에게 상관이 없다.


"하지만 천국인들은 무역을 할 마음이 없잖아요. 계속 종속국 조약을 요구했고."


그러나 주동화의 말에 권채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상황이 바뀌었어. 천국은 이쪽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어."

"왜죠?"

"우리가 인질을 잡았잖아."

"범헌과 범예를... 거래 조건으로 사용한다는 건가요?"

"걔네는 정말 강력한 카드지. 무려 황족인데."


범예와 범헌은 황족, 최민의도 아마 귀족은 될 것이다.


이 세 명을 인질로 두고 무역을 요구하면, 천국은 승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범예의 말에 따르면 천국에 황제가 여럿이라곤 하지만... 적어도 고려성 황제는 무역을 찬성할 수밖에 없을 거야."


천국 고려성의 황제는 범예와 범헌의 어머니.


"자기 딸하고 아들이 붙잡혀 있는데 어떻게 거부하겠어. 발 벗고 나서서 다른 황제들을 설득하겠지."


그렇게 해서 고려성 황제가 다른 성의 황제들을 설득한다면 성공.


만에 하나 설득에 실패해서 무역을 못 하게 된다 해도, 인질을 되돌려 주는 목숨값으로 적지 않은 룩시온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즉, 교섭권을 가진 자는 최소한 룩시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그 이후에 만약 지구가 천국의 종속국이 된다 한들,


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룩시온을 지닌, 새로운 지구의 우두머리로 군림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친일파들이 그랬던 것처럼.


권채선은 이를 갈았다. 절대로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게 어느 나라가 되었든.


"일단은 뒤통수를 친 게 어느 나라인지 알아내야 돼."


일단 국방력이 탄탄한 강대국들을 의심하고 있긴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과 영국 또는 독일, 사실 대한민국도 충분히 딴마음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분명 그 나라에서 범헌과 최민의를 빼돌렸을 거예요."


권채선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했다.


"범예는 절대로 빼앗겨선 안 되겠지. 동화 너는 지금 치료감호소로 가라."

"범헌이랑 최민의는 어떻게 찾죠?"

"우리 직원들을 믿어 봐야지."


피스메이커 통신부에서 이미 두 사람을 수색 중이었다. 국제부에서는 전 세계에 정보원을 풀었다.


프랑스의 서부지사와 미국의 동부지사에도 수색 명령을 내려놓았다.


서부지사의 경우 지사장이 사망하여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최선의 협조를 요청했다.


"도대체..."


그때, 병실 침대에 누워있던 하단우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런 얘기를 내 병실에서 하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네."


하단우는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권채선과 주동화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권채선이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어, 단우. 일어났구나. 몸은 좀 어때?"

"그쪽이 여기서 나가주시면 금방 나을 것 같은데요."

"병문안 온 사람한테 그렇게 말하면 섭하지~"

"누가 병문안 오랬냐고요."


그리고서 하단우는 권채선에게 물었다.


"그 사라진 천국인들이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는 거죠?"

"맞아. 어떻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권채선의 말에 하단우는 이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한민국 정부와 관련된 일을 이필영이 모를 리 없다.


"어, 나야. 구치소랑 국군수도병원에 있던 천국인 어디로 갔는지 알아?"

‘다짜고짜 그게 무슨 소리야?’

"거기 있다가 갑자기 이동했다는데. 지금 어디 있는지 아냐고."

‘그게 왜 궁금한데?’

"이걸 알려줘야 내가 좀 혼자 조용히 쉴 수 있을 것 같거든."

‘그게 무슨 소리야.’

"빨리 대답이나 해."

‘그 둘은 미국으로 갔어. 오늘 중에 감호소에 있는 천국인도 미국으로 갈 거야.’

"미국 어디?"

‘그것까지는 몰라. 너 여기에 관여할 생각 하지...’


하단우는 전화를 끊고 권채선에게 말했다.


"사라진 천국인 둘 다 미국에 있대요. 감호소에 있는 여자도 오늘 미국으로 갈 거고."


하단우의 말에 권채선은 짧게 탄식을 뱉었다.


"범인은 미국이었네."


그리고 주동화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범예를 미국으로 데려가는 걸 막아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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