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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128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09.20 13:05
조회
203
추천
4
글자
12쪽

미국으로 (1)

DUMMY

주동화는 즉시 공주의 치료감호소로 향했다.


범헌과 최민의가 미국으로 이미 빼돌려졌다. 범예마저 미국에 넘겨줄 수는 없다.


오늘 미국으로 갈 것이다, 라고 했다면 아직 한국에 있을 것이었다. 제발 늦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쏜살같이 날아서 감호소에 도착한 주동화는, 입구로 들어가지 않고 범예가 입원한 맨 위층 병실의 창문으로 바로 날아갔다.


전국민이 그가 룩시온과 결합한 것을 아는데, 이제 능력을 숨길 필요가 없다.


쏟아지는 관심은 싫지만 더 이상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건 좋았다.


병실 창문에는 커튼이 내려져 있었다. 주동화는 창문을 두드리기 전에 병실 안 상황을 확인했다.


지금은 룩시온 모드이기 때문에, 커튼 뒤 창문 너머의 모습도 분자 구조 형태로 인식할 수 있었다.


"누구랑 있는 거지?"


병실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다. 분자의 조합으로 보이기 때문에 누가 누구인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 하지만 확실히 범예 혼자 있는 것은 아닌 듯했다.


"의료진이나 장병이 들어와 있는 건가."


의사가 진찰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병실 앞에서 보초를 서는 군인이 잠시 방 안에 들어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네 명의 사람이 한 사람을 압박하며 다가가고 있는 형세였다.


그렇다면 구석에 몰린 한 사람이 범예일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 아무런 능력도 사용하지 못한 채 인질로 잡혀 있는 처지니.


그리고 그때,


"상공에 침입자 발견!"


사방에서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기는 의료 시설이지만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곳이다. 총알이 날아올 수도 있는 상황.


주동화는 더 지켜볼 것 없이, 범예가 있는 병실 창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병실에는, 범예와 함께 미군 세 명과 국군 한 명이 있었다.


국군의 계급은 소령이었다. 주동화는 바로 국군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그 질문은 내가 해야 될 것 같은데."


소령이 언짢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물론, 갑자기 창문을 깨고 들어온 주동화 쪽이 더 이상하긴 하지만.


미국이 일을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주동화는 지금 병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저들은 범예를 미국으로 데려가려고 여기에 온 것이다.


"주동화 군. 무슨 볼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나가 줬으면 좋겠네."

"저도 여기에 있겠습니다. 천국인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지 않습니까?"


주동화는 되는 대로 이유를 갖다가 붙였다. 그때 범예가 소령에게 물었다.


"정말 내 동생과 민의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건가?"

"그렇다."


역시, 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저들은 범예를 미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온 것이다. 한편 범예는 미군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 자들은 뭐지? 저들도 한국인인가?"

"아니. 미국인이야. 너는 미국으로 간다."

"다른 나라인 모양이군. 내 동생과 민의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상관없다."


범예는 범헌과 최민의를 만나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범예가 미국으로 간다고 해도, 미군이 바보가 아닌 이상 셋을 같은 장소에 두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이 사실을 범예도 알고 있었다.


"동생과 민의를 만나게 해 준다는 약속이 필요해."

"좋아. 약속하지."


소령이 대답했지만 범예는 의심을 내려놓지 않았다.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소령을 노려보았다.


당연한 일이다. 구두로 하는 약속에 효력이 있을 수가 없다.


지금 범예는 확실한 약자였다.


범헌과 최민의의 위치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오직 국군만을 믿고 미국으로 건너가야 되는 상황.


"범헌과 최민의는 지금 어디에 있죠?"


그때 주동화가 끼어들었다. 범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동화를 쳐다보았다.


"저한테는 말씀해 주셔야 되는 것 아닌가요? 제가 잡았는데."


라고 말하면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뛰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주동화는 애를 썼다.


그는 지금 사실상 국방부를 상대로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옆에는 미군도 셋이나 있다.


"그것을 너한테 말해 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말씀 못 할 이유는 뭔가요?"

"국가 기밀이야. 민간인이 알아서는 안 돼."


그럼 너는 민간인한테 왜 반말이야,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주동화는 웃으며 말했다.


"이번 일에서 저를 배제하시겠다는 건가요?"

"너는 군인도 아니고 뭣도 아니야. 더 이상 나랏일에 관여하지 마라."

"앞으로 천국인을 상대할 때 제가 필요 없을 거란 말씀이죠?"

"필요 없지. 셋을 찢어 놓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데."


이에 범예의 눈에 번쩍였다. 그것을 본 주동화가 쐐기를 박았다.


"하지만 방금... 범예한테 범헌과 최민의를 만나게 해 주겠다고 했잖아요."


분위기는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싸늘해졌다. 범예는 소령과 미군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내 동생과 민의를 데려올 때까지 나는 여기에서 움직이지 않겠다."


그러자 소령이 말했다.


"이런 식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다시는 네 동료들을 못 볼 수가 있어."

"네가 약속을 지키면 나는 네 말을 따를 것이다."

"지금 너는 나한테 뭔가 요구를 할 상황이 아니야. 동료들이 다쳐도 상관없다는 건가?"


소령은 말은 이렇게 하지만 약간 당황한 것으로 보였다. 미군의 눈치를 보며 범예를 위협했다. 범예가 요구에 불응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나 범예는 위협에 전혀 물러서지 않고 소령을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만약 그 두 사람을 너희가 해친다면."


그리고는 소령과 미군이 차고 있는 총을 전부 빼내어 자신의 손으로 끌어당겼다.


"그때는 나에게 죽음을 구걸하게 만들 것이다."


한순간에 무장해제를 당한 미군들은 당황하여 고함을 쳤다.


그 소리에 문밖에서 대기하던 미군들이 우르르 병실로 뛰어 들어왔다.


범예는 뛰어 들어온 자들의 손에서 총을 모조리 내팽개쳐버렸다.


힘으로는 수십 명이 달려들어도 범예를 상대할 수 없다.


전투기가 뜨지 않는 한 지구인이 천국인을 상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령은 곤란한 표정으로 미군들에게 말을 전달했다. 아마도 범예가 미국으로 가는 것을 거부한다는 내용을 통역하는 듯했다.


범헌과 최민의를 이쪽으로 데려와야 움직이겠다는 범예의 요구 사항을 전한 것이다.


그러자 미군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범예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인 듯했다.


강경한 미군의 입장을 전해 들은 소령은 범예에게 다시 말했다.


"일단 미국으로 간 다음에, 그때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소령은 어차피 미군의 말을 전달하는 통역사일 뿐이니 아무런 결정권이 없다.


"아니. 나는 너희가 약속을 지킬 때까지 여기서 절대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


팽팽한 긴장이 이어졌다.


범헌과 최민의를 볼모로 범예를 미국으로 데려가려는 미군과,


범헌과 최민의를 데려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겠다는 범예.


당연한 이야기지만 미군은 범헌과 최민의를 데리고 있을 뿐 해칠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을 해치는 순간 이 팽팽한 줄다리기 끈은 잘라지고 만다.


인질이 사라지는 순간, 더 이상 지킬 게 없어진 범예는 얌전하게 붙잡혀있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둘 중에 한 명만 만나고 싶은가 보군."


미군의 귓속말을 전해 들은 소령이 범예에게 말했다.


지금 문제는 미국에 인질이 두 명이라는 점이었다.


한 명이 죽어 사라져도, 다른 한 명이 남는다. 인질은 한 명이나 두 명이나 똑같은 역할을 한다.


즉, 미군에게는 ‘인질 한 명을 사살한다.’라는 선택지가 남아있는 것이다.


칭다오에서 비슷한 일을 겪어 본 주동화는, 이 상황이 얼마나 개 같은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미군은 아마 자기들끼리 사람 목숨을 갖고 놀음을 할 것이다.


범헌을 죽일까, 최민의를 죽일까. 어느 쪽이 범예를 더 괴롭게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동생을 죽이는 게 더 괴롭지 않나. 이딴 소리를 하면서 저울질하겠지.


"손만 대 봐! 내가 다 죽여버릴 거니까!!"


범예가 소리쳤지만, 소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두 명을 모두 잃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미국으로 가는 게 좋을 거야."

"아아아아악!!"


범예는 괴롭게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보며 주동화는 범예의 입장을 이해했다.


최민의는 아직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고, 범헌은 자가치유도 할 줄 모를 정도로 룩시온 컨트롤이 미숙하다.


그런데 두 사람 다 멀리 다른 나라에 가 있다고 하니,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협조하지 않으면 둘 중에 하나를 없애겠다는 협박까지 들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범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스스로를 견디지 못한 것 같았다.


"저도 가겠습니다."


주동화가 말했다. 이에 소령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뭐?"

"미국. 저도 같이 가겠다고요."

"너는 왜 자꾸 끼어드..."


소령이 귀찮다는 투로 말하자, 주동화는 바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총들을 들어 올려 미군들을 겨누었다.


미군은 당황하여 뒷걸음질 쳤고, 주동화를 위협하는 고성이 들렸다. 소령이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너 미쳤어?!"


이에 주동화는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여자가, 이런 식으로 여러분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범예는 주동화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범예는 씩씩대며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저 표정 봐요. 아깐 미친 사람처럼 소리도 지르더만. 비행기 안에서 다 죽이겠다고 날뛰면 어쩔 건데요?"


주동화는 여전히 총구를 미군들에게 향해 놓은 채, 범예의 위험성을 열거하며 설득하는 투로 말했다.


총이 코앞에 있으니 미군도 딱딱하게 굳어서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주동화가 하는 얘기를 못 알아들을 테니 더욱 긴장했을 것이다.


주동화는 소령에게 손짓을 했다.


"통역 좀 해 주세요. 저도 미국에 데려가라고."


주동화의 말에 소령은 미군들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미군들은 자기네들끼리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도 미국으로 간다."


미군이 주동화를 보고 영어로 말했지만, 주동화는 뜻을 알아들었다.


이로써 주동화도 함께 미국으로 가게 되었고, 미군은 주동화에게 한 시간 뒤 여기에서 출발할 것이라는 것까지 말했다.


"한 시간 뒤에 여기서 출발한다고?"


범예도 영어를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주동화는 깜짝 놀라서 범예를 보았다.


영어를 할 줄 아는 게 신기해서 쳐다본 건데, 범예는 이를 악물며 미군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못 가!! 당장 내 동생과 민의를 데려와!!"


이에 주동화가 범예를 붙잡으며 말렸다.


"잠깐. 가만히 있어."

"이거 놔!! 나는 네놈들을 믿을 수 없다!!"

"가만히 좀 있으라고!!"


주동화가 룩시온 모드로 범예를 날려보내 병실 구석에 처박아 버렸다.


이에 미군들은 놀라워하며 박수를 쳤고,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한 범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동화를 쳐다보았다.


주동화는 군인들 주위에 띄워 놓았던 총들을 모두 바닥으로 내려놓은 뒤, 소령에게 말했다.


"한 시간 뒤. 출발할 수 있게 준비하겠습니다."


그러자 소령이 주동화에게 가까이 가서 귓속말로 말했다.


"이런 식으로 끼어들어봤자, 너한테 떨어지는 포상 따위는 없어."


이 와중에도 공로를 견제한다니. 주동화는 어이가 없었지만 웃으며 대답했다.


"끼어들다니요. 나라의 일을 도우려는 것뿐입니다."

"그런 순수한 동기라면 환영이지. 날뛰지 않게 잘 감시해라."

"예, 알겠습니다."


주동화는 소령에게 공손히 인사하며 대답했다.


그러자 미군과 군인들은 객실을 나갔고, 주동화는 얼른 문을 닫고서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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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반은 신, 반은 인간 21.09.14 22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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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탑 마스터 21.09.12 22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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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20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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