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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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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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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633

작성
21.09.2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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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 (1)

DUMMY

베데스다에서 시카고까지는 한참을 날아야 했다.


주동화의 룩시온 모드 최장 비행 기록이 서울에서 보은인데, 시간이 다섯 배는 더 걸린 것 같다.


가도 가도 끝이 없어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미국의 땅 넓이에 질릴 때쯤, 주동화는 시카고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상세한 주소를 찾아가야 해서 주동화는 룩시온 모드를 종료했다.


룩시온 모드일 때는 핸드폰 화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때는 지도 앱의 내비게이션 기능을 써서 왔다.


툭하면 경로를 이탈했다고 난리를 피워서 불편하긴 했지만, 지도 앱 덕분에 무사히 올 수 있었다.


오랜 비행 끝에 룩시온 모드를 종료하니 미국의 풍경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었다.


널찍한 도로와 인도, 공원들이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정말이지 공간을 마구 낭비하는 도시 디자인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서울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모습이었다.


권채선이 알려준 주소로 찾아가자 고층 아파트가 있었다.


"여기가 맞겠지?"


다시 한번 지도 앱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주동화는 아파트 건물을 한 번 올려다봤다.


그가 살고 있는 45층짜리 브레이다블리크보다 훨씬 높아 보인다.


하지만 접선 장소라고 하기엔 너무 주거 시설이었다. 호텔 같은 곳이면 이해를 하겠지만.


주동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권채선에게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하단우가 그를 데리러 내려왔다. 주동화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어? 네가 왜 여기 있어?"


이에 하단우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뭐.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돼?"

"안될 건 없지만..."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주동화는 하단우를 따라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하단우는 제 집인 양 능숙하게 주동화를 데리고 갔다.


"주동화 왔어요."


현관으로 들어간 하단우가 말했다.


그러자 권채선이 반갑게 인사하며 얼굴을 보이고, 백규빈도 걸어 나오며 인사를 건넸다.


"우리집에 온 걸 환영한다, 동화야."


그런데 주동화는 백규빈을 오늘 처음 보았다.


갑자기 친근하게 말을 거는 낯선 중년 남자에게, 주동화는 일단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구세요...?"

"아저씨는 백규빈이라고 해. 너희 엄마 친구야."

"네? 저희 엄마를 아세요?"

"응, 나도 어릴 때 고성에 살았었거든."

"아... 그러시구나..."


주동화는 백규빈에 대한 이야기를 권채선에게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단우와 아는 사이이고, 최민의가 잡혀 있는 국립 가속기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물리학 박사라는 것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 아파트가 백규빈의 집이라는 것까지는 듣지 못했고, 백규빈이 어머니의 친구라는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명호 딸에 이어서 옥소원이 아들을 미국에서 보게 될 줄이야."


백규빈은 신기하다는 듯 주동화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너는 네 엄마를 많이 닮았구나. 단우 쟤는 아빠를 하나도 안 닮았던데."

"아하... 하명호 박사님도 아시는군요."

"어? 너도 명호를 알아? 이야, 나만 빼고 다 같이 만나고 있었구나."

"그게... 어쩌다 보니..."


룩시온과 노바에볼루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엮이게 된 사이인데, 지금 이 긴 사연을 말할 시간은 없다.


권채선이 주동화에게 범예의 위치를 물었다.


"범예는 지금 어디에 있어?"

"생물공학정보센터요."

"한 명은 생물학자가, 한 명은 물리학자가 연구해 보겠다는 건가."


권채선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리고는 무전기를 켜서 피스메이커 직원들에게 범헌을 수색할 때, 과학기술과 관련된 기관을 우선으로 확인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주동화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전했다.


"시간이 없어요. 이틀 뒤에 범예의 몸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했어요."

"이틀 뒤라. 최민의 쪽도 그러려나."


그리고서 권채선은 백규빈에게 물었다.


"가속기 연구소는 천국인 연구를 언제 시작한다고 합니까?"

"내일 오전으로 잡혀있긴 한데요."

"그럼 지금 당장 최민의를 꺼내와야 한다는 말인데요."

"아무래도 그게 좋겠죠. 실험 후에도 그 천국인 친구가 살아있을지는 알 수 없으니까."


백규빈의 말에 하단우가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


"이 정도면 천국인을 인질로 쓸 생각이 아닌 거 같은데요? 생체실험 대상으로 소모하려는 거잖아요."

"인질은 어차피 한 명이면 돼. 그런데 세 명씩이나 있으니 아주 복에 겨운 거지."


하단우의 말에 대답한 권채선은, 끔찍한 말을 덧붙였다.


"아마 셋 중에 한 명만 남겨놓을 거다."

"그건 절대로 안 돼요."


주동화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리고는 모두를 재촉했다.


"빨리 최민의부터 빼내러 가죠."


이에 백규빈이 대답했다.


"응, 날이 어두워지면 연구소로 들어갈 생각이야."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저는 모습을 숨길 수가 있거든요."


주동화의 말에 백규빈이 빙긋 웃었다.


"나 혼자서도 충분할 것 같은데."

"하지만 그러다가 혹시라도 발각되면 큰일 날 거예요."

"글쎄. 내가 들킬까?"


백규빈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투로 말했지만 주동화는 걱정이 되었다.


물론 연구소 직원이니 최민의가 있는 곳까지 들어가는 것은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의식이 없는 최민의를 짊어지고 나와야 되는데,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오는 건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주동화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눈치챈 하단우가 끼어들었다.


"걱정할 거 없어. 저 아저씨 반신이야."

"뭐?!"


주동화는 깜짝 놀라서 백규빈을 쳐다보았다. 백규빈은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전자 컨트롤도 할 수 있어서 눈속임도 가능할 걸?"


하단우가 말했다. 그렇다면 걱정할 것이 없다.


반신이고, 눈속임까지 쓸 수 있으면, 혼자서도 최민의를 빼내 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혼자보단 둘이 낫죠."


백규빈에게 모든 걸 맡겨 놓고 여기에서 놀고 있을 수는 없었다.


주동화는 범예와의 약속을 지켜야 했고, 최민의 구출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더 올려야 했다.


혼자서 갈 때보다 둘이서 갈 때에 더 안정감이 생기는 것은 명확하다.


최소한 최민의를 짊어지고 이동하는 것만 해도 혼자보단 둘이 수월할 테니.


"그건 맞는 말이야. 그런데... 함께 가서 나한테 방해가 되면 곤란해."


백규빈이 주동화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에 주동화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럴 일은 없습니다."


주동화의 대답에 백규빈은 쿡쿡 웃었다.


"넌 진짜 너희 엄마랑 똑같구나."

"뭐가요?"

"일단 달려들고 보는 게."

"예?"


주동화가 어리둥절해 하며 되물었지만, 백규빈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고서 권채선에게 말했다.


"저랑 동화가 함께 연구소로 들어가겠습니다."

"여러모로 고맙습니다. 머물 곳도 제공해 주시고."

"별말씀을."


백규빈은 권채선에게 웃어 보인 뒤, 주동화에게 물었다.


"동화야, 밥은 먹었니?"


백규빈의 말에 주동화는 오늘 먹은 게 아침밥이 전부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침밥만 먹고 왔어요."

"그럴 줄 알았다. 저녁부터 같이 먹자."


그러나 주동화는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다.


창문 밖을 보니 벌써 해가 저물고 있다.


이제 곧 최민의를 구하러 가야 하는데, 가속기 연구소의 내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작전을 세우는 게 먼저일 것 같았다.


"아니요. 저는 괜찮습니다. 배가 안 고프네요."


그러나 백규빈은 주동화의 의견은 듣지 않고, 핸드폰을 켜서 식사를 주문할 만한 곳을 찾아보며 말했다.


"그러면 안 돼. 내 몸이 바로 서지 않고서는 아무도 구할 수 없단다."



***



결국 피자를 든든하게 챙겨 먹은 주동화는 백규빈과 가속기 연구소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눈속임 장막을 두르고 어렵지 않게 연구소 안으로 들어갔다.


백규빈은 연구소의 지리를 훤히 꿰뚫고 있었고, 최고레벨 통행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앞이 가로막히는 일도 없었다.


다만 CCTV로 본다면 문이 저절로 열고 닫히는 모습이 찍혔을 테니, 꽤나 괴이한 모습이 될 것이었다.


"박사님의 통행증 기록이 남으면 박사님을 의심하지 않을까요?"

"내 통행증이 아니야. 비상시에 쓰는 공용 마스터 키란다."


그리고 백규빈은 최민의가 있는 곳으로 주동화를 데리고 가며,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나이는 몇 살인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사는 곳은 어디인지.


여기는 가속기 연구소 내부였지만 직원들은 모두 퇴근하고 없었고, 눈속임 장막을 치면 소리도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기 때문에 대화를 하는 건 문제가 없었다.


"본토의 시카고 피자는 맛이 어땠니?"

"저 그렇게 생긴 피자는 처음 먹어봤어요, 맛있던데요."

"아, 안 먹어봤어? 시카고 피자는 한국에도 판다고 그러던데."

"저는 거의 불고기피자를 시켜 먹거든요."

"불고기피자라. 그립네."


이렇게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고 있자니, 주동화는 잔뜩 긴장했던 마음이 차차 풀려갔다.


"지금 너희 엄마는 회사 대표를 하고 있는 거지?"

"네."

"잘 하려나 모르겠네. 회사를 경영할 만한 성격이 못 되는데. 너무 착하잖아."

"처음엔 많이 고생하셨는데, 이젠 회사가 꽤 안정이 됐어요."

"다행이구나."


백규빈은 오랜 옛날을 추억하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긴. 옥소원이도 이제 어른이 됐겠지."

"저희 엄마를 언제 마지막으로 보셨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가 마지막이지. 나는 대학을 미국으로 갔으니까."

"그럼 그 뒤로 한국에는 안 들어오신 건가요?"

"명호가 단우 낳았을 때 잠깐 고성에 가봤던 게 마지막이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20년도 더 전이다. 심지어 주동화의 어머니를 못 본 지는 3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규빈은 마치 절친한 친구의 부탁인 것처럼 주동화와 하단우를 도와주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도와주셔서요."

"고맙긴 뭘."


그리고 백규빈은 걸음을 멈추었다.


"이제 다 왔다. 이 문을 열면 천국인이 있어."


문에는 실험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주동화는 고개를 끄덕이자 백규빈이 잠금장치에 마스터 키를 대어 문을 열었다.


실험실 안으로 들어가자 유리벽으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유리벽 너머에는 수술대가 있었다.


최민의는 수술대 위에 누워 온갖 의료 기기와 연결되어 있었다. 저 수많은 의료 기기들이 최민의의 건강을 위해서인지, 실험을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주동화는 유리벽 안으로 들어가 최민의의 상태를 살폈다. 의식은 없지만, 의료 기기에서 보여주는 바이탈 신호에 위급한 사인은 없었다.


"이 친구 덩치가 커서, 데리고 나가려면 고생 좀 하겠구나."


백규빈은 최민의를 들쳐업고 나갈 마음인 듯했지만, 주동화는 생각이 달랐다.


"깨워서 이야기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게 편하긴 하겠지만. 순순히 우리 말을 들을지 모르겠네."


백규빈은 최민의의 반응을 염려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지금 그들은 연구소에 무단으로 잠입했고, 깨어난 최민의가 난동이라고 피우면 바로 사람들이 달려올 테니 말이다.


"수술대에서 일어나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연구원들이 달려올 수 있어."


만약 최민의의 모습을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다면, 최민의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발각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최민의가 여기에서 사라지는 게 제일 눈에 띄는 행동이잖아요."


주동화는 최민의를 가속기 연구소에서 데리고 나가는 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민의가 가속기 연구소에서 사라지는 순간 미군의 추적이 시작될 텐데, 아직 범헌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미군을 자극해서 좋을 게 없다.


천국인들을 구조하려는 움직임을 미군이 최대한 늦게 알아채야 그들에게 유리했다.


주동화의 의견에 백규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일단 천국인을 깨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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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전쟁터 21.10.02 184 4 12쪽
99 문이 열리는 날 21.10.01 185 3 10쪽
98 사탕 한 개 21.09.30 182 4 13쪽
97 옥토 21.09.29 186 3 11쪽
96 51구역 (2) 21.09.28 190 3 13쪽
95 51구역 (1) 21.09.27 184 4 11쪽
94 첫인상 21.09.26 186 3 12쪽
93 작전 계획 21.09.25 197 3 12쪽
92 잠입 (2) 21.09.24 182 3 11쪽
» 잠입 (1) 21.09.23 197 2 12쪽
90 생물공학정보센터 21.09.22 189 3 10쪽
89 미국으로 (2) 21.09.21 205 3 12쪽
88 미국으로 (1) 21.09.20 203 4 12쪽
87 동맹 결렬 21.09.19 203 4 11쪽
86 교역 불가 21.09.18 211 4 13쪽
85 전투가 성립되지 않는 상대 21.09.17 228 4 11쪽
84 개방 21.09.16 225 4 11쪽
83 전세 역전 21.09.15 226 4 12쪽
82 반은 신, 반은 인간 21.09.14 223 4 11쪽
81 눈속임 장막 21.09.13 227 4 10쪽
80 탑 마스터 21.09.12 220 4 10쪽
79 제온 21.09.11 236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19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0 4 12쪽
75 재회 21.09.07 23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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