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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141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09.27 13:05
조회
184
추천
4
글자
11쪽

51구역 (1)

DUMMY

"나도 한국에 가려고."

"갑자기요?"

"공짜 비행기 티켓이라니.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잖아?"

"회사는 안 가요?"

"다행스럽게도 직장인에게는 휴가라는 제도가 있단다."


백규빈의 말에 하단우는 ‘아, 네.’ 하고 대충 대꾸하고 범예에게 좌석에 앉도록 안내했다.


그리고 범예를 본 백규빈이 하단우에게 말했다.


"금방 데려왔구나. 가속기 연구소 쪽은 지금 정전 상태라 더 일이 쉬울 거고."


어젯밤 주동화가 최민의를 만나러 가면서 건물 전체의 전력 장치를 고장 냈기 때문에, 가속기 연구소는 지금쯤 전력을 복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총탄이 날아오면 말 그대로 패닉.


최민의는 어렵지 않게 그 사이를 뚫고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연구소의 구조에 대해서도 훤히 알고 있으니.


그리고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권채선에게서 무전이 도착했다.


"최민의 구출 완료."


하단우가 범예에게 소식을 전했다.


"네 동료 구했다고 하네."


범예가 한숨을 놓았다. 그리고는 바로 범헌에 대해 물었다.


"헌이는?"


이에 하단우가 권채선에게 물었다.


"범헌은 어떻게 됐어요? 주동화가 성공했나요?"

‘아직 연락 없어. 너희는 먼저 한국으로 출발해.’


그러자 범예가 하단우의 무전기에 입을 대고 소리쳤다.


"안 돼! 헌이도 함께 가야 돼!"

‘거긴 그쪽 팀이 구해서 나올 거야.’


권채선의 건조한 목소리에 범예는 다급하게 말했다.


"지금 헌이의 생명 신호가 전투 불능으로 나타나고 있어. 위급한 상황일지도 몰라!"


생명 신호 전달 장치를 가진 범예는 지금 범헌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


권채선 또한 주동화에게 보고 받아 51구역의 상황을 모르지 않지만, 작전은 예정대로 수행되어야 했다.


‘범헌의 상태는 우리도 알고 있어. 구출이 진행되고 있으니 기다려.’

"헌이를 구했다는 연락이 오면 그때 출발해도 되잖아!"

‘우리는 이미 짜여있는 계획대로 움직이는 중이야.’

"그럼 나 혼자 갈게! 어디인지 알려주면 내가 가서..."

‘곧 미군 전투기 수십 기가 그쪽으로 몰릴 거야. 너 혼자 가면 그냥 개죽음이야.’


그리고 권채선은 범예가 탄 전투기 조종사에게 무전으로 서울로 직행하라고 지시했다.


"예, 현재 서울로 이동 중입니다."


피스메이커 소속인 조종사는 당연히 권채선의 명령을 이행했다.


그런데 그때, 하단우가 조종사의 머리에 손을 대었고 그 순간 조종사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서 하단우는 백규빈에게 물었다.


"아저씨, 비행기 운전할 줄 아세요?"


이에 백규빈이 어이없어하며 대답했다.


"조종사를 기절시키기 전에 미리 물어봐야지."

"뭐, 못해도 상관없으니까요."


하단우는 부채를 꺼내 펼쳤다. 그러자 황금빛의 섬광이 전투기를 뒤덮었다.


"요력으로 움직이면 되니까."


총 없이 탄환을 발사했던 것처럼, 조종장치 없이 전투기가 네바다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51구역의 활주로에 폭탄이 마구잡이로 쏟아졌다.


상공의 전투기는 주동화의 지시에 따라 총공격을 퍼부었고, 건물에서 근무하던 직원과 군인들은 일사불란하게 대피했다.


군사기지인 만큼 테러 시의 대응 방법을 철저히 숙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51구역의 사무실과 연구실들 전체가 폐쇄되고, 직원들은 안전한 방공호로 이동했다.


그리고 주동화는 실험실 문 옆에서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비상 상황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며 연구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모습을.


연구원들은 범헌을 그대로 두고 달려 나갔고, 실험실의 창문과 문은 모두 철문으로 단단히 막혔다.


주동화가 예상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실험실이 폐쇄되자마자 주동화는 범헌에게로 뛰어가 절단된 팔을 집어 들었다.


"늘 하던 거야. 긴장할 거 없어."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 정도로 큰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팔이 잘린 어깨에서는 지금도 피가 흐르고 있다.


하지만 부위가 넓을 뿐 원리는 다르지 않다. 검에 베인 상처를 치료했던 것처럼 팔과 어깨를 봉합하면 된다.


그러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동화는 스스로 다독이며 치유를 시작했다.


룩시온 모드로 범헌의 다른 쪽 어깨의 구성을 살피며 그것을 토대로 복원해 나갔다.


사람의 팔이 두 개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참고할 예시가 바로 옆에 있으니 말이다.


주동화는 신중하게 동강 난 뼈를 잇고 끊어진 혈관을 다시 연결했다.


근육이나 피부까지 완벽하게 치유하진 못해도, 일단 급한 대로 피가 통하게만 하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땀 한땀, 외과 의사의 노고를 몸소 체감하며 핏줄을 모두 이어붙이자, 보랏빛으로 질렸던 피부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깨 위의 피부와 비슷한 색깔을 되찾고 있는 범헌의 팔을 보며 주동화는 겨우 안심을 했다.


다리가 잘리기 전에 발견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방금 한 것을 한 번 더 할 생각만 해도 당이 떨어지는 기분이다.


"범헌, 일어나."


주동화는 범헌을 불러 보았지만 마취당한 사람이 말로 깨운다고 일어날 리가 만무하다. 주동화는 어쩔 수 없이 범헌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일어나! 빨리!"


주동화는 마음이 급했다.


폐쇄된 실험실에 누가 들어오진 않겠지만, 문제는 밖에 있는 전투기였다.


활주로에 폭격을 해댔으니 전투기가 아무리 눈속임 상태라도 견제를 당할 수 있다. 심지어 이곳은 군사시설, 그것도 공군기지가 아닌가.


"어... 누구..."


다행히 범헌이 정신을 차려 주었다. 주동화는 몸을 감싸고 있던 눈속임 장막을 해제하고 범헌에게 말했다.


"빨리 여기서 나가자."

"...주동화?"


범헌은 비몽사몽 하며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콰앙-!’


그때, 폭탄이 한 번 더 떨어졌는지 땅을 뒤흔드는 굉음이 들렸다. 범헌이 놀라며 말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또 전투가 시작된 건가? 너는 나를 잡으러 온 거야?"

"아니, 너를 구하러 온 거야."

"네가 왜 나를 구해?"


한 번 적이었던 상대를 설득하는 것은 늘 힘들다. 주동화는 긴말할 것 없이 범예의 머리 장식을 꺼내 보여주었다.


장식에 적혀있는 문장을 읽은 범헌은 경계를 약간 풀고서 주동화에게 물었다.


"우리 누나는 어딨어?"

"지금 범예와 최민의는 구조가 끝난 상태야. 너만 도망치면 돼."

"누구한테서 도망치는 건데?"

"미국. 방금 전까지 미국 사람들이 네 오른팔을 잘라서 실험하려고 했어."


주동화의 말에 범헌은 오른팔을 바로 확인했다. 어깨와 팔의 접합부에는 완벽히 복구하지 못한 피부의 상처가 선명했다.


자신의 팔에 난 상처를 본 범헌이 주동화에게 물었다.


"네가 치료해준 거야?"

"응. 일단 여기서 나가자. 밖에 전투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주동화는 바로 눈속임 장막으로 몸을 숨겼다. 범헌도 뒤따라 눈속임을 사용했다.


굳게 닫힌 철문을 부수고 나오자 복도는 고요했다.


주동화는 서둘러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저게 뭐야..."


수십 대의 미군 전투기가 하늘을 까맣게 덮고 있었다.


순식간에 모인 전투기들은 전후좌우를 향해 무차별 폭격을 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적을 피격시키기 위해 전방위 공격을 개시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피스메이커 전투기의 주위를 둘러싼 눈속임 장막, 즉 전기장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장막이 부분부분 사라지며 조금씩 검은 전투기의 모습이 드러나자, 미 전투기는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안 돼!"


주동화는 전투기를 방어하기 위해 하늘로 솟아올랐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 눈에 보이는 것은 사막의 모래들 뿐.


주동화는 모래를 최대한 끌어와서 모래폭풍을 만들었다. 그리고 피스메이커 전투기를 공격하는 미 전투기를 향해 쏘아 보냈다.


미군 전투기는 몰아치는 모래바람에 떠밀려 발포를 멈추었다. 그동안 피스메이커 전투기는 높은 하늘로 후퇴할 수 있었다.


주동화는 급한 대로 방어에 성공했지만, 피스메이커 전투기를 보호하려면 계속해서 미군의 시선을 끌어야 했다.


그래서 다시 지상으로 내려가, 미 전투기를 향해 모래바람을 쏘아 올렸다.


"이쪽을, 이쪽을 봐라."


주동화는 미군 전투기를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제발 피스메이커 전투기에서 관심을 떼고 지상을 공격하기를 바랐다.


그러자 곧 미군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공격이 땅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알아챈 것 같았다.


전투기는 이제 지상을 향해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주동화는 폭탄을 피해 범헌과 함께 아까 도망쳐 나왔던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미군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전투태세를 갖출 줄은 몰랐다. 이 상태라면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은 위험할 것이다.


‘콰-앙!’


그때, 미군이 두 사람이 대피한 건물을 향해 포탄을 떨어뜨렸다. 천장이 무너져내리자 범헌이 소리쳤다.


"뭐야! 우리 모습이 보였나?"

"그건 아닐 거야. 무차별 폭격 중이겠지."

"하지만 이 건물에 사람이 있잖아. 무고한 백성들이 다칠 수도 있다고."

"이미 방공호로 다 대피했어. 여기엔 우리뿐이야."

"우리를 잡자고 건물을 다 부순단 말이야?"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거겠지."


이미 생물공학정보센터와 가속기 연구소에서 범예와 최민의가 탈출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미군은 51구역을 향한 폭격이 천국인과 관련되어 있음을 파악했을 것이다.


그걸 알아버린 이상, 범헌이 탈출하지 못하게 전력을 다할 것이 분명했다.


"몸을 오래 숨기고 있을 수는 없어. 우리가 사라지면 다시 우리 편 전투기를 공격할 거야."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몸을 숨기면 피스메이커 전투기가 공격당하고, 모습을 드러내면 그들에게 포탄이 쏟아진다.


주동화의 말에 범헌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물었다.


"저 자들은 지금 나를 사살하려 하는 거야?"

"아니, 오히려 네가 살아있기를 바랄걸. 너는... 일종의 인질이니까."


당사자에게 직접 인질이라는 표현을 쓰기가 껄끄러워 주동화는 잠시 말을 머뭇거렸다.


그리고 주동화의 말을 들은 범헌은 바로 의견을 내어놓았다.


"그러면 내가 저들한테 모습을 드러낼게. 내가 나타나면 공격을 멈추겠지."


범헌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범헌이 나타난다면 무차별 폭격을 거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범예와 최민의를 빼앗긴 미국의 입장에서는, 범헌만이라도 고이 모셔 둘 필요가 있을 테니까.


그러나 이것은 전부 추측일 뿐, 확신할 수 없는 가정이다.


"예상이 빗나갈 수도 있어. 너를 공격할지도 몰라."

"그러면 죽기 살기로 도망쳐야지."


범헌이 자신의 몸에서 눈속임 장막을 걷어내며 말했다.


주동화는 밖으로 뛰쳐 나가려는 범헌을 붙잡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투기 몇십 기가 떠 있는데 맨몸으로 나가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잠깐만. 생각을 좀 더 해 보자."

"그러다 건물 다 무너진다."


범헌의 말처럼 그들이 있는 건물은 무차별 폭격을 당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건물 폭격이 끝나면, 다음 타겟은 피스메이커 전투기가 될 것이다.


피스메이커 전투기가 격추당하면 여기에서 도망칠 방법은 사라진다.


"그래, 좋아.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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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반은 신, 반은 인간 21.09.14 22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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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탑 마스터 21.09.12 221 4 10쪽
79 제온 21.09.11 237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20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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