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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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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08.27 13:05
조회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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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응급 호출 (1)

DUMMY

주동화는 하명호 박사를 만나기 위해 박사의 병원을 찾았다. 원장실로 들어간 그는 박사에게 인사를 하고 하단우의 안부를 물었다.


"하단우는 괜찮아요?"

"응, 단우가 할아버지한테 연락을 했더라."

"하단우 할아버지면..."

"그래, 내 아버지지."

"다행이에요."


주동화는 어제 폐공장을 떠나면서 하명호 박사에게 연락을 해 두었었다. 하단우가 크게 다쳤으니 데리러 오셔야 할 것 같다고.


하지만 박사가 공장에 도착했을 때 하단우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박사는 주동화에게 다시 전화해서 이 폐공장이 맞는지 확인까지 했었다.


그래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무사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박사는 주동화에게 사과를 했다.


"단우가 너를 공격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미안하구나."

"아니요! 제가 더 죄송하죠. 저 때문에 하단우가 많이 다쳤잖아요."

"어쨌든 둘 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환자들도 모두 구했고. 동화 네가 고생이 많았다."


박사는 딸이 크게 다쳤음에도 주동화를 원망하지도 않고, 오히려 칭찬을 했다. 주동화는 박사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었다.


"그래서, 오늘 나를 찾아온 이유는?"


박사의 말에 주동화는 조금 망설이다가 대답을 했다.


"제가... 치유술을 배울 수 있을까요?"


박사의 딸을 초주검으로 만들어 놓고서 이런 부탁을 하는 게 죄송했지만, 지금 주동화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상대는 박사가 유일했다.


하단우와 싸우면서 느꼈던 그의 한계. 바로 치유 능력이 없는 것이었다. 다친 곳을 스스로 치유할 수만 있다면, 하단우가 그랬던 것처럼 다친 곳을 재생시키며 싸울 수 있을 것이다.


룩시온 모드에서 반신이 쓰는 것과 같은 치유술을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박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주동화는 긴장하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박사는 싱긋 웃더니 예상치 못한 질문을 했다.


"화학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니?"

"네? 화학... 틈틈이... 하고 있어요."

"치유술을 사용하려면 화학과 생물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단다."

"그걸 알면... 저도 치유술을 쓸 수 있나요?"

"물론이지. 너는 세상의 모든 원소들을 움직일 수 있잖니."


룩시온 모드에서는 원소를 성질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변형시킬 수 있다. 룩시온 모드에서 보여주는 것이 분자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주동화의 룩시온 컨트롤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


"치유도 똑같은 원리야.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분자들이 찢어지면 다시 붙이고, 소실되면 밖에서 가져다가 채우고."


박사는 치유술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말은 쉬워 보이지만,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네 몸이 어떤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잘 알아야겠지. 피부, 혈액, 뼈와 장기... 네 몸의 모든 부분에 대해서 말이야."


신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전제하고 있었다. 주동화에게는 전혀 없는 지식이기도 하다. 허파와 심장과 간이 대충 어디에 붙어있는지만 알지 그것들의 성분이나 구조를 알 리가 없다.


"더 이상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어.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고맙습니다."


주동화는 박사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이것은 박사를 처음 만난 날부터 오늘까지, 대가 없는 조언에 대한 감사였다.


앞으로 박사에게 룩시온과 관련한 도움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동화 또한 박사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전적으로 주동화 본인에게 달려 있었다. 그의 힘으로 분자들을 경험하고, 익혀야 했다. 룩시온 컨트롤은 그가 알고 있는 만큼 가능할 것이다.



***



하단우는 새벽부터 할아버지 전화에 잠이 깼다. 병원이 난리가 났다고 손을 빌려 달라는 요청이었다.


새벽 6시도 안 된 시간에 환자가 몰려들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근처에서 화재라도 났나 싶었다.


그러나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도 못한 채 전화가 끊겼다. 이유를 묻는 말에도 할아버지가 대답을 못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해 보였다.


병원 앞에 들어가는 길부터 아수라장이었다. 차가 병원까지 들어가는 시간을 못 참고 뛰쳐나와 환자를 업고 뛰어가는 사람들, 줄줄이 늘어선 차량 사이로 배를 움켜쥐고 비명을 지르며 기어가는 사람들.


하단우는 북적거리는 사람과 차량을 뚫고 겨우 주차를 한 뒤 응급실로 뛰어갔다.


응급실 입구에서 간호사가 안경과 마스크를 건네주었다. 허겁지겁 착용하고 응급실로 들어가자 아버지가 보였다.


"아빠!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하단우는 아버지에게 달려가서 물었다. 아버지는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환자를 살피며 말했다.


"체내 조직이 빠른 속도로 손상되고 있어. 원인은 아직 불명이고."


사람들은 배를 움켜쥐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당장 죽을 것처럼 괴로워하며 입에서 계속 피를 토하고, 속이 불편한지 계속해서 헛트림을 했다. 그 모습을 본 하단우가 말했다.


"식도나 위 문제인 것 같은데?"

"맞아. 위장 천공에서부터 손상이 시작됐어."

"그럼 뭔가를 잘못 먹은 거잖아?"


이론적으로라면 그래야 맞다. 하지만 아버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니야. 물밖에 안 먹었다는 사람들이 더 많아. 엑스레이로 봐도 텅 비어있고."


새벽 6시면 공복인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었다. 먹은 것도 없는데 위장 천공이라니.


그런데 원인 불명의 같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끝도 없이 밀려들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할아버지가 다가왔다.


"단우 왔구나."

"할아버지, 갑자기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나도 모르겠다. 다른 병원도 상황이 같아."


뉴스에서는 이 상황을 속보로 보도 중이었다. 일단 정부에서는 전염성 여부부터 확인 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격리하고, 의료진은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모든 병원의 응급실이 격리가 되다 보니 다른 응급 환자들을 수용할 수가 없어서, 이 상태가 지속되다가는 의료 붕괴가 오게 될 위험이 있었다.


때문에 국가에서도 긴급상황으로 인지하여 원인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아직 밝혀진 것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때, 하단우는 아는 얼굴을 화면에서 보았다.


"양재홍?"


양재홍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양재홍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노바에볼루션의 휴먼케어 연구실에서도 원인을 파악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증상이 있는 환자분들은 연락을 주시면 무료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기자가 물었다.


‘휴먼케어 연구실이 무엇입니까?’

‘인류의 건강과 공존을 위해 노바 그룹에서 창설한 연구실입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자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양재홍의 인터뷰를 보면서, 하단우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슈퍼휴먼 연구실을 휴먼케어 연구실로 바꾸자마자 이런 일이 생겼다. 그리고 바로 어제, 양재홍은 연구실을 방문해서 이제 곧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오늘 이렇게 될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이.


그 순간, 양재홍이 어제 연구실을 나가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일 아침이 기대되는군.’


분명히 이렇게 말했다. 양재홍은 오늘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그때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원인 불명의 증상은,


"의도된 것..."


하단우는 인터뷰를 하는 양재홍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기자가 양재홍에게 질문했다.


‘지금 이 증상의 원인은 무엇으로 보이십니까?’

‘글쎄요.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바이러스요?’

‘예, 그래서 전염성 확인이 시급합니다.’


양재홍은 이 현상의 원인을 바이러스라고 말했다. 설마 인공적으로 바이러스를 만들어 뿌리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아니.


바이러스를 만들어 살포했다면 저렇게 인터뷰할 리가 없다. 본인 스스로 자백을 하는 꼴이 아닌가.


양재홍은 바이러스가 아닌 다른 것을 만들었을 것이다. 저것은 관심을 바이러스로 돌리기 위한 페이크다.


바이러스가 아니고, 음식을 통해서도 아닌데, 사람의 신체를 파괴할 수 있는 것.


"설마!"


하단우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환자에게로 달려가 채혈을 했다. 주사기에 담겨 있는 피를 확인했더니,


룩시온.


아주 미세하게 룩시온의 반짝임이 맴돈다. 주동화의 피에서 봤던 그것이다.


이 환자는 룩시온을 섭취한 것이다. 룩시온과 결합했다면 이 증상이 모두 설명이 된다. 하단우 본인이 룩시온과 닿아 본 적이 있어서 더 잘 알고 있다.


룩시온은 곧 여기 있는 사람들을 전부 파괴할 것이다. 결합된 룩시온의 양이 소량이라서 속도가 느릴 뿐.


TV 화면에서는 인터뷰를 마친 양재홍이 카메라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원인 불명의 토혈 증상이 있으신 분은 지금 바로 신성병원 또는 노바에볼루션으로 와 주십시오. 치료비 걱정은 접어 두세요. 저희는 여러분의 회복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하단우는 양재홍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미친놈..."


그때 만들었던 경구투여용 룩시온. 그걸 몰래 훔쳐 간 것이다. 그때 갑자기 밖으로 불러냈을 때 의심을 했어야 했는데.


양해를 구하는 척 연구실로 들어가던 수행원이 경구투여용 룩시온을 훔쳐서 나온 것이다. 하단우는 이를 악물었다.


경구투여용 룩시온은 무색무취의 액체라서 어디에 넣어도 표시가 나지 않는다. 환자들은 어디선가 경구투여용 룩시온을 섭취한 것이다.


벌써 병실에는 뉴스를 보고 신성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환자들이 생기고 있었다. 이게 양재홍이 노린 것이었다. 룩시온을 불특정 다수에게 주입하고, 그 반응을 연구하려는 계략이다.


룩시온을 섭취한 환자들이 신성병원이나 노바에볼루션으로 제 발로 모여들 테니, 순식간에 수만 명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시행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몇몇 환자들이 신성병원으로 빨리 가자며 일어서는 것을 보고, 하단우가 소리쳤다.


"안 돼! 신성병원으로 가면 안 돼요!!"


이에 환자들이 수군거렸고,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하단우가 넋을 놓고 서 있자, 아버지가 다가와 차트를 건넸다.


"단우야, 이 환자 위세척 좀 해줄래?"


아버지의 말에 하단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용없어. 못 고쳐."

"그게 무슨 말이니?"


하단우는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데리고 사람이 없는 당직실로 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룩시온을 섭취한 거예요."

"뭐라고?!"


아버지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리고는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지금 룩시온은 혈청 상태로밖에 존재하지 않잖아. 근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먹었다고?"

"경구투여용 룩시온이야. 그걸 희석하면 몇천, 아니 몇만 명한테도 먹일 수 있어."

"룩시온 혈청을 소화기관을 통해 결합하게 만들었단 말이야? 인간들 기술로 그게 가능한가?"


아버지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에 하단우는 대답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할아버지가 물었다.


"단우 네가 그랬니?"


할아버지의 말에 아버지의 눈이 커졌다.


"네가 만들었어?"


아버지의 다그침에 하단우는 결국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하단우의 어깨를 붙잡고 소리쳤다.


"네가 했냐고 물었다!!"

"어! 내가 만들었어! 하지만 그걸 사람한테 먹일 줄은 몰랐지! 같은 사람한테..."


그저 생쥐가 불쌍해서 만든 것이었다. 쥐가 조금이라도 아프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다. 사람에게 사용할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지금 중요한 건 경구투여용 룩시온이 어디에 들어가 있는지를 알아내는 거야. 저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한꺼번에 룩시온을 섭취했는지 알아야 돼."

"섭취한 음식에서 공통점이 보이지 않아요. 공복 환자가 대다수고... 뱃속에 수분 말고 든 게 없는데."


아버지가 난처해하며 대답했다. 그리고 하단우는 아버지의 말에서 답을 찾아냈다.


"물."


무색무취의, 먹어도 흔적이 남지 않는 것.


"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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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무한한 동력 21.10.03 193 3 12쪽
100 전쟁터 21.10.02 184 4 12쪽
99 문이 열리는 날 21.10.01 185 3 10쪽
98 사탕 한 개 21.09.30 182 4 13쪽
97 옥토 21.09.29 186 3 11쪽
96 51구역 (2) 21.09.28 190 3 13쪽
95 51구역 (1) 21.09.27 18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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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잠입 (2) 21.09.24 182 3 11쪽
91 잠입 (1) 21.09.23 19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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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미국으로 (1) 21.09.20 20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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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개방 21.09.16 225 4 11쪽
83 전세 역전 21.09.15 226 4 12쪽
82 반은 신, 반은 인간 21.09.14 223 4 11쪽
81 눈속임 장막 21.09.13 227 4 10쪽
80 탑 마스터 21.09.12 220 4 10쪽
79 제온 21.09.11 236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19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0 4 12쪽
75 재회 21.09.07 23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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