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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133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09.29 13:05
조회
186
추천
3
글자
11쪽

옥토

DUMMY

"미사일입니다."


심각한 얼굴로 대답을 한 조종사는 바쁘게 조종장치를 움직이며 상황판을 살폈다.


상황판에는 미사일이 전후좌우에서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어디에서 날아오는 거예요?"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날아오는 각도로 봐서는 지대공과 공대공 미사일이 동시에 발포된 것 같습니다."


전투기의 눈속임 장막이 손상된 탓에 미사일의 타겟이 되어버린 것이다. 주동화는 임제온에게 말했다.


"눈속임 장막을 다시 쳐야겠어요."


당장 미군의 시야에서 사라져야 했다.


바닥난 정신에너지로 눈속임 장막을 복구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미사일을 유도할 수 없도록 하려면 그 방법뿐이었다.


주동화가 룩시온 모드로 들어가려는데, 조종사가 소리쳤다.


"지금 탈출해야 됩니다!!"

"네?!"

"당장 나가야 돼요!!"


조종사는 사색이 되어 다시 외쳤다. 조금이라도 탈출이 지체되면 격추될 위기였다.


어쩔 수 없이 주동화는 조종사를 붙잡고, 임제온은 범헌을 잡고서 전투기 밖으로 뛰어나갔다.


조종사의 예언처럼 그들이 해치를 빠져나오자마자, 미사일이 우르르 날아와 박히면서 전투기는 추락했다.


그렇게 목숨은 건졌지만, 문제는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노출되었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하단우로부터 무전이 왔다.


‘미사일들이 경로를 바꿨어. 타겟은 너희 쪽이야.’

"어쩔 수 없었어."

‘내가 주작을 불러서 미사일을 해결해 볼게.’

"잠깐만. 그러면 미군 전투기가 이쪽으로 몰려올 거야."


지금 신수들은 미 전투기들을 막고 있다. 그런데 신수가 이쪽으로 와서 주동화를 돕게 되면, 미군 전투기는 자유를 획득한다.


그렇게 되면 사방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에 더해 전투기까지 가세하게 될 것이다.


그때 무전기 너머에서 범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근처에 바다나 강이 없나?’

"바다?"

‘그러면 물을 사용할 수 있어. 천국에선 물을 얼려서 방패로 쓰거든.’

"얼음 방패..."


룩시온 컨트롤은 기본적으로 이 세상 물질을 이용한다.


룩시온과 결합한 사람은 주위의 원소, 나아가 원소보다 더 작은 단위의 전자까지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기 때문에,


룩시온 컨트롤은 세상의 자원을 운용하여 최고의 효과를 뽑아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주동화가 전투할 때 바람이나 주위의 물체들을 이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룩시온이 있으면 무기조차 필요가 없다. 고철조각이 탄환이 되고, 철판 지붕이 방패가 되니까.


아마 그것은 천국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룩시온을 처음으로 발견한 국가라면, 주동화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전략 전술을 누적시켜왔을 터.


얼음 방패 또한 그러한 전술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범예는 근처에 바다나 강이 있는지를 물어봤겠지만, 여기는 네바다 사막.


반경 수천 킬로미터 내에 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동화는 사실 그대로 답신을 했다.


"아니. 여기서 바다는 너무 멀어."

‘안 돼... 이렇게 메마른 땅에선 할 수 있는 게 없어!’


범예가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이 드넓은 사막에 있는 것은 모래가 전부. 모래바람으로는 잘 해봐야 전투기 시야를 가리는 게 고작이다.


아까 51구역에서 싸울 때는 그나마 무너진 건물 잔해나 전투기 폭탄 파편 같은 것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여기는 그런 것조차 없다.


주동화는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을 내려다보았다.


쓸만한 게 없을까. 공격이든 방어든, 뭐든 좋으니 사용할 만한 게.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모래, 그리고 듬성듬성 자라난 키 작은 식물들이 전부다.


잠깐,


"식물...?"


어째서 사막에 식물이 있는 건지, 주동화는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권채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천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옥토. 나무가 자라나는 비옥한 땅.


그는 범예에게 답신 무전을 보냈다.


"아니. 메마른 건 천국의 땅이겠지."


그리고 손을 뻗어 사막의 밑, 깊고 깊은 지하로 룩시온의 영향력을 뻗쳤다.


"지구의 땅은 달라."


주동화는 남아 있는 모든 에너지를 지면으로 쏟아부었다. 그러자 땅에 균열이 생기며 여러 갈래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척박한 사막 밑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지하수가,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지면으로 솟아올랐다.


주동화의 물줄기를 상공으로 끌어 올렸고, 끝없이 솟아나는 물은 주동화의 주위를 두텁게 감쌌다.


그리고,


"야아아아압!!"


마지막 힘까지 짜낸 기합과 함께, 일순간에 물줄기가 얼어붙었다.


그렇게 사막에서 비롯된 거대한 물줄기는, 두껍고 견고한 얼음 기둥으로 변했다.


주동화가 얼음 기둥을 만들자마자 미사일이 빙벽에 마구 부딪혀왔고, 사방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기둥 안을 울렸다.


임제온이 말했다.


"이게 얼마나 버틸까요?"

"1분만 견뎌줘도 충분합니다."


주동화는 대답과 동시에 눈을 감고 여기에 있는 세 사람에게 눈속임 장막을 씌웠다.


범헌과 임제온, 조종사 차례로 정확히 1분 만에 눈속임을 위한 전기장 컨트롤이 끝났다.


주동화는 이제 룩시온 모드의 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지쳐 있었다. 그는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며 임제온에게 말했다.


"이 얼음 기둥이 깨지는 순간, 피스메이커 전투기로 날아갈 거예요."

"네. 따라가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끝까지 버텨 준 얼음 기둥이 부서지며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것을 신호로 주동화는 하단우가 있는 전투기로 날아갔다. 그리고 임제온이 바로 그 뒤를 따랐다.


모습을 감추자 미군의 미사일은 더 이상 그들을 따라오지 못했고,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네 사람의 에너지를 발견한 하단우가 조종사에게 소리쳤다.


"탑승 해치를 열어요!!"


전투기의 탑승구가 열리자, 주동화와 임제온이 날아 들어왔다.


주동화는 들어온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임제온은 주동화의 범헌의 위급함을 소리쳐 알렸다.


하단우와 백규빈, 범예가 사색이 되어 달려왔다.



***



주동화는 꼬박 하루를 기절해 있다가 깨어났다.


눈을 떠 보니 그가 있는 곳은 틸엘도, 하병원도 아닌 피스메이커 본부였다.


지금까지 피스메이커의 실체는 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본부라는 곳에 오게 된 것이었다.


천국인을 납치한 자들이 한국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대한민국의 입장이 실로 곤란해질 테니 숨어 있을 장소로 권채선은 피스메이커 본부를 택했다.


수락산에 위치한 피스메이커 본부는 깊은 산 속 지하에 있어서 아무도 존재를 알지 못했다.


주동화 역시 산 속에 이 정도 규모의 시설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병원 수준은 아니었지만 편안히 쉬기에는 충분한 곳이었다. 지하라서 볕이 들지 않는 게 조금 답답할 뿐이다.


주동화는 한숨 길게 자고 일어나니 몸이 전부 회복이 되어 있었다. 그가 자는 동안 하단우와 백규빈이 치유를 완벽하게 해 주었다고 들었다.


"응, 몸은 괜찮아. 천국인이 돌아갈 때까지만 여기에서 지낼게."


주동화는 어머니와 간단히 통화를 했다.


그가 미국에서 지내고 있을 때, 국방부에서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었다고 했다.


아마 국방부에서는 미국 생물공학정보센터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린 그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을 것이다.


틸엘은 물론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전부 뒤졌으리라. 어머니의 통화 기록까지 확인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니 그가 모습을 드러내면 즉시 그를 붙잡으러 올 것이었다.


당연히 미국에서 뭘 했는지 캐물을 테고, 그러다 보면 천국인과 엮여있는 게 들통날 수도 있다.


그러니 천국인이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이곳에서 근신하고 있는 게 나을 것이다.


한편 범헌의 상태는 많이 호전되었다. 주동화가 대충 이어놓은 오른팔도 범예가 제대로 치유를 했고, 바스러진 다리도 마찬가지로 예전처럼 돌아왔다.


지금 천국인들은 이곳에서 차원문이 열리는 열흘 뒤를 기다리고 있다.


열흘 뒤면 그들은 천국으로 돌아갈 것이고, 천국과 한국과의 관계도 그날 결정이 난다.


그리고 다시 교섭권을 되찾은 권채선은 새로이 전략을 짜고 있었다. 그러나 주동화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주동화는 권채선을 만나기 위해 건물 아래층의 부장실을 열고 들어갔다.


"어, 동화야. 몸은 좀 괜찮니?"

"멀쩡해요."

"나한텐 무슨 일로 왔어?"

"천국과의 무역을 추진하실 건가요?"


주동화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권채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하지만 천국인들은 지구를 속국으로 만들 마음이 없어 보이던데요."


주동화는 몸을 회복하고 나서 범예와 범헌, 최민의와 모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준 주동화와 피스메이커, 그리고 반신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리고 범예는 한국 정복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천국으로 돌아가면 다른 성의 황제들을 설득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무역은 속국이나 정복 전쟁 대신에 요구하려던 거잖아요."


주동화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 대해 질문했다.


"천국인이 정복 의지를 잃었는데, 굳이 무역을 제안할 필요가 있나요?"


이에 권채선이 대답했다.


"무역을 해서 나쁠 거 없잖아. 천국은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갖고 있으니 지구에 필요한 게 분명히 있을 거야."


아버지가 만든 룩스미터, 그리고 엘 글래스.


이것들은 모두 그쪽 차원의 과학 기술을 접목한 발명품이라는 것을 주동화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 천국에서 사람에게 이로운 기술을 더 가져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지만..."

"무역이라는 게 꼭 전쟁 대신에 하는 건 아니잖니?"


권채선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전 세계 각 나라의 무역은 경제적인 이유로 성사되고 있다.


하지만,


"천국이 원하는 자원은 땅이잖아요."


그래서, 권채선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무역이 어렵다고 말했었다.


땅을 원하는 국가를 상대로 어떻게 무역을 하겠다는 건가.


"땅을 넘기면 되지."


권채선의 대답에 주동화는 잠시 벙쪘다.


미국이 타국의 땅을 마음대로 넘기지 못하게 막으려고 그 고생을 했는데.


여기에서 땅을 넘기면 된다는 대답이 어떻게 나온단 말인가.


"무슨 땅을 어떻게 넘겨요?"

"미국에 놀고 있는 땅이 수천 평이야. 네바다 사막 봤잖아. 아무것도 없는 거."

"예? 미국을 천국의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거예요?"

"미국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우리나라도 아닌데 뭐."

"지금 요원님은 미국이랑 똑같은 짓을 하려고 하는 거예요."

"나도 알아."


이건 무슨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도 아니고. 뭐가 이렇게 당당한지 모르겠다.


주동화는 기가 막혀서 물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무역으로 얻고 싶은 게 뭔데요?“


주동화의 질문에 권채선은 잠시 대답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천국의 모든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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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문이 열리는 날 21.10.01 185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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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토 21.09.29 187 3 11쪽
96 51구역 (2) 21.09.28 190 3 13쪽
95 51구역 (1) 21.09.27 184 4 11쪽
94 첫인상 21.09.26 18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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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잠입 (2) 21.09.24 182 3 11쪽
91 잠입 (1) 21.09.23 197 2 12쪽
90 생물공학정보센터 21.09.22 19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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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미국으로 (1) 21.09.20 20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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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반은 신, 반은 인간 21.09.14 22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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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탑 마스터 21.09.12 221 4 10쪽
79 제온 21.09.11 237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20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1 4 12쪽
75 재회 21.09.07 23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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