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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0,994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09.13 13:05
조회
226
추천
4
글자
10쪽

눈속임 장막

DUMMY

주동화는 바로 룩시온 모드로 들어가 주위를 확인했다.


그러자 그들이 서 있는 공터의 지평선 끝부터 끝을, 전에 없던 장막 형태의 물질이 감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


눈속임 장막은 공터의 전후좌우를 드넓게 커버하고, 위로는 전투기의 바로 밑까지 뻗어나가 있었다.


공터가 커다란 눈속임 상자 안에 갇힌 것 같은 형태다.


"어느 틈에 이걸..."


주동화는 범예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범예는 자신의 몸을 감추는 눈속임 기술로, 공터 전체를 외부 시야에서 숨겨버린 것이었다.


주동화는 바로 레이젯과 피스메이커 무인기 조종사들에게 무전을 했다.


"밑으로! 더 밑으로 내려오면 돼요!"


그러나 무전기 너머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뭐지? 신호가 안 가나?"


당황하는 주동화에게 권채선이 말했다.


"전자기파가 차단됐어. 무전도 안 돼."


그래서 아까 마지막으로 수신한 무전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도 지금은 완전히 끊겨 버렸다.


주동화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범예는 몸을 묶고 있던 결박 장치를 깨부수고 일어섰다.


"이제 너희를 도와줄 전투기는 없다."


최민의와 범헌도 어렵지 않게 구속을 풀고 일어났다.


이들은 일부러 잠자코 있었던 것이다.


피스메이커가 내분을 일으켜 싸우는 동안 천국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도망칠 수 있었을 터.


그러나 도주를 하지 않고 기다렸다.


눈속임 장막이라는 덫을 설치하여, 상대를 독 안에 든 쥐로 만들기 위해.


그 결과 상공의 전투기들이 전투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너희는 천국의 황족을 능멸하였다."


범예는 굳은 표정으로 검을 빼어들며 말했다.


"여기서 살아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범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최민의가 임제온에게 달려들었다.


임제온은 최민의의 공격을 피해 공중으로 올라갔다. 그 뒤를 최민의가 바싹 쫓아가며 검을 뽑았다.


"아까 하던 거 마무리해야지."


최민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임제온은 전투기와 협업하여 최민의를 공격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1대 1의 상황이다.


1대 1 근접전이 되어 총도 사용할 수가 없다. 임제온은 단검을 꺼내 응수하였다.


"전투기가 없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


말은 이렇게 했지만, 임제온은 벌써 힘의 차이를 체감하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숙련된 요원이라 할지라도 상대는 룩시온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그것도 황족을 호위하는 장군. 무술 실력 또한 최강일 것이다.


임제온은 단검으로 견제를, 초합금 의수로 방어를 하며 최민의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막는 것에 급급할 뿐 선공을 찔러넣을 여유는 없었다.


한편 기고만장한 범예는 쫓겨 날아가는 주동화에게 소리쳤다.


"꽁무니 빠지게 도망가는 꼴이라니, 전투기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한심한 치들이 아니냐."


주동화는 필사적으로 범예의 검을 피하며 생각했다.


이 싸움에서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지를.


범예의 말처럼 무인기의 지원이 사라진 지금, 그들에게 승산은 없었다.


무인기의 무장을 다시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 눈속임 장막을 걷어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일단 해체해 보자."


범예가 설치한 눈속임 장막이 물질이라면, 그렇다면 룩시온 모드로 어떻게든 해체할 수 있을 것이다.


룩시온 모드로 움직일 수 없는 물질은 세상에 없으니 말이다.


장막이 어떤 특출난 원소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원소로만 따지면 주변 공기와 다름이 없는 구조다.


주동화는 장막을 해체하기 위해 장막 주위의 원자들을 움직이려 했지만,


"안 움직인다고?!"


장막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주동화의 말을 듣지 않았다.


원자들의 결합이 너무나 단단해 힘으로 떼어놓을 수가 없다.


눈속임 장막을 구성하는 원소들은 주동화의 룩시온 컨트롤로 해체가 불가능한, 특수한 형태로 묶여 있는 것이다.


장막은 주동화가 이해할 수 없는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아무리 시도해도 장막을 해체할 수가 없었다.


"활소를 다루는 능력이 형편없구나."


범예의 빈정대는 목소리가 들렸다.


주동화가 장막을 해체시키기 위해 온갖 시도를 다 하고 있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범예는 주동화가 알지 못하는 어떤 원리를 사용해 저 장막을 설치한 것이고, 그 원리를 알아내지 못하는 한 절대로 해체할 수 없을 것이다.


주동화는 풀리지 않는 문제에 머리를 굴리는 것을 관두었다. 그렇다면,


"정면으로 부딪치는 수밖에 없네."


마지막으로 남은 방법이 있다.


장막을 물리력으로 부숴버리는 것.


주동화는 장막을 뚫기 위해 최대한 높이 날아올랐다. 그런데,


"왜..."


범예가 쫓아오지 않는다. 범예는 하늘 위로 솟구치는 주동화를 올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마치 장막을 뚫어 볼 테면 뚫어 보라는 듯이.


그것에 주동화는 찝찝함을 느꼈지만 지금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무인기의 지원 없이 룩시온을 사용하는 천국인 세 명을 상대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주동화는 팔꿈치를 내밀고 장막으로 돌진했다. 몸으로 뚫고 나갈 생각이었다.


방어를 위해 온몸에 방어벽을 친 뒤 장막에 부딪힌 순간,


"으아아악!!"


전신에 끔찍한 고통과 함께 전류가 관통했다. 그대로 주동화는 땅으로 추락했다.


찌릿찌릿한 통증이 한참 동안 사지 말단에서 느껴졌다.


"전기...?"


주동화는 고통을 참고 일어서며 하늘을 보았다.


육안으로 보이진 않지만, 눈속임 장막에는 전기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룩시온 모드로는 해체시킬 수가 없어서 몸으로 부딪쳐 본 것인데, 강력한 전류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전류가 흐르고 있다면, 전자를 이용했다는 뜻.


"정말 메타물질인 건가?"


메타물질의 원리도 전자기파의 굴절과 관련이 있었다.


그렇다면 저 장막은 메타물질로 만들어져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주동화는 아직, 룩시온 모드로 메타물질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당연히 해체하는 방법 또한 모른다.


"너희는 여기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어."


범예가 검을 들고 돌진해 내려왔다. 주동화는 범예의 검을 피하며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높이를 조심해야 한다. 너무 위로 도망치면 전기장이 그를 공격할 것이다.


"주임님! 너무 위로 올라가면 안 돼요! 감전돼요!!"


주동화는 범예에게 쫓기며 임제온에게 경고했다.


주동화는 범예의 공격을 피해 날아다니면서, 장막에 닿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범예를 공격하는 것은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범예는 고려성 최강의 무장이고, 주동화가 할 줄 아는 무술은 초등학교 때 잠깐 다녔던 태권도가 전부다.


그마저도 초록띠를 따고 그만뒀으니 큰 의미가 없다. 아예 레벨이 다른 상대인 것이다.


아까는 무인기가 범예를 견제해주었기 때문에 호각으로 싸울 수 있었고, 범헌이 부상을 입어서 운 좋게 승리할 수 있었다.


범헌은 천국인 셋 중에 가장 약체였다. 치유술을 사용할 줄 모르는 것에서 주동화는 그것을 눈치챘다.


그러니 아까처럼 범헌을 노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지금은 주동화와 임제온은 각각 범예와 최민의를 막아내기 급급해 범헌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퍼-엉!’


그때, 밑에서 탄환이 날아왔다.


권채선이 지상에서 스나이퍼 라이플을 발사한 것이다.


탄환은 범예와 최민의를 향해 산발적으로 날아갔다.


천국인을 일대일로 상대하는 게 벅찬 주동화와 임제온을 지원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하지만,


"그 기다란 총, 너무 위험해."


범헌을 마크하는 상대가 없었다. 범헌은 날아오는 탄환을 피하며 권채선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권채선은 라이플을 놓치며 기절했고, 그것을 본 주동화는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원거리에서 신경 공격이라니. 최약체인 줄 알았던 범헌이 초고난도의 룩시온 컨트롤을 시전한 것이다.


권채선을 쓰러뜨린 범헌은 지상으로 내려와 라이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범예와 최민의를 위한 지원 사격을 시작했다.


"포기하고 항복해! 너희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범헌이 주동화를 향해 소리쳤다.


범헌은 라이플로 주동화를 맞추지 않고 주위를 위협하기만 했다. 살상 없이 전투를 멈추려는 것 같았다.


범헌은 죽기 전에 빨리 항복하라는 입장이었지만, 범예의 생각은 달라 보였다.


"저놈은... 황자라는 놈이 물러 터져서는."


범예는 범헌을 내려다 보며 못마땅하게 중얼거리고서, 주동화에게 말했다.


"항복해도 결과는 똑같아. 너희는 내 손에 죽어."


그리고는 정말 죽일 기세로 달려드는 것이었다. 주동화는 결국 범예의 검을 피하지 못하고 허리를 찔렸다.


"아악!!"


황급히 치유를 시작했지만 범예가 빈틈을 놓칠 리 없었다. 주동화가 주춤대자 공격을 퍼부었고, 주동화는 범예를 피해 밑으로 쫓겨가야 했다.


범예가 그 뒤를 쫓았고, 주동화가 지면의 모래를 끌어올려 범예에게 투척한 순간,


‘쿵-!’


뭔가가 땅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주임님!!"


임제온이 추락한 것이다. 최민의는 임제온의 위에 꼿꼿이 서서 자신이 쓰러뜨린 적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추락한 임제온은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이미 프랑스피스메이커와의 전투에서 부상을 입은 상태였기 때문에 상처 하나라도 치명적일 것이었다.


주동화는 임제온을 치료하기 위해 날아가려 했지만, 바로 범예에게 앞을 가로막혔다.


뒤이어 임제온이 전투 불능임을 확인한 최민의도 주동화를 향해 날아왔다.


앞은 범예, 뒤는 최민의, 위는 전기장, 밑은 범헌.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인 주동화는 도망칠 구멍이 없었다.


범예가 검을 위로 높이 쳐들며 말했다.


"이제 끝이다."


주동화는 눈을 질끈 감았고, 범예의 검이 호를 그으며 내려오는 순간,


"이것들은 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


낯익은 목소리에 주동화는 눈을 떴다.


"하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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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전쟁터 21.10.02 184 4 12쪽
99 문이 열리는 날 21.10.01 185 3 10쪽
98 사탕 한 개 21.09.30 18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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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51구역 (2) 21.09.28 190 3 13쪽
95 51구역 (1) 21.09.27 18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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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잠입 (1) 21.09.23 19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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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전세 역전 21.09.15 22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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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탑 마스터 21.09.12 219 4 10쪽
79 제온 21.09.11 236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19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0 4 12쪽
75 재회 21.09.07 23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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