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139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09.25 13:05
조회
197
추천
3
글자
12쪽

작전 계획

DUMMY

범헌의 위치가 파악되었지만 권채선의 표정은 어두웠다.


주동화와 백규빈이 돌아와서 다시 모인 네 사람은 범헌을 구해낼 작전을 세워야 했다. 그러나 권채선도, 백규빈도,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말을 꺼낸 것은 주동화였다.


"이제... 51구역에 가서 범헌을 데리고 나오면 되는 거죠?"


그러자 권채선이 말했다.


"그렇지. 하지만 문제는 방법이야. 어떻게 거기서 빼내 오느냐는 거야."

"눈속임 장막을 쓰고 움직이면 되잖아요."

"모습을 감추는 것만으로 안전할 거라는 보장이 없어."

"네?"

"어느 수준으로 무장되어 있는지, 어떤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피스메이커도 모르는 게 있군요."

"51구역에서 연구되어 밖으로 나오는 지식들은 우리 정보망에 걸리지만, 내부는 미지의 영역이거든."


권채선은 쉽지 않은 상대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있긴 한데 너무 옛날이야. 냉전 때니까."


이에 백규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냉전? 당신 몇 살인데요?"

"나이가 백오십을 넘어가면 세는 게 의미가 없어집니다."

"하긴. 오십만 넘어도 그렇더라고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하단우가 백규빈에게 말했다.


"그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넘어갈 만한 사실인가요?"

"우리처럼 요술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는데, 오래 사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백규빈은 담담하게 대답하고서 말했다.


"51구역이 위험하다는 것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거기서 뭘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거죠."

"51구역에서 근무하는 반신은 없나요? 한 명 정도는 심어놨을 것 같기도 한데."

"반신은 정부 기관에선 일하지 않습니다. 나랏녹을 먹으면 사생활 침해가 심해서."


반신은 세상에 정체가 드러나서는 안 되는 자들이다.


근무지가 나라에 의해 정해지고 비상시에 밤낮없이 소집되는 공무원은 그들에게 적합한 직업이 아니다.


백규빈의 대답에 권채선은 짧은 한숨을 쉬고서 말했다.


"그렇군요. 그러면 우리가 51구역에 대해 아는 사실은, 1급 군사 비밀지역이라는 것뿐이네요."


51구역에 대한 이야기는 주동화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심심풀이로 봤던 인터넷의 공포글이나 미스터리 동영상에서, 51구역에서는 외계인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미군이 범헌을 51구역으로 데려간 것은 자연스럽다.


"거기서 외계인을 연구한다는 게 사실인가 봐요."

"가능성이 없진 않지."


권채선이 대답했다.


"그래서 범헌을 거기로 데려간 게 아닐까요? 어쨌든 천국인도 외계인이잖아요."


외형이 너무 인간과 비슷하여 같은 인간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지만, 천국인은 엄연히 외계인이었다.


우주가 아닌 다른 차원에서 온 것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외계인 연구로 접근할 이유는 충분하다.


"맞아. 그러니까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야 돼."

"최악의 상황이라면..."

"범헌이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


권채선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범예와 최민의의 경우에는 운이 좋았어. 범예는 미국으로 가기 전에 우리가 알아챘고, 최민의는 백규빈 박사가 일하고 있는 곳에 감금됐으니까."


덕분에 두 사람이 감금되어 있는 장소와 신변에 이상이 없다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그리고 생물공학정보센터와 가속기 연구소는, 어찌 되었든 민간인들이 출입 가능한 장소잖아."


두 군데 다 국립 연구소이며 보안에 철저하긴 하지만, 연구 내용의 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 절차일 뿐 51구역처럼 군사적 목적의 비밀 기지는 아니었다.


민간에 개방된 공간은 어쩔 수 없이 적정 수준의 ‘상식적임’을 유지한다.


공간의 존재 이유에 대해 대다수의 사람들을 설득 가능하고, 그럴듯하다고 인정하는 수준에서 운영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중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테니까.


"하지만 51구역은 달라. 거기서는 뭐든 할 수가 있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을."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된 공간에서 상식은 의미가 없다.


그곳에서 무엇이 자행되든,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신체를 무자비하게 훼손하거나, 심지어 신체를 절단시킨 상태로 연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야."


권채선의 말에 주동화가 즉각 대답했다.


"그러면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빨리 51구역으로 가야 합니다."

"서두르지 마. 계획을 세우고 가야지."

"일단 가서 결정하죠. 지금 출발할게요."

"그런 식으로 달려들고 볼 일이 아니야. 굳이 51구역에 가야 할 필요가 있는지도 고민해야 돼."

"예?"


권채선의 말에 주동화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들은 소리가 믿기지 않아 다시 물었다.


"지금 범헌을 포기하겠다는 건가요?"

"그 애를 빼고 셋 중에 둘만 데려와도 교섭권의 우위는 우리한테 돌아와."

"범예와 최민의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범헌을 우리가 죽였어? 미국 놈들이 죽인 거지. 구하러 가기엔 너무 늦..."

"아직 안 죽었잖아요."


주동화가 권채선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살아있을 수도 있어요. 가서 구해야죠."


주동화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권채선을 바라보았다. 권채선은 주동화의 눈을 잠시 응시하다가 내키지 않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나 주동화의 말에 다시 반박하지는 못했다.


"그래. 그럼 계획을 설명하도록 할게."


결국 51구역으로 가서 범헌을 구해오는 것까지가 작전에 포함되었다.


먼저 피스메이커 동부지사가 있는 워싱턴D.C로 이동, 전투용 항공기에 탑승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번 작전에 동원되는 전투기는 총 세 기. 피스메이커에서 가장 유능한 조종사 세 명이 조종간을 잡는다.


베테랑 요원들로 세팅된 세 기의 전투기에 권채선, 하단우, 주동화가 나누어 탄다.


세 기의 전투기에는 모두 눈속임 장막을 설치하며 전투기는 각각 생물공학정보센터, 가속기 연구소, 51구역으로 이동한다.


"내가 가속기 연구소로 가는 전투기에 탈 거고, 단우는 생물공학정보센터, 동화는 51구역으로 가는 전투기를 지원해 줘."


가장 중요한 것은 세 군데를 동시에 급습하는 것.


시간차를 두어 공격하면 미군이 전투태세를 갖출 것이다. 그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생물공학연구소에 가서 범예를 가속기 연구소에서 최민의를 빼낸다. 그리고 네바다 사막의 51구역에서 범헌을 구한다.


"천국인 구조에 성공한 전투기는 곧바로 태평양을 건너 서울로 향한다."


권채선이 말을 끝내자 하단우가 물었다.


"각자 맡은 천국인을 구하면, 다른 전투기를 지원하지 않고 서울로 가는 건가요?"

"그래, 한 사람이라도 구해내는 게 중요해."


다른 전투기를 지원하다가 멀쩡히 구조한 천국인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주동화가 말했다.


"범예와 최민의는 어렵지 않게 합류할 수 있을 거예요."


범예와 최민의는 언제든지 자력으로 감시를 풀고 나올 수가 있다.


지금은 작전상 어쩔 수 없이 묶여 있는 것일 뿐.


"문제는 범헌이죠."


주동화의 말에 권채선이 동의했다.


"그래. 그쪽은 완전히 미지수야. 정확히 51구역 어디에 갇혀 있는지도 모르고, 의식이 남아 있는지조차 모르지."


그리고 주동화에게 경고했다.


"만약 범헌이 의식을 잃었거나, 이미 실험을 당한 상태면."


주동화는 권채선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권채선은 주동화의 눈빛에 숨은 반항심을 포착했지만 하려던 말을 끝까지 했다.


"포기하고 나오도록 해."


그리고 주동화는 권채선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에 권채선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주동화를 바라볼 뿐, 별다른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작전 회의는 이렇게 마무리되었고, 권채선이 말했다.


"어서 워싱턴으로 출발하자. 할 일이 많아."



***



미국, 네바다주 51구역.




시카고에서 워싱턴으로, 워싱턴에서 다시 51구역으로 이동하는 동안 날이 밝았다.


지금 주동화는 전투기를 타고 51구역 상공에 도착했다. 전투기에는 임제온도 함께였다.


워싱턴에 위치한 피스메이커 동부지사에 도착했을 때, 임제온이 마중을 나와서 깜짝 놀랐었다.


분명 큰 부상을 입고 입원해 있었는데, 어느새 미국에 와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범헌이 51구역에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도 임제온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대단한 정신력이라고 생각하며, 주동화는 옆좌석에 앉아있는 임제온에게 말했다.


"범헌의 정확한 위치는 모르시는 거죠?"

"네, 51구역 안으로는 들어가 보지 못해서요."

"51구역 안에 있는 건 확실한가요."

"네, 라스베이거스에서 51구역으로 들어가는 비행기에 범헌이 탑승하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51구역을 샅샅이 뒤져서 범헌을 찾아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여기에서 대기해 주세요."


주동화는 피스메이커 조종사에게 이야기하고 전투기의 해치로 이동했다.


해치는 서서히 열리고 밑으로 드넓고 황량한 네바다 사막과 함께 51구역의 모습이 보였다.


기다란 활주로 왼편의 부속 건물들. 저 건물들 어딘가에 범헌이 있을 것이다.


주동화는 룩시온 모드로 변환하여 해치에서 뛰어내렸다.


해치에서 발을 떼는 순간 전신에 눈속임 장막을 펼치고, 거센 바람을 맞으며 빠르게 하강했다.


그리고 활주로 바로 옆, 격납고로 보이는 건물 앞에 착지했다.


"일단 연구실이나 사무실이 있는 건물부터..."


주동화는 룩시온 모드의 영향력을 51구역 전체로 확장했다. 사람을 감지하기 위해서였다.


9시가 넘은 시간이니 직원들이 출근했을 터, 지금 그는 창고나 격납고와 같은 비어있는 건물이 아닌,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그곳에 범헌이 있을 테니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었다. 지금 있는 곳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인체를 구성하는 물질들이 다수 느껴졌다.


곧장 그곳으로 날아간 주동화는 건물 내부를 구성하는 물질들을 감지하여 공학 연구소로 추정되는 곳은 거르고, 생물학 연구소로 보이는 건물로 들어갔다.


다른 건물에 비해 유기물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건물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온 주동화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연구실이나 실험실로 보이는 장소를 찾았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외부인 신분으로 당당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것, 그리고 그의 존재를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투명 인간이라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다.


닫힌 문은 주위를 살핀 뒤에 룩시온 컨트롤로 슬쩍 열어서 들어갔다.


범헌이 있는 곳을 아무나 드나들게 열어놨을 것 같지는 않으니, 오히려 닫혀 있는 장소를 더 철저하게 뒤져야 했다.


주동화는 뭔가 수상해 보이는 문만 보이면 전부 열어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러다 보니,


"흐익! 이게 뭐야!"


온갖 괴상망측한 장면들을 보게 되는 것이었다.


사람의 뇌나 심장 같은 장기는 물론이고, 연구원들이 모여서 동물을 해부하고 있는 현장도 목도를 했다.


바닥이며 벽이며 전부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수술대에 있는 것이 범헌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는 지구에 살 것 같지 않은 형태의 생물도 있었다.


"진짜 외계인인가...?"


주동화는 실험실을 가득 메울 정도로 덩치가 큰 생물체를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키가 3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고, 미끌미끌한 흰 피부에 팔다리가 여섯 개인, 정말이지 괴상한 생물이었다.


커다란 수조 안에 들어있어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가늠이 가지 않는다.


난생처음 보는 생명체 앞에서 호기심이 발동했지만, 주동화는 이내 여기에 온 목적을 상기했다.


"범헌, 범헌을 찾아야지."


바로 뒤돌아서서 실험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수색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몇 번의 놀람과 몇 번의 공포를 겪고 나서, 주동화는 드디어 범헌을 찾아냈다.


"아..."


하지만, 범헌을 발견한 주동화는 문 앞에 서서 굳어버린 채 탄식을 뱉었다.


생체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4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완결) 21.10.06 287 6 13쪽
103 살신 21.10.05 201 3 11쪽
102 이대로 끝인가 21.10.04 185 3 13쪽
101 무한한 동력 21.10.03 193 3 12쪽
100 전쟁터 21.10.02 184 4 12쪽
99 문이 열리는 날 21.10.01 186 3 10쪽
98 사탕 한 개 21.09.30 182 4 13쪽
97 옥토 21.09.29 187 3 11쪽
96 51구역 (2) 21.09.28 190 3 13쪽
95 51구역 (1) 21.09.27 184 4 11쪽
94 첫인상 21.09.26 186 3 12쪽
» 작전 계획 21.09.25 198 3 12쪽
92 잠입 (2) 21.09.24 183 3 11쪽
91 잠입 (1) 21.09.23 197 2 12쪽
90 생물공학정보센터 21.09.22 190 3 10쪽
89 미국으로 (2) 21.09.21 206 3 12쪽
88 미국으로 (1) 21.09.20 204 4 12쪽
87 동맹 결렬 21.09.19 204 4 11쪽
86 교역 불가 21.09.18 212 4 13쪽
85 전투가 성립되지 않는 상대 21.09.17 229 4 11쪽
84 개방 21.09.16 226 4 11쪽
83 전세 역전 21.09.15 227 4 12쪽
82 반은 신, 반은 인간 21.09.14 224 4 11쪽
81 눈속임 장막 21.09.13 228 4 10쪽
80 탑 마스터 21.09.12 221 4 10쪽
79 제온 21.09.11 237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20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1 4 12쪽
75 재회 21.09.07 236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