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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122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09.14 13:05
조회
223
추천
4
글자
11쪽

반은 신, 반은 인간

DUMMY

눈앞에 하단우가 장검을 들고서 범예의 검을 막고 있었다.


하단우의 등장에 놀란 것은 주동화 뿐만이 아니었다. 범예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를 어떻게?!"


범예는 두리번거리며 눈속임 장막을 살폈다. 그러자 허공에 손상이 된 부분이 있었다. 범예는 서둘러 구멍이 난 장막을 메우고서 말했다.


"저길 어떻게 뚫고 들어온 거지?"

"몸빵."

"몸... 빵? 그게 뭐야."

"힘으로 뚫고 들어왔다고. 전기구이 될 뻔했네."


하단우는 아직도 전기의 느낌이 남아 있는 손을 탈탈 털며 범예에게 물었다.


"네가 만든 거야? 저 전기장."

"그렇다면?"

"역시. 주동화가 만들었을 리가 없지."


그리고서 하단우는 범예에게 말했다.


"사실 조금 놀랐어. 전자를 다루다니."


전자 컨트롤은 반신들도 가능하다. 그러나 숙련된 소수의 반신들만이 가능한 영역이다.


시카고에서 만난 백규빈과 같은 공격술사들이 주로 사용한다.


그러니 치유술사이면서 소환술이 특기인 하단우는 전자 컨트롤이 썩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그가 공격술사였다면 전자를 이동시켜 장막을 해제시켰을 수도 있겠지만, 전자를 다루는 데 미숙한 하단우는 무식하게 뚫고 들어오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치유술은 발군이기 때문에, 치유결계를 뒤집어 쓰고 들어오면서 파괴되는 조직 없이 전기장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장막 안으로 들어온 하단우는, 쓰러져 있는 임제온과 권채선, 검에 찔리기 직전이었던 주동화를 훑어보고서 혀를 찼다.


"허접한 것들이 모이면 개허접밖에 더 돼?"


나타나자마자 독설을 퍼부었지만, 주동화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준 하단우가 고마울 뿐이었다.


"네가... 여기 올 줄은 몰랐어. 도와주러 온 거야?"

"미쳤냐, 내가? 널 도와주게."


주동화에게 면박을 준 하단우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냥 좀 알고 싶은 게 생겼거든."


내가 무엇과 싸워야 되는지,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이해하는 것이 먼저였다.


분노와 혐오 속에서 그가 보지 못했던 진실과 현실.


그가 가장 인정하고 싶지 않아했지만,


부정할 수 없이 그의 몸을 이루고 있는 종족인,


인간을.


어쨌든 반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하필 그때 인간들이 외계인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으며, 그에게는 그들을 도울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이쪽으로 발이 움직였던 것이라고, 하단우는 생각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굳이 주동화에게 해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지금 뉴스에 아주 난리도 아니야.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와 봤지."


평택 상공에 전투기가 한두 기도 아니고 몇 기씩이나 등장하고, 심지어 그중 하나는 추락.


공군 기지에서 천국인과의 대담을 준비하던 대통령은 벌써 대피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공터에 있던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속보를 보고, 무슨 일인가 싶어 날아와 본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 있는 게 보였어? 저 장막 밖에서는 안이 안 보일 텐데?"


주동화의 물음에 하단우는 고개를 끄덕였어.


"맞아. 안 보였어. 에너지만 느껴졌지."


하단우가 공터에 도착했을 때, 땅은 텅 비어있고 하늘에 전투기들만 돌아다니고 있었다.


뉴스 속보의 내용처럼 공터에는 사람 한 명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눈으로는 보이지 않아도 에너지가 분명히 느껴졌다. 공터를 뒤덮은 장막의 전기 에너지도 함께.


그래서 하단우는 다짜고짜 전기장을 뚫고 들어온 것이었다.


하단우는 자신을 경계하고 있는 범예와 최민의를 보고서 주동화에게 물었다.


"저 자들한테 룩시온이 느껴지는데... 룩시온과 결합한 인간이야?"

"맞아. 룩시온이 있는 차원에서 온 자들이야."

"옥소원 대표 말이 맞았군. 룩시온은 정말 지구 밖의 원소였어..."


하단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여기의 상황은 파악했다.


룩시온을 사용하는 천국인 세 명을, 주동화와 둘이서 상대해야 되는 상황이다.


2대 3이라서 인원수도 부족한데, 실력도 저쪽이 우위인 것 같았다.


이런 거대한 규모의 전기장 장막이라니. 반신한테도 어려운 것을 만들어 놓지 않았나.


하단우는 주동화에게 비꼬는 투로 말했다.


"똑같이 룩시온을 쓰는데 너보다 실력이 좋아 보이네."

"당연하지. 저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훈련했을 거라고."

"참 자랑이다. 너는 저런 자기장 못 다루지?"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그래서 해제 못하고 몸으로 뚫고 들어온 거잖아."


주동화의 말에 하단우는 대꾸하지 않고 입을 삐죽거렸다. 그리고는,


"뭐, 상관없어. 저건 있는 게 오히려 좋아."


하고 웃어 보이고선 범예를 향해 말했다.


"넌 스스로 네 무덤을 판 거야."

"그게 무슨 뜻이지?"


범예가 경계하며 되묻자 하단우가 오른손을 위로 올리며 대답했다.


"내가 인간들 눈에 안 띄려고 요력을 숨길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


그리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단우의 몸에서 불길이 타오르더니 거대한 새가 불꽃을 일으키며 나타났다.


"빨리 끝내 버리자."


하단우의 말을 들은 주작이 최민의에게 달려들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신수가 등장하자 천국인들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도망쳐!!"


최민의는 주작의 몸에 닿지 않기 위해 높이 올라갔고, 주작은 최민의를 놓치지 않고 따라붙었다. 이에 범예가 소리쳤다.


"민의야! 장막 너머로 나가!!"


그것을 들은 하단우는 주작에게 외쳤다.


"막아! 절대로 못 나가게 해!!"


그러자 주작은 날개를 넓게 펼쳐 장막 전체를 불길로 커버했다. 하단우는 범예를 보며 웃었다.


"너희는 여기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


이것과 같은 말을, 범예는 겨우 몇 분 전에 주동화에게 했었다.


완전히 역전된 상황. 범예는 갑자기 나타난 여자의 힘의 근원조차 파악할 수가 없었다.


범예가 하단우에게 물었다.


"너도 활소를 사용하는 건가?

"활소가 뭐지?"

"룩시온 말하는 거야."


옆에서 주동화가 알려주었다. 하단우는 코웃음을 쳤다.


"내가 그딴 편법을 쓸 리가."

"그럼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강한 거지?!"


범예는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에 하단우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반신이니까."

"반신? 네가 신...이란 얘기인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범예에게, 하단우가 조용히 말했다.


"반은 인간이지."


그 말에 주동화는 깜짝 놀라 하단우를 보았다.


몇 달 전에 만났던 하단우는 인간을 미천하다고 하며 불가촉천민 취급을 했는데, 자신을 스스로 인간이라고 말하다니.


뭘 잘못 들었나 하고 하단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하단우가 쏘아붙였다.


"뭘 쳐다봐?"

"어? 아니. 니가 스스로 반은 인간이라고 하는 게 신기해서."

"사실인데 뭐."


순순히 대답하는 하단우는 분명 예전과 달라 보였다.


전에는 본 적 없는 거대한 불새도 그렇고 말이다. 주동화는 하단우에게 물었다.


"저 거대한 불새는 뭐야?"

"저건 주작이라고 하는 신수야."

"나하고 싸울 때는 안 썼잖아."

"그땐 내가 봐준 거지."


라고, 하단우는 거짓말을 했지만 주동화는 바로 믿었다.


"그랬구나. 너 엄청 세네."

"뭐, 허접한 네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하단우는 약간 뿌듯한 표정을 하고서 주동화에게 물었다.


"그래서, 저 사람들 어떻게 하면 돼? 다 죽여?"

"아니, 안 돼. 죽이면 안 돼."

"왜? 쟤들은 너를 죽이려고 했잖아."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서 무역 협상을 해야 돼."


아까 범헌이 분명히 말했다. 차원의 문으로 천국으로 이동할 수 있고, 그 문은 17일 뒤에 열린다고.


차원의 문을 통해 천국으로 들어가면 황제를 만날 수 있을 것이었다.


황제와 만나 반드시 무역 협상을 성공시켜야 했다.


"천국이랑 무역을 한다고?"

"응."

"쟤네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자기장으로 장막을 치고, 검을 빼 들고 덤벼드는데 누가 봐도 그럴 것이었다. 주동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국인들은 지구를 속국으로 만들 생각이야. 우리는 그거 대신 무역을 요구할 거고."


그러자 하단우가 기가 막혀 하며 말했다.


"반신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지구를 지배하겠다고?"


이에 주동화는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권채선 요원이 반신은 인간이 어떻게 되든 신경 안 쓸 거라고 하던데?"

"맞아. 그건 사실이지."


반신들의 대다수는 인간을 돕지 않을 것이다. 사실 지구에서 인간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반신도 많다.


인간이 사라지면 지구를 반신이 갖게 될 것이고, 더는 숨어서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신들은 수적 열세 때문에 반신인 것을 숨기고 인간과 어울려 사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아빠 같은 사람은 가만히 안 있을 거야."


그러나 반신들 중에서도 인간에 우호적인 사람들은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인간과 피가 섞인 혼혈 반신은 물론, 순혈이지만 인간과 친밀한 교류를 하는 반신들도 존재한다.


전자의 대표적 인물이 하단우의 아버지인 하명호이고, 후자의 대표적 인물은 시카고의 백규빈이다.


"물론 나는 인간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하단우가 말했다.


"그렇다고 저 외계인 편을 들 필요도 없지."


이유는 이것이 전부.


분노와 혐오를 걷어내고, 현실을 마주하기 위해 움직였을 뿐이다. 하단우는 주동화에게 지시했다.


"이 여자는 내가 맡을게. 주작이 저 검을 들고 있는 남자를 맡을 거고."


그리고는 범헌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는 저 제일 약골 같아 보이는 남자애를 맡아."


이에 주동화는 깜짝 놀랐다. 하단우는 범헌과 싸워 보지도 않고 실력을 파악한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알아?"

"발산되는 에너지가 셋 중에 제일 약해."


그렇게 말하며 범예를 상대하러 가는 하단우는, 주동화와 임제온, 권채선을 향해 치유 결계를 쏘았다.


쓰러져 있는 임제온의 상처가 차차 아물었고, 권채선은 곧 정신을 차렸다.


주동화는 범헌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 대치하고 섰다.


아까 범헌이 원거리에서 손을 뻗는 것만으로 권채선이 정신을 잃었던 것을 보았기 때문에, 섣부르게 다가갈 수는 없었다.


‘챙-!’

‘깡-!’


벌써 하단우와 범예 쪽은 격렬한 전투가 시작됐다. 날카로운 칼날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주위를 시끄럽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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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탑 마스터 21.09.12 220 4 10쪽
79 제온 21.09.11 236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20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0 4 12쪽
75 재회 21.09.07 23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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