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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130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09.08 13:05
조회
240
추천
4
글자
12쪽

비공식 대담 (1)

DUMMY

임이섭에게 최강의 의수를 만들어 주겠다고 당당하게 말했지만,


사실 그것을 만드는 것은 주동화가 아니라 틸엘의 연구원들이었다.


보조공학기기 연구실 한쪽에서 임이섭은 팔 사이즈에 맞추어 3D 프린팅된 의수를 착용해 보고 있었다.


일단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의수로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임이섭이 테스트용 의수를 착용하자 연구원이 물었다.


"불편한 부분 있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연구원은 임이섭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임이섭이 틸엘에 나타나자 연구원들 모두가 놀란 것이 사실이었다.


임이섭이 사옥 총격전에 관련된 인물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실에서 총으로 주동화를 위협하고, 주동화와 창문에 매달려 있다가 함께 추락한 사실도 다 알려졌다.


그때 노바 그룹이 범인으로 몰리면서 임이섭은 산업 스파이로 이야기가 정리되었고, 임이섭과 친분이 있던 연구원들은 크게 충격을 받았었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틸엘에 다시 나타나다니. 그것도 주동화와 함께 말이다.


틸엘 연구원들로서는 임이섭이 꺼림칙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약간의 경계심을 품고 질문을 하는 연구원에게, 임이섭은 담백하게 대답했다.


"없습니다."

"그러면 소재 결정되는 대로 제작 들어가겠습니다."


대체로 보조 기기는 최대한 사람의 피부와 비슷하게 실리콘 소재로 만들어지지만, 임이섭의 경우 전투용으로 제작되어야 했다.


그래서 주동화는 연구원들에게 의수의 소재에 대한 요청을 했다.


"충격을 최대한 견딜 수 있는 소재로 해주세요. 예산은 고민하지 말고 최고 성능을 낼 수 있게 부탁드립니다."


연구원들은 주동화에게 다양한 소재를 설명했다. 티타늄합금부터 니켈합금까지 다양한 재료에 대한 브리핑이 이어졌다.


설명을 들은 주동화는 연구원들에게 말했다.


"예산 결재 올리시면 바로 저한테 알려주세요. 제가 직접 대표님께 설명 드릴게요."


주동화는 어머니에게 이미 허락을 구해 놓은 상태였다.


어머니에게 임이섭이 그의 룩시온 결합을 도와서 목숨을 구한 사람이라는 것을 설명했고,


어머니는 의수 제작 예산에 대해 상한을 두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주동화는 의료공학기기 연구실을 나오며 임이섭에게 말했다.


"혹시 의수에 필요한 기능 있으면 얘기하세요."

"플래시 같은 게 있으면 어두울 때 편하겠네요."

"그건 이미 제가 말해 놨어요."


주동화는 의수에 장착할 만한 기능 목록표를 만들어서 이미 연구실에 넘긴 상태였다.


"그것 말고도 영상 녹화, 공격 모드 전환 기능이 들어갈 거예요."

"공격 모드가 뭐죠?"

"칼이나 탄환 같은 걸 의수에 내장할 수 있게 부탁해 놨어요."

"의수가 꽤 무거워질 것 같네요."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 내야죠."


그 이야기는 다시 말해,


연구원들은 주동화가 요청한 모든 기능을 의수에 탑재함과 동시에 경량화에 성공해야 한다는 뜻이 되었다.


임이섭이 웃으며 말했다.


"악덕 상사 다 되셨네요."

"제가요?"

"본인이 악덕 상사인 걸 모르고 있는 것까지 완벽한 악덕 상사시군요."


임이섭의 말에 주동화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부정했다.


"하지만 저는 보조 연구원이에요. 연구원들의 상사가 아니라고요."

"그건 상관없죠. 어쨌든 대표님 아들이잖아요."

"그런가..."


스스로가 악덕 상사였던 건지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있을 때, 권채선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담 일정에 대한 연락이 왔다는 소식이다.


주동화는 임이섭에게 말했다.


"대담일이 정해졌대요. 이번 주 금요일이에요."

"내일 모레네요. 장소는 어딥니까?"

"평택이요."

"일부러 공군기지와 가까운 곳으로 장소를 잡았나 보네요."

"네, 그쪽은 세 명 다 하늘을 날 수 있어서요. 전투기가 없으면 상대가 불가능해요."

"그렇군요."


그리고나서 임이섭은 뭔가를 골똘히 고민했다. 그리고는 주동화에게 말했다.


"보조공학기기 연구원들과 미팅을 할 수 있을까요?"



***



주동화는 임이섭과 함께 약속된 대담 장소에 도착했다.


시작 시간까지는 아직 10분 정도가 남았다.


인적 없는 넓은 공터 중앙에는 권채선으로 보이는 뒷모습이 있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이 혼자뿐이다.


주동화는 권채선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혼자 오셨어요?"

"응."

"요원들 데려오실 줄 알았는데."

"천국인들한테 상대도 안 될 텐데 데려와야 뭐 해. 사람보다 무인기를 더 가져오는 게 낫지."


그리고 권채선이 뒤를 돌자, 주동화는 약간 당황을 했다.


"얼굴이... 그게 뭐예요?"


얼굴이 권채선이 아니었다. 아예 다른 사람이 서 있는 것이었다.


목소리도, 머리모양도 권채선이 맞는데 얼굴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주동화의 물음에 권채선은 피식 웃었다.


"그거 외모 비하 발언인데."

"분장한 거예요?"

"사람들한테 내 얼굴이 알려지면 안 되니까."


오늘 대담에는 대통령이 참석한다.


천국인들의 대응은 예상이 어렵고, 위험한 상황엔 틸엘 전투기는 물론 공군 전투기까지 뜰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방송에 노출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임이섭도 얼굴을 감추기 위해 얼굴과 머리 전체를 덮는 검은 마스크와 고글을 쓰고 있었다.


피스메이커라서 썼다기보다는 피스메이커에게 쫓기는 입장이라 그런 것이지만.


하지만 가장 큰 목적은 권채선에게 정체를 감추기 위함이었다.


권채선이 주동화 옆에 서 있는 임이섭을 보며 물었다.


"이 사람이 데려온다던 저격수야?"

"네. 틸엘 직원이에요."


임이섭이 허리를 숙여 권채선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권채선이 주동화에게 물었다.


"사내 사격 대회라도 해서 뽑았어?"

"아... 특수부대 출신이래요."


그리고 주동화는 화제를 바꾸기 위해 말을 꺼냈다.


"천국인 셋 중에는 범헌이라는 사람이 그래도 말이 통하는 편이에요."

"반묶음 머리 한 남자애 말이지?"

"맞아요. 낙뢰에 부상자가 생겨서 미안하다고 했었거든요. 청와대에 쳐들어가려는 범예를 막기도 했고."

"그 범예라는 애가, 범헌의 누나?"

"네, 제일 사납고 강해요. 범헌 말에 따르면 고려성 최고의 무장이래요."

"남은 한 명은 어때?"

"최민의는 말수가 적어서 어떤 타입인지는 모르겠지만, 범예와 범헌의 안전을 최우선하고 있어요."

"다혈질 황녀와 친절한 황자, 그리고 그들의 호위 장군. 이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군."


고개를 끄덕이는 권채선에게 주동화가 물었다.


"천국인들한테 여기 장소는 어떻게 알려줬어요?"

"지도에다가 점 찍어줬어."

"그걸 보고 찾아올 수 있을까요?"

"응. 바로 알아보던데. 자기네 나라랑 지형이 똑같대."


그렇다면 이제 곧 천국인들이 도착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주동화와 권채선, 임이섭밖에 없다.


주동화는 권채선에게 말했다.


"여기서 대통령과 만나는 걸로 알고 있을 텐데, 괜찮을까요?"

"나와 이야기를 한 다음에 만나게 해준다고 해야지."

"대통령님도 근처에 계신 거예요?"

"응, 지금 공군기지에 있어. 공식적인 대담 시간은 12시야."

"그럼 저한테 10시라고 말한 건..."

"비공식 대담 시간이지. 피스메이커가 한국 정부보다 먼저 접촉한다."

"그렇군요."


대답을 하면서 하품을 크게 하는 주동화에게 권채선이 말했다.


"어제 잠을 못 잤나 봐?"

"메타물질 공부하느라요."


어젯밤 늦게까지 임이섭에게 메타물질에 대한 과외를 받았다.


물리학에 대한 기초도 없는 상황에서 고난도의 지식을 머릿속에 넣으려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뭔지 이해했어?"

"대충은요. 그런데 룩시온 모드에서 적용이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주동화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천국인들이 하늘에서 날아 내려왔다.


범헌은 낯선 장소가 신기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최민의는 범헌을 보호하며 주위를 경계했다.


그리고 범예는 약간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


"한 나라의 황족을 맞이하는 자리라기엔 몹시 누추하구나."


그리고서 권채선에게 물었다.


"네가 대통령인가?"

"아니. 널 대통령과 만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야."

"아하, 판이부사와 같은 대신인 모양이군."

"그렇다고 해 두지."


그러자 범예는 권채선에게 불편한 티를 내었다.


"황족에게 말씨의 예를 갖춰라."

"어쩌지? 우리나라엔 신분의 고하가 없어서 말이야. 반말을 하는 사람한텐 똑같이 반말을 하거든."


권채선의 대답에 범예는 별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


"뭐, 좋아. 당장 나를 대통령에게 안내해."


그러자 권채선이 말했다.


"그 전에, 몇 가지 질문을 할게."


범예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협조하는 것처럼 보였다.


"천국에서 여기에 온 이유는?"

"정찰."

"정찰의 목적은?"

"이 세계의 자원과 국방력 파악."


범예의 말을 들은 주동화는 조금 의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정찰이라 함은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적들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


그러니 사전에 정찰을 온 것 자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상한 것은 범예와 범헌이 황족이라는 부분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자잘한 일은 계급이 낮은 부하를 시키지 않나. 황족이 직접 나설 일인가 싶다.


게다가 범예는 고려성 최강의 무장이라고 했다. 게임으로 치면 시작부터 보스몹이 등장하는 셈이 아닌가.


주동화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권채선이 범예에게 물었다.


"정찰 후에 정복 전쟁을 할 생각인가?"


이 물음에 범헌이 끼어들었다.


"아니, 전쟁은 하지 않아."


이에 권채선이 범헌에게 말했다.


"그래서 속국을 제안한 건가? 전쟁을 피하려고?"

"맞아."

"하지만 종속국도 결국 지배를 당한다는 점에서 식민지와 다르지 않아."

"아니, 지배할 생각은 없어. 우리는 단지 이 나라의 자원이 필요할 뿐이다."

"그렇다면 거래라는 방법이 있어."


권채선은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리가 너희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제공하면, 너희 나라에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우리한테 주면 돼. 돈이든 기술이든."


이에 범헌은 입을 다물었다. 권채선은 말을 이어갔다.


"너희가 침략자가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국가 대 국가로 무역을 제안하는 게 맞지."

"그건 그렇지만..."


범헌이 머뭇거리자 범예가 대신 대답했다.


"그건 불가해."

"왜지?"

"천국이 이 땅을 정복 못 할 이유가 없으니까."


범예는 고민할 가치도 없다는 태도였다.


"천국보다 훨씬 미개한 문명을 가진 나라를, 굳이 정복하지 않고 번거롭게 무역을 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범헌이 말했다.


"맞아. 천국의 다른 성 황제들을 설득할 수 없어."


범헌은 다른 성의 황제를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다시 속국을 언급했다.


"천국보다 약한 국가와 무역을 하자고 하면 어느 황제가 찬성하겠어. 하지만 속국 형태라면 받아들일 것이야."


범헌의 말에 따르면, 천국이라는 국가는 고려성을 포함해 여러 개의 성 단위로 이루어져 있는 듯했다.


이 세 사람은 여러 개의 성이 연합된 천국이라는 국가의 대표로서 한국에 온 것으로 보였다.


또한 범헌은 되도록이면 전쟁 없이 협상을 하고 싶어 하는 태도였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전쟁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에 권채선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 속국이 될 이유가 없어. 너희 나라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는데."


그러자 범예는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그리고서 오른손을 들었다. 그 순간,


‘화르륵-’


범예의 손끝에서 거대한 화염이 뻗어나가 순식간에 공터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불꽃으로 뒤덮였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범예가 말했다.


"천국인들은 이런 일을 모두가 할 수 있다. 하지만 너희들은 못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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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이대로 끝인가 21.10.04 184 3 13쪽
101 무한한 동력 21.10.03 193 3 12쪽
100 전쟁터 21.10.02 184 4 12쪽
99 문이 열리는 날 21.10.01 185 3 10쪽
98 사탕 한 개 21.09.30 182 4 13쪽
97 옥토 21.09.29 186 3 11쪽
96 51구역 (2) 21.09.28 190 3 13쪽
95 51구역 (1) 21.09.27 184 4 11쪽
94 첫인상 21.09.26 186 3 12쪽
93 작전 계획 21.09.25 197 3 12쪽
92 잠입 (2) 21.09.24 182 3 11쪽
91 잠입 (1) 21.09.23 197 2 12쪽
90 생물공학정보센터 21.09.22 190 3 10쪽
89 미국으로 (2) 21.09.21 205 3 12쪽
88 미국으로 (1) 21.09.20 204 4 12쪽
87 동맹 결렬 21.09.19 204 4 11쪽
86 교역 불가 21.09.18 212 4 13쪽
85 전투가 성립되지 않는 상대 21.09.17 229 4 11쪽
84 개방 21.09.16 225 4 11쪽
83 전세 역전 21.09.15 227 4 12쪽
82 반은 신, 반은 인간 21.09.14 224 4 11쪽
81 눈속임 장막 21.09.13 227 4 10쪽
80 탑 마스터 21.09.12 221 4 10쪽
79 제온 21.09.11 237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20 4 11쪽
» 비공식 대담 (1) 21.09.08 241 4 12쪽
75 재회 21.09.07 23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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