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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146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10.02 13:05
조회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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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전쟁터

DUMMY

광화문 일대는 순식간에 패닉에 휩싸였다.


그것은 차원문이 열릴 것을 예상한 세 명의 천국인들도 다르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왜 군대가 들어오는 거야?"


범헌이 소리쳤다.


즉시 권채선은 피스메이커를 호출하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나갔다.


차원문에서는 병사들에 이어 전투용 비행체까지 튀어나오고 있었다.


"갑옷을 보니 발해성 병력이야. 저기 저쪽은 화북성이고."


범예가 말했다. 범헌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다른 성에서 왜?"

"가서 이유를 물어봐야겠어."


범예는 은닉술을 거두고 푸른 갑옷을 입은 발해성 군대를 향해 날아갔다. 고려성과 가까운 성이라서 이야기가 통할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이 정신없이 도망치는 방향을 거슬러 발해성 사령관에게 날아간 범예가 물었다.


"나는 고려성 2황자 범예다. 그대는 어째서 병력을 이끌고 여기에 왔는가?"


발해성 사령관은 범예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춘 뒤에 말했다.


"황제 폐하의 출정 명령이 있었습니다."

"발해성의 황제께서 이곳으로 가라 했단 말이냐?"

"맞습니다."

"천국의 어떤 성이 출정했는가?"

"저희 발해성과 고려성, 화북성, 화림성, 그리고 양청성입니다."


다섯 개 성의 황제들이 승인을 했다는 뜻이었다. 범예가 당황하여 물었다.


"천국의 5대 강성이 전부 참전했다는 것이냐?

"예."

"병력의 규모는?"

"각 성에서 1천 명씩으로 압니다."

"5천 명이 전부인가?"

"선발대의 병력은 그러합니다."

"선발대라는 것은... 후발대가 있다는 얘기야?"

"예, 북천국 병력이 합류 중입니다."


천국은 크게 남천국과 북천국으로 구분된다.


수도인 고려성을 중심으로 천국의 성장을 이끄는 남천국, 그리고 척박한 기후 탓에 발전이 더딘 북천국.


남천국 중에서도 남동부의 성들이 가장 강세였다. 특히 사령관이 언급한 다섯 개의 성은 그중에서도 강력한 국력을 가진 성들이었다.


차원문을 열 수 있는 연구소를 각자 성내에 보유하고 있으며, 차원 간 정복 전쟁에 가장 적극적인 성들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그 5대 강성을 시작으로 하여 군대가 차원을 넘어온 것이었다. 심지어 북천국의 병력도 곧 합류할 것이라 했다.


발해성 사령관에게서 대략적인 상황은 전해 들은 범예는 고려성 군대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려군의 최고사령관인 그가 여기에 있으니 병력은 황태자인 그의 오빠가 직접 끌고 왔을 확률이 높았다.


전쟁을 막으려면 한 성이라도 여기서 발을 빼게 만들어야 한다. 오빠라면 그의 말을 들어 줄 것이다.


범예는 뒤쪽의 범헌에게 소리쳤다.


"범헌! 고려성을 찾아!!"

"저기 있는데?"


눈치 빠른 범헌은 벌써 고려성 군대를 찾아내 가리켰다. 범예가 범헌이 가리킨 쪽으로 날아가자 범헌은 최민의와 함께 그 뒤를 따라갔다.


예상했던 것처럼 고려성 군대의 선봉에는 황태자 범웅이 있었다. 범예는 범웅에게 소리쳤다.


"오빠!!"


범예와 범헌을 발견한 범웅은 기뻐하며 두 사람을 반겼다.


"둘 다 무사했구나. 정말 다행이다."

"오빠! 이 병력이 다 뭐야?"

"이 땅을 정복하기 위해 온 것이야."

"우리가 국방력을 파악한 다음에 출정하기로 했었잖아!!"


그러자 범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른 성의 황제들에게 완전히 속았어."

"뭐?"

"고려성이 완전히 이용당한 거야."

"알아듣게 좀 말해 봐!"

"너희가 차원을 이동하고 나서, 차원문이 즉시 닫혔어."

"왜? 차원문은 다섯 시진 동안 열려 있잖아."


차원의 문은 스스로 닫힐 때까지 다섯 시간 동안 열어 놓는다.


그래서 다른 차원으로 이동했을 때,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의 환경이라면 다섯 시진 안에 되돌아올 수가 있는 것이다.


"다른 성에서 차원이동 연구소를 장악해서 문을 닫아 버렸거든."

"고려성 연구소를 장악했다고?"

"응, 4대 강성이 힘을 모아 압박하니 어쩔 수 없었어."

"어떻게 그럴 수가..."

"이곳이 불지옥이라고 해도... 너희는 되돌아올 수가 없었던 거야."


운이 좋았다. 이곳은 숨쉬기에도 불편이 없고, 무시무시한 생명체가 살고 있지도 않으며, 대부분의 인간이 그들보다 약했다.


한국에 도착했을 때, 천국인 셋은 아무도 다시 차원문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만약 지구가 이미 멸망한 행성이거나, 그들보다 강한 생명체가 있는 곳이었다면 그들은 꼼짝없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정신을 잃으시고 난리도 아니었어."


딸과 아들이 어떤 환경인지도 모르는 세계로 넘어갔는데, 차원문이 닫혀 버리니 고려성의 황제는 제정신으로 버티지 못했다.


"그런데 정말 다행히 너희 생명 신호가 꺼지지 않고 지속됐지."


세 사람이 붉은 문신을 통해 서로의 생명 신호를 보고 있었던 것처럼, 천국에서도 세 사람의 생명 신호를 관찰하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 뒤에, 전투 불능 신호가 떴다."

"그걸 봤으면서 왜 지원군을 보내지 않았어!"

"다른 성에서 차원문을 여는 것을 거부했거든."

"뭐?"


고려성의 차원문은 세 사람이 넘어가느라 이미 한 번 열고 닫혔다. 그렇기 때문에 동력이 충전되는 30일 동안은 다시 열 수가 없다.


그러니 지원군을 보내려면 차원문을 소유한 다른 성의 협조를 받아야 했다.


천국에서 차원문을 소유한 성은 5대 강성 뿐.


만약 정찰 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고려성을 제외한 4대 강성에서 차원문을 여는 것으로 약속되어 있었다.


그것을 위해 고려성은 생명 신호 전달 장치의 수신 정보를 4대 강성의 황제들과 공유했고 말이다.


"4대 강성의 황제들은 너희를 구할 마음이 아예 없었어."

"그럼 왜 생명 신호 전달 장치를 공유해달라고 한 거지?"

"너희 생명 신호가, 그 차원의 안전성을 증명하는 척도가 되니까."


차원문을 넘는 즉시 생명 신호가 사라지면, 그 차원은 아예 생존이 불가능한 죽음의 땅.


차원문을 넘고 나서 얼마간 신호가 유지되었다가 꺼지면, 생존은 가능하나 척박한 땅.


차원문이 다시 열릴 때까지 생명 신호가 계속되면, 생존이 가능한 안전한 땅.


"우리의 목숨 자체를 측정 기준으로 사용한 거군."


그래서 지원군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몇 번이나 위급한 순간이 있었는데도.


범예는 분한 마음에 주먹을 그러쥐었다. 그리고서 범웅에게 물었다.


"그러면 왜 다른 성의 병력도 고려성 차원문으로 넘어온 거야? 각자 차원문을 보유하고 있는 성들이잖아."

"차원문을 열려면 자원이 필요하잖아."

"그걸 아끼려고 여기로 다 모여들었다고?"

"너희가 여기에 있으니까, 고려성은 차원문을 열 수밖에 없다는 걸 이용한 거지."


4대 강성이 손을 잡고 쳐들어왔으니 고려성 병력으로 막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범예는 다른 성의 군대를 노려보며 말했다.


"천국의 동맹을 깨트리고 고려성을 위협하다니."

"다른 성의 황제들은 고려성이 먼저 동맹을 깼다고 말하고 있어."


범웅의 말에 범예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그건 우리 셋이 위험을 감수하고 이 땅에 수색을 온 것으로 죗값을 치른 거 아니었나?"

"황제들의 생각은 달랐던 거야."


그리고서 범웅은 전쟁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


"어쨌든 정복 전쟁이 시작됐어. 고려성은 영토 확보에 있어 반드시 우위를 점해야 돼. 내가 총 지휘를 할 것이다. 예는 보병의 사령관을 맡고, 최민의 중랑장은 예를 보좌하도록."


그리고서 범헌에게 말했다.


"헌이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

"그럴 순 없어."

"뭐?"

"이 차원의 사람들하고 약속했단 말이야. 전쟁하지 않기로!"


범헌이 소리쳤고, 범예도 범웅에게 다급히 말했다.


"오빠, 여길 침략해서는 안 돼. 절대 안 돼."

"우리가 승리할 거야. 천국보다 한참 뒤떨어진 문명이잖아."

"신이 있어. 이 땅에는."

"신이 있다고...?"


범웅의 표정이 굳었다. 신을 찾으려는 듯 주위를 둘러보고서 범예에게 물었다.


"신이 어디에 있단 말이야?"

"여긴 없지만 내가 직접 봤어. 신수 주작과 백호를, 직접 두 눈으로 봤다고. 신수를 다루는 자들이 여기 있다니까!"

"하지만 신이 보호하고 있는 나라라고 하기엔 너무나 유약하지 않느냐."


범웅은 천국인에게 일방적으로 쫓기며 공격을 당하는 한국인들을 보며 말했다.


"아니, 분명히 있어. 반신이라고 불리는 자들이."


그때, 범예의 뒤에서 주작이 긴 울음을 뱉으며 날아올랐다. 그 옆에는 새하얀 백호.


그리고 그 옆에는, 거대한 이무기가 있었다.



***



대형 서점 건물 옥상에 서서 광화문 광장을 내려다보며, 하단우는 전화를 걸었다.


"주동화, 어디쯤 왔어?"

‘거의 다 왔어. 남산이야.’

"난리도 아니네. 여기 전쟁터야 완전히."


전화를 끊고 하단우는 공군 전투기가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육군도 쫙 깔렸다. 경찰도 전부 소집됐다.


검은색 피스메이커 전투기도 다섯 기가 떴다.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린다. 완전히 전시상황이다.


옆에서 백규빈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천국에서 군대를 보낸 것 같지?"

"네."


하단우가 대답하자 하명호가 물었다.


"너희 지금까지 저런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었던 거야?"


하명호는 오늘 천국인을 처음 봤다. 기본으로 룩시온을 장착하고 있는 병사들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까진 세 명이었거든. 상대할 만했지."


백규빈이 대답했다.


"모처럼 얻은 휴가를 아주 화려하게 보내는구나."


백호는 백규빈의 말처럼 화려하게 천국의 전투기 사이를 종횡무진 돌아다녔다. 그러나 하단우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숫자가 너무 많아요. 신수 세 마리로 이길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을 때까지 해 봐야지."


하명호가 말했다. 그리고 그때 주동화가 날아와서 합류했다. 주동화는 광화문의 처참한 상황에 이를 악물었다.


"차원문이 열린다는 게 이런 뜻일 줄은 몰랐어요."


이에 하단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천국인들한테 가서 따지고 싶네. 기껏 미국까지 가서 구해 줬더니 보여주는 게 이딴 꼴이냐고."


범예 쪽 상황을 모르는 주동화와 하단우는 분노하고 있었다.


그러나 천국인들에게 배신당한 것은 둘째치고, 발발한 전쟁을 막는 게 급선무였다.


주동화는 일단 하명호 박사에게 반신 쪽에서 동원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해 물었다.


"혹시 반신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곳에 있는 세 명 말고 다른 반신들이 힘을 보태 준다면, 천국군과 정면으로 싸워도 승산이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건 어려울 것 같아. 유일샘물 사건 때문에 반신들의 인간에 대한 반감이 최고조야."


백규빈이 대신 대답했다.


반신들 사이에서도 유일샘물 사건은 큰 이슈였다.


반신들 중에도 룩시온을 섭취하고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었고, 인간들을 살리려다 하명호의 아버지인 하기석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도 적개심의 큰 이유가 되었다.


인류의 손에 예사롭지 않은 물질이 들어갔다고 크게 우려하며, 인간들을 더는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급진적인 반신우월주의자들은 문제가 또 생기기 전에 인간들을 몰살시키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물론 반신 중에는 혼혈도 있고, 인간에게 우호적인 사람들도 많아서 그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어찌 되었든 유일샘물 사건으로 인해 원래 인간을 싫어하던 반신들은 더욱 득세하고, 인간에 대해 호의적이던 반신들 다수가 고개를 돌리게 되어버렸다.


"지원은커녕, 오히려 천국인들이 인간들을 몰살시키기를 바랄 수도 있어."

"하지만 반신도 지구에 살잖아요. 저대로 내버려 두면 천국인들이 지구를 정복할 거라고요."

"그때 비로소 반신들이 나서서 천국인을 없애겠지."


백규빈은 냉정하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했다. 백규빈의 말에 하명호도 별다른 토를 달지 않았다.


"우리가 이렇게 인간을 돕는 것도 못마땅해하는 반신들이 많을 거야."


주작과 백호, 이무기가 한꺼번에 등장했고 그것이 뉴스 특보로 그대로 송출되고 있다.


모습을 드러내면 안 되는 반신이, 이렇게 인간의 일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따가운 눈총을 받기 충분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쩔 거야. 내가 하겠다는데."


백규빈이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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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살신 21.10.05 201 3 11쪽
102 이대로 끝인가 21.10.04 185 3 13쪽
101 무한한 동력 21.10.03 194 3 12쪽
» 전쟁터 21.10.02 185 4 12쪽
99 문이 열리는 날 21.10.01 186 3 10쪽
98 사탕 한 개 21.09.30 183 4 13쪽
97 옥토 21.09.29 187 3 11쪽
96 51구역 (2) 21.09.28 191 3 13쪽
95 51구역 (1) 21.09.27 185 4 11쪽
94 첫인상 21.09.26 187 3 12쪽
93 작전 계획 21.09.25 198 3 12쪽
92 잠입 (2) 21.09.24 183 3 11쪽
91 잠입 (1) 21.09.23 197 2 12쪽
90 생물공학정보센터 21.09.22 190 3 10쪽
89 미국으로 (2) 21.09.21 206 3 12쪽
88 미국으로 (1) 21.09.20 204 4 12쪽
87 동맹 결렬 21.09.19 204 4 11쪽
86 교역 불가 21.09.18 212 4 13쪽
85 전투가 성립되지 않는 상대 21.09.17 229 4 11쪽
84 개방 21.09.16 226 4 11쪽
83 전세 역전 21.09.15 227 4 12쪽
82 반은 신, 반은 인간 21.09.14 224 4 11쪽
81 눈속임 장막 21.09.13 228 4 10쪽
80 탑 마스터 21.09.12 221 4 10쪽
79 제온 21.09.11 237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20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1 4 12쪽
75 재회 21.09.07 23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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