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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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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16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09.0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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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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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재회

DUMMY

놀라서 입이 쩍 벌어진 주동화에게, 임이섭은 목례로 인사를 한 뒤 다가왔다.


"고생이 많네요."

"당신이 여기를 어떻게?!"

"잘 지내셨습니까?"


갑자기 나타난 임이섭에 주동화는 정신을 차라질 못했다.


그렇게 찾아 헤맬 때는 코빼기도 안 보여 놓고, 여기서 제 발로 나타날 줄이야.


"아...안녕하세요."


당황하던 주동화는 겨우 임이섭에게 인사를 했다.


임이섭에게 반말을 해야 할지 존댓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난감했다.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인데, 예전처럼 이름을 찍찍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어색한 분위기에서 주동화는 입을 열었다.


"주임님 그..."

"이제 주임님은 아니죠. 틸엘 그만둔 지가 언젠데."

"그럼... 형?"


임이섭의 표정이 순간 흙빛으로 굳었다.


"그건 더더욱 아니네요."

"그럼 뭐라고 불러요. 아저씨?"

"그게 차라리 낫군요."

"네, 아저씨라고 할게요. 아저씨,"

"아... 들어보니 그것도 그닥..."

"아니, 어쩌라고요!"

"그냥 주임님이라고 하세요. 그게 그나마 괜찮네요."


호칭 문제 때문에 다투다 보니 조금은 어색했던 것이 풀린 것 같았다.


주동화는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그동안 어디에 계셨던 거예요?"

"적당히 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임이섭의 얼굴은 전보다 훨씬 야위어 있었다.


멀쩡한 문을 놔두고 창문으로 들어온 것에서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고생을 해왔는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주동화는 한숨을 놓았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사옥에서 추락한 뒤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생사조차 알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무사히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임이섭은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저를 걱정하셨어요?"

"당연하죠. 사옥에서 같이 떨어졌는데 온데간데없고..."


그러자 임이섭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스파이고 동화씨를 죽이려고 했어요. 동화씨는 저 때문에 빌딩에서 떨어져 죽을 뻔했다고요."

"하지만 저를 살려주셨잖아요."


주동화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룩시온과 결합해서 몸이 모조리 부서지려고 하던 그때,


임이섭의 손이 그를 붙잡아 주고 있었던 것을.


"룩시온과 결합할 때 주임님이 없었으면... 저는 죽었을 거예요."


그러자 임이섭이 말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동화씨가 없었으면 저는 죽었어요."

"근데 주임님은 계속 죽으려고 했잖아요."


주동화는 사옥 총격전 때, 창문에 매달린 임이섭이 계속 자기 손을 놓으라고 윽박질렀던 것이 생각났다.


꼭 죽지 못해서 환장한 사람처럼 말이다.


그러니 죽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죽는 것보다야 사는 게 낫죠."

"그런가요?"

"살아있으면 뭐라도 하게 되니까요. "


그리고서 임이섭은 주동화에게 말했다.


"북악산 전투 영상을 봤어요."

"아, 그거 안 본 사람 없을 거예요."


뉴스에서 쉬지 않고 재방송을 해대니 전 국민이 몇 번씩은 봤을 것이다.


"피스메이커 드론이 떴던데. 혹시 피스메이커와 협업하고 있나요?"


주동화를 구하기 위해 날아온 두 기의 드론.


흰색은 어머니에게 부탁해 놓은 레이젯 드론이었고,


검은색은 임이섭의 말처럼 피스메이커의 드론이었다.


레이젯의 드론 조종사는 실전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가 권채선에게 조력을 요청한 것이었다.


"어머니가 권채선 요원과 연락을 하거든요."

"옥소원 대표님이 저희 보스와 아는 사이에요? 틸엘이 피스메이커에 가입했나요?"


임이섭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주동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니고요. 룩시온 때문에 엮이게 됐어요."

"그랬군요. 보스는 잘 지내십니까?"

"네. 얼마 전에도 만났어요."

"다행입니다."


임이섭은 진심으로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주동화는 권채선 또한 임이섭을 걱정했던 것을 기억했다.


"권채선 요원도 주임님이 잘 있는지 궁금해했어요."

"제가 보스한테 직접 연락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서요."

"네... 피스메이커에서 수배 중이라고 전해 들었어요."


주동화의 말에 임이섭은 한숨을 쉬었다.


"직접 데려와서 키운 부하가 조직의 명령을 거부했으니, 보스가 많이 곤란했을 겁니다."


임이섭은 피스메이커의 명령을 거부한 탓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룩시온을 입수하고, 그것에 방해가 된다면 주동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그 명령을 따랐다면 아무 문제 없었을 텐데.


임이섭은 그것을 거부했다.


주동화는 임이섭에게 물었다.


"왜 저를 죽이지 않았어요?"

"원래 피스메이커는 시민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를 죽이는 건 명령이었잖아요."


그러자 임이섭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동화씨는 거짓말도 못 하고, 잘 속고, 감정적인 데다가, 빈틈투성이죠."


오랜만에 임이섭의 팩폭이 터졌다. 하지만 주동화는 기분이 나쁘지 않고, 왠지 그리운 느낌까지 들었다.


"그런 사람을, 그저 룩시온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죽이는 거였으니까요."


임이섭은 그날의 일을 떠올리듯 눈동자를 움직이며 말했다.


"저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애쓰는 무해한 인간을요."


그렇게 임이섭은 이유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했다.


"그래서 되도록 죽이는 건 피하려고 했던 겁니다."


임이섭의 말에 주동화가 약간의 감동을 하고 있는데, 곧바로 임이섭은 감동을 와장창 깨버리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뭐, 일이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결국엔 죽였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나서 임이섭이 물었다.


"그건 그렇고, 북악산에서 싸웠던 상대는 정체가 뭐죠?"

"다른 차원에서 온 자들이에요. 천국이라고 하는 나라에서요."

"저도 뉴스에서 봤어요. 그게 진짜 사실인가요?"

"맞는 것 같아요. 룩시온의 힘을 사용하거든요. 말도 안 되게 높은 ATP 수치를 보이고 있고요."

"룩시온을 쓴다고요? 세 명 다요?"

"네. 룩시온을 활소라고 부르면서... 자기네 나라에서 만들었다고 했어요."


주동화의 말에 임이섭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저들이 대통령을 만나서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네요."

"속국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할 거예요. 거절하면 전쟁을 일으킨다고 했어요."

"속국이라고요?"

"네, 그래서 지금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어요. 피스메이커가."


북악산 전투 직후, 권채선은 주동화를 찾아와서 모든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갔다.


그들의 세계에서 발생한 자원 고갈 문제에서 속국에 대한 것까지.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등장하자 피스메이커 또한 초비상 상태였고, 마스터들은 자신들이 먼저 그들을 만나기를 원한다고 했다.


한국의 대통령이 먼저 접촉하도록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가장 먼저 알아야 하고, 모든 현상의 주도권을 선점하고자 하는 조직에서 당연히 취할 만한 입장이었다.


임이섭이 말했다.


"그렇다면 어쨌든, 대화는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인 거군요."

"네.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요."

"대담일이 정해지면 동화씨도 참석하는 거죠?"

"그래야죠. 그나마 제가 저들하고 호각으로 싸울 수 있으니까."


주동화의 말에 임이섭이 빙긋 웃었다.


"이야, 동화씨 몰라보게 달라졌네요. 예전엔 조금만 곤란해져도 멍하니 딴생각하고 그랬는데."


그리고서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저도 대담 장소에 함께 가겠습니다."

"네? 거기를 왜요?"

"제가 큰 도움은 못 되겠지만... 방패로는 쓰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거기 피스메이커도 올 텐데요?"

"그래서 가는 겁니다. 보스를 돕고 싶어서요."


이에 주동화는, 임이섭이 그를 찾아온 이유를 알았다.


외계의 침입자들, 그리고 서울 상공에 등장한 피스메이커의 공격용 드론.


임이섭은 그것을 보고 피스메이커가 맞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그래서 피스메이커에 도움을 주고자 찾아온 것이다.


정확히는 그의 보스 권채선에게 도움이 되려고.


"그래서... 그렇게 피스메이커에 충성했던 거군요. 권채선 요원 때문에."


임이섭의 피스메이커에 대한 충성도는 권채선에 대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런데,


"보스는 제가 여섯 살 때부터 저를 보살펴 주신 분이에요."


임이섭의 말에 주동화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예? 여섯 살부터요? 권채선 요원이랑 나이 비슷한 거 아니에요?"

"비슷하진 않죠. 저보다 훨씬 어른인데."

"그렇게 젊은데요?!"


하지만 권채선은 겉보기에 삼십대 중반. 아무리 많이 잡아도 삼십대 후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임이섭의 나이는 올해 서른셋.


권채선을 서른아홉이라고 가정하면, 임이섭이 여섯 살일 때 권채선은 열두 살.


열두 살짜리가 여섯 살을 보살펴 줄 수...가 있기는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주동화를 보며 임이섭이 피식 웃었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닙니다."


그리고는 주동화에게 부탁을 했다.


"보스에게 저를 만났다고 말하지는 말아주세요."

"하지만 대담 장소에 같이 가겠다고 하셨잖아요."

"적당히 얼굴을 가리고 갈 생각이에요. 보스가 저를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권채선도 임이섭을 꽤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임이섭이 원한다면 굳이 먼저 말을 꺼낼 필요는 없었다.


주동화가 고개를 끄덕이자, 임이섭이 물었다.


"생명과학은 다 떼셨나요?"

"당연하죠. 저를 뭘로 보는 거예요?"


그리고서 주동화는 자랑스럽게 물리학1 참고서를 꺼내 보여줬다.


"생명과학은 옛날에 떼고 지금은 이거 공부합니다."

"아직도 고등학교 과정인가요? 제가 말을 말아야죠."

"뭐라고요? 주임님은 뭐 물리학에 대해 잘 아세요?"

"동화씨보다는 잘 알겠죠."

"그럼 메타물질이 뭔지 설명해 줘요."


주동화는 이때다 싶어 얼른 임이섭에게 말했다. 임이섭은 쿡쿡 웃으며 펜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내미는 손이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이었다. 그리고는 왼손으로 펜을 쥐는 것이었다.


"주임님 왜 왼손으로?"


그리고 주동화는, 그제서야 임이섭의 오른팔이 눈에 들어왔다.


긴 팔 자켓을 입고 있어서 미처 몰랐는데, 임이섭의 오른쪽 팔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설마 오른손..."


주동화가 코트의 오른손 팔을 잡아 봤더니, 텅 비어 있었다.


"그날... 잃은 건가요?"


임이섭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동화는 잘려 나가고 없는 임이섭의 오른팔과 임이섭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임이섭은 룩시온의 공격을 받은 팔을 잘라내야 했던 것이다.


주동화는 너무 당황헤서 미안하다는 말도 나오질 않았다.


"저, 저 때문에..."

"아니에요. 제가 바로 병원을 안 간 탓이죠."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그리고서 주동화는 임이섭에게 말했다.


"이런 몸으로 대담에 나갈 수는 없어요. 너무 위험해요."

"몸뚱이는 멀쩡하니 방패로는 쓸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말한 거예요?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주동화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임이섭은 처음부터 싸울 수 없다는 걸 알고서, 방패막이 역할을 할 작정이었던 것이다.


"말도 안 돼요. 일단 의수부터 만듭시다."


틸엘에서는 보조기기 개발도 하고 있다. 그러니 당장 의수를 제작해 줄 수 있을 것이었다.


"필요 없어요. 왼손만으로도 불편하지 않아요."

"저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요. 제발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동화씨 때문이 아니라니까요."


그러나 임이섭은 한사코 거절했고, 주동화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다른 방식으로 임이섭을 설득했다.


"오른팔이 있으면, 주임님이 대담일에 훨씬 도움이 될 거예요."


이 말에 임이섭은 잠깐 멈칫했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주동화는 말을 이었다.


"여기에 저를 만나러 온 건, 뭐라도 하기 위해서잖아요?"


‘살아있으면 뭐라도 하게 되니까요.’


임이섭이 했던 말이다.


살아있으니 권채선을 위해 뭐라도 하려고.


팔 한쪽은 없지만 방패라도 해보려고,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다.


"이왕 하는 거, 잘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결국 임이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동화는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최강의 의수를 만들어 드릴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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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무한한 동력 21.10.03 193 3 12쪽
100 전쟁터 21.10.02 184 4 12쪽
99 문이 열리는 날 21.10.01 185 3 10쪽
98 사탕 한 개 21.09.30 182 4 13쪽
97 옥토 21.09.29 186 3 11쪽
96 51구역 (2) 21.09.28 190 3 13쪽
95 51구역 (1) 21.09.27 18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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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작전 계획 21.09.25 197 3 12쪽
92 잠입 (2) 21.09.24 182 3 11쪽
91 잠입 (1) 21.09.23 19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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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미국으로 (1) 21.09.20 20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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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반은 신, 반은 인간 21.09.14 223 4 11쪽
81 눈속임 장막 21.09.13 227 4 10쪽
80 탑 마스터 21.09.12 220 4 10쪽
79 제온 21.09.11 236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1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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