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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143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10.03 13:05
조회
193
추천
3
글자
12쪽

무한한 동력

DUMMY

하단우는 그 미소를 보고 약간 짜증이 났다.


저것은 강력한 힘을 가진 순혈 반신의 자신감. 아무것도 꿇릴 게 없는 자의 드높은 자존감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백규빈은 단 한 번도,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검열하거나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봐본 적이 없을 것이다.


혼혈로 태어난 그가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처절하게 강해져야 했던 것과 다르다.


하지만, 지금 하려는 일에 하단우는 그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


"맞아요. 내가 하겠다는데."


혼혈이라 인간 편을 드는 거라고, 혼혈은 어쩔 수 없다고, 분명히 누군가가 흉을 보겠지만 상관없었다.


그런 하단우를 보며 하명호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동화가 말했다.


"그러면 우리가 모을 수 있는 전력은 이게 전부네요."

"여기에다 피스메이커 병력 정도겠지."


하명호가 대답했고, 여기에 주동화가 말을 덧붙였다.


"레이젯에서도 전투기를 세 기 출발시켰어요."

"승산이 있을까요?"


하단우가 물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상대는 천국군. 모두가 룩시온과 결합한 자들이고, 숫자가 얼마나 더 쏟아져 나올지 모른다.


심지어 천국의 비행체와는 상대해 본 적도 없다.


이길 수 있을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물러설 곳은 없다.


"싸워 보면 알 수 있겠지."


지금으로서 최선의 대답을 남기고, 주동화는 광화문 광장을 향해 몸을 띄웠다.


그 뒤를 따라 반신들도 천국인들을 상대하기 위해 날아올랐다.



***



광화문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었다.


천국의 보병들은 거침없이 한국인들을 쓰러뜨렸고, 원반형 우주선을 닮은 천국의 비행체들은 공군 전투기들을 공격했다.


공중전에서도 당연히 천국이 우세했다. 쉴 새 없이 쏘아대는 레이저에 공군 전투기와 광화문 삼거리의 건물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져갔다.


그나마 천국의 비행체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것은 반신들의 신수가 유일했다.


그러나 신수는 겨우 세 마리. 반면에 천국의 원반형 비행체는 이미 스무 기가 넘게 떴다. 심지어 계속해서 차원문을 통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신수들은 천국 비행체를 공격할 겨를도 없이, 비행체의 레이저들로부터 사람들과 건물을 보호하는 데 급급했다.


주작이 날개를 펼쳐 레이저를 흡수하고, 백호와 이무기는 비행체 사이를 돌아다니며 레이저 발포를 방해하느라 바빴다.


방어를 하느라 이렇다 할 공격을 가하지 못하니, 이대로 있다가는 한국군이 전멸할 것이 명약관화.


그 모습을 하늘에서 지켜보며 범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고려성 군대를 붙잡고 있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조차 상황이 여의치 않다. 범웅은 앞을 막고 있는 범예와 범헌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예야, 헌아. 고려성이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쟁하다가 전멸한다고! 오빠도 신의 힘을 알잖아!!"


여기에 범헌도 범예를 거들었다.


"형이 다른 성의 총사령관들을 설득해 주면 안 돼? 전쟁을 하지 말자고."


고려성은 천국의 수성(首城) 지위에 있으며, 현 고려성의 황제가 천국의 모든 천국 황제들의 수장이다.


그리고 범웅은 그 뒤를 이어 고려성의 황제가 될 사람.


천국 사람 중에 범웅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범헌이 범웅에게 부탁한 것이지만.


"지금 저들은 각 성의 황명으로 싸우는 자들이야. 내 힘으로 막을 수 없어."

"그럼 내가 가서 막겠어."


범예가 박차고 나가려 하자, 범웅이 붙잡았다.


"네가 이 전쟁을 막아서면, 저들에게 고려성을 적으로 돌릴 정당한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 전쟁에 참가한 4대 강성은, 언제나 천국의 수성 자리를 넘보고 있었다.


"가뜩이나 고려성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자들인데. 먹이를 줘선 안 돼."


그러나 고려성을 칠 명분이 없어 끊임없이 견제하고 위협해 왔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성의 황녀가 이 전쟁을 반대하고 나선다면, 4대 강성에게 고려성을 공격할 명분을 제공하는 꼴이 된다.


범웅은 범예에게 말했다.


"네가 원하지 않으면 너는 이 전쟁에 참전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 전쟁에서 고려성이 빠지면 수성 자리를 내놓아야 할 것이야. 나는 고려의 태자로서 그렇게 둘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범웅은 최민의에게 범예와 범헌을 부탁했다.


"중랑장은 예와 헌을 데리고 고려성으로 돌아가거라."


그렇게 범웅도 군사들을 이끌고 공격을 개시했다.


"오빠!!"


범예가 소리쳤지만 범웅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이렇게 고려성까지 참전을 해버렸고, 범예와 범헌은 해결할 방안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그리고 전쟁에 끼어들지 않고 멀찍이서 관망하고 있는 세 사람은, 당연히 주동화와 하단우의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천국의 공격으로부터 시민들을 구하고 있던 주동화와 하단우는 바로 범예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하단우는 바로 범예에게 화를 내며 따졌다.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가 있어?"

"나도 이럴 줄 몰랐어."

"기껏 도와줬더니 이딴 식으로 뒤통수를 쳐?"

"아니야! 우리도 이용당한 거라고."


범예의 말에 주동화가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에 범예가 대답했다.


"사실 여기에 오기 전에, 천국의 차원 간 전쟁을 고려성이 망쳐버린 적이 있어."

"망쳤다고?"

"정확히 말하면 고려성이 망친 것도 아니야. 그 차원의 생명체들이 강했던 거지."

"혹시 그... 룩시온이 통하지 않았다던 차원?"

"응. 그런데 정복 실패에 대한 책임을 고려성이 전부 뒤집어쓴 것이다."


그리고 범헌이 말을 덧붙였다.


"그 책임을 지고... 이곳에 우리가 직접 수색을 오게 됐어."


범헌의 말에 주동화는 예전에 잠시 의아했던 것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다른 차원의 행성을 수색하러 한 나라의 황족이 직접 왔다는 게 이상했는데,


그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대가로 직접 움직이게 된 것이었다.


"우리는 황족이 직접 수색을 나가는 것으로 책임을 다 졌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범예가 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성의 황제들은, 우리의 생명을 척도로 차원의 안전성을 확인하려 했다."

"생명을 척도로 했다고?"

"우리가 30일간 죽지 않고 살아남았으므로, 이 차원은 정복 가능한 땅이라고 결정한 거지."

"그럼 애초부터... 너희 정찰 결과를 들을 생각도 없었다는 거야?"

"맞아. 정찰 결과와 상관없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범예는 억울해하며 이를 악물었다.


"이 사실을 나도 전혀 몰랐어. 나는 돌아가서 정복 전쟁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할 계획이었다고."


주동화가 보기에, 범예는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하단우도 같은 생각인 듯 범예에게 더 이상 따져 묻지 않았다.


그러나 범예와 범헌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는 사실은 지금 이 시점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


주동화는 지금 그들이 당장 해야 할 일을 말했다.


"당장 이 전쟁을 멈추는 게 급해. 차원문을 통해 더 많은 병력이 들어오기 전에 제압해야 돼."


천국의 병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해갔다. 앞으로 다섯 시간 동안 계속해서 병력이 들어올 것이다.


이대로 병력의 숫자가 늘어나면 순식간에 대한민국 전체, 아니, 어쩌면 지구 전체가 천국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하단우는 위협적인 말투로 범예와 범헌에게 말했다.


"전쟁을 멈추지 못하면 너희 천국인도 위험해질 거야."

"나도 알고 있다. 이 땅에는 반신과 신수가 있으니까."


불안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범예에게 하단우는 쐐기를 박았다.


"잘 알고 있네. 천국인이 이 땅을 정복하면, 반신이 나설 거야."

"그럼 지금은... 반신들이 일부러 침묵하고 있다는 건가?"

"응. 그렇게 적극적인 성격들이 아니라서."


이에 주동화가 말했다.


"하지만 반신이 나설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어. 지금도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고."


지금 이들이 여기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에도, 시민들은 공격을 당하며 쓰러지고 있었다.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이 말이야."


전쟁의 비극은 결과 이전에 과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주동화의 말에 범헌이 앞으로 나섰다.


"나도 너희를 도울게. 전쟁을 해선 안 된다고 이야기 해 볼 것이다."

"말로 안 되면 힘으로라도 막아야지."


범예도 고개를 끄덕이며 뜻을 같이했다. 그러나 최민의가 막아섰다.


"태자 전하의 말씀을 못 들으셨습니까? 두 분 전하께서 여기에 개입하시면 안 됩니다."


이에 범예가 짜증을 냈다.


"뭐? 오빠가 오니까 바로 오빠 말 듣는 거야?"

"4대 강성을 적으로 돌리실 생각입니까?"


범예는 앞을 가로막은 최민의를 노려보았고, 최민의는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제가 막아 보겠습니다. 두 분 전하는 고려성으로 돌아가세요."

"왜 너는 되고 우리는 안 되는데?"

"저는 황족이 아니니까요. 제 독단 행동으로 저만 처벌받으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민의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두 분 전하께서 힘을 더한다고 해서 이 전쟁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최민의의 말에, 범예의 표정이 굳었다.


"너 설마..."

"네, 지금은 활소 개방 말고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너 개방을 무슨 주머니에서 동전 꺼내듯이 말하는구나."


범예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짓을 자꾸 하려고 드는 최민의를 꾸짖었다.


"그리고 지금 개방은 안 돼. 이성을 잃고 닥치는 대로 공격할 것이 아니냐. 그랬다간 방어 능력이 없는 이 땅의 백성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을 막는 게 우선이 아닙니까. 이대로 두면 한국인들은 천국인에게 죽고, 천국인들은 반신들에게 죽습니다."


개방.


평택 전투에서 최민의의 눈이 피처럼 붉어지던 것을 주동화는 선명히 기억한다.


그리고 방금 또 그 단어가 언급되었다. 주동화가 물었다.


"개방이라는 게 뭐야? 특수한 능력이야?"

"그건 능력이 아니라... 일종의 활소 결합 부작용이다."


범예가 대답했다.


"한 번 몸에서 발현하면 평생에 걸쳐 각인처럼 남아있는 증상이지."

"우연히 발생하는 거야?"

"아니. 생명에 위협을 받았을 때, 아주 낮은 확률로 생기는 부작용이다."

"생명의 위협?"

"활소와 결합한 인간이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활소가 방어를 위해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작동하게 돼."

"그래서 그렇게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공격했던 거구나."


주동화는 최민의가 개방했을 때 범예를 공격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러면 전쟁 같은 게 일어나면 다 그렇게 되는 거야? 모두가 생명의 위협을 받잖아."

"그렇진 않아. 신체가 불완전한 유아기에 생기는 현상이라서."

"그렇다는 이야기는... 유아기에 생명을 위협받았을 경우... 나타난다는 거야?"


주동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범예는 잠시 최민의를 바라본 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활소 개방이란, 활소 즉 룩시온이 인간의 의식에서 개방되어 스스로 움직이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개방이 되면서, 동시에 어마어마한 힘을 획득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힘을 내는 원리가 뭐야?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강해지는 거지?"

"원소 중심핵 융합에 의한 동력 발생."


사용된 어휘는 다르지만 그것은 핵융합과 비슷한 의미인 것 같았다.


범예의 입에서 알고 있는 개념이 나오자 주동화의 눈이 커다래졌다.


"활소 자체의 힘이지. 태양과 같은 성질, 즉 한계가 없는 동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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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한 동력 21.10.03 194 3 12쪽
100 전쟁터 21.10.02 184 4 12쪽
99 문이 열리는 날 21.10.01 186 3 10쪽
98 사탕 한 개 21.09.30 18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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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51구역 (2) 21.09.28 190 3 13쪽
95 51구역 (1) 21.09.27 185 4 11쪽
94 첫인상 21.09.26 186 3 12쪽
93 작전 계획 21.09.25 198 3 12쪽
92 잠입 (2) 21.09.24 183 3 11쪽
91 잠입 (1) 21.09.23 197 2 12쪽
90 생물공학정보센터 21.09.22 19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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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미국으로 (1) 21.09.20 20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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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개방 21.09.16 226 4 11쪽
83 전세 역전 21.09.15 227 4 12쪽
82 반은 신, 반은 인간 21.09.14 224 4 11쪽
81 눈속임 장막 21.09.13 228 4 10쪽
80 탑 마스터 21.09.12 221 4 10쪽
79 제온 21.09.11 237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20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1 4 12쪽
75 재회 21.09.07 23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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