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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138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10.05 13:05
조회
200
추천
3
글자
11쪽

살신

DUMMY

주동화에게 설명을 들은 하단우는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너 미쳤어?! 자살하겠다는 거야 지금?"

"천국군을 이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한 거야."

"그 방법으로 룩시온 개방이 된다는 보장이 없잖아!"


주동화가 말한 것은 ‘인위적’ 룩시온 개방이었다.


최민의의 개방은 자연적 현상이지만, 주동화는 개방을 인위적으로 시키고자 했다.


그 방법은, 몸속의 룩시온을 초고온에 노출시키는 것.


"안 된다는 보장도 없어."


주동화의 말에 하단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야. 분신자살이랑 다를 게 없다고."

"분신자살이랑은 다르지. 몸에 불을 붙이는 게 아니니까."

"주작의 날개에 뛰어든다면서! 그러면 당연히 몸에 불이 붙어. 뭐가 다르다는 거야?"

"몸에 불을 붙여도 룩시온을 직접 가열할 수는 없어."


사람의 몸에 불을 붙이면, 신체의 수분 때문에 몸이 타들어 간다기보다 삶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체내의 룩시온에 초고온 에너지는 닿을 수가 없다.


"하지만 물을 만나도 사그라들지 않는 주작의 불꽃은, 룩시온을 달궈줄 거야."


하단우는 주동화가 아주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것 같았다.


"룩시온이 달궈지기 전에 네 피부와 근육은 재가 될 거야."

"상관없어. 의식만 남아있으면 돼."

"완전히 미쳤구나 너."

"네가 주작한테 이야기를 해줘야 돼. 내 몸을 최대한 뜨겁게 불태우라고."


주동화는 하단우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었다. 참다못한 하단우가 주동화를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지금 너는 나보고 널 죽이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아니. 사람들을 구하자고 얘기하는 거야."


그러면서 주동화는 아수라장이 된 종로 거리를 가리켰다.


"천국인들은 곧 종로를 따라서 서울 전체로 퍼질 거야. 이미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었어."


주동화는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주작의 날개로 뛰어들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단우는 그것이 납득할 만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저 사람들의 목숨을 네가 책임질 필요는 없어. 너는 대통령도 아니고 시장도 아니고 뭣도 아니야."


주동화는 룩시온과 결합한 인간이니 얼마든지 여기에서 도망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평생 천국인에게 붙잡히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었다.


지금은 천국군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다 해도, 승산 없는 상황이 되면 후퇴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단우는 이제 천국군을 막는 것이 불가능함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만 주작을 불러들여 전투에서 물러나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주동화가 이런 무모한 짓을 하겠다고 나서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 말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잖아."


주동화가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말하자 하단우는 바로 다그쳤다.


"너도 해결 못 해! 너 룩시온 개방해 본 적 없잖아!"

"하지만 성공할 수도 있어."


그리고 하단우에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하는 게 맞아."


이렇게 말하는 주동화의 눈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었다.


하단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원래 이런 놈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무모할 줄은 몰랐다.


"너는 무섭지도 않아? 죽을 수도 있어."

"응, 알아."

"끔찍하게 괴로울 거야. 몸이 타는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거라고."

"알고 있어."


대답하는 주동화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그것은 틀림없이 두려움이라는 감정의 발현이다.


주동화는 지금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죽음과 고통에 대해.


그러나 생각을 바꿀 마음은 없어 보였다.


"시간 없어. 제발 도와줘."


흔들림 없이 말하는 주동화를 보며 하단우는 알아차렸다.


이 인간은 아마, 자신의 말을 들어줄 때까지 부탁해 올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주동화의 싸움은 전쟁이 끝나거나, 아니면 본인이 끝나거나, 둘 중 하나가 되어야 종료된다.


만약 지금 부탁을 무시한다고 해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몸을 불덩이에 집어 던질 놈이다.


"그래. 내가 네 일에 참견한 게 잘못이지."


하단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런 꼴을 볼 줄 알았으면 평택에 안 갔을 거야."


이 말이 허락의 의미임을 알아챈 주동화는 싱긋 웃었다.


"고마워. 그때부터 계속 도움만 받네."

"너한테 고맙다는 소리 듣고 싶어서 한 일 아니야."


그리고서 하단우는 오른손을 들어 주작을 불렀다. 그리고서 주동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애를 뼛속까지 불살라버려."


하단우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작의 날개가 주동화의 몸을 휘감았다.


"으아아아아아아!!!"


주동화가 괴롭게 울부짖었다. 그 모습을 차마 지켜보지 못하고 하단우는 고개를 숙여 버렸다.


처참한 비명을 견뎌낼 수 없어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결정이 잘못되었나. 끝까지 부탁을 들어주지 말았어야 했나. 뒤늦은 후회에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주동화가 주작에게 공격당한 것을 본 모든 사람이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믿지 못했다.


임제온과 권채선, 백규빈, 하명호, 범예와 범헌, 최민의까지. 모두가 그대로 굳었다.


작열하는 주작의 날개 속에서 한참 동안 들려오던 비명은, 서서히 잠잠해져 갔다.



***



주동화는 눈앞의 공간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어린 시절에 갔던 곳인가. 아니,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낯설다. 이곳은 한국 같지도 않은...


그리고 곧 기억이 났다.


룩시온과 결합했을 때 잠깐 보았던 아버지의 과거.


룩시온의 기억이다.


아버지의 모습이 나타나며 목소리가 들렸다.


"천국에서 다른 차원을 찾아내고 있다고 하던데."


그러자 아버지의 친구가 대답을 했다.


"맞아. 더 이상 룩시온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거든."

"천국에서 룩시온이 고갈되면 큰 문제가 되겠는데."

"그렇지. 국가의 존속 자체가 위태로워질 거야."

"이곳 에렙과 다름없는 지옥이 되겠군."

"그러니 그들은 어떻게든 다른 차원을 정복하려고 하겠지."


아버지와 친구는 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고향도 위험해질 수 있겠네."

"지구라고 했었나? 그곳이 정복 대상이 될 수도 있지."

"만약 천국인이 지구에 쳐들어오면 지구인들은 절대 그들을 이길 수 없어."


아버지 역시, 지구인이 천국인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하지만... 한 명이라도 룩시온과 결합한 사람이 있다면."


아버지가 룩시온 쪽으로, 즉 주동화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러면 희망이 아예 없지는 않아."


아버지의 말을 들은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렇게 목숨을 걸고 룩시온을 손에 넣은 거군."


그리고서 아버지에게 물었다.


"레오 네가 직접 룩시온과 결합할 생각이야?"

"글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리고서 아버지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돌아가서 내 아들을 만나보면 결정할 수 있겠지."


이것을 마지막으로, 밝은 빛과 함께 시야가 흐려졌다.


의식이 돌아온 주동화는 천천히 눈을 떠 보았다. 태양처럼 붉게 변한 눈동자에 풍경이 담겼다.


눈앞에는 새빨간 불꽃뿐이다. 그는 자신이 주작의 날개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조금도 뜨겁지 않았다. 오히려 더 뜨겁게 느껴지는 것은 그의 몸속이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에너지가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주동화는 바깥의 상황을 보기 위해 주작의 날개로부터 벗어나 하늘로 솟아올랐다.


"주동화?!"


그때 하단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동화는 하단우 쪽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상공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광화문은 여전히 전쟁터였다. 그의 머리 위에는 천국군 비행체가 수십 기 떠 있다.


주동화는 손가락을 들어 천국군 비행체를 향해 전기를 쏘아 보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전기가 발생하며 천국의 비행체를 명중시켰고, 비행체는 땅으로 추락했다.


예전과 비교했을 때 말도 안 되게 강력해진 파워였다.


그러나 주동화는 전보다 강해진 힘보다, 에너지 소모 때문에 더 크게 놀랐다.


지금까지 룩시온 모드가 그의 정신에너지를 앗아갔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룩시온 컨트롤에 아무런 힘도 들지 않았다.


"이게... 개방인가?"


주동화는 몸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에너지에 신기해하며 중얼거렸다.


주동화는 이어서 천국군 비행체를 모조리 땅으로 끌어 내렸다.


그의 손가락질 한 번에 그 강력하던 원반형 비행체들은 맥도 못 추리고 지상에 처박혔다.


정말이지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전지전능이라는 말로 표현할 만하다.


지금 이 땅에 있는 모든 천국인들을 쓰러뜨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주동화는 즉시 반경 1km 안에 있는 모든 천국인을 골라내어 영향력을 미쳤다.


단 한 명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 잘못해서 시민에게 공격을 가해서는 안 된다.


주동화는 초집중을 유지한 채 천국인들만을 솎아내었다.


이 모든 과정은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수천명 천국인 병사들의 몸속에 영향을 주어 뇌로 흐르는 피를 일시적으로 멎게 만들었다.


뇌혈류량이 급격하게 감소하자 천국군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지금까지 그 어떤 공격을 해도 통하지 않던 천국인들의 강력한 방어막이, 일격에 뚫려 버린 것이다.


정신없이 싸우고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픽픽 쓰러지는 천국군에 당황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모든 천국군이 나동그라져 전투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을 내려다보며, 주동화는 하늘에 우뚝 서 있었다.


"이겼다!!"

"우리가 승리했다!!"


사람들의 함성이 광화문 광장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동화는 아직 기뻐하기 이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차원의 문이 열려있는 상태고, 천국인들은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었다. 차원문이 닫힐 때까지 안전하지 않다.


주동화는 붉은 눈을 번뜩이며 차원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그가 조금 전 쓰러뜨린 천국군을 모두 땅에서 들어 올렸다.


범예와 범헌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동화가 뻗은 에너지에 의해 천국인들은 하얀 광채에 둘러싸여 허공으로 떠올랐다.


승전보를 외치던 시민들은, 의식을 잃은 채 하늘에 둥둥 떠 있는 천국인을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그리고 주동화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돌아가라."


그것과 동시에, 허공에 떠 있던 천국인들이 차원문으로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거대한 섬광들이 한데 모이는 것처럼 차원문을 향했다.


차원문에 사람이 마구잡이로 넘어오자, 차원문을 나오려 했던 천국군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천 명의 천국인이 모두 차원문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빛줄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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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신 21.10.05 201 3 11쪽
102 이대로 끝인가 21.10.04 185 3 13쪽
101 무한한 동력 21.10.03 193 3 12쪽
100 전쟁터 21.10.02 184 4 12쪽
99 문이 열리는 날 21.10.01 186 3 10쪽
98 사탕 한 개 21.09.30 182 4 13쪽
97 옥토 21.09.29 187 3 11쪽
96 51구역 (2) 21.09.28 190 3 13쪽
95 51구역 (1) 21.09.27 184 4 11쪽
94 첫인상 21.09.26 186 3 12쪽
93 작전 계획 21.09.25 197 3 12쪽
92 잠입 (2) 21.09.24 183 3 11쪽
91 잠입 (1) 21.09.23 197 2 12쪽
90 생물공학정보센터 21.09.22 190 3 10쪽
89 미국으로 (2) 21.09.21 206 3 12쪽
88 미국으로 (1) 21.09.20 204 4 12쪽
87 동맹 결렬 21.09.19 204 4 11쪽
86 교역 불가 21.09.18 212 4 13쪽
85 전투가 성립되지 않는 상대 21.09.17 229 4 11쪽
84 개방 21.09.16 226 4 11쪽
83 전세 역전 21.09.15 227 4 12쪽
82 반은 신, 반은 인간 21.09.14 224 4 11쪽
81 눈속임 장막 21.09.13 228 4 10쪽
80 탑 마스터 21.09.12 221 4 10쪽
79 제온 21.09.11 237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20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1 4 12쪽
75 재회 21.09.07 23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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