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117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09.22 13:05
조회
189
추천
3
글자
10쪽

생물공학정보센터

DUMMY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




미군 전용기를 타고 주동화가 도착한 곳은 미국의 생물공학정보센터였다.


그리고 미국에 도착한 주동화는,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고야 말았다.


언어가 전혀 안 통한다.


한국에서는 소령이 통역을 해줬지만 미국으로 오니 통역도 없고, 진짜 죄다 미국인밖에 없었다.


더 환장하겠는 것은 범예가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었다. 범예는 미군들이 떠드는 이야기를 들으며 전혀 답답한 표정이 아니었다. 전부 알아듣고 있는 것이다.


"넌 어떻게 영어를 할 줄 알아?"

"영어가 뭐야?"

"저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언어."

"이 언어를 너희는 영어라고 하는구나."

"네가 사는 차원에도 영어가 있어?"

"천국의 서쪽에 에렙이라는 연방국가가 있는데, 에렙 연방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언어 중에 하나야."


그리고서 범예는 당연하다는 투로 말했다.


"다른 나라 말을 익히는 건 황족에게 당연한 교양이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면 범예가 진짜 황족은 황족인가 싶다.


그래서 오히려 주동화가 물어보고 있었다.


"방금 저 아저씨가 뭐라고 한 거야?"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과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서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말하는 소리가 다 들리는데 뭔 뜻인지를 모르겠다.


주동화의 물음에 범예가 대답했다.


"나를 가지고 실험을 하겠다는데."

"뭐라고?"

"이틀 뒤 오후 1시. 날짜까지 확정하는군."

"그걸 그렇게 평온하게 말할 일이야?"


시간이 촉박하다. 저 연구원들이 범예의 배를 가르기 전에 미국을 탈출해야 했다.


그것을 위해서는 모레 1시 전까지 최민의와 범헌을 찾아서 구해야 하는 것이다. 주동화는 범예에게 작게 속삭였다.


"나는 지금 시카고로 갈게. 최민의를 구하는 대로 너를 찾으러 올 거야."

"민의는 분명히 너를 경계할 거야."


그리고서 범예는 묶고 있던 머리를 풀었다. 삼단 같은 머리카락이 어깨로 우르르 쏟아졌다.


풀어낸 머리끈에는 금으로 된 나비 모양 장식이 붙어 있었다. 범예는 장식을 손가락으로 살짝 매만졌다.


그랬더니 손가락이 지나간 자리에 한자 비슷한 글자가 각인되어 나왔다.


"이걸 가져가. 내 필체를 알아볼 거야."


주동화는 범예가 내민 머리 장식에 새겨진 글자를 읽어보았다.


"한자...처럼 생겼네."

"천국에서 쓰는 문자야. 읽을 수 있어?"

"아는 글자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고..."


주동화는 원래 한자를 잘 모르기도 하고, 이 글자가 한자가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천국에서는 한글을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주동화는 범예가 준 머리 장식을 챙겼다.


방금 전에 권채선으로부터 시카고에서 접선할 장소의 주소를 알리는 문자도 도착했다.


이제 관건은 미군들 몰래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


무슨 핑계를 대고 여기서 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연구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다가와서 주동화에게 말을 걸었다.


"누구십니까?"


이 정도 영어는 알아듣기 때문에, 주동화는 서툰 영어로 대답을 했다.


"저는 주동화입니다. 한국인입니다."


이에 연구원이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뭐라뭐라 길게 대꾸했다. 주동화는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고, 범예가 통역을 해 주었다.


"네가 그 룩시온과 결합한 사람이냐는데?"

"아... 왜요?"


주동화가 영어로 와이, 라고 묻자, 연구원은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것을 가만히 듣고 있던 범예가 말했다.


"너의 몸을 잠시 살펴봐도 되냐는 군."

"그건 곤란하다고 말해 줘."


이에 범예가 연구원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나서, 주동화에게 말했다.


"미국에서 머물 거라면 자기들이 숙소를 제공해 줄 수 있대."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주동화는 짧은 영어로 거절을 했다. 연구원의 눈이 절대로 손님을 대하는 눈빛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장이라도 주사를 찌르고 배를 갈라서 보고 싶다는, 연구 대상을 대하는 태도였다.


그러나 연구원은 끈질기게 말을 붙이며 주동화를 붙잡으려 했고, 당황한 주동화가 한사코 거절을 하고 있을 때,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미군 한 명이 다가왔다.


주동화는 미군이 그를 도와주려고 하는 줄 알았지만,


"당신의 역할은 이것으로 끝났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십시오."


주동화는 미군이 말한 앞부분은 못 알아들었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정확히 알아들었다.


"한국군과는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당신의 인도를 위해 한국군이 이곳으로 올 것입니다."


미군은 이렇게 말하고서 돌아섰다. 범예가 미국에 무사히 도착했으므로 네가 할 일은 다 했으니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미군에게 주동화는 신뢰할 수 없는 외국인이고, 그래서 그들의 일에 더는 개입하지 못하게 내쫓아 버리려는 상황.


그러나 여기로 국군이 온다면 시카고에 가야 하는 계획에 지장이 생긴다. 시카고에 볼일이 있어서 가겠다고 하면 국군이 허락해 줄까.


"그럴 리가 없지."


공식적인 시카고 행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 어떤 핑계를 댄다고 한들 혼자서 시카고에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빤히 룩시온과 결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멋대로 돌아다니게 놔둘 리가 없다. 국군이 허락하기 이전에 미국이 불허할 테니 단독행동은 무리다.


생물공학정보센터 연구원들은 두 눈을 반짝이며 주동화를 쳐다보고 있고, 미군은 자기네들 작전에 외국인이 끼어들까 봐 한껏 예민하다.


어느 쪽이든 안전한 상대는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놓고 미국을 활보했다가는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게 당연하다.


"너, 한국으로 돌아가면 안 되잖아."


그때 범예가 작게 말했다. 최민의와 범헌이 미국에 있는데, 그들을 구해야 하는 주동화가 한국으로 돌아갈까 봐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응, 국군이 데리러 오기 전에 여기서 나가야지."


이제 룩시온 모드에서 눈속임 장막을 쓸 수가 있으니, 그것으로 모습을 숨겨서 빠져나가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너무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그 많은 사람이 모두 주동화와 범예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모습을 감추면 모두가 알아챌 테고, 바로 무장한 군인들이 뒤를 따라붙을 것이다.


만에 하나 생물공학정보센터를 무사히 빠져나간다고 해도, 미군들은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동화를 추적할 것이다. 최민의와 범헌에 대한 경계도 강화될 것이 당연하다.


주동화는 되도록이면 미군의 관심을 끌고 싶지 않았다.


"내가 시선을 끌게."


범예가 말했다. 주동화의 생각을 읽은 것 같았다.


그러나 여기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돌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군이 나를 데리러 오면, 내가 없다는 걸 알아챌 거야."


그러자 범예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물었다.


"한국군은 미국군보다 힘이 약하지?"

"뭐?"


뜬금없는 질문에 주동화가 되묻자 범예는 대답을 재촉했다.


"네가 그랬잖아. 미국은 이 세계 최강의 국가라고. 그렇다면 당연히 군사력도 한국보다 강하겠지."

"응, 맞아."


주동화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그러자 범예가 다시 말했다.


"한국군의 입장에서는 미국군이 두렵고 불편하겠군."

"음... 어느 정도는 그럴 수 있지."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니 주동화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주동화의 대답을 들은 범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간단하겠네."

"뭐가 간단하다는 거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눈속임 기술을 쓸 준비나 하고 있어."


그리고서 범예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가까운 곳에 있는 음료수 자판기로 달려갔다.


범예가 움직이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범예에게로 향했고, 자판기 앞에 선 범예는 갑자기 자판기를 마구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연구원들과 미군이 모두 범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자판기 쪽으로 쏠린 순간, 주동화는 눈속임 장막으로 몸을 감추었다.


자판기를 두드리는 범예를 사람들이 말리자, 범예는 배가 고프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연구원들이 식사를 주겠다며 범예를 달랬고, 범예는 주동화의 모습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목적을 달성한 범예는 다시 조용해졌다. 덕분에 모습을 숨긴 주동화가 센터를 빠져나가려는데, 한국 군인들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를 한국에 데려가기 위해 온 장병들이었다. 그것을 본 주동화는 탄식을 뱉었다.


"아...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정확히 그가 우려했던 상황이었다. 이제 저들이 주동화를 찾을 것이고, 그가 사라졌다는 것을 미군들이 알아차릴 것이었다.


역시 한국군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주동화를 찾았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 보일 리가 만무.


한참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던 국군은 미군에게로 다가가 주동화를 데리러 왔다고 말했고, 그때 옆에 있던 범예가 영어로 대답했다.


"주동화는 아까 한국군이 와서 데리고 갔어."

"뭐라고?"


국군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언제?"

"방금 전에. 군 내부 소통에 문제가 있었나 보군."


범예가 다시 영어로, 한심하다는 투로 빈정거리자, 미군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이에 한국군은 미군의 눈치를 보며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는 슬쩍 빠져나와 무전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주동화가 여기에 없다, 누가 데리고 갔는지 확인 바란다, 라고 하면서 본부에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나서 한국군은 센터를 빠져나갔다. 센터를 나가는 중에도 쉬지 않고 무전을 주고받으며 내부에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주동화가 보기에 저 모습은 마치, 틸엘 연구실에서 주임급 연구원이 사고를 쳤을 때, 책임님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선임급 선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과 비슷했다.


주임 연구원이 저 장병들이고, 선임급이 한국군, 책임님이 미군인 셈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주동화는 유유히 센터를 빠져나왔다.


그건 그렇고, 범예는 한국군이 미국군에게 갖는 심리를 이용해 이런 작전을 생각해 낸 것이다.


범헌의 말에 따르면 범예는 고려성 최고의 무장이라는데, 정말 군대를 통솔해본 건가 싶었다.


무사히 센터 밖으로 나온 주동화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금부터는 미국의 상공을 횡단해야 한다. 주동화는 지도 앱을 켜서 시카고의 위치를 찾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4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완결) 21.10.06 287 6 13쪽
103 살신 21.10.05 200 3 11쪽
102 이대로 끝인가 21.10.04 184 3 13쪽
101 무한한 동력 21.10.03 193 3 12쪽
100 전쟁터 21.10.02 184 4 12쪽
99 문이 열리는 날 21.10.01 185 3 10쪽
98 사탕 한 개 21.09.30 182 4 13쪽
97 옥토 21.09.29 186 3 11쪽
96 51구역 (2) 21.09.28 190 3 13쪽
95 51구역 (1) 21.09.27 184 4 11쪽
94 첫인상 21.09.26 186 3 12쪽
93 작전 계획 21.09.25 197 3 12쪽
92 잠입 (2) 21.09.24 182 3 11쪽
91 잠입 (1) 21.09.23 197 2 12쪽
» 생물공학정보센터 21.09.22 190 3 10쪽
89 미국으로 (2) 21.09.21 205 3 12쪽
88 미국으로 (1) 21.09.20 203 4 12쪽
87 동맹 결렬 21.09.19 204 4 11쪽
86 교역 불가 21.09.18 211 4 13쪽
85 전투가 성립되지 않는 상대 21.09.17 228 4 11쪽
84 개방 21.09.16 225 4 11쪽
83 전세 역전 21.09.15 226 4 12쪽
82 반은 신, 반은 인간 21.09.14 223 4 11쪽
81 눈속임 장막 21.09.13 227 4 10쪽
80 탑 마스터 21.09.12 220 4 10쪽
79 제온 21.09.11 236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19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0 4 12쪽
75 재회 21.09.07 236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