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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의 소소한 컨츄리라이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쥬단
작품등록일 :
2023.11.28 13:30
최근연재일 :
2024.01.18 18:3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8,406
추천수 :
233
글자수 :
185,684

작성
24.01.02 18:20
조회
124
추천
4
글자
12쪽

28화 미안하다, 선물이야 (2)

DUMMY

최도필은 아침부터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제 마신 술도 덜 깬 데다 며칠 전 집을 나간 마누라 행방을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까닭이다.


사흘 걸러 한 번씩 두들겨 패긴 했어도 금붙이나 현금 얼마 던져주면 고분고분 하던 마누라가 닷새 전 새벽, 속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은 채 도망을 쳤다.


도망 칠 거란 생각은 한순간도 한 적 없었기에, 방심했던 자신에게 부아가 치밀어 죽을 지경,


‘이 년을 어디 가서 찾지?’


가볼 만한 곳, 웬만한 지인은 다 찾아봤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좀 때리긴 했어도 아쉬울 것 없이 살게 해주지 않았는가.


‘복에 겨운 년이 간땡이가 부어서는. 찾기만 해봐라, 아주 뼈도 못 추리게 아작을 낼 테니.’


오늘은 마누라를 처음 만났던 전주를 다시 가보려 던 참이었다.


그런데,


마누라 찾는다고 여기저기 줄을 대고, 경비를 쓰느라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


‘오늘, 내일 이틀만 나가서 바짝 땡기자. 좀 춥긴 해도 마침 주말이니 나가기만 하면 돈은 알아서 굴러온다.’


계획을 수정한 최도필이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켠 후 전화기를 들었다.


***



“형님. 날도 춥고 사람들이 모이겠어요? 공 치느니 어디 가서 해장이나 합시다.”

“재수 없게! 개소리 하려거든 빠지든가.”

“왜들 이래. 자,자, 이럴수록 분위기 확 달궈야지. 사람들 눈치 못 채게 멀찍이 떨어지라고. 자기 순서 잊지 말고. 시작해요, 형님.”


“자!자! 공이 들어있는 컵만 찍으면 내가 건 돈의 두 배! 안 하면 나만 손해! ”


최도필의 손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파란색 플라스틱 컵의 위치를 바꿔가며 손 안의 주황색 말랑한 공을 보여줬다.


누가 봐도 오른 쪽 끝의 컵에 공을 숨겼고,


그 때 바람잡이 한 명이 나서서 오른쪽 끝의 컵 위에 손을 올렸다.


“이거 뒤집어서 공 나오면 정말 돈 두 배 주는 거요?”

“돈 먼저 걸어요.”


남자가 주머니에서 만원 지폐를 두 장을 꺼내자, 한 패라는 걸 알리 없는 구경꾼들 사이에서 소요가 일었다.


최도필이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며 바람잡이를 회유한다.


“자! 바꿀 기회 한 번 주겠소. 잘 생각해요.”


바람잡이가 고개를 돌려 구경꾼들을 쳐다봤다.


구경꾼 대다수도 오른쪽 끝 컵 안에 공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동조했다가 돈을 잃으면 원망을 들을 테니 다들 무 표정,


“바꾸긴 뭘, 그냥 이걸로 해요.”

“난, 분명히 기회 줬시다? 잃고 후회하지 마시오.”


최도필이 실망하는 기색을 띄며 직접 컵을 뒤집으라고 말한다.


바람잡이가 컵을 뒤집었고, 당연히 주황색 공이 있다.


“오!”

“와!”

“아씨, 나도 저기 생각 했는데!”


누군 가는 환호를, 누군 가는 탄식하는 구경꾼들을 보며 바람잡이가 쐐기를 박았다.


“빨리 4만원 내 놔요. 캬! 이럴 줄 알았으면 돈 더 거는 건데. 거 한판 더 합시다.”

“됐소. 이거 받고 얼른 가요. 에이, 씨.”


바람잡이가 건 2만원에 2만원을 더해 4만원을 쥐어주며 씩씩 거리는 최도필과 만 면에 웃음을 띈 채 현장을 떠나는 바람잡이.


속으로 바람잡이가 가리켰던 컵을 찍었던 구경꾼들은 자신들도 도전 하기만 하면 돈을 딸 것 같은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그 뒤 세 사람이 도전했지만 당연히 실패였다.


연속 돈을 잃는 사람들로 분위기가 식으며 술렁거릴 즈음 다음 순서의 바람잡이가 등장하여 두 배의 돈을 따 갔고,


이어서 두 사람이 연속 도전했는데,


그 중 한 사람은 아까 잃었던 돈까지 회수하려는 듯 삼 만원을 걸었지만 당연히 실패다.


아침까지만 해도 더러웠던 기분이 나아지며 최도필의 얼굴에 만족감이 드리울 즈음.


“여기요.”


눈만 빼꼼히 내놓고 목도리를 칭칭 감은 젊은 여자가 만원 지폐 한 장을 판 위에 올렸다.


아직 어린 티가 벗어지지 않은 소년과 함께였다.



***



“이거 정말 받아도 되는 거요?”

“그럼요. 그리고, 다시는 이런 거 하지 마세요. 이거 다 속임수예요. 절대로 딸 수가 없는 게임이라고요.”

“거, 왕창 딴 사람이 할 말은 아닌 듯 하오 만?”

“저는 운이 좋았던 거고요.”


사람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젊은 여자가 주는 돈을 돌려받고 자리를 떴다.


그들 중 몇은 다른 곳의 야바위꾼들이 펼쳐 놓은 판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 여자에게 있는 운이 나한테 만 없으란 법은 없지.’



***



“해선아, 너 정말 어떻게 안 거야?”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공이 다 보이던데요?”

“그 사람 인상 엄청 안 좋던데.”

“에이,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 사람들도 다 상도의라는 게 있는데, 저기서 계속 하려면요.”

“...?!”

“선생님, 우리 선물 사러 가요.”

“...선물?”

“네. 재희꺼랑 친구들꺼요.”

“아, 재희? 그래. 사야지. 흐흥. 뭐가 좋을까?”



편미영은 자꾸만 오던 길을 뒤돌아 봤다.


얼굴에 화덕을 뒤집어쓴 듯 타오르며 곧 터질 것 같던 그 남자가 뒤쫓아와 머리채를 나꿔챌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선생이 어린 제자 데리고 야바위라니. 미쳤네, 정말. 내가 요즘 왜 이러지?'


그러다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그래, 이건 게임이었어. 게임에서 이겼으니 돈을 따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게다가 앞서 돈을 잃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딴 돈을 떼어서 돌려 주기까지 했고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쉬운 걸 사람들은 왜 공이 들어간 컵을 못 맞히는 걸까? 해선인 영혼이 맑은 아이라 눈에 다 보였던 걸까?


'아휴, 빨리 시골 내려가서 재희 보고 싶다.'


어린 제자의 갈색 눈동자는 들여다볼수록 깊이를 가늠하기 더욱 어려워 재희 생각으로 머릿속을 환기하는 편미영이었다.



***



아마도 첫 게임에 여자가 도전 했다면 받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은 지금 기막힌 타이밍에 등장 해준 젊은 여자와 소년이 내심 반가운 최도필이었다.


그래서,


첫 판은 이기게 해 줄 요량이었다.


두 배의 돈을 쥐어준 후 기분을 띄워 준 다음 수중의 돈을 다 따 내고 오늘 판은 접는다,


어디 가서 질펀하게 한탕 마신 후 내일은 자리를 옮겨 판을 벌리는 것.


그것이 최도필의 계획이었으나.



...???



정신을 차렸을 땐 오늘 딴 돈은 고사하고 수중에 있던 돈과 바람잡이들에게 빌린 돈까지 다 잃은 뒤였다.


전국을 다니며 야바위로 순진한 이들의 주머니를 터는 최도필,


제 아무리 많은 눈이 지켜 본들, 그 눈보다 최도필의 손이 빠르다.


손은 여전히 빨랐고,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기술이 먹히질 않는다.


사실,


돈을 건 사람들이 세 개 중 어떤 컵을 골라도 컵 안엔 공이 없다.


현란한 빠르기로 컵의 위치를 바꿀 때 손바닥 안에 공을 숨기기 때문.


도전자가 컵을 뒤집어 공이 없다는 걸 확인하면 최도필이 다른 두 개의 컵을 뒤집으며 슬쩍 하나의 컵 안에 공을 밀어 넣으면 되는데,



....???


왜!!! 안되냐고!!!!!


똥 줄이 타고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누군가 자신의 손을 조종하는 느낌,


‘....시발! 뭐냐, 이거!’


젊은 여자는 돈을 걸었고, 옆에 쪼그리고 앉은 소년이 물끄러미 바라보다 조용히 컵 위에 손을 올린다,


저들에게서 이상한 건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저들이 따 간 돈을 되찾는 방법은 하나 뿐!!!


마지막 판을 시작하기 전,


구경꾼 너머 낯빛이 시커멓게 변해버린 바람잡이들에게 눈 짓을 보내는 최도필,


저들이 어깨를 맞대고 좁은 골목으로 사라졌다.


이 곳은 지켜보는 눈이 너무 많다.



***


젊은 여자와 복숭아 빛 뺨을 한 소년이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 주고 있다.


어떤 이는 안도감에 한숨을 쉬고, 어떤 이는 다른 야바위 판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등신같은 새끼들! 평생을 해봐라.’


그들에게 욕지기를 퍼붓고는 어금니를 꽉 문 채 뒤를 밟는 최도필.


‘시벌것들, 많이도 사네.’


여자와 소년의 양손에 들린 검은 봉다리를 보자 분노가 끓어오른다.


최도필은,


바람잡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골목으로 유인한 후 돈만 뺐으면 됐지만,


도망간 마누라부터, 끗발 좋았다가 저것들이 등장하고부터 망친 일진을 생각하니 머리에 뚜껑이 있다면 폭발할 지경.


작고 여린 젊은 여자, 겨우 소년 티를 벗은 남자 아이, 한 주먹 거리도 안되는 것들을 숨어서 쫓고 있다니...


한심하지 않은가.


최도필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차갑고 단단한 그것, 맥가이버 칼의 작은 칼날 쪽을 펼쳐 옷 소매 안에 감췄다.


그 때,


“선생님, 저 화장실이요.”

“호홍. 선생님도.”



최도필은 실소가 터져 나왔다.


‘파하하핫-!!!’


엄마와 아들이라기엔 여자가 너무 젊어 보이긴 했다.


그래도 최소 조카와 이모? 고모? 정도 일거라 생각했는데,


‘뭐? 선생? 선생이라고? 저 시벌것들이 진짜!!!’



눈이 뒤집어진 최도필은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는 소년을 뒤따라 들어갔고,


잠시후,


“선생님-!”


볼 일을 마친, 시원하고 가벼운 표정의 박해선과 편미영이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


사람들로 넘쳤던 골목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좌판을 깔았던 사람들이 다 돌아간 후로도 한참 뒤,


화장실을 청소하던 사람에게 발견된 최도필은 눈물, 콧물, 똥 물까지 지린 채 두 눈만 껌벅였다.


일면 식이 있던 사람들이 몰려와 어찌 된 연유 인지를 물었으나!


소년의 뒷목을 찌르려 치켜 올렸던 저의 팔이 허공에서 그대로 멈췄던 것에 대해,


보이지 않는 투명 끈이 온 몸을 칭칭 감아 조여왔던 것에 대해,


두번 다시 이 짓을 했다간 죽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소년이 목례를 하고 나갔던 것에 대해,



최도필은 입을 꾹 다물었다.



***


“새끼, 줘 팬다매?”

“빙신아, 말이 그런 거지. 누가 진짜로 팬다고 했냐?”

“지랄허네. 솔직히 말해봐. 너 인마, 이거 선사 안받았어두 안 팼냐?”

“...몰라, 새꺄.”

“야, 내 그림이 더 멋있는 거 같지않냐? 내가 바꿔 줄까?.”

“됐어, 빙신아.”


집으로 돌아가다 말고 달빛 아래서 옥신각신 하는 원차웅과 장흑수를 보니 그저 한심하기만 한 박재학은,


왼쪽 손목을 달빛 아래로 조금 더 가까이 쭈욱 뻗었다.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5형제 그림이 그려진 손목시계,


제 손목이 이렇게 멋있을 일인가.


좋아 죽겠어서 웃음이 실금 실금 나오는 게 이러다 오줌이 나올 것만 같다.


저 독수리 5형제 중 둘은 분명 박해선과 자신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머지 셋은...?


잘 모르겠고, 박해선이 좋으면 자신은 무조건 오케이다.


‘저 새끼들! 밤새 싸우겠다. 철 든 줄 알았더니 멀었네. 새끼들.’



***


다음 날,


선물을 받고 좋아 죽겠는 또 하나의 영혼이 있었으니,


삑-삑-삐익-

번쩍-번쩍-


“꺄-하하하-핰-.”


걸을 때마다 삑삑 거리며 번쩍번쩍 빛을 내는 신발을 신고 하루 종일 걷고 또 걷는 재희와,


“아우웅, 우디 대희, 그더케 좋아요? 흐흐흥.”


여전히 재희만 보면 혀가 짧아지는 편미영 선생님 덕에 하재숙과 하재숙 엄마가 하루 휴가를 제대로 얻었다.


햇살이 따스해 망정이지 재희도, 선생님도 꽁꽁 얼어 동태가 될 것만 같다.



***


어느새 훌쩍 커버려 또래 들 중 키도, 등치도 제일 큰 아들이건만 매 끼니마다 무얼 해 먹이면 좋을지 고민하는 엄마와,


이쁜이만 졸졸 따라다니는 뭉치와,


그런 뭉치가 귀찮아 슬금 슬금 피하면서도 예뻐서 어쩔 줄 모르겠는지 핥아주고 토닥여주는 이쁜이와,


"미안하다, 선물이야."


한마디에 쳐들어온 목적을 까맣게 잊고 입이 귀에 가 걸렸던,


철이 든 것도 안든 것도 아닌 친구 놈들과,


황량했던 마른 들판에 연두빛 생명들이 움트는 봄의 소리를 온 감각으로 느끼고 있자니,


이상하게 자꾸만 배가 불렀다.


엄마가 말하는,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어떤 건지 알 것만 같은 박해선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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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웰컴투 in화라리 (1) 24.01.16 69 4 11쪽
35 35화 화라리 in 화라리 (2) 24.01.15 76 4 10쪽
34 34화 화라리 in 화라리 (1) 24.01.13 79 4 10쪽
33 33화 나비 (5) 24.01.10 95 3 9쪽
32 32화 나비 (4) 24.01.09 91 3 10쪽
31 31화 나비 (3) 24.01.08 93 3 10쪽
30 30화 나비 (2) 24.01.05 116 5 10쪽
29 29화 나비 (1) 24.01.03 126 4 10쪽
» 28화 미안하다, 선물이야 (2) 24.01.02 125 4 12쪽
27 27화 미안하다, 선물이야 (1) +1 23.12.31 124 4 9쪽
26 26화 딱 한번만 (2) 23.12.29 128 4 10쪽
25 25화 딱 한번만 (1) 23.12.28 125 4 11쪽
24 24화 또 다른 기억 23.12.26 129 5 12쪽
23 23화 졸업, 그리고 +1 23.12.23 153 4 12쪽
22 22화 북극성 23.12.21 155 5 12쪽
21 21화 파티 (Party 아이엠그라운드 지옥) +1 23.12.20 169 6 12쪽
20 20화 득환이 (2) 23.12.19 171 5 12쪽
19 19화 득환이 (1) 23.12.18 182 5 12쪽
18 18화 '도마네' (3) 23.12.16 191 5 12쪽
17 17화 '도마네' (2) 23.12.15 200 5 12쪽
16 16화 '도마네' (1) 23.12.13 208 5 11쪽
15 15화 송윤정네 할머니 (3) 23.12.12 205 6 11쪽
14 14화 송윤정네 할머니 (2) 23.12.11 205 5 12쪽
13 13화 송윤정네 할머니 (1) 23.12.09 210 7 11쪽
12 12화 하찮은 게 더 힘드네 23.12.08 232 6 11쪽
11 11화 울지마, 누렁소 (2) 23.12.07 240 6 11쪽
10 10화 울지마, 누렁소 (1) 23.12.06 265 6 12쪽
9 9화 순영이, 이사 가던 날 23.12.05 271 8 11쪽
8 8화 입술이 누에 같잖아 23.12.04 30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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