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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의 소소한 컨츄리라이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쥬단
작품등록일 :
2023.11.28 13:30
최근연재일 :
2024.01.18 18:3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8,389
추천수 :
233
글자수 :
185,684

작성
23.12.31 20:40
조회
123
추천
4
글자
9쪽

27화 미안하다, 선물이야 (1)

DUMMY

석달같은 3일을 보내고 돌아온 화라리는 마치 3년만에 보는 듯 더없이 반가웠다.


눈 덮인 들판에 내려앉은 오후햇살, 집집마다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 아직은 차갑지만 봄기운을 머금고 부는 바람,


그리고,


“우리아들, 못본새 훌쩍 컸네?”


며칠 전의 어색함 따위 멀리 날려버리신 듯 활짝 웃으며 두 팔 벌려 안아주는 엄마,


버스가 서기도 전부터 해선을 찾아 뛰어오르며 헥헥 거리는 이쁜이,


다 그대로네.



***



“엄마, 칼국수 정말 맛있어요.”

“많이 먹어. 꼬랑지 떼어놨으니 이따 화로에 구워 먹고?”

“...네.”

“세 밤밖에 안있어서 구경 별로 못했지.”

“선생님이 여기 저기 많이 데려가 주셨어요. 서울은 너무 복잡하고 시끄러워서 전 여기가 더 좋아요.”

“그래도 사람들은 서울이 좋다고 다 서울로 가잖아?”

“엄마, 국수 더 주세요. 식은밥도요. 말아 먹을래요.”

“응? 그래, 그래.”


해선과 민경선에게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평화롭지 못한 두 생명체가 있었으니...


“푸하하핰- 아이고, 이쁜아!”


끼이잉-


이쁜이만 졸졸 따라 다니며 귀찮게 하던 뭉치가 앞발을 모으고 엎드린 이쁜이 등 위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잠들었다.


두 눈 가득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함에도 차마 떨궈내지 못하는 이쁜이와,


이쁜이가 숨쉴때마다 오르락 내리락 시소를 타듯 그저 평안하게만 보이는 뭉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우습기도 했고, 왠지 앞으로의 이쁜이 삶이 평탄치 않을것같은 예감에 녀석이 좀 짠했다.


아니, 무슨 늑대도 아니고. 아무래도 천하의 이쁜이가 뭉치에게 각인된 듯 하다.



***


사실 해선은 뭉치를 더 걱정했었다.


작고 여린, 아직은 아기인 뭉치가 이쁜일 무서워 하면 어쩌나, 또 엄마에겐 무어라 설명해야 하나.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고, 반전이 펼쳐졌지만 말이다.


버스 차창 높이까지 뛰어오르며 반기던 이쁜이는 막상 버스에서 내린 해선이 엄마와 반갑게 포옹하는 뒤로 숨어버렸다.


해선의 품에서 폴짝 뛰어내린 하얀 털뭉치때문이었는데,


뽀르르-


하얗고 동그란 털뭉치가 이쁜일 향해 굴러갔고,


...???


처음에 그것의 정체를 알지 못했던 이쁜이가 앞발로 툭 한번 건드렸지만,


빼꼼-


바둑알처럼 새까만 두 눈을 마주하자마자 흠칫 놀라 뒷걸음을 쳤던 것이다.


도도도도도-


뒷걸음치는 이쁜이에게 뭉치가 달려 들었고,


크르르-


이쁜이가 살짝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댔지만, 어째 씨알도 안먹혔다.


“하하. 이쁜아, 아가야. 예쁘지? 이제부터 네 동생이니까 잘 보살펴줘야 한다?”


뭐냐, 며칠 코빼기도 안보이더니 어디서 이런 코딱지만한 걸 데리고 와서 동생이라니?


두 눈 가득 원망의 눈길을 담고 해선을 올려다 보는 이쁜이.


아니, 등치는 산 만한 녀석이 뭐냐.


두 녀석 덕분에 서울 가기 전의 서먹하고 무거웠던 기류가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엄마를 설득하는건 선생님보다 더 쉬웠는데,


“어머, 세상에. 너하고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었나보다. 안그럼 그 넓은 서울에서 어찌 너를 만났겠어. 아유, 눈 좀 봐. 정말 예쁘다. 꼭 별이 박힌 거 같아. 그치?”


세상에, 엄마가 전생을 말할 줄이야.


알고 하는 말이 아님을 알면서도 해선의 등줄기가 조금 서늘해졌다.



***



“야, 재학아. 해선이 왔대. 가자.”

“어? 내, 일 가자. 밤인데.”

“새끼. 맘 약해졌냐? 우린 지금 간다.”

“어, 야. 같이가. 그럼.”


원차웅과 장흑수의 뒤를 따라가는 박재학의 마음이 편치 않다.


처음 해선이 서울 간 걸 알았을 땐 조금 서운 하기도 했다.


‘짜식, 간다고 말하면 누가 따라갔을까 봐?’


장흑수가 이를 박박 갈며, 이자식 오면 죽여버리겠다고 했을 땐 가슴이 덜컥했다.


‘장흑수 이새끼, 진짜 해선이 줘패는거 아냐? 일대일이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삼대일은 좀...’


박재학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휘영청 시린 달빛이 세 사람의 발 끝을 비추며 따라왔다.



***



컹-!


이쁜이가 신호를 보내 온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니들이 어떻게 내일까지 참겠냐고.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는 친구들, 저만큼 뒤에서 마지 못해 따라오는 건 틀림없이 박재학일 터.


어서와, 친구들아. 이런 건 처음 볼 거다.


부스럭-


포장지에 싼 꾸러미를 펼쳐 놓은 해선은 방문을 활짝 열고 친구들을 맞았다.



***


서울에서의 마지막 날,


“선생님, 우리 청계천 도깨비 시장 가요.”

“음? 해선이 도깨비 시장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요. 이전 생, 서점 다음으로 시간을 많이 보냈던 곳인걸요. 제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 유일한 곳이니까요.


“어제, 서점에서 이것 저것 보다가요. 외국인들도 관광 오면 많이 가는 곳이라던대요?”

“흐흥, 맞아. 거기 가면 없는게 없거든. 도깨비 뿔도 만들어내는 곳이니까?”


이전 생,


사람과도 사회와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관계만을 유지하고 살았던 해선이 유일하게 사치를 부렸던 건, 음악과 책이었다.


그 분야에 해박한 지식은 없었다.


보고싶은 책이 있으면 밤을 샜고, 들으면서 편안하고 좋았던 음악은 LP판이 닳도록 듣는 것,


그리고,


청계천 황학동 도깨비시장은 할 일없는 하루를 보내기에 그만한 곳도 없었다.


깨진 접시, 녹슨 숟가락, 우그러진 세숫대야, 판을 올려도 소리가 나올 것 같지도 않은 축음기, 이상한 그림, 도대체 무엇에 쓰이는지 모르겠는 수많은 옛 것들,


사람들은 길바닥에서 그것들을 늘어놓고 팔았고,


사람들이 쭈그리고 앉아 그것들을 구경했으며,


누구도 사라고 재촉도 하지 않는, 별로 살 생각도 없이 구경만 하는 사람들로 흘러가는 그 곳에 가면 해선은 숨이 쉬어졌다.


저걸 몇 개나 팔아야 쌀을 살까? 집에 갈 차비는 벌까?


하여, 유독 끌리는 낡고 오래된 것들을 사들고 오면,


절반은 성공, 절반은 실패였지만 빈 마음이 한동안 채워졌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과 발걸음을 잡는 것은 또 있었으니.


“자!자! 딸 확률 33프로! 이기면 내가 건 돈의 두 배!!”

“거, 진짜요? 이기면 두 배 주는 거?”

“아니, 이냥반이 속고만 살았나? 에이, 안할거면 저리 가슈.”

“아, 좋시다. 안주면 경찰에 신고 할 거요?”

“뭘 경찰까지 불러요? 여기 지금 보는 눈이 몇갠데. 자! 판돈 걸어요.”


대중의 심리는 참으로 이상한 것이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거나 속임수로 보임에도 어쩐지 이끌리고 마는 것이다.


대부분의 야바위꾼들은 바람잡이들을 세워서 그들이 두배의 돈을 받아 현장을 떠나는 것을 보여 준다.


허나, 순수하게 도전하는 사람들은 백전백패. 절대로 딸 수없다.


그들의 대다수는 속임수를 쓰고, 속임수 없이 한다해도 불리한 게임이니까.


어깨너머로 구경하는 재미와 함께 돌아설 땐 늘 찜찜함이 남았던 그 곳,


해선은 그곳에서 오늘, 제대로 돈을 따 볼 생각이다.



***



“선생님, 우리도 저거 해봐요.”

“안돼. 저거 다 속임수야.”


선생님이 화들짝 놀라 해선의 팔을 잡아 끌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알아요, 선생님. 그러니까 해 봐요. 저사람들 어떻게 하는지 제가 다 봤거든요.”

“뭐? 어떻게?”

“모르겠어요. 그냥 다 보이던데요? 속여서 돈 따내는 나쁜 사람들이에요.”

“그래. 그러니까 하면 안되는거지.”

“그러니까 다신 속임수 못 쓰게 해야죠.”

“...”


편미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상하게 요며칠 자꾸만 어린 제자의 말에 수긍하고 설득 당한다.

해선의 말을 듣고 있을 땐 ‘응, 그거 아니야.’ 가로 저어지던 고개가 말을 끝내고 났을 땐,


“그래. 그럼, 딱 두 번만 해보고 아니면 관두는거다?”


또 이렇게 되고 말았으니.


목에 둘렀던 머플러를 풀어서 코 언저리까지 올라오게 감고, 모자도 푹 눌러 썼다.


아무리 시골학교라서 알아보는 사람 있을리 만무지만, 그래도 학교 선생이 어린 제자와 야바위 게임이라니.


아이고.


한숨이 절로 나는 편미영이었다.



***



아이처럼 순수한 선생님의 표정이 복잡해지는 걸 보며 해선 또한 편치만은 않았으니,


아무리 속임수를 쓰며 선량한 이의 돈을 따내는 야바위꾼이라고는 하나 아직 어린 소년을 상대하지는 않을 터.


본의 아니게 자꾸 선생님을 난처하게 만드는것같아 죄송했지만 어쩌겠는가.


선생님 도움 없이는 안될 일이었다.


죄송해요 선생님. 훌륭한 어른(?)이 되어 두고두고 보은할게요.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한해의 끝, 마지막 날입니다.


올 한해 다 못이루신 소망, 내년엔 꼭 이루시고,


기쁘고 행복한 새해 맞으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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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화라리 in 화라리 (2) 24.01.15 76 4 10쪽
34 34화 화라리 in 화라리 (1) 24.01.13 79 4 10쪽
33 33화 나비 (5) 24.01.10 94 3 9쪽
32 32화 나비 (4) 24.01.09 90 3 10쪽
31 31화 나비 (3) 24.01.08 92 3 10쪽
30 30화 나비 (2) 24.01.05 116 5 10쪽
29 29화 나비 (1) 24.01.03 125 4 10쪽
28 28화 미안하다, 선물이야 (2) 24.01.02 124 4 12쪽
» 27화 미안하다, 선물이야 (1) +1 23.12.31 124 4 9쪽
26 26화 딱 한번만 (2) 23.12.29 127 4 10쪽
25 25화 딱 한번만 (1) 23.12.28 124 4 11쪽
24 24화 또 다른 기억 23.12.26 128 5 12쪽
23 23화 졸업, 그리고 +1 23.12.23 152 4 12쪽
22 22화 북극성 23.12.21 154 5 12쪽
21 21화 파티 (Party 아이엠그라운드 지옥) +1 23.12.20 169 6 12쪽
20 20화 득환이 (2) 23.12.19 170 5 12쪽
19 19화 득환이 (1) 23.12.18 181 5 12쪽
18 18화 '도마네' (3) 23.12.16 191 5 12쪽
17 17화 '도마네' (2) 23.12.15 199 5 12쪽
16 16화 '도마네' (1) 23.12.13 207 5 11쪽
15 15화 송윤정네 할머니 (3) 23.12.12 204 6 11쪽
14 14화 송윤정네 할머니 (2) 23.12.11 205 5 12쪽
13 13화 송윤정네 할머니 (1) 23.12.09 210 7 11쪽
12 12화 하찮은 게 더 힘드네 23.12.08 232 6 11쪽
11 11화 울지마, 누렁소 (2) 23.12.07 240 6 11쪽
10 10화 울지마, 누렁소 (1) 23.12.06 265 6 12쪽
9 9화 순영이, 이사 가던 날 23.12.05 271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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