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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의 소소한 컨츄리라이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쥬단
작품등록일 :
2023.11.28 13:30
최근연재일 :
2024.01.18 18:3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8,409
추천수 :
233
글자수 :
185,684

작성
23.12.20 23:25
조회
169
추천
6
글자
12쪽

21화 파티 (Party 아이엠그라운드 지옥)

DUMMY

“야, 박해선!”

“해선아ㅡ.”


원차웅과 박재학이 번갈아 해선을 부르며 마당 안으로 들어선다.


양지 쪽에서 졸고 있던 이쁜이가 벌떡 일어나 꼬리를 치며 빙빙 돌자 둘은 경쟁하듯 이쁜이 등과 배를 주물럭거렸다.


풉ㅡ!


젓가락처럼 빼빼 마른 원차웅과 배만 빵그랗게 나온 박재학을 보니 그만 웃음이 터져버린다.


도대체 쟤들은 언제 크는 거냐. 크긴 클까?


해선이 웃는 것도 모른 채 한참을 그러고 놀던 원차웅과 박재학,


“야, 해선아. 오늘 파티 하는 거 알지?”

“새끼야. 다짜고짜 그렇게 말하믄 되냐?”

“해선인 똑똑하니까 다 알어, 인마.”

“야, 박해선. 너 아냐?”


뭐냐, 잘 모르겠고. 난 그냥 니들이 웃겨 죽겠다.


“것봐, 빙신아. 모르잖어.”

“뭔데. 둘 중 한 사람만 얘기해봐. 뭐를 한다고?”

“파티.”

“파티.”

“...!!!”


그 뒤로도 서로 먼저 얘기하겠다고 옥신각신 하던 원차웅과 박재학은,


“아, 이눔새끼. 아부지 찾아 오라니까 여태 뭐하고 자빠졌어. 아이고, 해선이구나. 어따메, 참 잘생겼다이. 재학이 넌 빨리 아부지 찾아와이?”


박재학 엄마가 재학의 등짝을 후려치며 데려가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다.


“차웅아.”

“어?”

“재학이 갔으니까 니가 말해봐. 뭘 한다고?파티?”


원차웅 말은 이랬다.


그러니까,

오늘이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파티를 한다는 거다.

모이는 곳은 김영선네 집 사랑 채, 여자 애들도 올 거고, 먹을 거 한가지씩 가지고 오면 된다고.


박재학이 없으니 절간처럼 고요해진 때문일까. 원차웅은 빼빼 마른 다리로 짝다리를 하곤 신이 나서 전 후 사정을 설명했다.


사실 원차웅과 박재학 입에서 뜬금없이 나온 파티라는 말이 정말 우스웠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해선을 보면 슬금슬금 피하던 원차웅이 다시 씩씩해진 걸 보니 뭔가 몽글몽글한게 기분이 좋아졌다.


“차웅아.”

“어?”

“우리 중학교 가서도 지금처럼 재밌게 잘 지내자?”

“...어?어.”

“난, 인마. 니들이 정말 좋다.”

“...?!!”


좀 많이 오글거리긴 했지만 처음으로 속마음을 비쳤더니, 짝다리 짚고 건들 거리던 원차웅은 멈칫 하다가 귀가 빨개졌다.


***


겨울방학을 며칠 앞 둔 어느 날,


원차웅은 교실에 안 들어가고 꽁꽁 언 운동장을 툭툭 차며 수업 시작 종이 울리기를 기다렸다. 추워서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지만, 지금 저 교실로 들어가는 건 더 싫다.


나도 안다.

형도 못 간 중학교를 내가 가면 안된 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나도 친구들처럼 중학교에 가고 싶다. 교복도 입고 싶고, 영어도 배우고 싶고.


몇 날 며칠 아버지를 졸랐지만 돌아오는 건 그놈의 중핵교 타령 그만 두고 졸업하면 서울 형한테 가서 돈이나 벌라는 아버지의 불호령.


우리 집은 왜 이렇게 가난할까. 아버지도 엄마도 매일 들에 나가서 일을 하는데. 엄마는 매일 돈이 없다.


졸업만 하면 서울 가서 돈이나 왕창 벌 거라고 벼르던 장흑수 마저 갑자기 마음을 바꿔 서울 안 가기로 했다니, 이제 반에서 중학교 진학을 못 가는 건 저 하나 뿐이다.


잘못을 한 것도 없는데 친구들을 보면 부끄러웠다.

애들이 모여서 웃기만 해도 꼭 제 얘기를 하는 것만 같아 저도 모르게 피했다.


입김을 호호 불며 손을 녹이고 있자니 종이 울렸다.


발이 얼어 저릿했지만 꾹 참고 절뚝거리며 뛰었는데,


“차웅아ㅡ.”

“...”


선생님이 교실 문 밖에서 기다리다 저를 불렀다. 수업에 늦어 꾸중 들을 줄 알고 움찔 했지만, 선생님 목소리는 다정하기만 했다.


“어디 있었어? 선생님이 한참 찾았는데. 이따 종례 마치고 선생님 좀 보고 갈래?”

“...예.”


마지막 수업은 음악 시간,

선생님은 반 애들을 전부 다 오르간 앞으로 모이게 하고 크리스마스에 부르는 노래를 가르쳐 주셨다.


"얘들아ㅡ. 선생님이 선창할테니 따라해?"

"네!!!"


선생님도 애들도 신 나서 불렀지만 원차웅은 한소절도 따라 부르지 못했다.


선생님이 왜 나만 남으라고 하지? 숙제 안 낸 것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우르르 애들이 다 집으로 돌아간 후,


“차웅아, 이리 와. 여기 앉아서 얘기하자.”


선생님이 난롯가 따뜻한 곳으로 원차웅 손을 잡아 끌었다.


한참 후,


교실 문을 닫고 돌아서다 교실 안을 들여다 보던 원차웅은,


저를 보고 웃어주는 편미영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자 한달음에 복도를 지나 찬바람이 휭휭 도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다리께까지 뛰어와서야 멈추어 섰다.


찬바람이 매섭게 뺨을 후려쳐 얼얼 했지만,


저를 바라보던 선생님의 눈빛과 저의 손을 잡은 선생님의 손이 난로보다 더 뜨겁고 따뜻해서 하나도 춥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공부 더 열심히 할 걸, 선생님 말씀 더 잘 들을걸, 박해선보다 더 공부 잘해서 1등 할 걸.


-차웅아. 너, 장학금이 뭔 줄 알지?

-차웅이가 공부도 잘하고 모범 학생이라서 장학생으로 선발, 아, 뽑혔거든?

-중학교 들어가서도 지금처럼 공부 열심히 하면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 안내고 다닐 수 있어.

-차웅이가 중학교 갈 수 있게 돼서 선생님이 정말 기쁘다. 넌 아주 훌륭한 어른이 될 거야.



선생님은 이야기를 다 하실 때까지 한번도 제 손을 놓지 않고 잡아 주었고, 한번씩 머리도 쓰다듬어 주었다.


지금 원차웅은 꽁꽁 언 저 개울 얼음을 깨고 뛰어 들어도 열이 식지 않을 것처럼 뜨겁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선생님은 어린애처럼 팔짝팔짝 뛰며 우리들한테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우리 반은 너희들 다 중학교에 진학하게 돼서 선생님이 정말 기쁘단다. 방학 동안 선생님한테 영어 배우고 싶은 사람 있으면 신청해라? 이 선생님이 열심히 가르쳐 줄 테니. 설마 한 명도 신청 안 하는 건 아니겠지? 흐흥”


“저요! 저요!!!”


원차웅이 1등으로 신청했다.


***


"엄마, 어떡하죠. 오늘 친구들이 크리스마스 파티 한대요."

"어떡하긴. 가서 재밌게 놀아야지. 흐흥, 파티도 하고. 다 컸네?"


엄마도 파티라는 말을 듣자 해선이 느꼈던 기분을 그대로 느끼신 걸까?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가는 걸 애써 누르는 듯 하다.


“엄마 혼자 심심하실 까봐요. 전 가지 말까요?”

“엄마가 왜 혼자야? 엄마도 동미 아줌마가 파티 하자고 초대 했는걸?호흐흥”

“네? 하하. 엄마, 그럼 엄마도 재밌게 놀다 오세요?”


엄마 핑계 대고 은근슬쩍 안 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틀린 것 같네. 애들이 어떻게 노는지 궁금한데 그럼 한 번 가볼까?


교회 종소리가 밤하늘을 울리며 졸고 있던 별을 깨울 무렵, 해선은 엄마와 나란히 파티가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


이쁜인 벌써 저만큼 앞 장 서서 뒤를 돌아다 봤고, 창백한 얼굴을 반만 내 논 달빛이 친절하게 두 사람 발끝을 비추며 따라왔다.


엄마가 먼저 동미네 집으로 손을 흔들며 들어가셨고, 곧바로 엄마들 웃음 소리가 문밖까지 들려왔다.


그 웃음 속에서도 엄마임이 분명한 돌고래 웃음 소리가 해선의 귓가를 크게 크게 울렸다.


돌아오지 못했다면 다시는 들을 수 없었을 엄마의 웃음 소리,


엄마 지금 행복하시구나. 내가, 지킬 거야. 반드시.


컹ㅡ.


해선의 조용한 다짐에 이쁜이가 도장을 꽝! 찍었다.


***


김영선네 집 사랑 채에 도착하니 댓돌에 아무렇게나 벗어 던진 신발이 그득하다.


한 눈에 스윽 보아도 열 댓켤레, 모일 만한 애들은 거의 다 있다는 거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방 문을 연 해선은 저도 모르게 휘리릭 몸을 돌려 세웠다.


아뿔싸!


그 어느 때보다 실없는 웃음이 터져버렸기 때문이다.


애들이 모여 파티 한다니까 김영선 아버지가 장작불을 너무 많이 넣으신 걸까?


바깥은 지금 춥다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찬데, 방 안은 후끈 열기가 가득했고,


방 가운데 깔린 솜 이불 안에 발을 집어 넣은 채 빙 둘러 앉은 아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사과처럼 빨갛다.


아니, 모였으면 놀 것이지. 왜 미어켓마냥 다 나를 돌려다 보는 거냐고.


간신히 들썩 거리는 어깨와 삐져 나오는 웃음을 수습하고 돌아섰지만, 다시 터져 버리고 만 웃음.


천하에 무서울 것이 없는 김영선 얼굴이 달아오르다 못해 곧 터지기 직전이다.


아이고, 파티는 무슨. 이 놈들 단체로 사춘기라도 온 걸까?


어떻게들 노는지 구경이나 하려고 왔더니 무슨 묵언수행들을 하고 있지 않는가.


사실은 이런 나조차 지금 무얼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이 뻘쭘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해봐야 하는 건 분명한 듯 하다.


에라, 모르겠다.


"야,야! 미안하다. 나 많이 기다렸냐?"


엄마가 싸 주신 먹을 것들을 던지듯 내려 놓고 이불 속으로 발을 쓰윽 밀어 넣었다.


"그래, 새꺄. 왜 이제 오고 지랄이여."

"아, 왜 해선이한테 욕을 하고 그래. 인마."

"어이구, 여기 해선이 엄마 나섰네. 히히."


친구들 입이 차례로 터졌고, 발그레하던 뺨도 원래 얼굴빛을 찾아 간다.


***


아무래도,


아이엠 그라운드 게임 지옥에 빠진 것 같다.


무슨 끝도 없이 아이엠 그라운드 나무 이름 대기, 아이엠 그라운드 나라 이름 대기, 아이엠 그라운드 동물 이름 대기, 아이엠 그라운드 곤충 이름 대기, 아이엠 그라운드...아이엠 그...아이엠...


먹고 게임하고, 게임하고 먹고, 지치지도 않고 아이엠 그라운드를 외쳤는데,


박재학은 매 게임마다 걸려서 벌칙을 받았다.


이불 가운데 엎어 놓고 인디안밥을 하며 등을 사정 없이 때리는 벌칙이었는데, 하도 박재학만 걸리니까 나중에는 재미가 없더라.


그렇게 슬슬 재미도 없어지고 졸음도 밀려올 즈음, 하재숙이 갑자기 다른 벌칙을 냈다.


"야, 이거 재미 없다. 이제 걸리는 사람 밖에 가서 먹을 거 구해오기 하자."


아니, 얘는 여태 먹고 놀았는데 무슨 먹을 거 구해 오길 하자는 거야. 한여름도 아니고 이 엄동설한 먹을 게 어딨다고.


하지만,


"좋아."

"하자."

"히히. 빨리 하자."


아, 빨리 집 가고 싶다. 엄마는 오셨을까?


"야, 박해선. 정신 차려라이? 게임 시작한다."


아이엠 그라운드...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우리의 박재학! 딱 걸렸다.


"야, 나 혼자서는 무서운데 한 사람 더 하믄 안되것냐?"

"히히. 안돼. 그럼 벌칙이 아니지, 인마."

"박재학, 빨리 가서 구해와. 먹을 거."

"이상한 거 갖고 오면 안 쳐 준다?"

"아, 씨. 무서운데."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랬다고, 금세 포기한 박재학이 궁시렁대며 밖으로 나갔다.


조그마한 시골 동네, 눈 감고도 어디가 어딘지 다 알 수 있는 곳, 달빛도 있고, 무서울 게 뭐 있겠냐.


박재학이 무얼 구해올지 내기 하는 친구들의 옥신 각신을 지켜 보고 있을 때,


"이 새끼, 왜 안 오냐? 그냥 집으로 간 거 아니겠지?"


김영선의 그 한마디가 고요했던 해선의 감각을 잡아 끌며 머리카락을 쭈볏 세웠다.


그러고 보니 나간 지 꽤 한참이다.


해선은 벌떡 일어나 문밖으로 쏘아지려던 몸을 급히 멈추었다. 친구들이 일제히 저를 보았기 때문이다.


"너네들, 놀고 있어. 내가 나가서 찾아 올게."


"기다리믄 올텐데 뭘 찾으러 가냐."


김영선이 그리 말했고,


"무서운데. 그럼, 나도 같이 가자."


원차웅이 일어선다.


그냥 혼자 가겠다고 해선 통하지 않을 것 같네. 할 수 없군. 미안하다, 얘들아. 금방 올게.


잠시 후,


잠든 친구들을 뒤로 하고 조용히 방 문을 열고 나온 해선이 이쁜일 불렀고,


아궁이 옆에서 기다리던 이쁜이가 벌써 알고 짖지도 않고 해선의 옆으로 와 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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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화라리 in 화라리 (2) 24.01.15 76 4 10쪽
34 34화 화라리 in 화라리 (1) 24.01.13 79 4 10쪽
33 33화 나비 (5) 24.01.10 95 3 9쪽
32 32화 나비 (4) 24.01.09 91 3 10쪽
31 31화 나비 (3) 24.01.08 93 3 10쪽
30 30화 나비 (2) 24.01.05 116 5 10쪽
29 29화 나비 (1) 24.01.03 126 4 10쪽
28 28화 미안하다, 선물이야 (2) 24.01.02 125 4 12쪽
27 27화 미안하다, 선물이야 (1) +1 23.12.31 124 4 9쪽
26 26화 딱 한번만 (2) 23.12.29 128 4 10쪽
25 25화 딱 한번만 (1) 23.12.28 125 4 11쪽
24 24화 또 다른 기억 23.12.26 129 5 12쪽
23 23화 졸업, 그리고 +1 23.12.23 153 4 12쪽
22 22화 북극성 23.12.21 155 5 12쪽
» 21화 파티 (Party 아이엠그라운드 지옥) +1 23.12.20 170 6 12쪽
20 20화 득환이 (2) 23.12.19 171 5 12쪽
19 19화 득환이 (1) 23.12.18 182 5 12쪽
18 18화 '도마네' (3) 23.12.16 191 5 12쪽
17 17화 '도마네' (2) 23.12.15 200 5 12쪽
16 16화 '도마네' (1) 23.12.13 208 5 11쪽
15 15화 송윤정네 할머니 (3) 23.12.12 205 6 11쪽
14 14화 송윤정네 할머니 (2) 23.12.11 205 5 12쪽
13 13화 송윤정네 할머니 (1) 23.12.09 211 7 11쪽
12 12화 하찮은 게 더 힘드네 23.12.08 232 6 11쪽
11 11화 울지마, 누렁소 (2) 23.12.07 240 6 11쪽
10 10화 울지마, 누렁소 (1) 23.12.06 266 6 12쪽
9 9화 순영이, 이사 가던 날 23.12.05 271 8 11쪽
8 8화 입술이 누에 같잖아 23.12.04 30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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