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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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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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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138

작성
19.03.24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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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12쪽

34장 5막. 화랑

DUMMY

“아니, 어, 어떻게!”

기함이 터진 쪽은 바사쿠였다.

태국 수아밀의 비기인 절명검의 최후 초식이 막힌 것이다.

반크의 얼굴에는 핏물이 잔뜩 묻어 있었다.

조금 전 공격의 여파로 한 손이 너덜거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얼이 빠진 바사쿠의 목을 잡아챘다.

“하, 항복하겠소! 그러니···”

이미 제압이 된 바사쿠는 체면 따위는 버린 듯 아까와 달리 창백한 기색이었다.

“뭐야? 기대했던 대사가 아니잖아?”

“어차피 용병일 뿐이오.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경기는 허무하게 끝이 났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바사쿠는 반크가 손을 거두자 감사의 표시로 목례를 한 후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사회자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말했다.

“은성가가 승리했습니다!”



***



수뇌부들이 앉아 있던 곳에서는 묘한 기류가 돌기 시작했다.

이는 최종적으로 서문가에 이어서 신불사마저 패한 후에 발생한 일이다.

서문가의 가주인 서문창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는지 얼굴이 붉혀졌다.

“아무리 봐도 승복할 수가 없습니다.”

고검가의 정일상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이게 정당한 대결입니까? 아니, 언제부터 승무 대전에 외부인을 들여오는 것이 허용되었습니까?”

신불사의 칠검상인도 냉랭한 표정을 드러냈다.

“후후, 우리도 마찬가지요. 저 둘은 은성가 소속의 무인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 말에 은성가의 심우빈이 불쾌한 듯 대꾸했다.

“둘은 우리 가문 사람이 맞습니다. 나이도 40세 이하이고, 최근에 가문에서 영입한 인물입니다. 저희가 규정을 어긴 것이 뭐가 있습니까?”

“아니지요. 승무 대전은 애초부터 가문의 사람으로 친목을 다지는 경기였습니다. 단순히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외부 인물이니 저 둘은 자격이 없습니다.”

정일상이 답답한 듯 외쳤다.

“아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그런 식이면 신불사쪽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의 말은 조금 전 반크에게 패한 둘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칠검 상인은 피식 웃었다.

“그럼 전부 조사를 하면 되겠네요? 우리도 잘못했으면 당연히 처벌을 받겠습니다. 그럼 된건가요?”

심우빈은 그 때서야 이해가 된 듯 눈빛이 흐려졌다.

예상 외로 은성가가 계속 이기자 아까 세 가문의 가주들이 한데 모여 잠시 대화를 하던 광경이 떠오른 것이다.

어느 정도 다른 경쟁 가문의 방해는 예상했지만, 그래도 설마 이런 식으로 안면몰수를 하면서까지 나올 줄은 몰랐던 까닭이다.

천룡 장원의 온세현은 냉랭한 표정으로 외쳤다.

“아시다시피 화랑의 법은 그 어떤 것보다 위에 있습니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죠. 그리고 이번 일에 관여된 은성가의 외부 인물 셋과 신불사쪽의 외부 인물 둘! 그들 모두 당장 체포해서 율법원에 넘기도록 합시다. 그 후 율법원의 판결을 따르도록 하죠. 이의 있습니까?”

정일상이 답답하다는 듯 반박했다.

“무슨 죄목으로요?”

“죄목이야 많지요. 화랑의 율계 중 화랑의 구성원은 어떤 일이 있어도 동료를 기만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지 않소?”

눈치를 살피던 서문창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저는 찬성합니다. 율법원의 판결은 믿을만 하다 봅니다.”

서명진은 서문창의 둘째 아들이었다.

어릴 때부터 다른 형제와 달리 워낙 뛰어난 발전 속도 때문에 가문의 영광이 될 것이라 믿었던 놈이다.

또한 그에 걸맞게 승승장구를 하면서 실력은 일취월장을 했다. 가문의 비전인 연혼 십팔격의 정수를 깨우칠 놈이 패했으니 어찌 가슴이 아프지 않겠는가?

정일상은 그 때서야 뭔가가 잘못되었다 생각했는지 반발했다.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잘못한 것이 없는데 어떻게 체포를 합니까?”

온세현이 싸늘하게 말을 끊었다.

“그건 정가주 생각일 뿐이죠. 죄는 우리가 판단하는게 아니라 율법원에서 합니다. 정가주 말대로 은성가나 신불사가 당당하다면 뭐가 문제일까요?”

칠검상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상관 없습니다. 그 둘은 작년부터 신불사에 적을 올렸으니 문제 없다 봅니다.”

심우빈은 어이 없다는 듯 탄식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됐습니다. 당신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요.”

화랑의 삼대 권력 기관인 행정원은 황하장이, 평의회는 태무전이, 그리고 율법원은 천룡장이 맡고 있었다.

현재 율법원장은 온세현의 친동생이었고, 그 밑의 관리들도 대부분 이들 삼대 가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법이란 늘 그렇듯이 판결을 하는 이들의 재량권이란 것이 존재한다.

신불사와 은성가의 외부 인물에 대한 죄의 유무는 결국 그들 마음대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뜻과 일맥상통한 것이다.

결국 이 의미는 아예 판을 뒤집겠다는 뜻과도 같다.

심우빈은 내심 탄식했다.

‘휴우, 권력이 미친 자들이구나. 그래도 설마했는데 이들이 이렇게까지 막무가내일 줄이야.’

설령 지금 반발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승무 대전은 그저 요식거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이다.

기득권층이 원하는 것.

그렇다. 그것은 그들의 기득권에 해를 입지 않을 때나 넓은 아량으로 봐줄 수 있으나, 어느 임계점을 넘는 경우에는 과감하게 판을 깨버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단 율법원에 끌려가면 십중팔구 은성가는 온갖 죄를 덮어씌워 처벌을 받을 것이다.

신불사는 적당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에서 끝날 것 불을 보듯 뻔하다.

비록 셋의 능력이 예상 외로 대단하다 해도, 아까 패한 이들이 세 가문에서 가장 강한 인물들은 결코 아니다.

만약 이를 못 참고 싸운다면 어떻게 될까?

‘그 사람도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텐데.’

그러던 그 때 누군가 빈정거리며 나섰다.

“흥, 지면 진 것이지 꼰대들도 아니고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젠장, 아무튼 요즘은 있는 것들이 더하다니까.”

목소리의 주인공은 나혜미였다.

그 말로 장내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칠검상인은 불쾌한 듯 나혜미의 몸을 훑더니 음침하게 웃었다.

“클클, 어디 몸이나 팔면 좋을 계집이 여기가 어떤 자리인지도 모르고 나서는거냐?”

서문창도 불쾌하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

“율법원은 뭐하느냐? 당장 저 년을 포함해서 잡아가지 않고?”

“아주 쇼를 하시네. 어디 한번 잡아가 봐. 근데 그럴 재주는 있고?”

나혜미는 직설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굳이 뒤에서 음모나 꾸미는 부류와는 맞지 않는다.

“그렇잖아도 조무라기들 상대하는 것도 귀찮은데 꼬우면 덤벼.”

나혜미의 도발에 더 이상 참지 못한 칠검상인의 뒤에 있던 십여 명의 부하들이 살기를 쏟아냈다.

서문창은 입꼬리를 비틀며 조소를 터트렸다.

“상당한 자신감이군. 근데 넌 누구지?”

그 말에 심우빈이 나서며 대신 변호했다.

“이번에 본가에서 출전할 대전자 중 한 분입니다.”

“흐음, 그런가요? 쯔쯧, 은성가도 한심하군요. 어디서 저런 근본도 없는 미친 년을 데려와서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후후, 화랑이 그렇게 대단한가? 여기서 나보다 강한 사람도 없잖아?”

“뭐엇?”

친동생이 은성가에게 당했기 때문일까?

보다 못한 서명수의 첫째 아들인 서명수가 갑자기 도를 꺼내며 다가왔다.

하지만 나혜미는 당황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멈춰! 거기서 한 발만 더 오면 넌 뒈진다.”

“여기가 어디라고 헛소리냐? 내가 오늘 어른들께 욕을 먹는한이 있어도 넌 가만 안 둬!”

서명수는 살기를 내뿜으며 달려들었다.

허나, 놀랍게도 나혜미가 슬쩍 손을 휘두르는 것 같더니 서명수는 달려드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뒤로 튕겨 나가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절규에 가까운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악--!! 내, 내 손--!!”

서명수는 발광을 하며 뒹굴고 있었다.

호기롭게 꺼냈던 도는 이미 여러 조각으로 잘려진데다 오른 손 하나가 말끔하게 절단이 되었던 까닭이다. 이를 본 서문가의 비각수호대 중 일부가 덮치기 시작했다.

“어딜! 불나방 같은 것들이!”

혜미의 애월검은 눈부시도록 빨랐다.

“크억!”

쌍검이 허공에서 몇 번 교차되는가 싶더니 어느새 비각 수호대 십여명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진 것이다.

온세현이 고함쳤다.

“이게 뭐하는 짓거리냐? 모두 멈춰!”

짧은 정적이 흘렀다.

장내는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설명은 길었으나 그야말로 한 순간에 벌어진 일이다.

또한 그 때서야 눈 앞의 젊은 여자가 보통 인물이 아님을 모두 깨닫기 시작했다.

서문창은 심우빈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싸늘하게 냉소를 터트렸다.

“가주? 이게 무슨 뜻입니까? 설마 우리와 싸우겠다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죄송이라고요? 참 뻔뻔하군요. 오늘 일은 은성가에서 책임져야 할겁니다.”

“먼저 손을 쓴 것은 그 쪽이었습니다.”

온세현은 미간을 찡그렸다.

‘정체가 뭘까?’

흐릿하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여인이다. 기억이 날 듯 하면서도 나지 않았다.

여자의 능력은 예상 밖으로 강했다.

아직까지 정확한 능력조차 파악이 되지 않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결국 하나다.

최소 자신과 동급 아니면 그 이상이라는 뜻일터.

당연히 그런 인물이 어디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다.

그래서 머뭇거린 것이다. 혹시 배후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칼을 뽑으면 베어야 한다.

그것이 무인의 기세요 절개다.

그러니 칼을 뽑기 전까지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공개된 장소인데다 아직까지 황하장주와 태무전주의 종적도 확인이 안 된 상황 아닌가?

상황은 점점 더 일촉즉발로 치닫기 시작했다.

동료의 부상에 분개한 수하들이 이미 포위를 했고, 은성가와 고검가는 한데 뭉쳐서 불안한 눈빛으로 무기를 꺼내 들었다.

심우빈은 침착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전쟁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서문가의 식구를 상하게 한 점은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선공을 가한 쪽은 서문가쪽이었습니다.”

칠검상인은 묘한 눈빛으로 쳐다 보았다.

“외부 세력과 결탁하여 승무 대전을 어지럽힌 문제만 은성가에서 책임을 지면 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은성가는 당신들 마음대로 당할 생각이 없습니다.”

“허허, 결국 끝까지 하겠다는겁니까?”

“그러시든지요.”

생각 외로 은성가의 태도는 강경했다.

화랑 대전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를 눈치챈 부하들은 억지로 하객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대부분이 화랑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호족들이나 화랑의 보호를 받는 상인들이 주류를 이룬다. 건드리기 힘든 귀빈이 있다면 몰라도 기왕 일이 이렇게 되자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온세현은 냉랭한 말투로 외쳤다.

“후후, 원래는 같은 칠성좌라 은성가의 잘못을 알면서도 적당히 끝내려 했지만 안 되겠군요. 모두 율법원으로 연행하고, 반항하는 이들은 즉결 처분하도록!”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결국 싸움은 시작되었다.

나혜미는 피식 웃으며 애월검을 꺼내 들었다.

“불나방 같은 것들이 죽고 싶어 작정했구나.”

“조심해! 피, 피해!”

“지랄하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냐? 그냥 뒈져!”

“으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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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34장 7막. 화랑 +6 19.03.26 2,288 54 10쪽
133 34장 6막. 화랑 +1 19.03.24 1,571 39 12쪽
» 34장 5막. 화랑 +1 19.03.24 1,500 35 12쪽
131 34장 4막. 화랑 +1 19.03.23 1,570 33 12쪽
130 34장 3막. 화랑 +2 19.03.21 1,646 36 12쪽
129 34장 2막. 화랑 19.03.20 1,701 39 11쪽
128 34장 1막. 화랑 +1 19.03.18 1,733 43 11쪽
127 33장 4막. 역천의 힘 +1 19.03.17 1,881 47 12쪽
126 33장 3막. 역천의 힘 +6 19.03.15 1,832 52 12쪽
125 33장 2막. 역천의 힘 +2 19.03.14 1,772 42 12쪽
124 33장 1막. 역천의 힘 +2 19.03.13 1,743 39 11쪽
123 32장 3막. 장가장 +4 19.03.12 1,753 35 12쪽
122 32장 2막. 장가장 +4 19.03.11 1,714 37 12쪽
121 32장 1막. 장가장 +5 19.03.10 1,862 46 11쪽
120 31장 6막. 크리처 돔 19.03.09 1,795 40 12쪽
119 31장 5막. 크리처 돔 +2 19.03.08 1,840 47 12쪽
118 31장 4막. 크리처 돔 +1 19.03.07 1,894 44 11쪽
117 31장 3막. 크리처 돔 +3 19.03.05 1,843 39 12쪽
116 31장 2막. 크리처 돔 +2 19.03.04 1,846 43 12쪽
115 31장 1막. 크리처 돔 +1 19.03.03 1,989 40 12쪽
114 30장 3막. 부총령 +4 19.03.01 2,068 52 12쪽
113 30장 2막. 부총령 19.02.27 2,066 45 12쪽
112 30장 1막. 부총령 +3 19.02.26 2,042 44 12쪽
111 29장 3막. 아버지 +1 19.02.25 2,049 44 12쪽
110 29장 2막. 아버지 +3 19.02.24 2,130 44 12쪽
109 29장 1막. 아버지 +2 19.02.23 2,236 42 12쪽
108 28장 2막. 악티늄 +1 19.02.22 2,164 46 12쪽
107 28장 1막. 악티늄 19.02.21 2,174 46 11쪽
106 27장 7막. 비사벌 +2 19.02.19 2,217 4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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