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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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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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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138

작성
18.11.1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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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막 1장. 뒤바뀐 세계

DUMMY

드넓은 대지, 그 속에는 백합, 장미, 튤립으로 화려한 꽃밭과 우아한 빛을 내는 폭포수, 기묘한 암석 따위가 보였다.

겉으로 보면 – 고대 그리스 항아리의 노래 Ode On a Grecian Urn 목가적인 古甁 의 찬미처럼 영원한 예술미는 인간이 꿈꾸는 안빈낙도 安貧樂道 를 꿈꾸게 한다.

하지만, 이 땅은 결코 그들을 환영하지 않았다.

영겁의 대지.

차원의 붕괴와 함께 찾아 온 동공 洞空.

대지로 들어온 많은 동료들.

처음에는 두려웠다.

또한 불안했다.

얼마 후, 동료가 있다는 믿음에 삿된 의지와 작은 희망을 본다.

대지는 모든 것을 삼켰다.

수많은 마수들,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막장 레파토리처럼 괴수와 인간은 결코 공생을 누리지 못했다. 관점에 따라서 인간은 평화로운 그들의 세계를 침략한 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들은 싸웠고 강해졌으며 죽어갔다.

대지는 영생을 꿈꾼다. 얼마나 많은 억겁의 세월이 흘렀을까?

기억은 무뎌지고 감정은 파괴되어 갔다.

처음에는 날짜를 기록했다. 지구라는 부모의 따스한 품이 그리워서.

아니면 그저 인간 종種 이란 생리학적 본질을 기억하고 싶어서.

백년, 천년···

허나, 그러기에는 ‘시간’이란 무서운 아노미 Anomy 는 수리학적으로 모든 본질의 결을 엇나가게 했다.

억겁의 세월이 흐른 후, 생존한 다섯. 각각은 저마다 이제 신에 필적하는 초월자적인 권능을 가지게 되었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우리··· 돌아갈 수는 있을까?”

“큭큭, 미친! 감성팔이 오지네!”

“아, 엄마 보고 싶다. 그 때 선발대 애들이 갔던 길로 갔어야 하는건데···”

“그럼 뒈지시든가.”

“시발--!! 놈들한테 산채로 잡혀 먹히면 아플텐데!”

몇 달 만에 고작 몇 마디.

다섯 명. 오직 유일하게 생존한 이들. 아니, 아직까지 귀환하지 못한 존재.

그리고 누군가 외쳤다.

“왔어!”

“젠장! 무섭기는 더럽게 무섭네.”

“오호! 끝판왕 등장인가? 시이발---!! 용기 돋네--!!”

누구는 말한다. 악마, 신, 혹은 상위 존재.

인간의 상상과 달리 그것은 귀여웠다.

마치 마시말로 인형처럼 생긴 동그란 얼굴에 앙증맞은 눈, 빙긋 웃는 입술.

등 뒤에는 가분수 얼굴과 달리 작은 흑색의 눈부신 날개가 보였다.

더 웃긴 것은 그 형태가 ‘2D’ 처럼 평면적인 그림이었으니.

허나, 깊은 심연 속에 느껴지는 것은 ‘나른함’이라는 단어.

전투가 시작된다.

바람은 토네이도가 되고, 불은 지옥의 염화 炎火로 변했다.

공간의 차원이 접히고, 시간은 수레바퀴처럼 역행했다.

그리고.

넷이 죽고 마지막 남은 ‘그’만이 이 지긋지긋한 윤회의 겁, 정면에 섰다.

놈도 소멸 직전이다. 놈은 처절하게 외쳤다. 신 神 이란 주제에 꽤 유치하게 말했으니.

“나 혼자 소멸하기는 아깝거든? 흐흐, 그래서 방법을 찾았지.”

“너!”

“왜?”

“유치한 것 알아?”

“몰라! 씨이—발! 나라고 겁나지 않는게 아냐!”

“꼴갑은--!!”

그렇게 그들은 팔찌에 영원히 봉인 되어 ‘윤회의 겁’에 따라 끝없는 삶을 살아야 했다.

인과율에 따르면 그것이 ‘소멸’과 맞먹는 동일한 도덕률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실이라 믿는 모든 것들, 과연 진실일까?

아니면, 거짓일까?

모를 일이다.



****



- 연방의 발표입니다. 북위연합 C-2 연구소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때문에 변종 괴수들이 탈출했는데 웬만한 물리적 공격에는 데미지가 없으니, 시민 여러분들은 함부로 대응하지 마시고, 보는 즉시 연방 공안에 신고해주세요.

- 다음은 황궁 수석 대변인의 담화문입니다. 최근 들어 연달아 발생한 노블 Noble 의 종부세 인하 및 과도한 권리에 대해 ‘헌법 제 17조의 권리에 따른 자유권’의 유권 해석이 드디어 내려졌습니다. ······만장일치로 부결된 안을 살펴 보면 이는 연방형 왕정제를 실시하는 통일한국의 가치에 어긋나며 오래 전 폐해가 심각했던 민주주의로의 회귀는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 속보입니다. ······ 최근 급증하고 있는 호족 세력들간 자치령 전투에서 과도한 용병의 고용으로 지역 사회에 혼란이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대비책으로 수도 방위 연합군의 감시, 감독권을 강화하고 지도 및 기율 강화를 요청하는 법안을 왕당파들이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스크린에서는 제복을 입은 아나운서가 정치 뉴스를 앵무새처럼 방영하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삼척에서 출발한 KFX 의 승객들은 저마다 – 지겹고 고리타분한 소식에는 관심이 없는 양, 저마다 잠을 자거나, 김밥 따위를 먹으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최신 마력 엔진을 실은 KFX 는 성난 질주마처럼 거침없이 산야와 수목을 헤집었다.

의자에 엉덩이를 걸친 동혁은 멀리 창가를 보며 스쳐가는 풍경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과연 잘한 일일까?’

욱신거리는 코뼈를 더듬었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래쪽으로 옮겨졌다.

어깨의 삼각근 아래로 오른팔 위로 새겨진 미세하게 지렁이가 기어간 것처럼 돋아 난 십여 개의 상처들. 그리고 나치형 문신.

팔목 위로는 육각형 모양의 팔찌가 보였다.

적, 황, 청, 녹, 백, 흑색의 육망성 六望星.

팔찌는 루비처럼 생긴 여섯 개의 ‘알’을 금색 베젤로 감싼 – 척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제품이다.

할머니의 유품.

6개월 전인가?

버리기에는 아까워서 착용한 것이다.

동혁은 Ace Book 에 올라온 메시지들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침을 꿀꺽 삼켰다. 별로 보고 싶지 않은 기억···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확인해야 했다.


- 오오, 똥자루! 서울 간다며? 좋겠네. ㅋㅋ

- 흐흐, 지가 가봤자 어케 할건데? 그래 봤자 영원한 빵셔틀 주제에···

- 전학 간다고 해서 앞으로 겜 안 하면 뒈진다. 콱!


협박, 조롱, 비하.

그 흔한 ‘전학을 잘 가라’는 형식적인 작별 인사조차 없다.

꽤 난잡한 문자들이다. 아니, 점잖은 지식인이 봤다면 명품 정장을 입고 식사를 하던 중에 난데 없이 된장 국물이란 날벼락을 맞은 것과 비슷한 난감함이리라.

신체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가 일어났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심장의 박동수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몇 번의 갈등, 고민, 두통. 한숨을 쉰다.

‘문제 없을까?’

모두와 연을 끊는 것. 과연 이 행위가 옳은 선택인지 확신이 안 섰던 까닭이다.

‘대한민국은 좁은데?’

‘그래도 설마··· 놈들이 설마 강남까지 따라오겠어?’

동혁은 아쉬운 듯 혀를 끌끌 찼다.

놈들은 전학을 가더라도 그가 영원한 꼬붕이기를 원했다. 그러니 휴대폰이나 모든 SNS 계정을 끊지 말라고 했던 것이고.

보기에도 끔찍한 쓰레기 같은 메세지를 과감하게 지웠다.

‘서울 역에 도착하면 핸드폰부터 바꾼다. 그리고 다시 시작해야지. 그래. 새 출발이야.’

시원섭섭한 감정이 이런 것일까?

그와는 반대로 온 몸에 식은 땀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혹시 모를 창피함에 주변을 둘러 본다. 늘 타인의 눈치를 봐야 했던 약자의 삶에 익숙해진 말초 신경 세포의 병신 같은 반응이다. 그래도 다행히 다른 승객들은 무관심이다. 하긴, 다른 승객이 그가 뭘 하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무거워진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그래, 처음부터 이런 관계는 아니었어.’

처음에는 다소 얄궃었지만, 그래도 꽤 호의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 하하, 미안! 숙제 땜에 바빠서 그런데 콜라 좀 사다 줄래? 친구!

- 알았어.

- 오오--!! 시원하다! 심부름도 잘하고···

- 뭘, 헤헤···

그래.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아무리 친구라 해도, 싫은 것은 싫다 말할 용기가 필요했다.

그렇게 부탁은 점점 더 무리하게 변질 되고, 우정이란 미명 하에 ‘팔 꺾기’나 ‘목 조르기’ 같은 반장난식으로 놀이의 타겟은 동혁이 된다.

주문은 좀 더 과격해졌다.

- 아, 진짜! 친구끼리 그럴거임? 머니 없어? 돈? 씨발--!!

- 내, 내일 가져 올게.

- 나 시간 없어서 그러는데 내 캐 좀 강화 시켜 봐. 넌 잘하잖아? 오키?

- 하, 하지만···

몇 몇 거친 아이들.

그들은 만만한 자신을 보며 어떤 희열을 느꼈나 보다. 동혁은 두려워졌다. 그래서 더 부정적 결과로 이어졌다.

악순환이다. 그 때 그 유리 천장을 깨트렸어야 했다. 우정은 유리병과 같다. 마치 ‘깨진 유리 병’과도 꼭 닮았다. 결국 날카로운 조각은 그의 손을, 가슴을, 마지막으로는 작은 심장을 후비고 판다. 그리고 난도질이 시작된다.

더 잘했다면?

더 노력했다면?

때 늦은 후회일까? 그 때는 우습지만 자책했다. 모든 파국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린 것이다.

학폭은, 아니 왕따는 멀리 있지 않다.

어디에도 있을 수 있고, 어떤 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아마 신은 칸트가 주장한 성무선악설 性無善惡說 을 진리로 믿었을 지 모른다.

계급화 된 사회, 부모의 능력이 마치 자신의 것인 듯 뽐낸다.

거기다 좁은 교실이란 울타리 속 스트레스.

그렇게 학습이란 딱딱한 환경 속에서 자극을 찾기 위한 놀이는 범람한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희열을 발견했고, 그들 중 일부는 우월과 열등이란 방정식 속에서 쾌감을 느꼈다.

그다지 크지 않은 키, 마른 몸, 여물지 못한 입담은 우연치 않게 사자와 하이에나 속에 둘러싸인 초식 동물과 다를 게 뭐가 있단 말인가.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란 전제 조건이 주어지면 속칭 ‘찌질이’ 혹은 ‘찐따’와 같은 불유쾌한 단어가 익숙해질 수밖에.

그러다 기회가 왔다.

아주 절호의 기회가. 그것은 전학.

‘다행인가, 아니면···’


작가의말

간만에 글 쓰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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