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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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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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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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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7장 7막. 비사벌

DUMMY

“그래. 12지단의 위험을 미연에 막고 시후 네가 너의 입지를 위해 애를 쓴 것은 알겠다. 아니, 솔직히 좀 놀랐어. 그저 하늘 높은 줄도 모르는 저 놈이 인간이 되었으니 부모로서 다행이지. 거기다 너 같은 동생까지 두고 말야.”

유시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덧붙였다.

“저도 그 날 이후로 많이 반성했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에잇, 됐다! 그 이야기는 하지 말자.”

“네. 아무튼··· 최근에 제 입지가 영 아니다 보니 깨달았던 부분도 많았고요.”

“왕관의 무게는 무거운 법이다. 왕관은 누구나 우러러 보는 기품이 있고 빛나게 만들지. 그 때문에 모든 이들이 하나 밖에 없는 왕관을 얻기 위해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어. 허나 너나 동생들은 왕관의 화려함만 알지, 그 왕관의 무게는 몰라.”

“알고 있습니다.”

유선명은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첫째가 찾아와서 접견을 요청했을 때만 해도 꽤 불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간들을 상대해봤던가?

또한 첫째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보지 않아도 짐작했다.

폭마공의 부작용으로 정신을 잃고 제 어미를 범한 패륜아.

그래.

그것이 미련한 곰탱이 같은 첫째에게 찍혀진 지울 수 없는 낙인이었다. 친어미도 아니요, 수많은 후궁의 몸을 탐한 것에 기실 그는 별 다른 감흥이 없었다.

여자란 언제든지 놀다가 버린다는 도구로 생각한 탓이다.

하지만, 그 날 그는 그답지 않게 이 불민하고 어리석은 아들을 가혹하게 단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그가 수장이라 해도 조직은 온전히 그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권문 가신들이 들고 일어났다.

결국 그렇게 첫째는 명분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혈육이란 질긴 악연과 같아서 자신도 모르게 접견을 허용했던 것이다.

허나, 감정에 기대어 용서를 빌 것이라는 추측과 달리 아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선뜻 내놓았다.

오래 전부터 자신의 세력을 만들었다는 것과 그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 몇 가지들.

그루트라는 조직에 이중 첩자로 일부러 들어가 그들의 야심을 발견하고, 그러다 우연히 12지단을 파괴하려던 것을 중간에 막았다는 간단한 내용이다.

현재 아들은 자신의 복권은 물론이고, 간접적으로 돌려서 이에 상응하는 반대 급부를 원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황태자로 복권은 몰라도 비사벌과 거래를 하면서 이득을 취하려는 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유선명은 고개를 흔들었다.

“12지단은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전략적 가치가 있는 곳이 아니다. 물론 본 벌을 위해서 나름 암중에 노력한 부분은 인정해주마. 허나, 모든 거래는 조건이 맞아야 된다. 굳이 비즈니스를 하겠다면 비즈니스로 답변해주마.”

“·········”

“너희들이 내놓은 패는 너무 약해.”

유시후는 약간 얼굴을 붉히며 반박했다.

“아버님? 제 체면도 있지 않습니까? 이런 식이면 누가 저를 위해 충성을 바치고, 누가 저를 위해 노력하겠습니까? 부디 재고 해주십쇼.”

“미친 새끼! 어디서 사극은 많이 봤나 보네. 뭔 옛날 말을 그렇게 많이 써? 짱개냐? 그리고 이름이 동혁이라고?”

“네.”

“대충 보니 이제 초월경에 들었나 보군. 근데 설마 너 혼자 아율타 전풍대를 몰살시킨 것은 아니겠지?”

“운이 좋았습니다. 부하들 힘이 컸습니다.”

“아율타 전풍대면 본 벌에서도 최소한 한 개 군단은 움직여야 진압이 가능할텐데? 대체 언제 그 정도 세력을 키운거냐?”

동혁이 나선 것은 그 시점이다.

“믿기 힘들다면 시험해 보시죠?”

“누구를? 너를?”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동혁은 약간 입꼬리를 올려 도발했다.

유선명은 불쾌한 듯 중얼거렸다.

“흐음, 광오한 놈이군. 고작해야 그 수준으로···”

동혁은 철저하게 연극 중이었다.

이번 일을 계획하면서 일부러 적당히 강한 정도로만 위장을 한 탓에 천하의 비사벌주조차도 동혁이 초월경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흥분하는군. 그래. 철저하게 개가 되어 주지.”

만약 동혁이 본 실력을 유선명 앞에서 드러낸다면 분명히 쳐낼 것이라 본 것이다.

개가 위협적이지 않을 때야 주인의 총애를 받는다.

만약 개가 주인을 물 정도로 흉폭하면 결국 그 끝은 도살장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이다.

비사벌 하나면 모른다.

하지만 이 땅에는 이런 곳들이 다섯이나 더 있다.

그러니 동혁은 어쩔 수 없이 연극을 했던 것이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계산을 다 하고 있어.’

인간의 결을 읽을 수 있는 동혁이 볼 때 비사벌주는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것을 모르고 유선명을 상대한다면 분명 벌주의 페이스에 말려들 것이 뻔했다.

살기는 점점 더 동혁을 조여왔다.

이 또한 테스트임을 깨달았다. 동혁은 적당히 힘겨워하면서 그 살기를 제거했다.

유선명의 눈가에 이채롭다는 빛이 스쳐간 것은 그 시점이다.

“생각보다 더 대단하군.”

“과찬이십니다.”

“그래? 시후의 복권만으로는 안 되겠고, 그래서 저 떨거지들까지 데려온거냐?”

“비즈니스라 생각해주십쇼.”

“근데 내 허락도 없이 네 놈들 부하까지 온 것이 무례라 생각이 안 드냐? 너희들 딴에는 이것이 나를 압박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잘못 생각했어. 어떤 일이든 선후가 있는 법이야. 아무리 자식이라도 안 되는 것은 안 돼.”

“아직 조건을 이야기한 적도 없습니다.”

“근데 왜 저 놈들을 데려 왔어?”

그 말에 화가 난 듯 유시후가 반발했다.

“분명 조금 전까지 한번 거래에 대해 이야기는 들어보겠다고 말씀하신 게 아버님 아닙니까? 왜 말씀이 다릅니까?”

“나는 분명히 아까 말했었다. 네 놈의 복귀와 비사벌과 거래! 이 두 가지 중 하나만 들어보겠다고! 실무진을 데려오라는 말은 안 했어.”

“그게 그거잖아요!”

“헛소리! 매사에 넌 그런 식이니 동생들한테 당하는거다. 네 마음대로 유리하게 생각하면 세상이 네 뜻대로 돌아갈 것 같으냐? 다시 말하지만 둘 중 하나만 해준다. 그리고 네 놈의 복귀가 안 될 경우에만 비사벌과 거래를 틀 수 있게 해주지. 그것도 내용은 들어봐야 돼.”

유시후는 난감해졌다.

아니, 자존심이 상했다. 원래 저런 양반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동혁 앞에서 이런 식으로 질책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내심 동혁이 이번 건을 들고 설명을 했을 때 얼마나 기뻐했던가?

아버지는 냉정한 인물이다. 혈육이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가차 없이 버린다는 것은 뼈저리게 깨닫지 않았는가?

설마 조직에 큰 공을 세웠음에도 이럴 줄은 몰랐기에 유시후는 동혁을 볼 낯이 없어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동혁이 원하는 비사벌과 거래를 선택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일단 다시 후계자 싸움을 하려면 정상적인 신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동혁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둘 다 원합니다.”

“글쎄, 그건 안 돼. 가신들 눈도 있고···”

“그만한 선물을 더 드리죠.”

“무슨 선물? 무슨 명품이니 벽화니 이딴 것은 내 취미랑 안 맞아.”

“깨진 코어를 회복할 수 있는 약품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절반 정도 회복이 최선이지만, 분명히 괜찮은 아이템일겁니다.”

“정말이냐?”

그 때까지만 해도 탐탁치 않던 유선명의 시선에 날카롭게 변한 것은 그 시점이다.

“국내 총판권을 드리죠.”

“흠.”

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코어 회복 약이라면 확실히 끌렸다.

물론 그 진위 여부는 확인을 해봐야하겠지만, 설마 첫째가 거짓말을 할 리 없다 본 것이다.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거대한 비사벌의 수장이었으나, 만약 깨진 코어를 일정 부분 회복시킬 수 있다면 그 가치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세상에 각성자는 많고, 부상자는 부기지수다.

그 중 상당수가 마력 폐색증이나 코어 홀이 부서진 이들이었다. 이들은 불행히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회의 바닥으로 떨어져 산다.

‘꽤 큰 건이군.’

머리를 굴리던 유선명은 그럼에도 내색을 하지 않고 냉랭하게 말했다.

“그래도 부족해. 글로벌 총판권도 준다면 생각해보지.”

“욕심이 과하시군요. 이것만 해도 연간 조단위 매출은 나올텐데요?”

“다른 곳도 아닌 비사벌이네. 우리가 먹기에는 파이가 좀 적어.”

동혁은 예상 외로 비사벌주가 꼿꼿하자 갈등을 느꼈다.

그가 원하는 것은 군수 납품권이다.

비사벌의 예하 무력 부대 및 그 산하의 지단, 그 외에 관할에 속한 추종 세력까지 포함하면 무려 십만.

곡물, 담배, 식자재부터 각종 무기와 장비 등 비사벌이 소모하는 양은 천문학적인 단위다.

물론 군수 납품권 허가를 받는다 해도 그것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여러 경쟁자와 파이를 나눠야 했기 때문이다. 허나 분명한 것은 그 중 일부만 가져와도 엄청난 이득이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된다면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해외 총판권까지 줘가면서 할 필요 있을까?’

시장이 작은 한국내 총판권이야 가능하다 해도 향후 코어 회복제로 벌어들일 시장은 추정하기로 수십조가 넘는다.

거기다 아직까지 이 시장에 뛰어든 경쟁자도 없었다.

쉽게 말해 땅짚고 헤엄치기.

물론 이는 동혁의 특수한 권능 때문인데 단적인 예로 T.M 그룹이나 코모도 상회도 이런 약을 제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워낙에 제조 비용이 많이 들어 판매가격이 고위급 호족 이상은 되어야 가능한 터라 지금까지 대중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 반해 악티늄이 내놓은 약품은 충분한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유선명은 팔짱을 낀 채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영 아니면 내가 양보를 하지. 첫째의 입장도 있고 하니, 아시아와 유럽쪽만 주게. 나머지는 자네가 다 먹고. 어때? 괜찮은 조건이지?”

“힘듭니다. 국내 총판권만 드리죠.”

“어허, 거 참! 젊은 사람이 너무 속이 좁군 그래. 이 봐, 박수는 두 손이 마주 닿아야 나는 법이야. 섹스도 마찬가지지. 원래 이런 협상은 서로 양보를 하면서 타협점을 찾아야지. 안 그래?”

현란한 화술이었다.

군수 납품권 일부를 얻는 대신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까지 총판권을 준다면 대충 봐도 동혁이 다소 밑지는 장사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여기에 온 목적이 12지단을 통해 뭔가를 얻기 위함이 아니던가?

확실히 이 정도 위치에 오른 인물다웠다.

겉으로 헛점을 보여 경계심을 누그러트리고, 일부러 불가능한 제안을 한 후, 이를 빌미로 양보를 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끄는 모습이 보통이 아니다 본 것이다.

그럼에도 보통 때와 달리 동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 다른 선물을 드리죠.”

“무슨 선물?”

“코어 회복제는 국내 총판권만 드리고, 그 이상은 불가능합니다.”

“그럼 협상은 결렬이네. 아까 말한대로 시후의 복권만 해주겠네.”

“후후, 뭔가 착각하시나 본데요. 시후 형님이 잘 되면 저야 좋지만 이건 저와 아무 상관 없는 일입니다. 고작 그런 일로 선심 쓰듯 말하니 좀 불쾌하군요.”

“불쾌라? 후후, 대단한 용기로군.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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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31장 1막. 크리처 돔 +1 19.03.03 1,989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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