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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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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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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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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138

작성
19.02.2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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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장 1막. 부총령

DUMMY

가드들은 저마다 재빠르게 움직였다.

평소라면 관리직원이 해야 할 일을 그들이 하는 것에 불만을 느끼겠지만, 오늘 워낙 충격적인 일을 접한 탓에 뒷담화를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청소를 했던 것이다.

이 때 핫산의 몸을 한 쿠산이 나타나 아쉽다는 듯 투덜거렸다.

“치잇, 왜 나는 안 끼워주는거야? 이건 불공평하잖아?”

사중명은 이 꼬맹이의 잔소리에 웃었다.

“넌 아직 안 돼. 좀 더 실력이 오르면 그 때 써줄게.”

“아, 밤을 셌더니 배 열라 고프네.”

어느 정도 상황이 종료되자 자골타가 다가와 말했다.

“그나저나 이거 괜히 벌집 건드린 것 아닐까요?”

“휴우, 웬만하면 피하고 싶었지만 놈들이 저렇게 나오는데 방법이 없네요.”

“이해합니다.”

“주군이 직접 처리한다고 했는데 이거 괜히 문책 받는거 아닌지 몰라요.”

“하하, 아무려면 그러실까요?”

사중명은 뒷짐을 쥔 채 고개만 흔들 뿐이다.

가장 원하지 않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가 볼 때 아무리 강하다 해도 아직까지 화랑과 전면전은 무리라 본 것이다.



***



박해성이 강남의 고급 일식집에 도착한 것은 이른 저녁이었다.

340마력짜리 에어카는 부드럽게 공중 정원에 착륙을 했고, 미리 마중 나온 마담이 공손한 자세로 박해성을 맞이했는데 다른 손님과 달리 뒷문으로 그를 인도하는 모습이 꽤 특이하게 다가온다.

“이쪽으로 오시죠.”

뒤에 따르던 기사가 어정쩡한 자세로 눈치를 보자 고개짓을 한 것은 그 시점이다.

“술을 마셔야 될 것 같으니 기다리게.”

“네. 알겠습니다.”

순간 박해성은 위통으로 가슴 한쪽이 쓰린 것을 느꼈고,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힘들군.’

말끔한 정장 차림과 달리 면도조차 못한 턱에 난 잔털을 만졌다.

거듭된 야근 때문이다. 눈이 침침해졌는지 안경을 손끝으로 매만지며 피곤한 듯 자리에 앉았다.

방안은 썰렁했다. 기모노를 입은 여자들이 세팅을 하고 나가자 주위에는 산수화를 그린 병풍으로 둘러싸인 적막한 공간만 존재했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대체 무슨 일로?’

머리가 다시 지끈거렸다.

그날의 뜻하지 않는 행운으로 암이란 불치병이 낳았으나, 그도 잠시 황궁의 문제 때문에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던 까닭이다.

연로하신 황제는 언제 붕어하셔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인데다 황자들은 저마다 권력 투쟁으로 외세까지 끌어들여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

당연히 공안국 부총령이란 직책은 원하지 않는 격랑 속으로 빨려드는 중이다.

그가 느낀 현재 상황은 꽤 위험했다.

이런 때일수록 몸조심을 할 수밖에 없다. 까닥 잘못하면 벼랑 끝으로 떨어질 수도 있지 않는가.

그렇다고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것도 애매하다.

결국 그 때문에 지친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차마 거절하기 힘든 상대라는 것도 한 몫했다.

아무리 황권이 땅 위에 떨어졌다 해도 아직까지 시민들에게 사회 혁명당은 하늘이었다. 특히나 치안을 담당하는 공안국 부총령은 어디서나 존중을 받았다.

육대 메이저의 성세가 대단하다 해도 법으로 엮으면 피곤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과거 정복 전쟁 때라면 몰라도, 지금과 같은 평화기에는 메이저 세력들도 서로 견제를 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 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좀 늦었습니다.”

“별 말씀을요. 앉으시죠.”

앉은 이는 삐썩 마른 체구의 노인이었는데 인상이 꽤 강팍해보였다.

“어떻습니까? 요즘 힘드시죠?”

“후후, 먹고 사는게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나중에 은퇴하시면 제가 공봉으로 모시겠습니다.”

“아닙니다. 능력도 없는데 어찌 제가···”

“하하, 부총령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너무 겸손한 것 아닙니까?”

“굳이 은성가에 제가 필요할 일이 있을까요?”

“최근에 아랫 것들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요. 이것들이 툭하면 사고를 치는데 그 때마다 신경 쓰는 것도 힘드네요.”

반은 농담이었다.

쉽게 말해 은퇴를 하고, 나중에 은성가에 충성하는 가문들이 혹시 엮이면 손을 써달라는 의미다. 화랑의 칠성좌 중 하나인 은성가는 감히 공안이 못 건드리지만, 그 아래의 하급 호족들은 다르다.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하도 항쟁이 많이 발생하니, 결국 혁명당의 평의회에서는 치안 유지를 위해 기강 확립을 최우선으로 삼았던 것이다.

은성가 정도 되면 그 휘하에 수십개 이상 충성하는 조직들이 있다. 그리고 다시 그 밑으로 새끼를 친다. 쉽게 말해 뒷배가 되어주는 것이다.

이런 보호막을 통해 작은 조직들은 생존을 도모하고, 이권의 일부를 분배하는 방식인데 그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대규모 충돌은 예전보다 발생하는 빈도가 확실히 줄었다.

따끈하게 데운 청주가 담긴 주전자를 따르며 은성가의 가주인 심우빈이 물었다.

“근데 무슨 일인데 저를 부르셨습니까?”

이 둘은 이십년지기였다. 젊은 시절 우연히 친분을 쌓은 후, 나름 정계와 무계에서 높은 입지를 쌓았고, 그 때문에 지금도 상부상조를 하는 관계였다.

박해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듯 대답했다.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무슨 뜻인지?”

“매화각에 초대한 것은 제가 아니라 다른 분이라서요.”

“흐음, 묘한 일이군요. 그럼?”

“네. 거절하기 어려운 분이었습니다.”

“그래요?”

직감적으로 뭔가가 있다 느낀 심우빈은 안주를 집으며 생각에 잠겼다.

부총령을 전화 한 통화로 부를 정도 신분이라면 적어도 자신의 아랫급은 아닐 것이다.

대체 어떤 목적인지는 몰라도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십여분 후에 장년인 하나와 젊은 남자 하나가 나타났다.

“하하, 조금 늦었군요.”

심우빈의 시선이 돌아간 것은 그 때다.

어디선가 낯이 익다 생각하던 순간 박해성이 일어나더니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저희도 방금 왔습니다.”

“혹시? 율령의···?”

“인사가 늦었군요. 카일 브란델이라 합니다.”

“이런?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요.”

“아.”

“2년 전에 T.M 그룹 신년회에서 뵙던 것 기억 안 나세요?”

“하하, 그렇군요. 그 때는 경황이 없어서 인사만 나눴던 것 같네요.”

나타난 이는 율령의 부총사인 카일이었다. 심우빈은 신분을 알게 되자 즉시 일어나 목례를 했다.

비록 율령과 화랑이 육대 메이저 다음 순위로 거론된다 해도 상대는 율령의 총사를 제외하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이였고, 자신은 항렬로 봐도 다소 낮았던 탓이다.

“그런데 이 분은?”

“비사벌의 유시후입니다.

“비사벌이라···”

악수를 한 채 모호한 표정으로 말 끝을 흐리자, 카일이 웃으며 설명했다.

“유선명 벌주님의 첫째 아드님입니다.”

“아, 그렇군요. 저도 말로만 들었는데 이렇게 뵙게 되니 영광이네요.”

“하하, 제가 더 그렇죠.”

“일단 앉읍시다.”

넷은 교자상에 앉아 어색한 미소를 드러내며 한동안 형식적인 대화만 나누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서로 친분이 거의 없던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심우빈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폐서인이 되었다가 얼마 전에 복권 된 것으로 아는데··· 유선명의 신임을 받은 걸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의 등장에 심우빈은 다소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비록 그가 화랑의 칠성좌 중 하나라 해도 같은 칠성좌 중에서 힘이 약한 은성가였고, 그 반면 상대는 최강 세력인 비사벌의 적통 아닌가?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둘도 자신이 왜 여기에 왔는지 모르는 눈치다.

결국 대화거리가 떨어진 박해성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럼, 두 분도 왜 저희와 만나는지 모른다는 뜻인가요?”

카일은 당혹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저 역시 그의 부탁으로 온 것이라서요.”

“하지만 직접 전화를 저에게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기는 하죠. 아무튼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 그 친구가 오면 다 해결이 될테니.”

유시후는 연달아 술을 들이켜서 벌개진 얼굴로 투덜거렸다.

“아니, 정작 본인은 안 오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네요.”

“후후, 시후 자네는 동혁씨를 의동생으로 삼지 않았는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동혁씨가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은 아니니 괜찮을거야.”

“미국에 있다고 아까 연락이 왔더군요. 루바틱스 큐빅에서 디멘션 트랩을 발견했다 하더군요.”

“헐, 대단하군.”

“그 안에서 에잇 큐빅을 찾았고, 그거 뚫느라 좀 늦었다 하더군요. 근데 그게 원래는 우리 것이었는데 하필이면 놈한테 행운의 신이 붙었는지 에잇!”

“그보다 비사벌에서 이번에 5황자님과 손을 잡았다면서?”

비사벌이나 중천 같은 곳에서도 황제와 같은 명칭을 쓴다.

허나, 이는 스스로 존대를 받기 위해 내부적으로 쓰는 것들이고, 실제 이런 호칭들은 황궁에서나 쓰일 뿐이다.

유시후가 설명했다.

“얼마 전에 가신들의 의견이 그 쪽으로 통일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방치를 했다가는 잘못하면 다음 권력은 중천쪽으로 넘어갈 위험성이 있다 본거죠. 견제 차원입니다. 전폭적인 지원은 아니고요.”

“하긴, 중천으로도 모자라 최근에는 T.M 그룹까지 지원을 한다고 하더군.”

심우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T.M 이 나서면 코모도 상회도 붙었을텐데?”

“근데 이렇게 되면 1황자와 손 잡은 열화의 탑이 불리하지 않을까?”

“그건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후계자 다툼이 무력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아직은 더 지켜봐야죠. 일단 자질로 놓고 본다면 1황자쪽이 가장 나아 보입니다. 아직까지도 가신들의 지지가 높은 편이고요.”

“북위연합이나 인피니티 서클은?”

“북위연합이야 이민족이니 관심 없을테고, 인피니티쪽은 열화의 탑쪽에서 계속 푸시를 하는 모양인데 이번에 신임 총주가 망설인다 하네요.”

“그래?”

어느덧 시계의 초침은 약속 시간을 훨씬 벗어나 한시간이 더 흘렀다.

그 덕분에 테이블 위에는 빈 그릇들뿐이었고, 정작 이곳에 온 목적을 망각한 심우빈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입을 열었다.

“이건 해도 너무하는군요. 아무리 부총령님 부탁이라도 일어나야겠네요.”

카일은 미미하게 비음을 터트리며 만류했다.

“좀 더 기다려 봅시다. 그 친구가 늦는다면 이유가 있을테니.”

유시후도 웃으며 동조했다.

“아마 일이 바쁜 모양입니다. 만약 여기서 일어나면 좀 그렇고···”

“그래도···”

“하하, 내가 대신 사과드리죠. 올 때까지 기다립시다.”

“자, 마담! 안주 떨어졌으니 더 가져오지 않고 뭐해?”

이를 지켜보던 박해성의 눈에 기광이 스쳐갔다.

‘대체 이게 무슨···’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던 것이다. 이 둘이 누구던가?

하나는 율령의 2인자였고, 다른 이는 비사벌의 후계자였다. 지금 상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오직 하나의 시나리오만 존재한다.

하지만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인가?

적어도 이 둘의 체면을 버리고, 기다리게 할 존재가 있던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를 표현할 수 없었다. 이 둘은 자신이 무례하기에 급이 더 높았던 탓이다.

그렇게 재차 인내의 시간이 좀 더 흘렀다.

참다 못한 심우빈이 불만을 토로했다.

“너무 늦는데요? 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러는지 몰라도···”

그 때다.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좀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늦기는 뭐, 우리도 이야기 하느라 늦은 지도 몰랐네.”

카일이 엉덩이를 뗀 것은 그 순간이다. 유시후는 웃으면서 장난스레 질책했다.

“후후, 얼마나 바쁘길래 초대한 놈이 늦어? 우리가 한가한 사람들인 줄 알아?”

“하하, 그렇게 되었네요. 그 대신 술은 제가 다 사죠.”

“당연히 그래야지.”

박해성의 술잔을 들었던 손이 멈칫거린 것은 그 순간이다.

분명 어디선가 본 얼굴 아닌가? 기억을 더듬었다.

‘저 아이는 그 때?’

누군가 했더니 그 때 에어스테이션에서 비행마수의 습격으로부터 구해준 인물이었다.

꽤나 당혹스러웠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장소에서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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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34장 7막. 화랑 +6 19.03.26 2,286 54 10쪽
133 34장 6막. 화랑 +1 19.03.24 1,570 39 12쪽
132 34장 5막. 화랑 +1 19.03.24 1,499 35 12쪽
131 34장 4막. 화랑 +1 19.03.23 1,569 33 12쪽
130 34장 3막. 화랑 +2 19.03.21 1,645 36 12쪽
129 34장 2막. 화랑 19.03.20 1,700 39 11쪽
128 34장 1막. 화랑 +1 19.03.18 1,733 43 11쪽
127 33장 4막. 역천의 힘 +1 19.03.17 1,881 47 12쪽
126 33장 3막. 역천의 힘 +6 19.03.15 1,832 52 12쪽
125 33장 2막. 역천의 힘 +2 19.03.14 1,771 42 12쪽
124 33장 1막. 역천의 힘 +2 19.03.13 1,742 39 11쪽
123 32장 3막. 장가장 +4 19.03.12 1,753 35 12쪽
122 32장 2막. 장가장 +4 19.03.11 1,713 37 12쪽
121 32장 1막. 장가장 +5 19.03.10 1,861 46 11쪽
120 31장 6막. 크리처 돔 19.03.09 1,795 40 12쪽
119 31장 5막. 크리처 돔 +2 19.03.08 1,840 47 12쪽
118 31장 4막. 크리처 돔 +1 19.03.07 1,894 44 11쪽
117 31장 3막. 크리처 돔 +3 19.03.05 1,842 39 12쪽
116 31장 2막. 크리처 돔 +2 19.03.04 1,846 43 12쪽
115 31장 1막. 크리처 돔 +1 19.03.03 1,989 40 12쪽
114 30장 3막. 부총령 +4 19.03.01 2,067 52 12쪽
113 30장 2막. 부총령 19.02.27 2,066 45 12쪽
» 30장 1막. 부총령 +3 19.02.26 2,042 44 12쪽
111 29장 3막. 아버지 +1 19.02.25 2,048 44 12쪽
110 29장 2막. 아버지 +3 19.02.24 2,129 44 12쪽
109 29장 1막. 아버지 +2 19.02.23 2,236 42 12쪽
108 28장 2막. 악티늄 +1 19.02.22 2,164 46 12쪽
107 28장 1막. 악티늄 19.02.21 2,173 46 11쪽
106 27장 7막. 비사벌 +2 19.02.19 2,216 43 11쪽
105 27장 6막. 비사벌 19.02.18 2,289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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