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구글과애플
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최근연재일 :
2019.03.26 16:50
연재수 :
134 회
조회수 :
763,402
추천수 :
10,506
글자수 :
727,138

작성
19.03.01 02:13
조회
2,067
추천
52
글자
12쪽

30장 3막. 부총령

DUMMY

동혁의 얼굴이 차갑게 변하자 보다 못한 유시후가 나섰다.

“가주님, 믿어도 될겁니다. 동혁이는 지금까지 거짓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심우빈은 복잡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맹랑하군. 대체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굳어진 표정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애궂은 안주만 젓가락으로 매만지며 멈칫했다. 잔잔한 정적이 스쳐가자 카일이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화랑도 참 재수가 없군. 어쩌다 자네를 적으로 돌려서 일을 골치 아프게 만드는지 모르겠군.”

동혁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뭐, 겁나면 빠지세요. 아무튼 가주님 의사를 확인했으니 저도 생각을 바꿔야겠네요.”

“무슨 뜻인가?”

“파트너 제안을 거절했는데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네요.”

주저하던 심우빈은 결국 대답을 하고 말았다.

“크흠, 내 말은 지금 제안이 너무 뜬금없어서 그런 것이지 거절한다는 것은 아니네.”

결국 숨겨왔던 탐욕이란 모순의 덩어리가 아귀처럼 스물스물 기어나왔다.

‘미쳤거나 그게 아니면··· 어쩌면 한번쯤 모험을 해볼 필요도 있겠지.’

동혁은 느릿하게 말했다.

“천천히 생각하세요.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혼란스러울테니.”

“아니네. 그러도록 하지. 가만 생각하니 너무 그 두 가문 때문에 우리 은성가가 빛을 못 봤던 것 같군.”

“옳은 선택입니다.”

그에 반해 박해성은 그저 못 들은 척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화랑을 친다?

그 누가 감히 이 말을 믿을 수 있을까.

본능이 경고했다. 괜히 이런 일에 휩쓸렸다가는 목숨이 열 개 있어도 부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아는 까닭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동혁은 이번에는 그를 향했다.

“그 동안 못 본 사이에 더 야위셨네요.”

“크흠, 업무가 좀 바빴다네. 그나저나 난 오늘 아무 것도 못 들은 것으로 하겠네.”

“아니. 들어야 합니다. 어차피 우리는 한 배를 탔으니까요.”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

“왜 제가 부총령님까지 불렀는지 모르십니까?”

“그거야··· 나를 통해 은성가와 접촉하려고.”

“틀렸습니다. 굳이 그런 수단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직접 가능했습니다.”

“그럼?”

“제안 하나를 하죠.”

“제안이라니? 나 같은 국가의 밥이나 축내는 놈이 무슨···”

그 당당하던 박해성의 얼굴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세월을 당파 싸움을 보며 지냈던 박해성이다.

아무리 공안국을 총괄하는 2인자 위치라 해도 결국 권력자의 충실한 개임을 어찌 모르겠는가?

불의를 보아도 적당히 피하고, 부패를 보면서도 눈 감아왔다.

또한 어느 한 쪽의 줄을 타지 않고 원만하게 처신한 탓에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오른 것이다.

동기 중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거센 시류에 섞여 만신창이가 된 이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겁을 먹은 것이 아니다.

이것이 그의 처세술이었다.

박해성은 재차 단호하게 도리질하며 애원했다.

“이런 자리인줄 알았으면 안 나왔을 것이네. 그리고 오늘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입을 다물겠네. 그러니···”

“어차피 한 배를 탔습니다. 이젠 방법이 없어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

“제가 놔드려도 아마 가주님께서 못 놔드릴 것 같은데요?”

그러면서 은성가 가주를 본다.

심우빈은 경직된 얼굴로 박해성을 쏘아 보고 있었다.

“서, 설마?”

“부총령··· 이번 일은 본 가의 생사가 달린 문제입니다.”

이 뜻을 알아차린 박해성의 낮빛이 우그러지고 있었다.

어찌 모를까? 지금 심우빈은 아까와 달리 은은하게 살기마저 드러냈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손을 쓰겠다는 뜻이다. 이런 일은 자고로 한 사람이라도 더 알려지지 않아야 한다.

잘못하면 은성가는 멸족이 될 수도 있을만큼 비밀을 요하는 일이었고, 이를 모를 리 없는 박해성은 탄식했다.

“좋군. 좋아. 그래, 자네 생각을 말해보게. 내가 어떻게 해야 되겠나?”

“생각이 아니라 협조를 해줘야 할겁니다.”

“후후, 협조가 아니라 협박이겠지.”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현재 줄을 대고 있는 황자가 있습니까?”

황제가 오늘 내일 하는 상황이라 황궁의 상황은 복잡하기 그지 없었다. 몇 년전부터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온 암투는 이제 노골적으로 대놓고 싸우고 있었고, 그 때문에 그와 같은 간부들은 어느 줄이 튼튼한지 눈치를 봐야 하는 형국까지 왔던 것이다.

“아직까지는 중립이네.”

“그거 다행이군요.”

“두 가지를 해줘야 합니다.”

“말하게.”

대화는 깊어가고 있었다. 동혁은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고, 박해성은 약간 난감한 듯 변명을 했다. 하지만 굳이 못 들어줄 부탁은 아니었기에 결국 동의하고야 만다.

넷은 그 날 밤이 늦도록 술잔을 돌렸다. 그 후 기생이 들어와 멋드러지게 ‘산야별곡’이라는 가야금과 비파를 연주하며 꽥꽥거리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의 장막은 귀먹거리마냥 애써 감추며 대지를 품을 따름이다.



***



장가장은 충청도 괴산과 단양 사이의 월악산에 위치해 있었다.

공중 정원이 유행이라지만, 여전히 장가장처럼 유서 깊은 가문은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 친화적인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장철산은 이제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 탓에 예전의 직책을 내려놓고, 이제는 원로원의 서기란 직책만 붙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원로원의 서기는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행정적인 조언 정도를 구하는 곳으로 사실상 실권이 별로 없는 곳이지만, 그래도 오랜 정계 생활로 인맥은 풍부한 편이다.

그런 까닭에 시간이 많은 관계로 집에 있을 때는 화초를 기르거나, 독서를 하며 지내는 것이 요즘의 일과다.

그의 자식들은 대부분 이제 나름 기반을 마련한 상황이었다.

첫째 딸만 제외하면 둘째 딸은 이클립스 용병단에 며느리로 막내 딸은 신창가로 들어갔고, 첫째 아들은 5지단의 단장이었으며, 둘째 아들은 백현 상회라는 제법 규모가 되는 군수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장가장은 예전에 비해 성세가 크게 후퇴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늘 걱정이 적지 않았다.

문득 탄식이 터졌다.

‘우혁이가 이렇게 빨리 가다니.’

아까운 놈이다. 어릴 때부터 워낙 영특해서 가문에서 얼마나 기대를 했던가?

현재 조직은 변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바뀐 신임 총주 때문이다.

총주는 그 능력에 걸맞게 패도적이었다. 늘 그렇듯이 이런 시기에는 수뇌부의 눈에 나면 희생양이 되고는 한다.

몇 몇 눈치를 모르는 고위급 가문이 숙청 당한 케이스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은 바싹 움크려야 할 시기였다.

노회한 장철산은 시류를 읽고 숨 죽인 채 정치적 풍향계를 읽고 있었다.

‘만만치가 않아.’

후대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릴 뿐이다. 결국 가문의 부흥을 생각하면 능력이 따라야 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후대 중에 그 누구도 차기 가주감은 없었다.

“가주님, 이러다 감기 걸리겠습니다. 잠시 쉬시죠.”

“아이들은?”

“첫째 마님쪽이 조금 늦는다 연락이 왔고 백부님 두 분은 방금 도착했습니다.”

시립해 있던 집사의 말이다.

“이집사? 자네가 볼 때 어때?”

“글쎄요. 제가 관여할 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미 수십년을 모신 주군이었다. 비록 질문은 함축적이었으나 어찌 의미를 모를까? 일부러 모호한 답변만 할 뿐이다.

장철산은 기가 막힌다는 듯 중얼거렸다.

“양자라니? 그것도 며칠 전에 통보하고 온다 하더군.”

“사모님도 생각을 많이 했을겁니다.”

“후후, 내가 이래서 결혼을 반대했던거야. 정서방이 사람은 좋지. 하지만 그게 전부라네. 그건 그렇다쳐도 갑자기 그 놈의 아들을 들인다고 하니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나?”

“허락하셔야 할 듯 합니다.”

집사의 말에 장철산은 코웃음을 치며 되물었다.

“어째서? 이유를 대보게.”

“첫번째는 사모님의 입장 때문입니다. 만약 이번에 가주님이 반대한다면 따님과 갈등이 깊어질겁니다. 두번째는 대외적인 시선도 있습니다. 만약 이 소식이 세어 나갈 경우 얻을 게 없다 봅니다.”

“역시 자네는 똑똑하군. 그래도 내키지 않는 것이 사실이네.”

“따님을 사랑하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 아무튼 내 딸이지만 영리하군. 아마 이런 것까지 다 계산에 넣었겠지?”

“아시지 않습니까? 따님의 성격을?”

“그래도 확답은 못 내리겠네. 일단 지켜보자고.”

장철산은 못마땅했다.

집사의 의견처럼 현재 그는 외통수에 걸린 꼴이었다.

이미 혜숙이가 양자로 입적을 허락을 한 상태에서 자신이 반대를 한다?

이럴 경우 혜숙이의 입지에 향후 크게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높았던 것이다. 그러니 미연에 상의하지 않고 불쑥 일을 저질렀다 판단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만약 반대를 하게 되면 그로서는 얻을 것은 가문의 불명예와 자식과의 갈등 뿐이다.

장철산은 허탈했다.

원래 매달 모이는 식사 자리가 갑자기 첫째 딸의 양자 문제로 붉어지니 불쾌했던 것이다.

“저 왔어요. 오래 기다리셨어요?”

정문이 열리며 첫째 딸 내외가 온 것은 그 시점이었다.

“그래. 왔구나.”

“할아버지 저도 왔어요.”

“우리 아름이는 더 이뻐졌는데?”

마지막으로 동혁이 인사를 했다.

“동혁입니다.”

시선이 마주친 것은 그 순간이다. 꽤 훤칠한 외모였다. 육망성의 영향으로 골격이 더 커진데다 피부가 환골탈태를 한 탓에 예전과 비교하면 누가 보더라도 매력적인 얼굴이었다. 허나 이를 본 장철산은 미미하게 미간을 찡그려야 했다.

‘대체 뭘 보고 데려온거지?’

그나마 영특한 딸의 눈을 믿었기에 약간의 기대를 했다.

잘생긴 외모 외에는 나머지는 모두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각성자라면 속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특유의 기세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 아이는 말 그대로 평범했다.

더구나 마음에 안 든 것은 너무 뻣뻣하다는 점이다. 과도한 예의는 안 좋아해도 지금처럼 가볍게 목례만 하는 모습이 좋을 리는 없지 않는가?

장인이 별 다른 대꾸를 하지 않자 곤혹스러웠던 정재영이 나섰다.

“죄송합니다. 긴장을 많이 했나 봅니다.”

“괜찮아. 아직 낯선 환경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 들어와라.”

아름은 분위기가 경직된 것을 깨닫고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삼촌들은 오셨나요?”

“거의 다 왔다. 오늘은 손님도 왔고 하니 부페로 하라고 했으니 마음껏 먹어라.”

“피잇, 나 다이어트 하느라 많이 못 먹는데··· 할아버지는 내 맘도 모르고.”

“그 몸매에서 살 더 빼면 어쩌려고 그러냐? 지금도 충분히 이뻐.”

“헤헤. 그거 칭찬 맞죠?”

“어이구, 우리 공주님은 갈수록 애교가 많아지네.”

동혁은 묵묵히 뒤를 따라 들어갔다.

‘이상하군.’

일부러 냉담한 척 했으나 장철산은 묘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노인은 비록 위치에 비해 각성자로서 대단한 능력은 없었으나, 그 반면 경험이란 무기가 있었다.

특히나 사람 보는 눈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자부했다.

그 때문에 여러 번의 인생의 분기점에서 미끄러지지 않았던 것이다.

희미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수준이 낮은 듯 보였으나, 기이하게도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여유로움이다. 아무리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해도 미세한 몸동작이나 근육의 떨림, 시선처리 등으로 내면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허나, 이 아이는 정말로 태연했다.

마치 세상사를 초월한 것과 같은 눈빛.

‘전임 총주를 보는 것 같군.’

그러면서도 쓴웃음을 지었다. 고작해야 이제 갓 20세가 된 아이를 총주와 비교를 하다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월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4 34장 7막. 화랑 +6 19.03.26 2,287 54 10쪽
133 34장 6막. 화랑 +1 19.03.24 1,570 39 12쪽
132 34장 5막. 화랑 +1 19.03.24 1,499 35 12쪽
131 34장 4막. 화랑 +1 19.03.23 1,569 33 12쪽
130 34장 3막. 화랑 +2 19.03.21 1,645 36 12쪽
129 34장 2막. 화랑 19.03.20 1,701 39 11쪽
128 34장 1막. 화랑 +1 19.03.18 1,733 43 11쪽
127 33장 4막. 역천의 힘 +1 19.03.17 1,881 47 12쪽
126 33장 3막. 역천의 힘 +6 19.03.15 1,832 52 12쪽
125 33장 2막. 역천의 힘 +2 19.03.14 1,771 42 12쪽
124 33장 1막. 역천의 힘 +2 19.03.13 1,742 39 11쪽
123 32장 3막. 장가장 +4 19.03.12 1,753 35 12쪽
122 32장 2막. 장가장 +4 19.03.11 1,713 37 12쪽
121 32장 1막. 장가장 +5 19.03.10 1,861 46 11쪽
120 31장 6막. 크리처 돔 19.03.09 1,795 40 12쪽
119 31장 5막. 크리처 돔 +2 19.03.08 1,840 47 12쪽
118 31장 4막. 크리처 돔 +1 19.03.07 1,894 44 11쪽
117 31장 3막. 크리처 돔 +3 19.03.05 1,842 39 12쪽
116 31장 2막. 크리처 돔 +2 19.03.04 1,846 43 12쪽
115 31장 1막. 크리처 돔 +1 19.03.03 1,989 40 12쪽
» 30장 3막. 부총령 +4 19.03.01 2,068 52 12쪽
113 30장 2막. 부총령 19.02.27 2,066 45 12쪽
112 30장 1막. 부총령 +3 19.02.26 2,042 44 12쪽
111 29장 3막. 아버지 +1 19.02.25 2,048 44 12쪽
110 29장 2막. 아버지 +3 19.02.24 2,129 44 12쪽
109 29장 1막. 아버지 +2 19.02.23 2,236 42 12쪽
108 28장 2막. 악티늄 +1 19.02.22 2,164 46 12쪽
107 28장 1막. 악티늄 19.02.21 2,174 46 11쪽
106 27장 7막. 비사벌 +2 19.02.19 2,216 43 11쪽
105 27장 6막. 비사벌 19.02.18 2,289 3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