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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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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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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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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2장 2막. 장가장

DUMMY

“무슨 뜻인지는 아십니까?”

“글쎄요. 불행히도 제가 검법에는 취미가 없어서요. 그저 추측하기로는 자신의 실력을 일부러 드러내서 경고를 한 것 같습니다.”

“경고라. 광오하군요.”

“그런 것 같네요.”

“실력이 어느 정도입니까?”

“글쎄요. 그보다 흉수가 정말로 20대가 맞습니까?”

“네. 목격자나 그쪽 관리인의 말이니 맞을겁니다.”

“흠, 그럼 잘못 생각한 것 같군요.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보입니다.”

압탈라는 더 이상 호기심을 가지지 않았다.

자기 딴에는 실력을 보여줘서 후환을 만들지 않겠다고 한 모양이지만, 고작 20대 나이로 무엇을 하겠는가?

아무리 기연을 얻고, 뛰어난 기재라 해도 능력이란 피라미드 계단과 같아서 높아질수록 시간의 축과 비례한다.

개미핥기가 나무가 전부인줄 알지만, 매의 눈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똑 같은 이치였다.

제자인 시훈이 끼어 들었다.

“그보다 사부님, 베첼은 어떻게 할까요?”

“쯔쯧, 발이 많이 상한 것 같은데 한동안은 나는데 지장이 있을거다.”

베첼은 가루라의 애칭이다.

오래 전 압탈라가 백시훈을 제자로 들이면서 백가장에 선물로 남긴 것으로 원주인은 백진홍이 아닌, 백시훈의 것이다. 허나, 연합에 몸 담고 있었던 탓에 둘째에게 맡겼는데 결국 이런 몰골로 돌아왔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압탈라는 간만에 감정 섞인 얼굴로 인상을 썼다.

“베첼은 나이가 이제 백 살이 넘었을겁니다. 제가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영물이죠. 그런데 이 꼴이 된데다 장주님의 둘째마저 저렇게 되었으니 제가 개입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군요.”

“죄송합니다. 무상님이 이런 하찮은 일에 끼어들게 한다는게···”

“아닙니다. 시훈이 일이면 저와도 연관이 없다 할 수 없겠죠.”

백천명의 눈이 번득였다.

상대의 배경 때문에 기실 복수를 하는 것을 망설였던 까닭이다.

아무리 백가장이라 해도 사방신 중 가장 능력이 뛰어나다는 압탈라와 비교할 수는 없었다.

연합의 주인인 수뇌부 셋을 제외하면 최고위직인 무상이 될 인물 아닌가?

그로서는 상대가 먼저 이런 말을 해오니 얼굴이 밝게 빛나는 것은 당연하리라.

장가장이 혹시라도 인피티니를 내세운다 해도 백가장 또한 북위 연합이 나설 것이다.

“참··· 난감하네요. 모처럼만에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이런 일에 끼어 들여야 해서요.”

“그 대신 충청도 지역의 호족을 규합해서 저를 도와주셔야 합니다.”

무슨 뜻인지 어찌 모를까?

북위연합은 백여개 가문의 연합체였다.

그 때문에 고위급 작위에 공석이 발생할 경우 대평의회에 투표권이 있는 권신가문 중 유력한 가문을 찾아가 로비를 벌이는 것은 연례 행사였다.

백가장은 북위연합의 상원 上院 에 속해 있는 삼십육 천신가 天神家 중 하나로서 원로들이 상원의 주요 직책에 여럿이 포진되어 있는 탓에 그 중에서도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문가였다.

백천명은 호쾌하게 말했다.

“안 그래도 이미 인근 십여 군데 연합의 호족들과 엊그제 대충 이야기를 나눈 상태입니다. 더구나 이번에 장가장에게 죽은 아이들도 나름 이 일대에서는 명망이 높은 이들이라 이번 기회를 이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그럼 쇠뿔도 단김에 뽑으라 했다고 바로 가시죠.”

“지금 말입니까?”

“인피니티에 저도 아는 인물이 있지만 장가장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굳이 시간을 들일 필요 있겠습니까? 그깟 벌레들 잡는데 혹시 놈들이 딴 마음이라도 먹기 전에 처리해야죠.”

압탈라는 광오했다.

마치 산책이라도 나가는 것처럼 여유로웠던 것이다.

허나, 누구보다 그의 능력을 잘 아는 백천명은 이해한다는 듯 끄덕였다.

결국 백천명은 압탈라와 함께 백가장의 정예인 멸혼대와 추혼대, 플루토 4기를 이끌고 장가장으로 향했다.

백가장이 최근 위세를 떨치면서 암시장에서 하나 둘씩 사서 모은 플루토까지 출동시킨 이유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장가장의 완전한 항복이나 제거였던 것이다.



***



장혜숙은 미간을 찡그린 채 신학수를 보며 질책하고 있었다.

“동혁이가 오지 않았다고?”

“네. 잠시 일이 있다고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에 온다 합니다.”

“대체 이런 큰 일을 벌여놓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원···”

장가장의 안채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보통이라면 아마 인원이 많은 관계로 저마다 의견을 말하며 시끄러운 것이 정상이겠으나, 오늘만큼은 달랐다.

장수완이 동생들을 데리고 복귀한 후, 장수완은 가주인 장철산에게 크리처 돔에서 있었던 사건을 낱낱이 고했고, 가주는 일이 심각한 것을 깨닫자 전체 회의를 소집했기 때문이다.

백가장의 둘째인 백진홍 일행이 장수완과 동생들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 넣은 대목에서 부모들은 분노를 토했다.

그러다 동혁이 나타나 뜻밖의 능력을 보이며 오히려 물리친 내용에서는 믿기 어렵다는 기색이 살짝 드러났다.

허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그들은 백가장이 어떤 곳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장가장이 나름 각자 영역에서 괜찮은 입지를 쌓았다고 하지만, 이것은 철저하게 관점의 차이에 불과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장가장은 백가장의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위인 이클립스 용병단의 배정만이 온다 해도 마찬가지다. 백가장은 북위 연합의 주축 가문 중 하나다.

그런 곳의 후계자를 폐인으로 만들었으니 곤혹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답답한 듯 담배를 태우던 장철산이 나지막하게 입을 뗐다.

“형들을 도와준 것은 분명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나,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구나.”

이 말에 장혜숙이 냉랭한 얼굴로 쳐다본다.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만약 동혁이가 아니었으면 다 죽었을거라고요. 언제부터 우리 장가장이 이렇게 비굴해진거죠? 고작해야 지역 호족이잖아요?”

“틀렸다! 백가장은 달라.”

“하지만!”

아까 술을 많이 마신 탓인지 얼굴이 벌개진 장정훈이 말을 끊었다.

“이건 동혁이가 잘못했어. 백가장주 성격에 분명 가만 있지 않을거야.”

“어디서 근본도 없는 애를 데려와서 가문을 위태롭게 만드는지 원!”

비웃듯이 말한 것은 장민아였다. 그 말에 정재영이 불만 섞인 표정으로 대꾸했다.

“처제, 말이 심하잖아? 이유야 어쨌든 동혁이 없었으면 큰일 날뻔 했는데 이런 식으로 말해도 되는거야?”

“후후, 어린 애들 싸움이에요. 만약 그 아이가 끼어 들지 않았다면 적당한 정도에서 끝냈을겁니다.”

결국 배수현이 참다 못해 발끈했다.

“이모! 그 놈은 정말로 우리를 죽이려 했다고요! 동혁이가 잘못한게 뭔데요? 왜 갑자기 이렇게 몰아가죠?”

“수현이 넌! 빠져! 어디 어른들이 말씀하는데 끼어들어?”

“왜요? 제가 못할 말 했어요? 아니, 생명의 은인한테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전부 제 정신인가요?”

둘째인 장정수는 불쾌한 듯 입을 씰룩였다.

“적당히 훈계 정도나 하고 끝냈으면 누가 뭐라고 한단 말이냐? 어디서 기연을 얻었는지는 몰라도 잘못하면 멸문을 당할 수도 있는 사안이야. 자고로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는 말도 있어.”

장정훈이 탄식하듯 머리를 흔들었다.

“너희들 말을 들어보면 동혁이 수준이 상당한 것 같은데 마음에 걸리는 게 너무 패도적인게 성향 같구나.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이 있다. 설령 이번 일이 문제가 없다 해도 그 아이 때문에 훗날 가문에 해를 입힐 수도 있어.”

장수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쩌면 초월경일지도 모릅니다.”

“그건 아닐거다. 그 나이에 그게 가능하다 생각하냐? 백가장의 아이에게 꺾였다고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아냐?”

“하긴 삼촌들 말을 듣고보니 그렇기는 하네요.”

장수완은 겉으로는 수긍을 했으나, 속으로는 여전히 미심쩍은 기분이었다.

‘보이지도 않았어. 만약 죽이려고 했다면 아마 그 전에 끝냈을거야.’

아직도 모골이 송연했다. 손짓 한번에 혈마비가 분쇄되고 십여명이 떼죽음을 당했던 그 장면이.

단지 체면 때문에 내색을 하지 않았을 뿐, 그 후로 그 때의 기억 때문에 복귀하면서도 사촌 동생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벌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모두들 너무하네요. 특히나 아버님께 실망했어요. 대체 언제부터 우리 가문이 이렇게 변했나요?”

장철산은 안타깝다는 듯 뭔가를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전대 총주가 있었다면 달랐을테지. 적어도 외풍으로부터 보호는 해줬으니까.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 원로원은 힘이 없단다. 그리고 말이 틀렸다. 우리가 변한 것이 아니라 원래 세상이 그렇다는 것을 정녕 모르느냐?”

차가운 침묵이 휘감아왔다.

어찌 모를까?

가주인 장철산은 무력으로 뛰어난 인물이 아니다.

거기다 흔들리는 난파선처럼 이미 총주에게 찍힌 원로원은 더 이상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었다.

그러니 선택의 길이 없었던 것이다.

비록 자식들이 몸 담고 있는 이클립스 용병단이나 신창가, 백현 상회가 제법 외부에서는 큰 소리를 칠 수 있으나, 그것도 상대 나름이다.

장혜숙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뻤다.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동혁의 뛰어난 능력을 확인했던 까닭이다.

허나, 가족의 말처럼 적당히 강하면 가문의 빛이 될지 몰라도 너무 강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말에 딱히 반박할 것이 없었던 것이다.

백가장뿐만 아니라 인피니티 내에서도 장가장과 경쟁 관계에 있는 가신 가문이 하나 둘이 아니다.

만약 동혁의 존재를 안다면 분명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었다. 장혜숙은 억지로 감정을 추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고민은 엄청난 소음 소리에 깨지고야 만다.

장철산이 외부의 변고에 미간을 찡그렸다.

“무슨 일이냐? 나가 봐!”

급하게 제자로 보이는 하나가 달려왔다.

“크, 큰일났습니다. 가주님, 백가장에서 왔는데 심상치가 않습니다.”

“뭐라고?”

“당장 나와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빨리?”

아이들이 소식을 가져온 지 불과 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은 후다.

너무 빠른 방문에 장가장의 식솔들은 부리나케 바깥으로 나섰고 외부의 침입자와 마주할 수 있었다.

“후후, 오랜만입니다. 장주님!”

나타난 이는 백천명이다.

장철산은 한동안 입을 열 수 없었다.

장가장의 벽 중 일부가 완전히 무너져 있는데다 가문의 현판이 떼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백가장의 무력부대로 보이는 천여명이 넘는 무인들이 주변을 빼곡히 포위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뒤로 플루토 4 기가 보였다.

플루토는 요란한 굉음을 내며 시위를 하는데 그 모습이 가히 공포스럽기 그지 없었다.

‘아예 이번 기회에 제거를 하려는건가?’

불길한 예감이 등골을 스쳐갔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이런 식으로 병력을 모아 올 리 없지 않는가?

이미 해가 떨어진 저녁 아닌가?

장철산은 침착하게 다가가더니 말했다.

“조금 전에야 소식을 들었습니다. 귀한 발걸음을 하셨는데 일단 차 한잔 하시면서 말씀을 나누는게 어떨까요?”

“역시 모사꾼답군요. 근데 어쩌죠? 그럴 생각이 없는데?”

“아이들 싸움 아닙니까? 고작 그런 일로 인피니티와 북위 연합이 싸운다면 서로 득될게 없을텐데요?”

“교묘하게 인피니티를 끌어들이는군. 난 아무래도 상관 없소. 무엇보다 자식이 저렇게 되었는데 복수를 하지 않는다면 남들이 보면 뭐라고 하겠소?”

“지난 번 모임에서 만난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굳이 끝장을 볼 필요 있겠습니까? 사과를 하라면 할테고 배상금을 요구한다면 충분히 고려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병력을 물리쳐 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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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34장 7막. 화랑 +6 19.03.26 2,287 54 10쪽
133 34장 6막. 화랑 +1 19.03.24 1,570 39 12쪽
132 34장 5막. 화랑 +1 19.03.24 1,499 35 12쪽
131 34장 4막. 화랑 +1 19.03.23 1,569 33 12쪽
130 34장 3막. 화랑 +2 19.03.21 1,645 36 12쪽
129 34장 2막. 화랑 19.03.20 1,701 39 11쪽
128 34장 1막. 화랑 +1 19.03.18 1,733 43 11쪽
127 33장 4막. 역천의 힘 +1 19.03.17 1,881 47 12쪽
126 33장 3막. 역천의 힘 +6 19.03.15 1,832 52 12쪽
125 33장 2막. 역천의 힘 +2 19.03.14 1,772 42 12쪽
124 33장 1막. 역천의 힘 +2 19.03.13 1,742 39 11쪽
123 32장 3막. 장가장 +4 19.03.12 1,753 35 12쪽
» 32장 2막. 장가장 +4 19.03.11 1,714 37 12쪽
121 32장 1막. 장가장 +5 19.03.10 1,861 46 11쪽
120 31장 6막. 크리처 돔 19.03.09 1,795 40 12쪽
119 31장 5막. 크리처 돔 +2 19.03.08 1,840 47 12쪽
118 31장 4막. 크리처 돔 +1 19.03.07 1,894 44 11쪽
117 31장 3막. 크리처 돔 +3 19.03.05 1,842 39 12쪽
116 31장 2막. 크리처 돔 +2 19.03.04 1,846 43 12쪽
115 31장 1막. 크리처 돔 +1 19.03.03 1,989 40 12쪽
114 30장 3막. 부총령 +4 19.03.01 2,068 52 12쪽
113 30장 2막. 부총령 19.02.27 2,066 45 12쪽
112 30장 1막. 부총령 +3 19.02.26 2,042 44 12쪽
111 29장 3막. 아버지 +1 19.02.25 2,048 44 12쪽
110 29장 2막. 아버지 +3 19.02.24 2,129 44 12쪽
109 29장 1막. 아버지 +2 19.02.23 2,236 42 12쪽
108 28장 2막. 악티늄 +1 19.02.22 2,164 46 12쪽
107 28장 1막. 악티늄 19.02.21 2,174 46 11쪽
106 27장 7막. 비사벌 +2 19.02.19 2,216 43 11쪽
105 27장 6막. 비사벌 19.02.18 2,289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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