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구글과애플
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최근연재일 :
2019.03.26 16:50
연재수 :
134 회
조회수 :
763,351
추천수 :
10,506
글자수 :
727,138

작성
19.03.04 21:44
조회
1,845
추천
43
글자
12쪽

31장 2막. 크리처 돔

DUMMY

“요즘 하는 말 몰라? 진정한 귀족이라면 크리처 돔을 즐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CF 못 봤어?”

“잘났다 정말! 무슨 코미디언이냐?”

최근 유행하는 CF 광고의 개그맨을 따라하며 우스꽝스런 몸짓을 하는 세창을 향해 수현이 핀잔을 줬고 신학수가 말을 거들었다.

“거기 회원제라고 하던데? 듣기로는 웬만한 신분 아니면 입장도 어려울텐데 대체 무슨 빽 믿고 형님은 헛바람이요?”

장세창이 슬쩍 장수완을 보며 눈짓했다.

“수완 형님이 크리처 애호가거든. 먼저 말 꺼낸 것을 보면 아마 무슨 방법이 있겠지? 안 그래 형?”

그 말에 장수완은 약하게 코를 씰룩이며 끄덕였다.

“거기 사장님과 내가 친분이 좀 있어. 아마 내 체면을 봐서라도 문제 없을거야.”

“우와! 수완 오빠 짱인데?”



***



스카이 클럽은 상당히 컸다.

미니 돔 정도의 크기였지만, 들어가자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는지 무려 수백배나 내부 공간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아마존부터 그랜드캐년, 심지어 사하라 사막과 북극의 빙산까지 각 파트별로 나눠져 서로 다른 체험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우와, 이건 진짜 대단한데?”

“공간 확장 마법 자체도 그렇지만, 이 정도로 확장시키려면 공사비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클텐데 대체 투자를 얼마나 한거야?”

장세창이 감탄한 듯 말했고, 장혜나가 반박했다.

“이 정도 투자해서 과연 이익이 날 수 있을까? 아무리 회원권을 비싸게 판다 해도 힘들텐데?”

장수완은 여동생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반드시 수익만 바라보고 하지는 않았을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

“이런데 올 정도면 정말 VVIP 급이 아니면 못 와. 일단 비용은 둘째 치고 회원권도 구하기 힘들지. 듣기로는 최근 거래가 된 회원권 가격만 40억이 넘었다 하던데?”

“진짜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네. 돈 많은 것들은 진짜 많구나.”

“그걸 이제 알았냐? 장씨가문이 비록 공신가문이지만 우리 대에 와서는 사실상 뭐 볼게 있을까?”

신학수는 대수롭지 않은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저번에 뉴스를 보니 돈 많은 상인이 크리처 돔을 만들어서 인맥을 쌓는데 활용한다는 소리가 있었어. 그러니 어쩌면 적자는 크게 신경 안 쓸지도 모르지.”

“그런가? 하긴, 고급 사교장으로도 괜찮겠네.”

“괜찮은 정도뿐일까?”

장수완은 동생들의 말을 들으며 쓴웃음만 지었다.

확실히 눈 앞에 펼쳐진 전경은 경이롭기 그지 없었다.

확장 마법 때문에 시야는 거의 거침이 없었고, 저 멀리서 드문 드문 비행마수들이 인간을 태우고 유유히 나는 모습이 흡사 한 폭의 그림 같았기 때문이다.

자연으로 되돌림 With Nature Unification.

최근 유행하는 캐치 프레이즈다.

이 슬로건은 모 급진적인 환경단체가 주장한 말인데 마도 문명의 발전에 따른 해악을 비꼬며 한동안 대중의 지지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크리처 돔은 비행과 자연이란 단순한 컨셉이지만, 유행에 민감한 기득권층에게는 강력한 환호를 받았다.

하늘을 자유롭게 난다.

거기다 희귀한 비행마수를 타고, 지구의 축소판인 각 포인트를 관람한다.

그러니 비싼 돈을 주더라도 오는 것이다.

“그나저나 저거 푸카 맞지?”

“그런 것 같은데?”

부리와 발톱에 강력한 철제 구속구와 쇠사슬로 묶여진 비행 마수는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6급 마수인 푸카는 네 쌍의 날개와 오색의 깃털을 자랑하는데 개체수가 적어서 희귀한 군종에 속한 탓에 시선이 집중 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에 가이드를 하던 젊은 여성이 웃으며 말했다.

“푸카는 저희 돔에서도 어렵게 구한 것이라 골드카드를 소지한 분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장세창은 아쉬운 듯 되물었다.

“돈 좀 더 주고 한번 타보면 안 될까요?”

“죄송합니다. 돔의 규칙상 불가능합니다. 그 대신 다른 종으로 골라 보시는게 어떤신지요?”

쉽게 말해 너희는 자격이 없으니 안 된다는 뜻이었다.

웬만해선 어디를 가도 대접을 받고 자란 탓에 잠깐이나마 표정을 관리하기 어려웠다.

그에 반해 동혁은 사육장에 갇힌 푸카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빛이 죽어 있는데?’

팔콘을 기르는 탓에 비슷한 종류의 마수를 보자 보통 때와 달리 측은심이 느껴진 것이다.

동혁은 푸카와 마주치자 가볍게 손짓을 했다.


- 그러지마.


눈이 마주쳤다. 눈빛은 유순했다. 아니 더할나위 없이 밋밋하다.

하지만 동혁은 안다. 이것이 가장 부정적인 반응임을.

그렇다. 놈은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다.

절망감이나 적대감과 같은 분노라면 아직 회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단계를 넘어 놈은 더 이상 생에 대한 미련이 없다 본 것이다.

단순한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희생되어야 했던 놈은 이제 더 이상 창공의 제왕이 아니다.


- 왜?


놈이 결국 반응했다.

능력을 제압당하고 인간의 장난감이 된 것을 안 까닭일까?

그럼에도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듯 동혁을 노려본다.

어느새 부리를 창살 틈으로 가져가 부벼대며 정겹게 감응했다.

동혁이 손을 내밀어 천천히 만졌다.

따스한 기운이 몸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넌 잠을 잘 필요가 있어.


그렇게 푸카를 잠재운 동혁이 뜬금없이 안내원에게 질문했다.

“이거 사려면 얼마나 들까요?”

“죄송합니다. 아까 말했듯이 여기 있는 것들은 팔지를 않습니다.”

약간 짜증이 난 것일까? 아니면 번거로웠던 것일까?

안내원은 동혁의 물음에 고개를 돌리며 슬쩍 무시를 했고, 동혁은 뭔가를 잠시 고민하는 듯 보였다.

배수현은 동혁의 뜬금 없는 행동에 웃긴 듯 말을 끊었다.

“왜? 네가 사려고? 혜숙이 이모가 잘도 그걸 허락하겠다.”

“불쌍해서 그런가 보지 뭐.”

“그보다 안 탈거야?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타봐야지. 안 그래?”

장수완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입장까지는 무료로 시켜줬지만 플라잉 비용은 각자 부담이다. 오케이?”

“응.”

“근데 안 무서울까?”

“괜찮아. 전부 훈련된 마수인데다 탈출용 부스터가 있으니 위험할게 있겠어?”

장혜나는 약간 겁난다는 듯 머뭇거렸다.

“그래도 처음인데?”

“아, 짜증나게 하네. 그럼 넌 빠져. 탈 사람만 타자고.”

“그럼 아름이와 난 여기서 커피나 마시면서 구경할 테니 한 바퀴 돌고와.”

“나도 빠질래! 이런 것은 좀 무서워서.”

신학수도 약간 겁난다는 듯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가장 어린 셋이 빠졌고, 나머지는 6급 마수인 헬라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헬라는 푸카보다 몸집도 작고 온순한 편이라 크리처 돔에 가장 많은 종이었다.

장수완을 비롯한 일행 넷은 초보자 코스인 가상으로 축소시킨 제주도 필드를 날기 시작했다.

하늘을 나는 쾌감은 가히 대단했다.

“큭큭 정말 난다! 이야홋--!!”

“기분 죽이는데?”

“아, 너무 빨리 가지마! 우씨, 난 초보라고!”

연달아 헤드셋에 장착된 통신구로 외치며 대화를 나눴다. 그 중 장수완이 가장 능숙하게 조종술을 선보이며 질주를 시작했다.

장세창과 배수현은 처음 타보는 탓에 연신 고함만 질러대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장수완은 한심하다는 듯 뒤를 돌아보며 혀를 찼다.

“어휴, 내가 너희 같은 초보자들과 함께 오는게 아니었는데!”

“근데 동혁이 생각보다 잘 타는데?”

“그러게?”

그의 말처럼 동혁은 여유로웠다.

아무리 사육된 비행마수라 해도 본질은 포식자다. 그러니 숨겨진 맹수의 본능이 아직 남아 있었던 탓에 제어를 하는데 힘든 것은 당연했다.

오래 전부터 취미로 크리처 비행을 즐겼던 장수완조차 살짝 긴장감이 엿보일정도였는데 초보자들은 오죽 할까?

어느새 수완과 어깨를 나란히 한 동혁을 보면서 궁금한 듯 외쳤다.

“너 이 자식! 우리를 속였구나. 뭐 이렇게 잘 타?”

“아니요. 오늘 처음인데요?”

“후후, 거짓말 하고 있네. 입가에 그 웃음은 뭐야?”

“뭐 안 믿는다면 어쩔 수 없고요.”

“아무튼 그런 식으로 타면 아차하면 떨어진다고!”

동혁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동혁은 허리조차 굽히지 않고, 한 손으로 가볍게 고삐만 쥔데다 거추장스러운지 보호장구도 벗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운동 에너지의 관성 때문에 저럴 경우 잘못하면 추락할 수 있었다. 거기다 추락할 경우 목숨을 구해줄 수 있는 생명선인 로켓 부스터도 착용하지 않았으니 이런 반응은 당연했던 것이다.

배수현 또한 날 뛰는 헬라는 간신히 제어하며 의문을 느꼈다.

‘쯔쯧, 저러다 떨어지면 어쩌려고? 객기도 부릴 때 부려야지. 암튼 요즘 어린 것들이란!’

너무 태연했던 것이다.

이는 각성자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허나 그 어떤 각성자도 하늘에서는 이렇게 오만한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 각성자의 능력과 비행술은 상관 관계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비싼 크리처 비행을 고작해야 서민의 아이가 배웠을 리도 없지 않는가?

크리처 비행은 인간이 만들어 낸 레포츠 중에서 가장 우아하면서도 값 비싼 놀이다.

오죽하면 자신조차 이번이 처음 타보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그저 운이 좋은 아이로 생각했다.

허나 곰곰히 따져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많았다.

그녀는 알고 있다.

혜숙이 이모가 얼마나 철두철미한 사람인지를. 아무리 상황이 몰린다 해도 아무 이유 없이 장가장의 양자로 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몇 가지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초보자 필드인 제주도를 지나치고 있었다.

어느새 넷은 중급자 필드인 아마존과 북극이 아닌, 고급자 필드인 그랜드 캐년으로 들어섰다. 굳이 필드를 나누었을 뿐,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동혁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였다.

동혁이 수완을 앞서며 묘기를 부리자 경쟁이 붙은 둘은 계속 승부를 겨뤘고, 뒤에서 엉겁결에 따라 가던 둘마저 따라간 것이다.

장세창은 약간 겁을 먹은 채 말했다.

“젠장, 돌아갈까? 여긴 좀 위험한데?”

배수현은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

“해봤자 중간에 돌덩이들하고 기류가 강한거잖아? 넌 쪽팔리지도 않냐? 안 되면 추락하지 뭐. 쯔쯧, 사내새끼가 겁 열라 많네.”

“말 조심해! 까짓꺼 가보자고!”

확실히 그랜드 캐년 필드는 달랐다. 일단 곳곳에 기암괴석과 같은 절벽이 워낙 많은데다 좀 더 진입하자 중간 중간에 돌무더기들이 불쑥 튀어나왔던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곳곳에 소용돌이가 불어 한번 휩쓸리면 중심을 잡기도 힘들었다.

일부러 스릴감을 위해 초급 환영 마법진을 설치한 것이다. 동혁은 이제 장수완마저 가볍게 제치고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멀리 날아가는 중이다.

“동혁이가 재주가 좋은가 봐.”

장세창의 말에 배수현은 환하게 웃었다.

“가끔 가다 그런 아이 있잖아? 동물과 영적인 감응을 한다던가 뭐 그런거.”

“별 볼일 없는 놈인 줄 알았는데 제법이네.”

“나쁜 애는 아닌 것 같았어.”

“난 관심 없어. 어차피 부모님들끼리 사이도 안 좋은데 뭐. 우리가 저런 놈과 어울릴 신분도 아니고.”

“에휴, 말뽄새 하고는.”

그렇게 한가롭게 대화를 하던 중에 갑자기 헬라보다 두 배는 더 큰 황금빛 털이 인상적인 비행마수가 튀어나와 배수현의 옆을 스쳐갔다.

“뭐야? 조심해--!! 사람 안 보여?”

허나, 20대로 보이는 남자는 배수현을 슬쩍 둘러보더니 농지껄이를 걸었다.

“어라? 제법 이쁜데? 어때? 오늘 이 오빠가 술 한잔 사줄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월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4 34장 7막. 화랑 +6 19.03.26 2,286 54 10쪽
133 34장 6막. 화랑 +1 19.03.24 1,570 39 12쪽
132 34장 5막. 화랑 +1 19.03.24 1,499 35 12쪽
131 34장 4막. 화랑 +1 19.03.23 1,569 33 12쪽
130 34장 3막. 화랑 +2 19.03.21 1,645 36 12쪽
129 34장 2막. 화랑 19.03.20 1,700 39 11쪽
128 34장 1막. 화랑 +1 19.03.18 1,732 43 11쪽
127 33장 4막. 역천의 힘 +1 19.03.17 1,881 47 12쪽
126 33장 3막. 역천의 힘 +6 19.03.15 1,832 52 12쪽
125 33장 2막. 역천의 힘 +2 19.03.14 1,771 42 12쪽
124 33장 1막. 역천의 힘 +2 19.03.13 1,742 39 11쪽
123 32장 3막. 장가장 +4 19.03.12 1,753 35 12쪽
122 32장 2막. 장가장 +4 19.03.11 1,713 37 12쪽
121 32장 1막. 장가장 +5 19.03.10 1,861 46 11쪽
120 31장 6막. 크리처 돔 19.03.09 1,795 40 12쪽
119 31장 5막. 크리처 돔 +2 19.03.08 1,839 47 12쪽
118 31장 4막. 크리처 돔 +1 19.03.07 1,894 44 11쪽
117 31장 3막. 크리처 돔 +3 19.03.05 1,842 39 12쪽
» 31장 2막. 크리처 돔 +2 19.03.04 1,846 43 12쪽
115 31장 1막. 크리처 돔 +1 19.03.03 1,989 40 12쪽
114 30장 3막. 부총령 +4 19.03.01 2,067 52 12쪽
113 30장 2막. 부총령 19.02.27 2,066 45 12쪽
112 30장 1막. 부총령 +3 19.02.26 2,041 44 12쪽
111 29장 3막. 아버지 +1 19.02.25 2,048 44 12쪽
110 29장 2막. 아버지 +3 19.02.24 2,129 44 12쪽
109 29장 1막. 아버지 +2 19.02.23 2,235 42 12쪽
108 28장 2막. 악티늄 +1 19.02.22 2,163 46 12쪽
107 28장 1막. 악티늄 19.02.21 2,173 46 11쪽
106 27장 7막. 비사벌 +2 19.02.19 2,216 43 11쪽
105 27장 6막. 비사벌 19.02.18 2,288 3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