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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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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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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02.1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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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7장 6막. 비사벌

DUMMY

“아는 사람입니까?”

경비를 책임지는 남자의 말이다.

“아, 예전 아슈스 길드에서 일하던 놈이야.”

“아슈스 길드라면?”

“그래. 맞아. 그나저나 길드를 옮겼나 본데 납품하고 싶으면 날 찾아 왔어야지. 여기서 뭐하는 짓거리야?”

노호식은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당신과는 상관 없는 일입니다. 가던 길 가세요.”

“후후, 많이 컸네? 이제는 말대꾸도 할 줄 알고? 그래봤자 떡고물이나 얻어 먹을까 하고 온거잖아? 일 때문에 온거 아냐?”

“·········”

“아무튼 뭔 일인지 몰라도 병신처럼 여기서 가드들하고 입씨름이나 하고··· 에휴, 나이도 많이 쳐먹은게 멍청하기까지 해서 처자식 새끼들이 불쌍하지도 않냐?”

최수만은 노호식의 어깨를 툭툭 치며 조롱하기 시작했다.

노호식은 치욕스런 감정에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그럼에도 쉽게 반응하지 못했다.

약자의 삶, 이 시대는 원래 그렇다.

힘이 없으면 쥐새끼처럼 모욕을 당해도 웃으면서 발바닥을 핥아야 생존할 수 있다.

허나 이 자리에 노호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휴나한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자존심이 높은 인물이었다.

“그만! 더 이상은 못 봐주겠군.”

“넌 뭐야?”

“한번만 더 아가리 놀려봐. 아예 목 없는 시체로 만들어 주지.”

“후후, 겁나는데?”

“이 놈이!”

휴나한의 지팡이에서 빛이 솟구쳤다. 당장이라도 공격할 것처럼 살기를 쏟아 보내자 가드들도 무기를 꺼내들었다. 가드들의 얼굴에는 꺼리낌이라고는 없었다. 당대 최고의 세력인 비사벌의 무인혼이다.

“뭐하는 짓이야? 둘 다 그만해.”

나선 것은 사중명이다.

최수만은 비웃었다. 비록 마법사가 걸리기는 했으나, 자존심 때문이라도 물러서지 않았던 것이다.

“꼴갑은! 왜? 이제야 여기가 어딘지 안거야? 쯧, 너희들처럼 객기 부리다 죽은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야, 노호식이!”

“·········”

“반항이냐? 좋아. 악티늄 상회라 했지? 기억해두지. 어디 꼴같지도 않은 것들이 여기서 나대?”

노호식의 얼굴은 어둡게 변했다. 괜히 자신 때문에 비사벌의 노여움을 샀다 생각하자 당혹감을 느낀 것이다.

아무리 악티늄 상회가 잠재력이 대단하다 해도 비사벌은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손가락 안에 꼽히는 초대형 단체 아닌가! 지금까지 비사벌의 눈에 나고도 문제 없는 곳은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결국 노호식은 처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태보님, 제가 대신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노여움을 푸십쇼.”

“후후, 이제 와서? 이것들이 단체를 약먹었나? 얼마 전까지 내 바지가랭이를 붙잡던 놈이 감히!”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도 모르고···”

허나 더 이상 대화는 이어가지 못했다. 누군가 끼어 들었던 탓이다.

“그만!”

나타난 이는 젊은 여자였는데 검은 뿔테 안경에 단발 머리가 도도하면서도 매혹적인 느낌을 연출했다.

여성은 낭랑한 목소리로 질책했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죠?”

지구라트 신전의 출입을 총괄하는 백태형의 미간이 찌그러진 것은 그 순간이다.

‘저 마녀가 여기를 왜?”

허나 의문은 잠시다. 둘은 동기였고 직급도 비슷했으나, 실질적인 권력면에서 볼 때 적지 않은 차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아는 백태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네가 여기는 웬일이야?”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그게 무슨?”

“VIP께서 부르셔.”

“누구를?”

“누구기는 누구야. 저 분들이지. 그렇잖아도 늦어져서 나보고 내려 가보라 했어. 근데 꼴을 보니 어이가 없군. 언제부터 가드들이 멋대로 월권 행사나 하고 손님한테 망신을 줬지?”

“이 사람들이 손님이라고?”

“맞아. VIP께서 직접 부른 분들이야.”

“하, 하지만···”

“후후, 백태형! 많이 컸네. 고작 너 따위가 이제는 VIP 께서 친히 부른 손님에게 행패를 부릴 정도인가? 기억해두지 오늘 일···”

“아, 아니. 루나, 그건 오해야. 난 정말 몰랐다고. 만약 알았다면 내가 그랬겠어?”

백태형은 급해졌다.

아무리 벌주의 눈밖에 났다 해도 VIP 아닌가? 그것도 로열 패밀리 중에서도 직계 혈통이다.

권력 싸움을 하는 중심부에서야 경시를 할지 몰라도 그와 같은 하급 간부들은 턱도 없는 이야기였다. 지금 그녀가 하는 말은 잘못하면 오해의 소지가 컸다.

만약 오늘 일을 약간만 왜곡해서 VIP에게 전달한다면?

또한 이를 그가 반대파에 속해서 고의로 VIP의 위엄에 모욕을 가했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 때서야 백태형은 크게 후회를 했다.

이런 반응은 그 뿐이 아니다. 이미 사건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모든 인물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루나 에리카는 단순한 유시후의 비서만이 아니다.

그녀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행정원장을 친부를 두고 있었고, 비사벌주 유선명의 총애도 받는 전도가 양양한 인물이다.

권력은 결국 혀끝에서 나온다.

특히나 성격이 거친 유시후가 만약 자신의 손님을 모욕했다는 사실이 전달된다면 어떤 후환이 닥칠지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와 같은 권력자들의 눈에 하급 간부들은 말 한마디면 끝장이 나는 것은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는 그토록 오만하던 최수만이 애걸하듯 고개를 조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말 몰랐습니다. 만약 알았다면 절대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겁니다.”

“저한테 그럴 필요 없어요. 오늘 이 소식은 VIP는 물론이고, 집법원에 낱낱이 보고될겁니다.”

“용서를 해주십쇼. 부탁입니다.”

최수만은 황급하게 루나의 손을 잡고 용서를 청했다.

허나 루나는 싸늘했다.

“놓으세요. 저한테 이럴 필요 없습니다. 굳이 용서를 빌려면 이 분들한테 하시면 됩니다.”

“이보게. 노씨··· 정말 몰랐어. 자네가 한 마디만 해주게. 응?”

“추하군요.”

“미안하네. 제발···”

“인간이 양심이 있어야지. 젠장!”

“노호식씨! 부탁드립니다. 크흑, 제가 잘못했습니다.”

“휴우.”

노호식은 고개를 돌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끝맺음과 뒤바뀐 행동에 난감함을 느낀 것이다. 한편으로는 허탈한 마음만 들었다.

아무리 VIP라 해도 고작해야 비서 아닌가? 저 행동은 뭐란 말인가?

그럼에도 최수만은 비굴하게도 연신 사정을 하고 있었다.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인간이란··· 참.’

차라리 끝까지 꿋꿋했다면 욕이라도 실컷 퍼부었으리라.

마음이 찹찹했다.

그래. 무려 십년이다.

아슈스 길드에서 비사벌쪽 영업을 맡으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갔던 지옥 같은 날들. 먹고 살기 위해 그럼에도 버텨야 했다.

권력이란 기형적인 괴물은 최수만을 악마로 만들었다.

끊임 없는 단가 인하와 갖은 꼬투리로 스트레스를 안 받는 날이 없었다. 이를 빌미로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온갖 더러운 손을 내밀었다.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업무가 없는 날에도 그를 불러 하인처럼 갑질을 했고, 온갖 인격 모독을 하며 피가 마르는 날을 보냈다.

허나, 이제 그 악마는 없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비굴하고 초라한 인간만 남아 있다.

욕지기가 나올 뻔하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다시 비굴하게 애원했다.

“미안하네. 자네가 한 마디라도 해주게. 만약 이대로 가면 나는 죽네.”

옆에 있던 백태형도 거들었다.

“죄송합니다. 눈이 있어도 알아보지 못한 몹쓸 죄를 졌습니다.”

노호식만큼은 아니지만 모두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것이다.

권력이 주는 힘은 그만큼 무서웠던 것이다.

이제는 승진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까닥 잘못하면 감옥에 가거나 죽을 수도 있었다.

고위층의 눈밖에 난다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비사벌은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여기는 곳이 아닌가?

이를 알기에 이러는 것이다.

누구나 칼을 후두를 때는 쾌감을 느끼지만, 정작 그 칼이 목을 칠 때는 더할나위 없이 굽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중명은 역겨운 광경을 본 것처럼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게 왜 후회할 짓을 하고 그래? 아무튼 노호식씨도 참 사람 좋네. 저런 쓰레기들을 용서하는 것을 보면.”

“용서라니요. 그냥 어이가 없어서 가만 있는 것뿐입니다. 뭐, 제 소관도 아니고요.”

“그래? 하긴 더 이상 상대해봤자 머리만 아프겠지.”

루나는 부드럽게 미소를 드러냈다.

“이번 건은 위에서 절대 안 넘어갈겁니다. 제가 대신해서 사과를 드리죠.”

“너무 편향적인 것은 안 좋은 법입니다. 비사벌의 규율 때문인지 사람들이 날이 너무 서 있더군요.”

“죄송합니다.”

“좀 직설적으로 말하죠. 저들이라고 저렇게 하고 싶었을까요? 만약 VIP께 연락을 해도 문제가 없었다면 아마 했을겁니다. 그게 그들로서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죠. 근데도 중간에서 끊은 것은 그만큼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 물론 저기 저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저 개새끼는 구제불능이니 알아서 처리하시고요.”

순간 루나는 뭔가를 깨달았는지 단호하게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사중명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루나는 이 인물에 묘한 호기심을 느꼈다.

“아무튼 가시죠. 위에서 기다리십니다.”

“에구, 너무 시간이 지체되었네요.”



***



“처음 뵙겠습니다.”

문을 연 사중명 일행은 긴장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팔자 수염에 백발인 평범한 노인이 가운데 앉은 채로 쳐다봤고, 그 앞에는 젊은 남자 둘이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왔어? 왜 이리 늦었어? 인사해. 이쪽은 벌주님이시고, 여기는 시후형.”

“처음 뵙겠습니다.”

허나 둘은 대답이 없었다. 눈만 잠시 마주친 후, 미미하게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비사벌이란 초거대 세력의 수장다운 행동일까.

평소 거침 없던 유시후조차 딱딱한 모습이었고, 단지 동혁만이 간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서? 대가를 달라는거야?”

유시후는 부드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아버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에헴, 아무튼 본심은 그 때문은 아니지만, 저도 제 체면이 있지 않겠습니까? 좀 챙겨주십쇼.”

비사벌주인 유선명은 묘한 눈빛으로 동혁을 보더니 말했다.

“크흠, 그루트인지 뭔가는 고작해야 테러 집단 아니냐? 물론 철부지 같은 네가 이제야 정신을 차리니 그건 마음에 든다만···”

“아닙니다. 동혁이에게 듣기로는 보통 놈들이 아니라 하더라고요.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단일 조직으로는 세계 최강이라 합니다.”

“세계 최강? 흐흐, 소설을 너무 많이 본 것 아냐? 그래? 그래서 증거는? 그리고 네 말대로 그렇게 힘이 강하다면 왜 지금까지 가만 있었는데?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안 그래?”

동혁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입을 열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놈들이 원하는 목표가 크기 때문입니다.”

“무슨 뜻이야?”

“아마 작은 파이에 만족했다면 벌주님 말대로 이미 세력 싸움에 뛰어들었을겁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들의 위장은 아주 크죠. 고작해야 고기 몇 덩이 먹는다고 배가 부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말로는 뭐든 못할까?”

유선명은 꽤 까칠했다.

부전자전이라고 호탕하고 거친 효웅의 기질이 있었고, 겉보기에는 세밀함이 부족한 듯 보였으나, 실제로 비사벌의 절대자답게 그는 좀처럼 동혁이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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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34장 6막. 화랑 +1 19.03.24 1,570 39 12쪽
132 34장 5막. 화랑 +1 19.03.24 1,499 35 12쪽
131 34장 4막. 화랑 +1 19.03.23 1,569 33 12쪽
130 34장 3막. 화랑 +2 19.03.21 1,645 36 12쪽
129 34장 2막. 화랑 19.03.20 1,700 39 11쪽
128 34장 1막. 화랑 +1 19.03.18 1,732 43 11쪽
127 33장 4막. 역천의 힘 +1 19.03.17 1,881 47 12쪽
126 33장 3막. 역천의 힘 +6 19.03.15 1,832 52 12쪽
125 33장 2막. 역천의 힘 +2 19.03.14 1,771 42 12쪽
124 33장 1막. 역천의 힘 +2 19.03.13 1,742 39 11쪽
123 32장 3막. 장가장 +4 19.03.12 1,753 35 12쪽
122 32장 2막. 장가장 +4 19.03.11 1,713 37 12쪽
121 32장 1막. 장가장 +5 19.03.10 1,861 46 11쪽
120 31장 6막. 크리처 돔 19.03.09 1,795 40 12쪽
119 31장 5막. 크리처 돔 +2 19.03.08 1,839 47 12쪽
118 31장 4막. 크리처 돔 +1 19.03.07 1,894 44 11쪽
117 31장 3막. 크리처 돔 +3 19.03.05 1,842 39 12쪽
116 31장 2막. 크리처 돔 +2 19.03.04 1,846 43 12쪽
115 31장 1막. 크리처 돔 +1 19.03.03 1,989 40 12쪽
114 30장 3막. 부총령 +4 19.03.01 2,067 52 12쪽
113 30장 2막. 부총령 19.02.27 2,066 45 12쪽
112 30장 1막. 부총령 +3 19.02.26 2,041 44 12쪽
111 29장 3막. 아버지 +1 19.02.25 2,048 44 12쪽
110 29장 2막. 아버지 +3 19.02.24 2,129 44 12쪽
109 29장 1막. 아버지 +2 19.02.23 2,235 42 12쪽
108 28장 2막. 악티늄 +1 19.02.22 2,163 46 12쪽
107 28장 1막. 악티늄 19.02.21 2,173 46 11쪽
106 27장 7막. 비사벌 +2 19.02.19 2,216 43 11쪽
» 27장 6막. 비사벌 19.02.18 2,289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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