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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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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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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02.2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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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0장 2막. 부총령

DUMMY

박해성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반갑다는 듯 손을 내밀었다.

“이런데서 만나다니 정말 의외로군. 그 때는 너무 경황이 없어서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네.”

“후후, 오랫만이네요. 동혁이라 합니다.”

“그나저나 어떻게 여기에?”

살짝 말끝을 흐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 어렸던 나이를 생각하면 전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 않았던 탓이다.

동혁은 웃으며 말했다.

“문득 기억이 나더라고요. 예전에 인연도 있고 해서 여기 두 분에게 소개 좀 해달라고 했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나? 그렇잖아도 그 후로 연락을 기다렸지만 오지를 않아서 미안했는데···”

“괜찮습니다.”

“괜찮기는! 그 때 자네 도움이 아니었으면 난 벌써 죽었을거야. 거기다 암까지 치료를 해줬으니 평생의 은인이지.”

“그럼 지금 갚으시면 되겠네요.”

“갚는거야 굴뚝 같지. 근데 대체 이런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뭔가?”

박해성은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도움을 얻은 것은 사실이나, 그보다 궁금했던 것이다.

분명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자리를 마련할 리 없다 보았기 때문이다.

내심 그는 이미 상대가 자신의 신분을 알고 있다 판단했다. 그는 우연을 믿는 사람이 아니다.

또한 이유야 어쨌든 카일과 유시후가 어려워한다는 것으로 추측하건대 보통 신분이 아니라 본 것이다. 물론 아직도 이해가 안 되기는 했다.

하지만 조금 전 두 눈으로 보지 않았는가?

‘그 때 알아 봤어야 하는건데···’

약간의 아쉬움이 묻어났다.

인간이란 원래 그런 동물이다.

그 때만 해도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정체불명의 청년에게 고마움을 느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은 희미해졌던 까닭이다.

동혁은 부드럽게 웃었다.

“잘 보셨네요. 그 때 연락을 안 한 것은 해봤자 얻을 것이 많다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솔직하군.”

“그러다 최근 번거로운 일이 하나 있었는데 예전 기억을 되살려 보니 부총령님이 떠오르더군요.”

“그 뜻은?”

“네. 그 때 주신 번호로 죄송하지만 뒷조사를 간단히 했습니다.”

박해성은 그다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후후, 이거 대단한 친구로군. 내 뒷조사까지 하다니.”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그래서?”

“일단 안주를 좀 더 시키죠. 미국에서 달려왔더니 배가 고파서 말이죠.”

동혁은 느긋했다. 더 이상 본론을 꺼내지 않고 생선회를 집어 먹고 있었다.

카일은 살짝 눈치를 보며 말을 걸었다.

“요즘 어떤가? 우리도 한번 모여야 하는거 아냐? 그래도 생사를 같이한 사이인데 너무 바빠서 얼굴 본지도 오래 되었고.”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요? 그냥 편할 때 연락해서 술이나 한잔하면 되잖아요?”

“그러지 말고 나도 좀 끼워주게. 자네랑 시후가 최근에 자주 만난다는 소문이 있더라고. 이거 나이 많은 사람은 거추장스럽다는 것은 아니겠지?”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 마세요. 다칩니다.”

“율령이 비사벌보다는 못해도 나름 얻을 게 있을거네.”

“그럼, 나중에 한번 뵙죠. 그렇잖아도 좋은 건 하나가 있거든요.”

“우린 언제나 환영이라네.”

“근데 예전에 그 쪽과 트러블이 좀 있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아, 그거? 그 때 그 일 이후로 아케도 꽤 운신의 폭이 좁아졌어. 그러니 신경 안 써도 될거야.”

유시후는 궁금한 듯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케라면 차기 후계자 아닙니까?”

동혁은 개의치 않는 얼굴로 말을 막았다.

“그런게 있습니다.”

아무래도 율령의 치부가 이런 자리에서 공개되면 좋을 것이 없다 본 것이다.

“아니, 치사하게 그럴거야? 우리 사이에 비밀이라니? 너무한데?”

카일은 쓴웃음을 짓더니 유시후를 쏘아 보았다.

“그럼 그 쪽에서 하고 있는 것도 털어놔야지.”

“형님도 참! 이건 벌주님과 관계가 있어서 말하기 어려워요. 알잖아요? 우리 아버지 성격?”

이해를 한다는 듯 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은 최근 동혁이 비사벌과 꽤 가까이 지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율령의 2인자란 자리는 원하지 않아도 아랫 것들이 수시로 경쟁 세력의 정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카일은 누구보다 그의 능력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동혁이 무엇을 하는지 몰라도 그와 함께 같은 배를 탄다면 분명 얻을 것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선약을 취소하고 냉큼 달려 온 것이 아닌가.

아무리 그가 율령의 수뇌부라 해도 어디나 그렇듯이 1인자와 2인자의 간극은 컸다.

그라고 야망이 없겠는가?

그럼에도 애써 우회하며 말했다.

동혁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카일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그보다 아케건은 걱정말게. 내가 령주님을 잘 설득했으니.”

“그 놈은 괜찮습니까?”

“본 령의 치유술사가 총동원되어서 다행히 폐인은 면했네. 그래도 손이 너무 과하기는 했어. 그렇다고 검가에 따지기에는 먼저 잘못도 했고.”

“죽이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알아야죠.”

“하긴 그렇지.”

“참고로 무천 장원에 의형이 계십니다. 그러니 건드리지 마세요.”

“우리 정보국이 발이 늦군. 그냥 지나가다 자네가 도와준 것으로 봤는데··· 허허, 잘못하면 큰일나겠는데. 내일이라도 당장 멈추게 해야겠어.”

“무슨 뜻이죠? 설마?”

“걱정말게. 내가 잘 처리할 테니.”

카일은 겉으로는 여유로웠으나 속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검가나 동혁은 감히 건드리지 못해도, 무천 장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인연이 있었다면 몰라도 정보국에서 조사한 바로는 우연히 동혁이 개입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조사 시간도 길었고, 아케의 처리 문제, 거기다 타인의 시선 때문에 지금까지 이 문제를 끌었던 것이다. 그러다 얼마 전에야 무천 장원을 제거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리 냉철하다 해도 자식이 당했다. 율령의 령주는 당연히 분풀이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허나, 이것이 실수임을 카일은 뒤늦게 깨달았다.

“만약 무천 장원에 문제가 생기면 제가 개입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경고다.

동혁의 말은 나지막했으나 어찌 모르겠는가. 다른 이는 몰라도, 그는 알고 있다. 만약 이 아이가 나선다면 제아무리 율령이라도 감당하지 못할 것임을.

지난 이십년간 뼈저리게 경험하지 않았는가?

초월경이니 출아경이니 모두 인간의 기준으로 나눈 것이다. 솔직히 이 땅에서 그를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어비스의 신장 神將 을 꺾은 아이.

어비스는 신화다.

신화란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한 것.

반신과 같은 존재. 그러니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수야. 돌아가서 무천 장원을 보살펴야겠어.’

설령 령주와 척을 지더라도 동혁의 뜻에 반하는 행위는 하기 싫었던 것이다.

카일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무슨 그런 무서운 소리를 하시나? 내가 내일 돌아가서 잘 처리하겠네.”

“그 때 유철형에게 가해를 입혔던 한올 길드와 당주란 인물까지 모두 깨끗하게 제거하세요.”

“그 때 인물들은 그만한 대가를 받았던 것으로 아는데?”

“·········”

허나 동혁은 싸늘한 표정으로 대꾸를 하지 않았다.

카일은 이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는 탄식을 터트렸다.

“그러지. 괜히 분란의 소지가 있을 것들은 뿌리까지 뽑아야겠지.”

“그럼 됐습니다.”

“미안하네.”

심우빈과 박해성의 안색은 헬쓱하게 변해 있었다.

한동안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했던 것이다.

대충 듣기로는 율령의 후계자와 어떤 문제가 있었고, 그 장소가 검가라고 하는 듯 하다.

일반적으로 작은 조직이라도 어떤 이유로 싸움이 붙으면 보통은 물러나지 않는다.

이기든 지든 자존심 때문이다.

약세를 보이면 잡아 먹히는 것이 세상 아닌가?

율령이나 검가나 어떤 곳인가?

둘 다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메이저 조직이었다.

그러니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내색을 하지 않고 대화는 계속 되었다.

“너무 늦은 것 같으니 본론부터 말씀드리죠.”

“이 분이 은성가 가주십니까?”

“그렇습니다.”

평소와 달리 심우빈은 정중한 모습으로 예를 차렸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박해성이 물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으면 하게.”

“최근에 화랑과 문제가 좀 있습니다.”

“흠···”

“얼마 전에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화랑을 제거할 생각인데 가주님 의견은 어떻습니까?”

“후후, 내가 화랑의 칠성좌인 것을 아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의도는 뭔가?”

“황하장과 태무전을 치고, 은성가를 수장의 자리에 앉혀드리죠.”

“정확히 자네 내력은 몰라도 꽤 대단한 것을 알겠네. 그렇다 해도 그게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나?”

은성가의 가주인 심우빈은 코웃음을 쳤다.

아마 이 자리에 카일과 유시후이란 두 거물이 없었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 무시하고 일어났을 정도로 황당한 이야기였던 탓이다.

물론 그는 바보가 아니다.

자신보다 절대 신분이 낮지 않은 둘이 이 젊은이를 어렵게 생각하는 것을 보면 분명 능력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상상보다 더 뛰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화랑은 대형 조직이다.

일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곳임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다.

허나 동혁은 상관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은성가 혼자 힘으로 힘들다면 친우이신 고검가를 끌어들이시면 됩니다. 꽤 되었죠? 두 가문이 쇄락한지가?”

심우빈은 불쾌한 듯 감정을 드러냈다.

“말씀이 너무 지나친 것 같소.”

“아니. 지나칠 것 전혀 없지요. 겉으로야 공평하게 일곱개 가문이 돌아가며 한다 하지만, 화랑대전에서 승자는 늘 황하장, 태무전 두 곳이었죠.”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화랑을 이끄는 가문은 5년마다 치뤄지는 화랑대전으로 승부를 가린다.

룰은 간단하다.

각 가문에서 40대 이하 각성자 중 가장 강한 셋이 나와 이길 때까지 싸우는 것이 율계였는데 늘 전력이 딸리는 하위권 가문은 수십 년전부터 힘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1위부터 7위까지 결정되면 그에 따라 적정 비율로 관할 사업을 분배 받게 된다.

현재 은성가는 6위, 고검가는 7위였다.

“화랑대전은 그저 허울에 불과하죠. 설령 화랑 대전에서 우승한다 해도 아마 말을 뒤집을거요. 그들이 어떤 놈들인데 내가 모를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동혁은 잔에 술을 가득 채우더니 단숨에 들이켰고 하얀 잇새를 드러냈다.

“솔직히 그냥 당신이 없어도 상관 없습니다. 단지 번거로울 뿐이죠.”

“그런데?”

“하지만 은성가가 주체가 되면 다르죠. 이건 내부 문제가 되거든요.”

“광오한 말이군.”

“그럴 자격은 있다 봅니다만?”

“자네는 황하장주인 진태산이나 태무전의 송현철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말하는건가?”

“모릅니다. 하지만 사자의 입장에서 양이 얼마나 강하든 아무 상관이 없죠. 그저 한 끼 식사에 불과하거든요.”

심우빈은 당혹스럽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이해를 못하겠군. 대체 뭘 말하려는지도 모르겠고.”

“믿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겠죠. 그럼 일어나죠.”

“잠깐만! 뭐가 그리 급하다고 그러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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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34장 7막. 화랑 +6 19.03.26 2,286 54 10쪽
133 34장 6막. 화랑 +1 19.03.24 1,570 39 12쪽
132 34장 5막. 화랑 +1 19.03.24 1,499 35 12쪽
131 34장 4막. 화랑 +1 19.03.23 1,569 33 12쪽
130 34장 3막. 화랑 +2 19.03.21 1,645 36 12쪽
129 34장 2막. 화랑 19.03.20 1,700 39 11쪽
128 34장 1막. 화랑 +1 19.03.18 1,732 43 11쪽
127 33장 4막. 역천의 힘 +1 19.03.17 1,880 47 12쪽
126 33장 3막. 역천의 힘 +6 19.03.15 1,832 52 12쪽
125 33장 2막. 역천의 힘 +2 19.03.14 1,771 42 12쪽
124 33장 1막. 역천의 힘 +2 19.03.13 1,742 39 11쪽
123 32장 3막. 장가장 +4 19.03.12 1,752 35 12쪽
122 32장 2막. 장가장 +4 19.03.11 1,713 37 12쪽
121 32장 1막. 장가장 +5 19.03.10 1,861 46 11쪽
120 31장 6막. 크리처 돔 19.03.09 1,794 40 12쪽
119 31장 5막. 크리처 돔 +2 19.03.08 1,839 47 12쪽
118 31장 4막. 크리처 돔 +1 19.03.07 1,893 44 11쪽
117 31장 3막. 크리처 돔 +3 19.03.05 1,842 39 12쪽
116 31장 2막. 크리처 돔 +2 19.03.04 1,845 43 12쪽
115 31장 1막. 크리처 돔 +1 19.03.03 1,989 40 12쪽
114 30장 3막. 부총령 +4 19.03.01 2,067 52 12쪽
» 30장 2막. 부총령 19.02.27 2,066 45 12쪽
112 30장 1막. 부총령 +3 19.02.26 2,041 44 12쪽
111 29장 3막. 아버지 +1 19.02.25 2,048 44 12쪽
110 29장 2막. 아버지 +3 19.02.24 2,129 44 12쪽
109 29장 1막. 아버지 +2 19.02.23 2,235 42 12쪽
108 28장 2막. 악티늄 +1 19.02.22 2,163 46 12쪽
107 28장 1막. 악티늄 19.02.21 2,173 46 11쪽
106 27장 7막. 비사벌 +2 19.02.19 2,216 43 11쪽
105 27장 6막. 비사벌 19.02.18 2,288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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