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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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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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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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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4장 1막. 화랑

DUMMY

정보국의 보고는 들으면 들을수록 놀라웠다.

북위 연합 정도 되는 곳에서 작정하고 조사를 하면 웬만하면 안 밝혀지는 것이 없었다.

비록 동혁이 워낙 용의주도하게 처리를 한다 해도 몇 몇 사건들은 북위연합이 마음 먹자 쉽게 확인이 된 것이다.

물론, 그루트에 이중 스파이로 있었던 부분이나, 무겁 사원에서의 윤회, 특히나 악티늄의 배후가 동혁인 것은 아직까지도 발견하지 못했다.

용아림은 문유천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불안했는지 입을 열었다.

“아니면 장가장의 장주를 잡아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비록 인피니티쪽이 걸린다 해도 어쩌면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수도···”

그 순간이다. 문유천은 화를 버럭 냈다.

“왜 그런 바보 짓을!”

“크흑!”

마치 부모 몰래 나쁜 짓을 하다 들켰을 때 행동처럼 살기가 뿜어진 것이다.

즉시 용아림은 고개를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정확히 해두어야겠군.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장가장은 건드리지 말게.”

“···네.”

“그리고 정보국장?”

“하명하십쇼.”

“지금도 그 아이한테 사람이 붙었나?

“네. 아무래도 중요하다 생각해서 특급 요원에게 감시를 명했습니다.”

“하지 말게. 그냥 멀리서··· 아니야. 그냥 아예 관심을 끄도록.”

용아림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 아이가? 고작해야 스무 살일 뿐입니다.”

“군사? 평소 자네답지 않군. 앞으로 너희 둘은 지금 나눴던 대화는 절대 입밖에 내서는 안 돼. 알겠나?”

문유천은 평소와 다르게 더할 나위 없이 싸늘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문유천은 쓴웃음을 드러냈다.

‘힘들군···’

이미 머리 속으로 결론을 내렸으면서도 끊임없이 반문하는 자신이 우스웠던 것이다. 이성적으로는 부정을 하지만 감정은 이미 아니라 한다.

눈을 감았다. 순간 소름과 같은 두려운 감정이 솟구쳤다. 또한 그는 감히 용기가 없었다. 혹시라도 잘못 건드려 그의 분노를 산다면 어찌 해야 할지 몰랐던 탓이다.

북위연합은 강하다.

허나 그것은 북위 연합이 단체이기 때문이다.

만약 흉수가 악의를 품고 작정하고 덤빈다면 어떻게 될까?

이 압도적인 재앙 앞에서 과연 누가 견딜 수 있을까?

무서운 가정을 했다. 어떤 이유로 백가장을 향했던 그 분노가 만약 자신의 가문을 향해 떨어진다면?

과연 상대할 방법이 있을까?

있다면 어떻게?

반문이 생겼다. 긍정보다는 부정이 더 많다.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은 전염되기 마련이다.

결국 문유천은 목덜미에 땀방울이 살짝 맺힌 것을 깨달았다.

‘그나저나 두 노인네한테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문유천은 한숨만 내쉬며 걸음을 옮겨야 했다.



***



은성가를 둘러싼 담장은 여기저기 넝쿨이 거미처럼 얽혀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고풍스런 풍치가 있었으나, 다르게 해석하면 나날이 몰락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은성가의 후원 깊숙한 곳에 화무각이란 별채가 존재한다.

화무각은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으로 연못에 떠 있는 연꽃과 그 사이로 노니는 잉어떼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은 곳이었다.

이 한적하고 고요한 장소에 여자 하나와 남자 둘이 차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는 중이다.

“아무래도 괜히 온 것 같아. 이렇게 따분한 줄 알았으면 안 오는건대···”

“그래도 풍치는 있잖아요.”

“푸하, 풍치라니! 아니 나이도 어린 사람이 뭔 꼰대처럼 그래?”

“에잇, 제가 이상한게 아니라 주작님이 이상한거라니까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어린 애처럼 말투가 그게 뭐에요? 나 원!”

“반크님이 뭘 모르시네. 내가 요즘 다시 젊어졌다니까. 그러니 20대처럼 살고 싶어서 그런거지.”

그 때 조용히 있던 일본인 하나가 끼어 들었다.

“두 분 적당히 하세요. 그보다 이렇게 있어도 되는겁니까? 황하장과 태무전은 만만치 않은 곳입니다.”

코맹맹이 말투가 인상적인 30대 남자의 이름은 오노 사토시.

일본의 오대 사원 중 하나인 밀법사 출신이었는데 일본에서도 전설로만 내려오는 풍화륜의 전승자였다.

셋 중 수장격인 여자의 이름은 나혜미였고, 과거 북위연합의 사방신 중 하나였다.

맞은 편의 거한은 후안 반크란 인물로서 10대 용병단 중 손가락 안에 꼽히던 카이르 용병단의 단장이었다.

물론 모두 예전 이야기다.

나혜미는 동혁의 부탁 때문이었고, 나머지 둘은 동혁의 명령으로 온 것이다.

셋의 임무는 은성가를 대신하여 이틀 후에 있을 화랑 승무 대전에 출전하기로 미리 은성가의 가주와 밀약이 되어 있었다.

나혜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암튼 걱정도 많네. 화랑이 뭐 대단하다고 그래?”

“에잇, 그거야 주작님이니까 그런 말을 하는거고 돌다리도 두드려서 건너라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나도 신경 안 씁니다. 그래봤자 조무라기들일텐데요. 그보다 기왕 신불사까지 온 것 오후에 슬슬 구경이나 가야겠네요. 경주 쪽에 유적지도 많으니.”

반크의 제안에 나혜미는 흥미 없다는 듯 거절했다.

“난 잠이나 잘거야. 원래 그런 쪽은 취미가 없어서.”

그러던 그 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은성가의 집사인 유대광이다.

“어떻습니까? 혹시 불편한 점은 없으셨습니까?”

후안 반크는 심드렁한 눈빛으로 투덜거렸다.

“한가하기는 한데 너무 지루하군.”

“조금만 기다려 주십쇼.”

“얼마나 더?”

“이틀 후에 시작입니다. 그나저나 준비는 잘 되셨겠죠?”

나혜미는 다리를 꼰 채 까르르 웃었다.

“무슨 거창하게 준비가 필요해? 그냥 다 부수면 되는 것 아냐? 그깟 꼬맹이들 때문에 기다리는 것도 쪽팔릴 지경이라고.”

후안 반크도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우리 셋이 나설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주군의 명이라지만 이해를 못하겠어.”

“안 됩니다. 상대는 화랑의 칠성좌입니다. 40세 이하라는 규정이 있으나, 상위 가문에서 지금까지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진 적은 별로 없습니다. 분명 나이를 속이거나 외부에서 능력자를 데려오든 어떤 식으로든 움직일겁니다. 앞으로 5년간 사업권을 분배하는 자리라서요.”

문주 門柱 에 기댄 채 톱날 같이 생긴 룬을 헝겁에 기름을 묻혀 닦던 사토시가 중얼거렸다.

“유비무환이라고 준비를 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나혜미는 뜬금 없이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딴소리를 했다.

“그래도 간만에 서울을 떠나니 속은 시원한데?”

후안 반크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손을 까닥거렸다.

“이쪽 음식은 채소뿐이라 입맛에 안 맞군.”

나혜미가 웃었다.

“원래 화랑의 율계가 좀 고리타분하기는 하지.”

“아무 거라도 좋으니 고기쪽으로 먹을 것 좀 더 가져 오게.”

유대광의 얼굴에 알듯말듯 불쾌한 빛이 스쳐간 것은 그 시점이다.

가주의 명으로 대우를 해주기는 했으나, 도저히 이 세 사람에게 적응이 안 된 것이다.

유대광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미간이 찡그려졌다.

‘대체 뭘 믿고 저러는지···’

분명 풍기는 기세로 보면 한 가닥 하는 이들은 틀림 없다.

그렇다해도 시종일관 아랫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반말로 일관하는 행동이나, 곧 있을 승무 대전에서 상대할 적을 경시하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든 것이다.

설령 실력이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화랑이 어떤 곳인가?

육대 메이저 다음에 위치한 곳으로 적어도 경상도 지역에서만큼은 그 누구도 거슬리지 못하는 대제후 아닌가?

그런 화랑을 이끄는 기둥인 칠성좌를 무시한다?

만약 가주의 신신당부만 아니었다면 화무각에 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유대광은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하며 하녀에게 명을 내렸다.

“뭐하느냐? 당장 반크씨가 원하는대로 해드리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편히 쉬시고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나혜미는 집사의 속내를 눈치라도 챈 듯이 살짝 빈정거렸다.

“아저씨도 참 불쌍하네. 우리 때문에 불만이 많은 것 같은데 뭐 어쩌겠어. 그게 당신 일인 것을. 가 봐요.”

“네.”



유대광의 보고에 심우빈은 수염을 매만지더니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소. 그래도 여기까지 온 귀한 손님이니 일단 잘 대해주게.”

“가주님께서 지시하셨으니 따라야 하는 것이 도리겠지만, ··· 정말 괜찮겠습니까?”

어찌 이 말의 의미를 모를까?

화랑 승무 대전 때문이다.

당연히 은성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날 아닌가.

애당초 은성가의 계획은 가문의 뛰어난 이들을 골라서 내보낼 계획이었다.

물론 다른 가문들도 이번 승무 대전을 대비하여 오래 전부터 능력자를 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의 목표는 꽤 소박했다.

지금보다 한 두 서열이 더 오르는 것.

물론 이조차도 날이 갈수록 기울어 가는 가세 때문에 쉽지 않은 목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갑자기 어딘가를 다녀온 가주가 노망이 났는지 뜬금 없이 정체가 불분명한 외부의 인물을 초빙하여 화랑 대전에 내보낸다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내부에 반발이 있었다. 그러나 가주는 반발을 권위로 눌렀고, 결국 셋에게 은성가의 미래를 맡기게 된 것이다.

“괜찮지 않으면 또 어떨까?”

“그 뜻은···”

“솔직히 나도 모른다네. 그들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는.”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보낸 그 친구는 믿을만 하다네.”

“정말입니까?”

“허허, 자네 나와 한 두해 함께 한 것이 아니지 않는가? 어찌 그리 내 말 뜻을 모르나?”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당연히 가주님을 믿어야 하는건대.”

“입장을 바꿔보면 나라도 그랬을테지. 이해하네.”

유대광은 충직하다. 또한 갈대처럼 올곧았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고집이 있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설령 그들이 허풍을 쳐도 어차피 은성가는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었다.

그나마 황하장이 외부의 모양새 때문에 은성가를 놔두는 것뿐이지 다른 이유는 없었다.

승무 대전은 원칙상 외부의 인물을 데려오는 것은 금지한다. 그런데 이게 웃긴 것이 상위권 가문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늘 화랑의 율계보다 위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를 가지고 은성가는 정식으로 항의할 배짱조차 없을만큼 영향력이 없었다.

만약 걸리면?

아마 사후 처리를 하는데 있어서 꽤 번거로운 일이 생길 것이다. 가문의 위신이 떨어지는 것은 두번째 문제다.

심우빈은 부드럽게 웃었다.

“내가 어찌 자네를 모를까? 어린 시절부터 봤는데···”

“죄송합니다. 가주님을 힘들게 해서···”

“진인사대천명이란 말이 있네. 기다려 보자고. 되든 안 되든 일이 잘 풀리기만을 바래야겠지.”

“알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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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4 Lap
    작성일
    19.03.19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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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34장 5막. 화랑 +1 19.03.24 1,499 35 12쪽
131 34장 4막. 화랑 +1 19.03.23 1,569 33 12쪽
130 34장 3막. 화랑 +2 19.03.21 1,645 36 12쪽
129 34장 2막. 화랑 19.03.20 1,700 39 11쪽
» 34장 1막. 화랑 +1 19.03.18 1,733 43 11쪽
127 33장 4막. 역천의 힘 +1 19.03.17 1,881 47 12쪽
126 33장 3막. 역천의 힘 +6 19.03.15 1,832 52 12쪽
125 33장 2막. 역천의 힘 +2 19.03.14 1,771 42 12쪽
124 33장 1막. 역천의 힘 +2 19.03.13 1,742 39 11쪽
123 32장 3막. 장가장 +4 19.03.12 1,753 35 12쪽
122 32장 2막. 장가장 +4 19.03.11 1,713 37 12쪽
121 32장 1막. 장가장 +5 19.03.10 1,861 4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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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31장 2막. 크리처 돔 +2 19.03.04 1,846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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