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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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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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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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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03.1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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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3장 3막. 역천의 힘

DUMMY

아직까지 가타부타 말이 없는 가주를 보며 정재영은 말 끝을 흐렸다.

“···분, 분명 방법이 있을겁니다. 원로원에 말하거나 그도 아니면 가주님 지인들을 찾아 가서···”

장철산이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절대 나서지 않을거야. 아니 어쩌면 좋아할지도 모르지. 세상이 우리가 생각하는대로 호락호락하다면 가문이 이토록 핍박받지는 않았을거야. 누굴 탓하겠나? ···결국 힘이 없다는 것이 죄인 것을. 조상님들께 미안할 뿐이네. 자네와 동혁이에게도.”

그에 반해 동혁은 따분하다는 듯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아직 대답을 안 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장철산은 대뜸 미간을 찌푸렸다. 저 여유로움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탓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구나.”

“뭐가요?”

“아니다. 그래. 네 놈이 그리 추궁을 한다면 결정을 해야겠지.”

“잘하셨습니다. 제가 그 쪽으로 갈까요?”

하지만 장철산은 뜻밖의 말을 했다.

“아니다.”

“그럼 그들이 올 때까지 기다립니까?”

“그것도 아니다.”

그 말에 낌새가 이상함을 눈치 챈 자식들이 눈이 불안감으로 번득이기 시작했다.

“동혁이는 정식으로 우리 가문에 입적한 손자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가주로써 자식을 사지에 넘기는 경우는 천륜에 어긋나는 법!”

“아버님··· 설마!”

“모두 조용! 가만 생각하니 내가 어리석었어. 어차피 멸문을 당하지 않아도 이 오욕을 당하고도 어찌 가문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까? 출가외인인 민희와 민아는 당장 이 집을 떠나거라. 그리고 남아 있는 식구들 중 무인이 아닌 애들도 모두 보내고. 이는 가주의 지시이니 반대 의견은 용납하지 않겠다. 아직까지 백천명이 말한 기한이 남았으니 도망치기에는 충분할 거다. 어서!”

장철산의 어조는 평온했으나 곧은 기개가 담겨 있었다.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는 고집불통인 늙은이의 신념이다.

자식들은 깨달았다. 지금 가주의 말은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상당수가 강한 반발을 했으나, 그 중 일부는 가주의 의견에 찬성하는 부류들도 있었다.

장민희는 고민을 하는 것 같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저는 안 떠나요. 저도 장가장의 일원이라고요. 설마 딸이라고 무시하는 것은 아니죠?”

장민아도 질 수 없다는 듯 끼어 들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외부에서 도움을 받으세요. 시댁에서도 결코 가만 있지 않을거에요.”

장정수도 아까와 달리 비분강개한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쥔다.

“백현상회도 무력은 별 볼 일 없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돕겠습니다.”

일단 가문을 수호하는 것으로 결정되자, 그 때까지 의견이 분분했던 아들, 딸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저마다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알고 있다. 어찌 모를까? 분명 모든 화력을 집중시킨다 해도 싸우면 이길 가능성은 없다는 사실을.

그나마 위안거리는 있다. 그 때는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얼떨결에 당한 탓에 굴복한 것 이고, 그들도 신창가나 백현상회, 이클립스 용병단의 일부 도움을 받는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더 강한 전력을 결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겨우 나흘이다. 장가장의 식구들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적은 하나.

죽는 한이 있어도 가문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다.

적이 그들을 삼키려 해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물론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당수가 죽을 것이다.

얼마 후, 장정수와 장민희가 머뭇거리다 동혁에게 다가왔다.

“미안하다. 아까는 너무 경황이 없어서 네 기분을 헤아리지 못한 것 같구나.”

“나도 마찬가지야. 빌어먹을 백가장놈들!”

동혁은 왜인지 몰라도 부드러운 얼굴로 웃었다.

“괜찮습니다. 이걸로 됐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보지 못했다. 동혁의 눈가에 간만에 따스한 기운이 맴돌고 있음을.



***



하늘은 더없이 맑았다.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바라본 하늘은 파란 바다빛깔과 닮아 있다.

육신이란 무엇일까?

최근 들어 이런 생각을 해보고는 한다.

동혁은 마치 자신이 자연 속에 동화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중이다.

몰아일체 沒我一切.

나란 존재가 없으면서도 모든 것은 존재한다는 말처럼 지금 동혁은 평온감을 느꼈다.

간만에 관안 觀眼 을 시전했다.

동공이 확장되면서 세상의 더러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극한의 정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좀처럼 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흐릿하던 벌레의 날개짓부터 흐르는 물가의 소리, 심지어 인간의 목소리도 들린다.


- 장주님, 굳이 기한을 줬어야 할까요?

- 오총사,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야.

- 만약 장철산이 손자를 보낸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그러면 사과문을 문제 삼아야지. 가문의 이름으로 사죄를 하라고. 다른 것은 몰라도 그 늙은이 성격에 목에 칼이 들어와도 힘들거야.

- 과연! 그런 뜻이 있었군요.

- 후후, 설령 모든 조건을 받아들인다 해도 어차피 장가장은 현판을 내려야 할거야. 어차피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거든.


백가장의 장주와 총사인 오윤태의 대화였다.

동혁은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

아마도 몰래 기습을 하더라도 이들은 장가장을 지우겠다는 생각이었다.

동혁은 무슨 생각인지 수백미터 위의 하늘에 뜬 채로 한동안 있을 뿐이다.

동혁은 눈을 감고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그가 떠 있는 곳을 중심으로 작은 물결과 같은 파동이 생기기 시작했다.

파동의 범위는 점점 더 커졌다.

저 멀리 백가장이 보인다. 만약 지상에서 보았다면 한바퀴를 도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만큼 넓은 지역이다. 대지 위에는 수많은 건물들과 또 그 안에는 수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동혁은 잠시 망설였다.

‘과연 이게 옳은 것일까?’

몽골에서 전풍대를 지울 때는 마성에 빠져 있었다.

암흑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까지 그는 쿤을 상대했을 때를 제외하면 단 한번도 전력을 다한 적이 없었다.

아버지의 초라한 모습이 떠오른다.

부모의 마음이라?

왜인지 몰라도 가슴이 먹먹했다.

완고한 노인네의 굽혀진 등허리도 떠올랐다.

한 때는 쳐다보지도 못했던 그 인물이 무너지는 모습에 통쾌감보다는 안타까움이 생겼다.

늘 잘난 척 하던 사촌 형과 누나의 얼굴도 이제는 흐릿해질 뿐이다.

장가장의 식구들은 그에게 애환과 같은 존재들이다.

만약 과거의 기억이 없었다면 달랐을지 모른다.

허나 싫든 좋든 20년 이상을 함께한 이들이다.

기억은 그런 것이다. 우리가 창고에 쳐박아 놓은 폐품처럼 좋든 싫든 가끔은 이토록 번거롭게 할 따름이다.

동혁의 손이 느릿하게 펴졌다. 손은 눈 앞에 가야금이라도 있는 양 탄금 彈琴을 하며 이리저리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공간의 결.

공간을 마음대로 컨트롤 하는 권능이다.

어릴 때는 알지 못했다.

어째서 현대 무기가 도태되고, 각성자들의 세상이 왔는지를.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다.

도시 하나를 초토화시킨다는 것.

그렇다. 지금 동혁은 스스로 신이 되고 싶었다. 신은 모든 피조물 위에 우뚝 선 오롯한 존재다. 그 앞에 선악의 나눔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들은 신이 없다 믿었다.

그래서 괘씸했다.

그는 이제 심판의 칼날을 내릴 생각이다.

그 칼은 누구보다 광폭하다. 또한 모든 것을 벨 것이다.

쿠쿠쿠쿠쿠쿠.

어느새 손에는 복숭아 정도 크기의 구체가 들려 있었다.

광구 光球 는 시리도록 투명했다. 공간을 압축하고 또 압축한 것이다.

누르고, 짓이기고, 뭉치고, 또 누른다.

그 때문에 주변 공간은 진공 상태로 변했다.

새들은 갑자기 산소가 부족해서 추락했고, 구름을 구성하던 입자들은 모조리 분해되어 사라졌다.

밝은 아침에 때늦게 어둠이 생겼다. 진공으로 변한 공간의 영향 때문이다.

그제서야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자 백가장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바깥으로 나오고 있었다.

동혁에 손에 든 것은 공간을 극도로 압축시킨 것이다.

물리학적으로 보면 블랙홀이나 마찬가지였다.

물체의 질량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빛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왜곡 현상처럼 그 중심만 굴절현상이 발생했다.

“가라.”

나지막한 한마디와 함께 광구가 떨어졌다.

백가장의 중심에 그것이 낙하하자 작은 반원이 하나둘씩 그려진다. 물결이 만들어지며 점점 바깥으로 퍼져갔다.

폭발음조차 없었다. 그저 눈부신 빛무리만 넓게 방사되어 넘실거릴 뿐이다.

백가장은 완벽히 지워졌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 빛은 더 크게 원을 그리며 이 땅의 모든 것을 삼키고 있었다.

다행히 백가장 주변에 다른 인가가 없었기에 더 이상 피해는 없었을 뿐이다.

동혁은 예상 외로 더 큰 파괴력에 미미하게 미간을 찡그렸다.

역천의 힘이 지나간 곳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끌벅쩍했던 그 큰 백가장이 아예 통째로 지워진 것이다.

벽돌 하나, 풀 한포기조차 보이지 않는 황폐화된 땅.

동혁은 자조적으로 쓴웃음을 짓는다.

‘내가 미친걸까?’

점점 더 괴물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토록 많은 인간을 없앴음에도 이제는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육망성일 터.

심장을 파먹고 가슴에 자리한 육망성은 불가해한 존재.

여전히 암흑기가 다섯가지 기운보다 강하지만, 다행히 적절하게 서로의 영역에 또아리를 튼 상태로 기이한 공존만 이룰 뿐이다.

육망성은 아직도 배가 고픈지 끊임없이 확장을 시도했다. 그러나 여전히 융합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끔씩 스스로에게 의심이 들고는 한다.

어쩌면 육망성에게 자신이 잡아 먹히는 것은 아닌지라는.



***



약속했던 날짜는 이미 지나 있었다.

시간은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것도 가문의 존망이 달려 있는 문제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허나 백가장주가 직접 선포한 날이 훌쩍 지나자 하나 둘씩 의문을 표시했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감히 이 수수께끼를 풀 용기가 없었다.

어찌 되었든 장가장에는 나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일주일이 더 지나자 결국 참을 수 없었던 장철산은 수하를 백가장으로 보내야 했다.

그 후, 들려온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백가장이 사라졌다고?”

“그렇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나 백가장 뿐만 아니라 그 근방 십여킬로가 평지로 변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봐. 그게 말이 돼?”

“사실입니다. 저도 놀라서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장철산은 즉시 가족 회의를 소집했다.

의견은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박수를, 어떤 이는 궁금증을, 또 어떤 이는 곤혹스런 반응을 보였다. 저마다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따져보며 의견이 분분했으나, 귀결되는 결론은 하나다.

그럼에도 자신의 생각을 그 누구도 내지 않았다.

만약 자연재해로 인한 단순한 불행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 이 일에 개입했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무려 십 여 킬로가 넘는 일대를 초토화시킨다는 것이 말이 될까?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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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24 wt****
    작성일
    19.03.15 23:41
    No. 1

    과연 주인공의 운명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소설광광
    작성일
    19.03.16 00:25
    No. 2

    크 백가장주랑 압탈라 놀라는거 보고싶었는데 좀 아쉽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아슈탈로스
    작성일
    19.03.16 00:43
    No. 3

    저러지 않고 식구들 앞에서 백가장을 무상되고 싶다는 늙은이를 눌러주는 정도로만 해도 됐을거라 생각합니다만

    모든건 작가님 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4 Lap
    작성일
    19.03.16 11:11
    No. 4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68 THECrazy..
    작성일
    19.03.16 11:18
    No. 5

    이거 참.... 너무 허무하달까~너무 가볍게 끝낸것 같아요
    백가장과 압탈라? 뭐 그나부랭이들을 있는 갑질 없는 갑질 다부리고 치욕스럽게 한다음에 처참하고 잔혹하게 씨를 말려 죽여줬으면 그것대로 사이다겠는데....뭐 작품의 방향은 작가님이 정하는 것이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연필유령
    작성일
    19.03.17 07:13
    No. 6

    너무 정체 안들키게 이렇게 가는 것도 좋은거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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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34장 5막. 화랑 +1 19.03.24 1,500 35 12쪽
131 34장 4막. 화랑 +1 19.03.23 1,570 33 12쪽
130 34장 3막. 화랑 +2 19.03.21 1,646 36 12쪽
129 34장 2막. 화랑 19.03.20 1,701 39 11쪽
128 34장 1막. 화랑 +1 19.03.18 1,733 43 11쪽
127 33장 4막. 역천의 힘 +1 19.03.17 1,881 47 12쪽
» 33장 3막. 역천의 힘 +6 19.03.15 1,833 52 12쪽
125 33장 2막. 역천의 힘 +2 19.03.14 1,772 42 12쪽
124 33장 1막. 역천의 힘 +2 19.03.13 1,743 39 11쪽
123 32장 3막. 장가장 +4 19.03.12 1,753 35 12쪽
122 32장 2막. 장가장 +4 19.03.11 1,714 37 12쪽
121 32장 1막. 장가장 +5 19.03.10 1,862 46 11쪽
120 31장 6막. 크리처 돔 19.03.09 1,795 40 12쪽
119 31장 5막. 크리처 돔 +2 19.03.08 1,840 47 12쪽
118 31장 4막. 크리처 돔 +1 19.03.07 1,894 44 11쪽
117 31장 3막. 크리처 돔 +3 19.03.05 1,843 39 12쪽
116 31장 2막. 크리처 돔 +2 19.03.04 1,846 43 12쪽
115 31장 1막. 크리처 돔 +1 19.03.03 1,990 40 12쪽
114 30장 3막. 부총령 +4 19.03.01 2,068 52 12쪽
113 30장 2막. 부총령 19.02.27 2,066 45 12쪽
112 30장 1막. 부총령 +3 19.02.26 2,042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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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28장 1막. 악티늄 19.02.21 2,174 4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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