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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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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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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03.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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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3장 2막. 역천의 힘

DUMMY

뭄크는 모처럼만에 흥분했다.

지난 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적지 않은 강자를 만나봤지만 그녀의 마음에 드는 인물은 손에 꼽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허나 그 중에 이 아이보다 더 뛰어난 몸놀림을 보이는 이는 단언컨대 없다 본 것이다.

검은 자연과 동화가 되어 있었다.

비록 그녀가 보기에 아직까지 자연검의 경지는 아니라 해도, 그 전 단계인 심검의 경지는 아득히 넘었다 본 것이다.

물론 자연검이란 이 세상에 단 한번도 나온적이 없다.

심지어 능력이 하늘에 닿았다는 천주조차도 불가능한 이른바 전설 속에서나 존재하는 극의 極意 였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신과 비슷한 경지.

검은 생명이 있었다.

검로에는 숨결이 존재했고, 우주의 현기가 담겨 있었다.

단참결, 수라결, 회둔결, 매화결, 파천결이 그 짧은 순간에 만개했다. 조화결이 나타나자 하늘에 수 놓았던 꽃들이 시들더니 하나의 연꽃이 되었다.

만류귀종 萬流歸終.

만물이 하나가 되어 뜻이 닿으면 모든 것을 베는 검화 劍花.

검화는 다시 한 점으로 모였다.

그리고 검의 노래가 펼쳐졌다. 검이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는 자연과 공명하며 귓가에 울려 퍼졌다.

‘설마 자연검?’

뭄크는 강하게 부정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허나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너무 황홀해서 마치 그 속으로 빨려들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올라 본 적이 없다는 전인미답의 경지.

검을 든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길.

정말일까?

모른다.

결국 눈을 감았다. 혹시라도 빨려들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그래. 이딴 것이 뭐가 중요할까?

대자연의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의 눈으로 우주의 진체를 알아 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몸은 자신도 모르게 희열에 떨어댔다.

뭄크는 상대의 능력에 감탄하면서도 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도 믿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디멘션 클러치의 5단계 중 4단계인 ‘스크류 힛샷 Screw Hit-shot’을 완성할 수 있었다.

만약 3단계까지 배운 상태에서 놈을 만났다면 몰라도 4단계를 쓸 수 있는 지금은 두려울 것이 없었다.

얼마 전 그녀는 출아경에 올랐다.

보통은 초월경과 출아경의 경계를 열번째 계단으로 본다. 당연히 이 두 사이의 간극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이번에 꿈에도 그리던 열번째 계단에 한 걸음 걸친 상태였다.

뭉쳐진 광구는 회오리를 만들면서 가속을 이어갔다. 스크류 힛샷은 일반 공격법과는 상궤를 달리했다.

에너지를 격발시켜 아예 공간 자체를 멸절시키는 스킬이다. 상대가 피하고 자시고 할 여력이 없었다.

“가라--!!”

스크류 힛샷은 목표물을 설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시전자를 제외한 모든 방위를 스스로 점유할 뿐이다. 스크류 힛샷은 넓게 퍼지더니 수백미터가 넘는 차원을 변형시켰다.

파파파팟--!!

파천검의 절대결 絶代抉 과 스크류 힛샷 Screw Hit-shot은 중간 지점에서 충돌했다.

신격에 어울리는 두 가지 비기가 만났다.

허나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작은 섬광뿐이다.

충돌의 결과로 모든 공간이 잡아 먹힌 탓일까?

시야는 하얗게 변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눈부신 빛만이 아른거렸고, 그 때문에 뭄크는 머뭇거렸다. 그럼에도 추호도 승리를 의심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것이 뼈아픈 실착이었다.

갑자기 눈 앞에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던 까닭이다.

“허억--!! 이런 말도 안 되는!”

“안 될 것은 또 뭐야?”

뭄크는 기겁했다.

동혁이 스크류 힛샷에 맞고도 멀쩡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수십미터의 거리를 단번에 뛰어 넘었으니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동혁은 꽤 지친 듯 거칠게 호흡을 고르며 말했다.

“이번엔 좀 까다로웠어. 배운 것도 있었고.”

“너, 넌! 누구냐! 어떻게 그걸!”

“시공간도 결국 만능은 아니더라고. 확실히 이 땅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아.”

그의 말은 거짓이 아니다. 뭄크의 디멘션 클러치를 부순 것은 맞지만, 생각보다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겨우 빠져나와서 공간의 결이나 시간의 결을 쓰려 했으나 어떤 이유인지 도통 되지가 않았다.

아마도 차원의 간섭 때문일 것이다.

동혁은 폭력을 가했다.

육망성이 암흑기에 계속 물들면서 성품이 점점 잔혹하게 변한 것이다. 뭄크의 면상이 피투성이가 되면서 뭉개지기 시작했다.

콧뼈가 나가고 이빨이 부러진 것이다.

이번에는 복부에 강한 충격이 오면서 위장에 든 오물이 역류하며 비명을 질렀다.

“커어억!”

뭄크는 죽기 싫었다.

그래서 도망쳤다. 허나 귀신처럼 다가온 동혁에게 속절없이 얻어 맞기만 할 뿐이다.

피하면 나타나는 동작이 반복되자 결국 그녀는 반항을 포기했다.

“으아아악! 악마 같은 놈!”

“악마라.”

“크흑! 차라리 죽여라. 치욕을 주지 말고!”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내가 만약 반대 상황이었다면 너는 그랬을까?”

굳이 따지자면 원수나 다름 없다.

아무리 전생의 일이고, 현재의 그녀는 모른다 해도 그렇다.

뭄크는 만신창이가 되고 있었다. 거듭된 폭력은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극심한 고통에 뭄크는 높은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미친 듯이 절규했다.

“이 노옴--!!”

동혁은 그 때서야 손을 멈췄다.

그러더니 강제로 그녀의 정수리에 손을 올렸다.

“소원대로 해주지.”

“어흐흐흑. 커억!”

흡마공이 펼쳐진 것이다. 한동안 굳이 흡마공을 쓰지 않았다.

상대의 권능을 흡수는 가능하나, 실제로는 효용성면에서 다른 것보다 떨어졌던 탓이다.

기본적으로 흡마공은 상대의 권능을 흡수한 뒤 오랫동안 연마를 해야 일정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

거기다 상대의 능력이 떨어진다면 효율은 더 안 좋았다.

굳이 동혁의 입장에서는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뭄크는 달랐다.

지금까지 만나 본 적 중에서 수위에 꼽힐만큼 강했던 탓이다.

‘중천의 전대 총주와 비교하면 어떨까?’

둘 다 능력은 비슷했다. 일정 공간을 자기 뜻대로 하는 에고 홀이나 차원 일부를 조종하는 디멘션 클러치나 둘 다 일장일단은 존재했던 탓이다.

어느새 뭄크는 생명을 다했다.

눈 앞에는 미이라처럼 껍질만 남은 채 말라 비틀어져 있는 노인이 있었고, 동혁의 체내에는 뭄크의 원기가 살아 꿈틀거렸다.

동혁은 육망성을 돌려 한쪽으로 그 기운을 몰아 넣기 시작했다.

엄지 손가락을 수평으로 뉘인 채 정신을 집중하자 작은 물방울 같은 구체가 튀어 나왔다.

하지만 애써 뽑아낸 작은 광구는 고작 일이미터를 떠다니다가 이내 사라졌다.

‘아직은 멀었군.’

동혁은 미이라가 된 뭄크의 사체를 무한의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언데드로 만들 예정이다.

전생에 당했던 것을 떠올리면 사지를 찢어 놓아도 모자라겠으나, 이 방법이 더 좋다 판단한 것이다.

간단히(?) 일을 끝마친 동혁은 주변의 흔적을 완전히 없앤 후에 자리를 떠났다.



***



동혁이 장가장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밝아오던 무렵이었다.

장가장은 반쯤 무너져 있었는데 누가 보더라도 안 좋은 일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었다.

“왔구나.”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아버지인 정재영이었다.

그의 모습은 초췌해 있었다. 걱정과 근심이 섞인 눈빛.

이미 장가장의 식구들은 모두 나와 있었다.

누군가는 겁을 먹은 표정을, 또 누군가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

그럼에도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그 때 둘째 외삼촌인 장정수가 결국 참지 못하고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모두 너 때문이야! 너 같은 게 들어오지 않았으면···”

결국 비위가 뒤틀린 신학수가 싸늘하게 반박했다.

“그만해요! 외삼촌!”

“뭘 그만해!”

“왜 동혁이 탓을 해요? 이건 아니죠.”

“하지만 저 놈이 그러지 않았으면 이 꼴이 되었겠어?”

“전형적인 궤변이에요.”

“잘못하면 멸문이라고! 왜 우리가 저 놈 때문에 이렇게 당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장민아가 인상을 찡그리더니 나섰다.

“제발 진정해요! 오빠!”

“젠장! 어쩌다 우리 가문이···”

참담한 심경으로 지켜보던 장철산이 억지로 말을 끊었다.

“모두 적당히 해라. 애 앞에서 무슨 짓이냐?”

하지만 장정수는 끝까지 반감을 표시했다.

“아버지, 당장 동혁이를 넘겨요. 어차피 우리 피도 아니고···”

동혁이 나선 것은 그 시점이다. 대충 전후 사정을 파악했다는 듯 상황에 걸맞지 않게 웃음을 드러냈다.

“이렇게 만든게 백가장입니까?”

장철산은 허탈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갑자기 아까 쳐들어 왔다. 방법이 없었어. 그들이 너를 원하더라.”

동혁은 다른 이들을 무시한 채 장철산을 쳐다보았다.

“할아버지··· 그래서 저를 보낼 생각입니까?”

장철산은 그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안타까운 눈빛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할아버지라. 동혁이 네가 우리 가문에 들어오고 처음 들어본 말이구나.”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가주님 뜻대로 하겠습니다. 그것이 가문을 위한 길이라면요.”

“휴우, 생각 좀 해보자. 쉽지가 않구나.”

그러자 정재영이 핏대를 올리며 말했다.

“도, 동혁아··· 절대 안 된다.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 넌 거기 가면 죽어.”

“·········”

정재영의 머리 속은 하얗게 변해 있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던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후회가 되었다.

아들의 미래를 위해 선택한 길이 비수가 되어 돌아왔던 탓이다.

이런 비극을 맞을 줄 알았다면 아내가 아무리 원했다 해도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으리라.

다른 곳이라면 일말의 희망도 품어 보았을 것이다. 아들의 능력이 생각보다 대단하다 들었기 때문이다.

허나 불행하게도 상대가 너무 강했다.

아무리 개인의 힘이 강하다 해도 다수의 조직과 싸워 이긴다는 것은 기만에 가깝다. 현실은 그만큼 냉혹하고 잔인하다.

정재영은 까닭 모를 주위의 시선을 받아가며 가주에게 다가가더니 사정을 했다.

“장인 어른··· 이곳에 들어와서 눈치밥 때문에 늘 굽혀 살았습니다. 괜히 모난돌이 되기 싫었으니까요. 그리고 그게 옳은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가진 것 없던 저를 받아들인 가주님께 늘 고맙게 생각했었죠. 하지만 이것은 아닙니다. 어찌 되었든 동혁이는 제 아들입니다. 부모로써 어찌 아들이 사지로 가는 길을 이 두 눈을 뜨고 보겠습니까? 제발 살려주십쇼!”

“마치 벌거벗은 기분이군. 진실을 알게 되면 아프다는 말이 딱 그렇군. 그래도 내 딴에는 잘대해줬다 생각했는데 아닌가?”

“그 뜻은 아닙니다.”

“허허, 이해하네. 그래도 마음이 쓰리군. 내가 비록 타인들에게 늙은 여우니 뭐니 이런 소리를 들었어도 자네한테는 잘하려 했는데 말일세.”

“죄송합니다.”

장철산은 서글프다는 듯 질끈 눈을 감았다.

의자의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등이 살짝 떨어댔다.

“알고 있습니다. 가주님도 어쩔 수 없다는 것도요. 하지만 결사 항전을 한다면···”

막내인 장민희가 그 말을 끊었다.

그녀의 말투는 더할나위 없이 냉랭했다.

“···형부, 미안한데 냉정하게 보세요. 가문을 위한 길이에요. 받아 들이세요. 모두를 잃느니 하나를 잃는게 나아요.”

장정훈도 혀를 차며 동조했다.

“비록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가 없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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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34장 5막. 화랑 +1 19.03.24 1,499 35 12쪽
131 34장 4막. 화랑 +1 19.03.23 1,569 33 12쪽
130 34장 3막. 화랑 +2 19.03.21 1,645 36 12쪽
129 34장 2막. 화랑 19.03.20 1,701 39 11쪽
128 34장 1막. 화랑 +1 19.03.18 1,733 43 11쪽
127 33장 4막. 역천의 힘 +1 19.03.17 1,881 47 12쪽
126 33장 3막. 역천의 힘 +6 19.03.15 1,832 52 12쪽
» 33장 2막. 역천의 힘 +2 19.03.14 1,772 42 12쪽
124 33장 1막. 역천의 힘 +2 19.03.13 1,742 39 11쪽
123 32장 3막. 장가장 +4 19.03.12 1,753 35 12쪽
122 32장 2막. 장가장 +4 19.03.11 1,713 37 12쪽
121 32장 1막. 장가장 +5 19.03.10 1,861 46 11쪽
120 31장 6막. 크리처 돔 19.03.09 1,795 40 12쪽
119 31장 5막. 크리처 돔 +2 19.03.08 1,840 47 12쪽
118 31장 4막. 크리처 돔 +1 19.03.07 1,894 44 11쪽
117 31장 3막. 크리처 돔 +3 19.03.05 1,842 39 12쪽
116 31장 2막. 크리처 돔 +2 19.03.04 1,846 43 12쪽
115 31장 1막. 크리처 돔 +1 19.03.03 1,989 40 12쪽
114 30장 3막. 부총령 +4 19.03.01 2,068 52 12쪽
113 30장 2막. 부총령 19.02.27 2,066 45 12쪽
112 30장 1막. 부총령 +3 19.02.26 2,042 44 12쪽
111 29장 3막. 아버지 +1 19.02.25 2,048 44 12쪽
110 29장 2막. 아버지 +3 19.02.24 2,129 44 12쪽
109 29장 1막. 아버지 +2 19.02.23 2,236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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