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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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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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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03.05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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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1장 3막. 크리처 돔

DUMMY

배수현은 짜증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꺼져! 너 같은 것은 한 트럭 줘도 안 가져.”

어릴 때부터 이런 접근을 많이 받아 본데다 직선적인 성격이라 대놓고 면박을 준 것이다.

남자는 불쾌하다는 듯 싸늘한 표정으로 변했다.

“꼴갑을 떠는군. 그냥 한번 즐기려고 했더니 입이 걸레냐?”

“헐, 미친 새끼네?”

“뭐엇--?”

“너 같으면 처음 본 남자가 말 건다고 헤벨레 하고 따라가냐? 얼굴이나 잘생겼으면 또 몰라. 들창코에 여드름에 우웩! 넌 집에 거울도 없냐? 대체 뭔 깡으로 대쉬하는데? 열라 웃기네.”

“큭큭. 웬만하면 한 번 찔러보고 그냥 가려고 했는데 우와 무슨 이런 쌍년이 있냐? 너 뒈질래?”

장세창은 남자가 적대적으로 변하자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그냥 가라. 너 따위가 찝적거릴 만큼 우리가 한가하지 않거든? 어서!”

“남자친구라 이거야? 그거 잘 됐네. 가뜩이나 꼰대 때문에 짜증났는데 이게 어디서 감히! 오지랍이야? 썅!”

남자는 깡마른 얼굴에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허나 전형적인 추남이었다.

어릴 때 콤플렉스를 건드리자 그만 이성의 끈을 잃어버린 것이다.

장수완이 나선 것은 그 때였다. 동생 둘과 거리가 멀어지자 걱정된 마음에 돌아와 보니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잠깐! 모두 진정하고!”

“뭐야? 이 새끼는?”

“거 참, 입 더럽네.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굳이 싸울 필요가 있을까?”

“지랄하네!”

장수완의 얼굴이 살짝 경직되었다.

흔히들 사람을 가려서 건드리라는 말이 있다.

만약 상대가 별 볼일 없었다면 솔직히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허나, 남자는 딱 봐도 예사롭지가 않았다. 전신에 걸친 보호 장구는 척 봐도 명품 브랜드인데다 무엇보다 놈이 탄 비행마수는 그도 처음 본 것이기 때문이다. 딱 봐도 위압감이 느껴졌다.

헬라도 놈을 보자 갑자기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혹시 영물?’

그러나 이런 상념은 곧 끊어졌다. 뒤이어 다섯 명이 마수를 탄 채 날아왔기 때문이다.

“진홍이형? 여기서 뭐해? 레이스 안 할거야?”

“레이스는 무슨! 너희나 해!”

“뭔데 그래?”

“잠깐 기다려. 나 원 별 꼴같지도 않은 년이 나를 멕이네.”

“흐흐, 지난 번처럼 떨어트릴까? 부스터도 뺏고 말야.”

“그러면 나얀 누나가 화낸다고. 괜히 또 물 흐린다고 뭐라 하면 곤란해져.”

“제길! 그래봤자 장사꾼 주제에 암튼 따지는 건 좆나 많아요. 퉷!”

동료로 보이는 한 명이 걱정스럽다는 듯 혀를 찼다.

“적당히 해. 또 일 벌이려고? 다른 때라면 몰라도 오늘은 아니라는 것 알잖아? 손님 오셨다며?”

백진홍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시끄러! 저 년 잡아서 돌리지 않으면 내가 성을 바꾸고 만다.”

그러면서 갑자기 백진홍이 탄 마수의 부리가 쫙 벌어졌다.

“피해--!!”

이를 본 장세창은 위험을 느꼈고, 급하게 고삐를 틀어 돌렸다.

하지만 눈 앞에 어느새 새하얀 빙기로 된 기류가 감싸기 시작했다.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미처 대비할 틈도 없었다. 그 때문에 불행하게도 장세창의 한쪽 팔이 얼음덩이로 변했다.

“으악! 내, 내 팔!”

“이런 미친--!! 세창아, 괜찮아?”

장수완은 급하게 사령검을 꺼내 나머지 빙기 덩어리를 수직으로 여러 번을 휘둘렀다.

그러자 덩어리들은 잘게 쪼개지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냉랭한 표정으로 웃었다.

“흐흐, 그거 마법검이야? 마음에 드는데?”

장수완은 분통을 터트리며 외쳤다.

“대체 뭐하는 짓이냐? 너희들 뭐야?”

“뭐긴 뭐야? 너희가 먼저 건드렸잖아? 누가 보면 내가 가해자인줄 알겠어?”

배수현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이런 미친 싸이코 새끼가--!!”

하지만 더 이상 대화는 진행되지 않았다.

어느새 영물처럼 보이는 비행마수는 놀라운 속도로 돌진했고, 순식간에 헬라의 날개죽지를 잔인하게 물어버린 것이다.

쿠쿠쿠쿠--!!

헬라는 발광하고 있었다. 피가 뿜어졌고 날개의 중간이 움푹 파였던 것이다.

백진홍이 탄 마수의 정체는 가루라였다.

3급 비행 마수로서 영성이 있고, 워낙에 흉폭한데다 전 세계적으로 백여마리밖에 남지 않는 영물.

몇 몇 교단에서는 가루라를 신조 神鳥 로 지정할만큼 유명하다.

그런 관계로 이런 공포스런 마수를 개인이 길들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 장수완은 결코 그를 건드리지 않았지도 모른다.

가루라가 흥분했는지 연신 물어 뜯고 있었다.

헬라는 복부와 다리를 물리자 발광했다.

가루라는 비행마수 중에서 손꼽히는 마수다.

흡사 양떼에 뛰어든 늑대마냥 헬라를 집요하게 공격하자 결국 헬라는 피투성이가 되어 허공에서 크게 비틀거렸다.

“젠장! 조종이 안 돼! 지, 진정해!”

“흐흐, 그러게 한 번 놀면 얼마나 좋냐? 안 그래? 여기 네 애인이 죽는 광경을 보면 저 새끼 입 찢어지겠네.”

“미친 새끼!”

장수완이 분노를 터트리며 사령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허공에 강기가 뽑아져 나왔다. 강기는 큰 원을 그리면서 전방으로 폭사되었다.

허나 강기는 애석하게도 가루라보다 계속 한 발 늦었다. 그만큼 빨랐던 것이다.

남자는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오호, 제법인데? 그게 네 실력인지 마법검 때문인지 모르겠단 말야.”

“시끄러!”

남자의 손이 움직인 것은 그 순간이다. 자수를 뜨듯이 몇 번 손 끝이 춤을 추자 허공에 여러 자루의 비수가 나타난 것이다.

“혈마비 血魔匕 라 하지. 꽤 귀찮은 놈일거야. 잘 놀아 봐.”

그 말을 끝으로 비수들은 무서운 속도로 파기 시작했다.

“어딜--!!”

장수완은 노호를 터트리며 회전격의 투로를 응용하여 검을 풍차처럼 돌리며 일일히 혈마비를 쳐냈다.

현재 그의 수준은 네 번째 계단.

그조차도 초입에 불과했다.

더구나 가루라의 공격으로 헬라가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으면서 더욱 운신의 폭은 줄어들고 있었다. 혈마비는 연신 눈 앞을 빙빙 돌며 사냥을 하듯이 진퇴를 반복했다.

장수완은 혼신의 힘을 다해 검막을 쳐야 했다.

검막과 강기는 기실 그의 수준에서 아직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적이 워낙 강한 탓에 어쩔 수 없었다.

“제길--!!”

결국 잠력을 격발시키며 마력을 있는대로 끌어올렸다.

마력을 극대화하는 무허신공의 후반부 최후 초식인 일출단세 日出斷細 를 쓴 것이다.

출수 후 극심한 구토 따위의 부작용 때문에 웬만한 상황이 아니면 쓰지를 않았으나 목숨이 경각에 달리자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파파파팟--!!

투박한 굉음이 여러 번 터졌다.

그 때문에 뱀처럼 좌우에서 파고들던 비수는 검막에 막혀 활로를 잃었으나, 불행히도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다시 여러 자루의 혈마비가 나타난 것이다.

놈은 손에 마력을 주입했고, 그것들은 무서운 속도로 폭사되어 왔다.

혈마비는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한번 튕겨질 때마다 더 진한 피빛으로 변하며 움직이는 모습이란 가히 공포스럽기 그지 없었다.

보다 못한 배수현이 분노한 듯 외쳤다.

“너희가 누군지 몰라도 감히 인피니티 서클을 건드리고도 무사할 줄 알아?”

백진홍의 눈에 미약하게 의외라는 빛이 스쳐갔다.

“인피니티?”

“그래. 이제 알았으면 물러나. 사과만 하면 없던 것으로 해줄 테니.”

“흠. 그래서 너희가 까분건가?”

백진홍은 잠시 머뭇거렸다.

복장이나 기세로 봐서는 거짓말은 아니라 본 것이다.

그럼에도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정말 배경 있는 가문이었다면 여기서 가장 낮은 등급인 헬라를 관리자들이 줄 리 없다 본 것이다.

이곳의 주인은 정말 무서운 인물이다.

백진홍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크리처 돔을 연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닌, 사교장을 만드는 것이 목적임을.

돔의 관리자들은 철저하게 등급으로 손님을 구분한다.

이는 눈 앞의 이 떨거지들이 인피니티 안에서도 별 볼 일 없는 위치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가르쳐주는 것이다.

설령 추측과 달리 상대가 명문가라 해도 백진홍은 두렵지 않았다.

그의 가문인 백가장의 역량도 그렇고, 현재 백가장에 온 귀한 손님 때문이다.

백진홍는 하얀 잇새를 드러내며 경멸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비틀었다.

“인피니티 서클이라. 진작 말하지 그랬어? 난 또 좆나 구질구질하게 생겨서 어디 떨거지들이 주제도 모르고 여기 온 줄 알았지.”

장수완은 자존심이 상한 듯 부르르 떨었다.

“너희 같은 양아치들을 잘 알지. 반드시 오늘 일 가만 두지 않겠다.”

“후후, 이거 무서워서 어쩌나? 지리겠어? 어디 자신 있으면 해 봐.”

마침내 백진홍은 살심을 품었다.

지금까지는 이곳의 주인 체면 때문에 평소와 달리 손에 사정을 둔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던 탓이다.

좀 더 힘을 쓰자 결국 검막이 뚫렸다.

그 사이로 혈마비 두 개가 파고 들었다. 장수완은 하얗게 얼굴이 변했고, 옆구리와 다리에 명중했다.

혈마비는 천년지독이 묻어 있다. 거기다 피를 보면 볼수록 더 날카롭게 변한다.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혈마비는 백가장의 3대 호신공 중 하나로서 적에게는 치명적인 무기였다. 특히나 스치기만 해도 마력을 파먹기 때문에 한 번 당하면 평생 불구가 된다.

일단 방어막이 뚫리자 그 다음부터는 잔인한 축제만 남겨져 있을 뿐이다.

혈마비는 다시 여러 번 장수완의 신체 곳곳을 헤집어 놓고 있었다.

“으악!”

비명이 터졌다.

이를 본 배수현이 달려들려 했으나, 뒤에 있던 무리들 중 서너명이 포위를 하며 막았다. 장세창도 만만치 않았다.

헬라가 크게 상처를 입어 일단 비행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흐흐, 어디를 조져줄까? 눈? 아니면 손목? 자, 말만 해.”

“나, 나쁜 새끼!”

배수현도 이미 놈들에게 포위 당해 있었다.

장수완은 못 들은 척 느릿하게 포를 뜰 준비를 마쳤다.

심장이나 목을 단번에 베는 것은 그의 취향이 아니다.

지난 번에도 주제도 모르고 깝치던 각성자 년놈들을 이런 식으로 장난질을 쳤던 적이 있다.

애인으로 보이는 남자는 피부를 잘근잘근 썰다가 마지막에는 눈알을 파고, 손목과 팔목까지 잘라버리자 결국 여자는 결국 실성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자는 남자가 지독한 고통으로 죽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잔인하게 윤간을 당했다.

애인의 죽음을 보며 여자는 처절하게 반항을 했다.

허나 인간이란 묘한 동물이다.

남자가 죽을 때만 해도 악에 바쳤던 여성은 윤간이 끝나고, 오히려 겁을 먹었다.

자신도 애인처럼 비참하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여자는 그 때서야 급기야 오줌을 지리는 모욕감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고, 스스로 옷을 벗더니 고개를 조아리며 오돌오돌 떨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 때를 기억하자 짜릿한 쾌감이 올라왔다.

인간이 인간을 복종시킨다는 것.

그만큼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 마약도 없다.

그는 제왕이었다.

적어도 이 땅에서 그가 못할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어릴 때는 몰랐으나 몇 번의 범죄를 해도 누구도 관여를 하지 않자 그것이 권력의 힘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그 후로 백진홍은 더없이 잔인하게 변했던 것이다.

백진홍의 배경은 백가장에 있었다.

충주의 토착 호족으로서 초대 황제로부터 노블 2급을 하사 받은 충청도에서도 손 꼽히는 명문가 중 하나.

또한 최근 들어 백가장 출신들이 사방에 위세를 떨치면서 명성이 높아졌으니 어쩌면 이런 그의 일탈은 자연스러운 과정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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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34장 6막. 화랑 +1 19.03.24 1,570 39 12쪽
132 34장 5막. 화랑 +1 19.03.24 1,499 35 12쪽
131 34장 4막. 화랑 +1 19.03.23 1,569 33 12쪽
130 34장 3막. 화랑 +2 19.03.21 1,646 36 12쪽
129 34장 2막. 화랑 19.03.20 1,701 39 11쪽
128 34장 1막. 화랑 +1 19.03.18 1,733 43 11쪽
127 33장 4막. 역천의 힘 +1 19.03.17 1,881 47 12쪽
126 33장 3막. 역천의 힘 +6 19.03.15 1,832 52 12쪽
125 33장 2막. 역천의 힘 +2 19.03.14 1,772 42 12쪽
124 33장 1막. 역천의 힘 +2 19.03.13 1,743 39 11쪽
123 32장 3막. 장가장 +4 19.03.12 1,753 35 12쪽
122 32장 2막. 장가장 +4 19.03.11 1,714 37 12쪽
121 32장 1막. 장가장 +5 19.03.10 1,862 46 11쪽
120 31장 6막. 크리처 돔 19.03.09 1,795 40 12쪽
119 31장 5막. 크리처 돔 +2 19.03.08 1,840 47 12쪽
118 31장 4막. 크리처 돔 +1 19.03.07 1,894 44 11쪽
» 31장 3막. 크리처 돔 +3 19.03.05 1,843 39 12쪽
116 31장 2막. 크리처 돔 +2 19.03.04 1,846 43 12쪽
115 31장 1막. 크리처 돔 +1 19.03.03 1,989 40 12쪽
114 30장 3막. 부총령 +4 19.03.01 2,068 52 12쪽
113 30장 2막. 부총령 19.02.27 2,066 45 12쪽
112 30장 1막. 부총령 +3 19.02.26 2,042 44 12쪽
111 29장 3막. 아버지 +1 19.02.25 2,049 44 12쪽
110 29장 2막. 아버지 +3 19.02.24 2,130 44 12쪽
109 29장 1막. 아버지 +2 19.02.23 2,236 42 12쪽
108 28장 2막. 악티늄 +1 19.02.22 2,164 46 12쪽
107 28장 1막. 악티늄 19.02.21 2,174 46 11쪽
106 27장 7막. 비사벌 +2 19.02.19 2,217 43 11쪽
105 27장 6막. 비사벌 19.02.18 2,289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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