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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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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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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4장 2막. 화랑

DUMMY

경주에 위치한 구미산 인근에는 용담성지가 존재한다.

용담성지는 천도교의 이념인 ‘무극대도 無極大道’의 교리를 따르는 신불사의 성역으로서 언제부터 이곳이 생겼는지는 고고학적으로 아직도 의론이 분분했다.

그 뒤로 신불사가 있었는데 이 18층 석탑에는 화랑의 선조들에 대한 기념공비와 업적 따위가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화랑 승무 대전.

오 년마다 치뤄지는 화랑의 행사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화랑의 총단은 수천명에 이르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중이다.

미소녀들이 오색 치장을 한 채로 북에 타종을 시작하자, 신단의 아래에 위치한 수많은 사람들이 박수로 화답을 했다.

드디어 전야제가 시작된 것이다.

연단의 뒤에는 화랑의 칠성좌를 상징하는 가문의 표기가 걸려 있었다. 그 자리에 수뇌부로 보이는 인물들이 앉기 시작했다.

은성가의 가주인 심우빈은 불안한 눈초리로 주변을 훑고 있었다.

이를 본 집사 유대광이 불만을 토로했다.

“둘 다 아직도 안 왔습니다. 이건 너무 무례한 것 아닙니까?”

“좀 더 기다려 봐.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황하장과 태무전이 이토록 오만한지 몰랐습니다. 다른 것도 아닌 화랑대전 아닙니까?”

그 말에 심우빈은 냉랭한 빛으로 경고했다.

“자네 오늘 너무 말이 많다 생각하지 않나?”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막상 말은 그렇게 하였으나 심우빈은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황하장과 태무전이 오지 않은 것이다.

그 때문에 행사 준비 때문에 미리 왔던 황하장과 태무전의 간부들은 어찌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꼴이 눈에 띄었다.

그렇다고 행사를 중지하기도 애매하다. 이미 객석에는 화랑의 방계 호족은 물론이요, 적지 않은 초대 손님들이 온 까닭이다.

결국 이 중 가장 영향력이 큰 천룡장원의 장주인 온세현이 나섰다.

“잠시 이야기 좀 합시다.”

“그래야 할 것 같군요.”

그 말에 신불사의 주지인 칠검 상인과 서문가의 서문창이 기다렸다는 듯 일어났다.

“그러시죠.”

뒤이어 고검가와 은성가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뒤에 마련된 귀빈실로 향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인물은 이곳에서 가장 위치가 높은 온세현이다.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흠, 웃긴 일이군요.”

“행사가 시작되어도 오지 않기에 그 쪽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주 두 분이 행방불명이 되어서 지금 황하장과 태무전은 뒤집혔다 합니다.”

서문창은 덥수룩한 수염을 어루만지며 묘한 기광을 드러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허허, 이해를 못하겠군요. 황하장주와 태무전주가 그것도 같은 날 실종이 되었다고요? 설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우리보고 믿으라는겁니까?”

온세현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사실입니다. 저희쪽 애들을 아까 보냈는데 벌써 두 가문의 최정예 병력들이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 것이 확인 되었습니다.”

신불사의 칠검상인은 도포를 펄럭이며 광소를 터트렸다.

“후후, 살다 살다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있을 줄이야.”

“그러게요.”

“혹시 화랑대전을 핑계로 전부 다 먹으려는 것은 아닐까요?”

“흐흠···”

칠검상인의 말에 좌중은 침묵을 지켰다.

쉽게 말해 연막 전술로 상대를 속인 후에 나머지 다섯 가문을 제거하는 음모론적인 이야기였다.

막상 부정을 하려니 자신의 가문이 걸려 있었던 관계로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화랑에서 가장 큰 행사인 승무대전에 정작 서열 1위와 2위 가문의 수장이 빠졌으니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평소 그들의 탐욕을 아는 까닭이다.

고검가의 가주인 정일상이 반박한 것은 그 시점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어차피 지금도 화랑에서 그들이 못할 것이 없는데 연막술을 쓸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동감입니다. 현실적으로 두 곳의 힘이 우리 다섯 가문을 합친 것보다 강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서문창은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글쎄요. 두 늙은이가 얼마나 심계가 깊은 지는 알지 않습니까. 작년에도 총주의 직권으로 우리가 운영하던 구리 광산 하나를 억울하게 뺏겼었죠.”

“그러게요. 최근 들어 아예 이빨을 드러내더군요.”

온세현도 이 말에 동조했다.

“전혀 근거 없는 가정은 아니라 봅니다.”

심우빈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상하군요. 그 둘은 바보가 아닙니다. 내부에서 이전투구를 해서 싸우느니 몸집을 불리면 더 얻을 게 많다는 것을 어찌 모를까요? 거기다 다른 이들의 눈은 어떻게 합니까? 그들의 눈에 우리 가문들이 눈에 가시라 해도 굳이 제거를 하려면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할 이유가 있을까요?”

“흐음, 듣고 보니 은성가의 말도 일리가 있군요.”

그 동안 이 두 가문에 쌓였던 것이 많았던 탓일까?

마치 봇물 터지듯이 점점 더 많은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칠검 상인은 냉소를 터트렸다.

“우리 일곱 가문은 태생부터 동등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그 두 가문이 우리 위에서 이렇게 오만하게 행동했는지 모르겠네요.”

“자, 자. 그만하시고.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는 화랑을 모욕하는 행동입니다. 이번 기회에 단단히 추궁을 해야겠습니다.”

“율계에 따라 처벌을 해야죠. 본보기를 보여야 할 사람들이··· 쯧!”

가만히 지켜보던 심우빈은 혀를 찼다.

‘언제부터 저랬다고 쯔쯧.’

칠성좌 중 서열 1위와 2위인 황하장과 태무전의 평소 횡포에 억눌렸던 것은 사실이다.

허나, 나머지 세 가문 또한 마찬가지 아닌가?

현재 화랑의 칠성좌는 황하장과 태무전의 수장들이 의형제를 맺고 공고하게 철옹성을 쌓았다.

그러기를 수십년 째다. 그렇지만 나머지 세 가문 역시 만만치 않다.

마치 사자와 하이에나의 관계라 할까?

결국 가장 전력이 약한 은성가와 고검가도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뭉쳐야 했던 것이다.

소란스럽게 회의를 열었으나 아무 것도 얻은 것은 없었다.

바깥으로 나오면서 고검가의 정일상이 쓴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늦게 온다 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인간들이···”

“그러게요.”

“인간의 탐욕이란 끝이 없나 보네요. 이 정도 권력이면 되었지,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지요.”

정일상은 이 아귀 같은 시대에서 보기 드물게 청렴한 편이다.

단지 선대가 물려다 준 것을 혈연이란 이유로 승계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복마전에 끼어든 것이다.

“휴우, 죽어서 조상님의 얼굴을 어찌 봐야 할지···”

이제 막 전야제가 끝났는지 식사를 하느라 화랑대전이 열리는 승무전은 시끌벅쩍했다.

내일부터 화랑대전의 꽃인 제 42회 ‘화랑 승무 대전’이 펼쳐질 것이다.

본래 의도는 초대 화랑을 결성했던 일곱 가문의 우의를 돈독하게 하기 위하여 만든 승무식으로 각자의 장기를 뽐내며 능력의 배양 및 정진을 목적으로 했다.

허나, 시간이 흐르면서 선대의 유지는 온데 간데 없고, 권력 쟁탈의 도구로 사용되었으니 탄식만 나왔던 것이다.

화랑 대전의 첫날은 예정대로 막을 내렸다.

그저 황하장주와 태무전주가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일부 호사가들은 조심스럽게 말이 있었으나, 대부분은 직간접적으로 화랑과 연계가 된 탓에 후환이 두려워 그 누구도 대놓고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 날 저녁이 되자 다섯 가문의 수장은 하나의 소식을 통보 받았다.

“그래서? 황하장과 태무전이 빠진다고요?”

서문창의 물음에 온세현이 냉랭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조금 전 우리쪽에 통보가 왔습니다. 모두 떠난다 하더군요.”

신불사의 칠검 상인이 쓴웃음을 지었다.

“방금 확인해보니 벌써 그 둘이 묵었던 숙소에는 개미 새끼 한마리 없이 썰렁하다고 합니다.”

천룡장원의 온세현이 설명을 덧붙였다.

“그 둘이 실종된 게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합니다. 거기다 황하장주와 태무전주뿐만 아니라 장로와 호법 등 수십명이 사라졌다더군요. 벌써 소문이 파다한 것으로 봐서는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한 모양입니다.”

고검가의 정일상이 탄식했다.

“정말입니까?”

“그렇소.”

“사실이면 큰일이겠군요. 양 가문의 수뇌부가 실종된 사건이니···”

“목격자의 이야기로는 누군가 침입했다는 말도 있던데 희안하게도 목격자들 전부 정신착란을 일으켜서 정확한 조사가 안 되고 있습니다.”

진상이 파악되자 가주들은 묘한 표정을 보였다.

대충 흘러가는 것으로 봐서는 어떤 음모가 아니라, 수뇌부가 통째로 실종된 사건 아닌가?

내심 복잡한 기분이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실종된 수뇌부들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황하장과 태무전이 강한 이유는 전적으로 뛰어난 각성자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뇌부가 없다면?

빠르게 눈이 번득인 것은 그 순간이다.

결국 이 뜻은 항상 억눌렸던 자신들의 가문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뜻이리라.

아무리 양떼가 많아도 늑대 하나를 못 이기듯이 어쩌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일 터.

이를 깨달은 온세현이 헛기침을 터트렸다.

“그렇다 해도 화랑대전은 문제 없이 치뤄야 하지 않을까요?”

탐욕이 심한 칠검 상인이 비릿한 미소를 드러냈다.

“당연합니다. 내외 귀빈 분들 눈도 있는데 취소할 수는 없겠죠.”

심우빈과 정일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합니다.”

“서문가는 다른 의견 있습니까?”

서문창은 꽤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이리저리 계산을 하더니 말끝을 흐렸다.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말씀하세요.”

“혹시라도 다시 돌아온다면 뒷감당을 하실 수 있겠습니까?”

“흐음.”

아무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분명 이번 사건이 다른 가문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임은 분명했다.

황하장과 태무전의 수뇌부들이 없다면 아무리 전력이 강하다 해도 얼마든지 상대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반면에 이를 믿고 이빨을 드러내는 것도 부담감은 있었다.

묵묵히 듣기만 하던 심우빈이 끼어 들었다.

“뒷감당이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은성가는 칠성좌에서 말단에 불과한 가문이다.

늘 그렇듯이 일곱명이 모였을 때, 은성가는 쥐죽은 듯 눈치만 보며 대세에 따라 거수기 역할에 불과했다.

그렇다 해도 심우빈이 만만한 인물이라는 것은 아니다.

평소 신중한 성격을 아는 까닭이다.

그 때문일까? 천룡장주인 온세현은 미간을 찡그렸다.

‘저 약골이 뭘 믿고 저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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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34장 7막. 화랑 +6 19.03.26 2,287 54 10쪽
133 34장 6막. 화랑 +1 19.03.24 1,570 39 12쪽
132 34장 5막. 화랑 +1 19.03.24 1,499 35 12쪽
131 34장 4막. 화랑 +1 19.03.23 1,569 33 12쪽
130 34장 3막. 화랑 +2 19.03.21 1,645 36 12쪽
» 34장 2막. 화랑 19.03.20 1,701 39 11쪽
128 34장 1막. 화랑 +1 19.03.18 1,733 43 11쪽
127 33장 4막. 역천의 힘 +1 19.03.17 1,881 47 12쪽
126 33장 3막. 역천의 힘 +6 19.03.15 1,832 52 12쪽
125 33장 2막. 역천의 힘 +2 19.03.14 1,771 42 12쪽
124 33장 1막. 역천의 힘 +2 19.03.13 1,742 39 11쪽
123 32장 3막. 장가장 +4 19.03.12 1,753 35 12쪽
122 32장 2막. 장가장 +4 19.03.11 1,713 37 12쪽
121 32장 1막. 장가장 +5 19.03.10 1,861 46 11쪽
120 31장 6막. 크리처 돔 19.03.09 1,795 40 12쪽
119 31장 5막. 크리처 돔 +2 19.03.08 1,840 47 12쪽
118 31장 4막. 크리처 돔 +1 19.03.07 1,894 44 11쪽
117 31장 3막. 크리처 돔 +3 19.03.05 1,842 39 12쪽
116 31장 2막. 크리처 돔 +2 19.03.04 1,846 43 12쪽
115 31장 1막. 크리처 돔 +1 19.03.03 1,989 40 12쪽
114 30장 3막. 부총령 +4 19.03.01 2,067 52 12쪽
113 30장 2막. 부총령 19.02.27 2,066 45 12쪽
112 30장 1막. 부총령 +3 19.02.26 2,042 44 12쪽
111 29장 3막. 아버지 +1 19.02.25 2,048 44 12쪽
110 29장 2막. 아버지 +3 19.02.24 2,129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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